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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라
작가 : 너굴토끼
작품등록일 : 20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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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디네, 라이라 (2)
작성일 : 20-09-20     조회 : 342     추천 : 0     분량 : 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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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운디네 옆엔 수다쟁이 실프도 없다.

  운디네가 이 세계로 돌아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낀 즐거움의 탓에 그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운디네는 호수의 수면 위에 혼자 누웠다.

  그녀의 머리칼이 마치 호수와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 와! 이렇게 맑은 호수는 처음 봐···.

 

  흠칫! 운디네는 어딘가에서 들려온 소리에 누워있던 호수에서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분명 어머니께서 말했다.

  사람의 손이 닿은 적 없던 곳이라고······.

  잠시 후, 운디네는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사람의 소리라곤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일까?

  아님··· 누군가 이 근처에 있는 것일까?

  운디네는 소리를 수상하게 여기며 다시 수면 위에 누웠다.

  그런데 그녀의 몸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이상하게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 아쿠아마린 호수···!! 이런 숲에서 산호초 호수를 보다니!!

 「누구세요··· 당신은?」

  - 사람의 손이 닿은 적 없는 라이라 호수···라. 나도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이 아니라고?」

  - 황제의 아이가 여기 내 뱃속에 있다니···. 아가야 너는 자랑스러운 나의 아이. 원래의 몸으론 낳을 수 없는 이 엄마의 유일한 자손이란다, 너는.

 「···화, 황비···!!」

 

  그녀가 물 밖으로 빠르게 올라왔다.

  아무도 없었다.

 

 「왜, 왜 없지?」

 

  그리운 기분이··· 운디네의 고동이 호수에 퍼졌다.

  물속에서 잠자던 나이아스들이 운디네의 곁으로 다가왔다.

  호수를 닮은 그녀의 눈동자가 울 것 같았다.

  깊은 바다색의 나이아스들이 운디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왜··· 우시나요, 운디네님.」

 「울지 마세요. 왕의 아이시여.」

 

  운디네의 고동에 나이아스들의 눈에서 사파이어 빛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인어의 모습을 한 나이아스들이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사파이어 눈동자, 사파이어 눈물이 슬픈 고동소리에 맞춰 울고 있다.

  그녀가 나이아스의 손을 잡았다.

 

 「······나이아스.」

 

  그녀가 오른쪽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여기가 너무 아파···. 어머니도 치료 못할 것 같아.」

 「왜 아픈가요?」

 「라이라 호수에 황비가 왔었어. 호수에 몸이 잠길 때마다 그 목소리가 들려. 그런데 너무나 그리운 목소리야.」

 

  울 것 같던 그녀의 눈동자에서 눈동자 색과 똑같은 눈물이 흘렀다.

  똑-. 똑-.

  떨어지는 눈물소리가 동굴 안에 와 있는 것처럼 청아하게 울려 퍼진다.

  잠들어 있던 호수가 눈을 뜬다.

  그녀의 눈물에 반응해서 라이라 호수가 또다시 밝게 빛난다.

 

 - ···그···것은 기···억.

 「기억?」

 - 그것은 호수···의 기억.

 

  호수가 응답한다.

  조용하던 호수가··· 응답한다.

  어머니의 목소리다.

 

 - 그것은 방문자의 기억. 주인인 너는 그것을 알아야 한단다.

 「주인이기 때문에···?」

 

  운디네의 대답을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호수가 더욱 더 반짝 빛났다.

  마치 호수 속에서 빛의 정령 니트라스가 뛰노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고동이 점차 편안해졌다.

  방문자의 기억···.

  그것은 분명히 황녀였을 때의 만났던 이일 것이다.

  황녀에서 이름 없는 소녀를 거쳐 운디네가 되고나서 그녀가 만난 자는 물의 정령왕 엘라임과 정령들 외엔 없으니까······.

 

 - 아파도 너는 나의 단 하나뿐인 아이니까. 나의 기운을 가진 단 하나뿐인 물의 정령이니까···. 기억을 알아야 한단다.

 

  호수의 응답이 끝났다.

  순식간에 빛나던 빛의 방울은 사라졌다.

  아···. 아름다웠던 아쿠아마린 보석의 빛이여······.

  이제는 너무나 늦은 밤이었다.

  실프도 천천히 춤을 추고 니트라스는 따스하게 밤하늘에 퍼져 아이들의 잠자리를 지켜주었다.

  네이핀들의 작은 노랫소리는 자장가며 노움의 코고는 소리에 모든 땅이 잠든 너무나 늦은 밤이었다.

  웃고 울고 떠들고······.

  너무나 많은 일이 하루 동안 일어났다.

  운디네는 실프들이 추는 밤의 왈츠를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와! 이렇게 맑은 호수는 처음 봐···.

 

  황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운디네는 천천히 눈을 떴다.

  니트라스들이 빛의 축제를 벌이는 보름달 가득한 어느 밤이었다.

  라이라 숲에 실크 잠옷을 입은 황비가 서 있었다.

  운디네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돌려보았다.

  호수가 있었다.

  그것도 밝게 빛을 내는 호수가···.

 

  - 아쿠아마린 호수···!! 이런 숲에서 산호초 호수를 보다니!!

 

  운디네는 황비를 불러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 사람의 손이 닿은 적 없는 라이라 호수···라. 나도 인간은 아니지만······.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그러나 만난 적 있는 사람이었다.

  황녀였을 적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목소리만 들려주지 말아줘요···.

  모습을 보여주세요.

 

  - 황제의 아이가 여기 내 뱃속에 있다니···. 아가야 너는 자랑스러운 나의 아이. 원래의 몸으론 낳을 수 없는 이 엄마의 유일한 자손이란다, 너는.

 

  황비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달빛 때문에 실루엣만 보이는 황비가 발끝으로 호숫가의 수면을 건드렸다.

  차갑다는 듯이 발을 오그렸지만 곧 물속으로 들어갔다.

  호수가 응답한다.

  그녀의 몸속에 호수의 기운이 차오른다.

 

  - 호수가 너를 축복하고 있단다, 아가야. 네가 황자로 태어나든 황녀로 태어나든 상관없다. 너는 나의 자랑스러운 아이. 너의 이름은 이 아름다운 숲과 맑은 호수를 닮은 ‘라이라’란다.

 

  호수가 밝게 빛나면서 그녀의 모습이 나타난다.

  금발에 아쿠아마린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황비.

  초상화로만 보았던 황녀의 어···머니?

 

 「라···이라?」

 

  나이아스의 재잘거림에 운디네의 눈이 번쩍 떠졌다.

  운디네를 바라보던 나이아스들이 놀랐다.

  머리가 멍한 것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나이아스들의 손이 운디네의 머리칼에 닿았다.

 

 「나이아스···.」

 「운디네님. 호수가 고동치고 있어요. 호수가··· 운디네님을 불러요.」

 

  나이아스의 눈을 바라본 운디네는 곧 수면 위로 올라갔다.

  수면 위엔 많은 니트라스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아침이었다.

  저 멀리서 수다쟁이 실프가 달려왔다.

  반갑게 손을 흔들며 라이라에게 아침인사를 건넸다.

  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숲의 정령 네이핀들도 그녀를 보고 까르르 웃었다.

  노움들이 기지개를 펴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잠을 자던 꽃들이 하나 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숲에서부터 아침이 시작되어 마을에도 아침이 시작되었다.

 

 「아침이다.」

 

  운디네의 한마디에 호수의 고동이 멈추었다.

  나이아스들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녀는 나이아스들을 바라보다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나이아스들은 얼굴을 활짝 펴며 긴 꼬리로 수면에 물방울을 튕긴 뒤, 호수 아래로 들어가 버렸다.

  훨씬 운디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 또한 아침이라는 듯이 기지개를 펴며 호수 수면에 키스를 했다.

  호수가 고맙다는 듯이 아쿠아마린 빛을 뿜어낸다.

 

 「아하하!!」

 

  운디네의 웃음이 널리 퍼져나갔다.

  실프가 운디네의 손을 맞대며 지나갔다.

  니트라스들이 운디네 주변에서 춤을 췄다.

  아름다운 라이라 숲의 아침이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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