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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팔
작가 : 어진
작품등록일 : 20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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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성일 : 20-11-04     조회 : 540     추천 : 0     분량 : 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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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 에릭 컴퍼니 부대표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들여보낼까요?"

 

 ​

 

 ​

 

 "네, 그러세요."

 

 ​

 

 ​

 

 ​

 

 ​

 

 ​

 

 알겠습니다.

 

 내 이름이 적힌 대표실 앞을 지키고 있는 사원의 말을 끝으로 다시 대표실 안은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뒤이어 똑똑 소리가 났다.

 

 정리하고 있던 서류들을 내려놓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에릭 컴퍼니에서 날 무슨 일로 찾아왔을까.

 

 ​

 

 ​

 

 ​

 

 ​

 

 ​

 

 "들어오세요."

 

 ​

 

 ​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요. 할 말이 있어서,"

 

 ​

 

 ​

 

 ​

 

 ​

 

 ​

 

 짠, 이건 도넛!

 

 회사 앞에 있는 도넛 가게에서 사 온 것인지 그의 손에서는 달콤한 향이 폴폴 나는 종이가방이 들려있었다. 귀여운 도넛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

 

 ​

 

 ​

 

 ​

 

 ​

 

 "일단 앉아서 얘기하죠, 커피 좋아해요?"

 

 ​

 

 ​

 

 "여주 대표님은 커피 안 드시지 않나?"

 

 ​

 

 ​

 

 "맞아요."

 

 ​

 

 ​

 

 "저도 안 먹어요. 스무디는 있는데, 앞에 비서한테 맡겨 놨어요."

 

 ​

 

 ​

 

 "그래서 할 말이 뭐예요?"

 

 ​

 

 ​

 

 ​

 

 ​

 

 ​

 

 우선 먹으면서 말할까요? 손영재 부대표는 눈에서부터 장난기가 많았다. 나는 손영재 부대표의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정재계 인사들이 모여 첫 모임을 가졌을 당시, 손영재 대표는 날 쳐다보며 졸았다. 턱을 괴고, 바로 앞자리에 있던 나를 빤히 쳐다보다 꾸벅꾸벅 졸았다.

 

 ​

 

 에릭 컴퍼니 대표의 결혼식 날에도, 화려한 복장을 입고 혼자 앉아만 있었다. 회사 경영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

 

 ​

 

 ​

 

 ​

 

 ​

 

 "딱히 입맛이 없어서,"

 

 ​

 

 ​

 

 "에이 그러지 마시고 드세요. 이거 겁나 맛있는데."

 

 ​

 

 ​

 

 "할 말 있다고 하셨잖아요. 궁금한데,"

 

 ​

 

 ​

 "고백해도 돼요?"

 

 ​

 

 ​

 

 ​

 

 ​

 

 ​

 

 ​

 

 

 세 개의 팔

 

 

 

 ​

 

 ​

 

 ​

 

 ​

 

 ​

 

 ​

 

 '...혹시 술 취했어요?'

 

 ​

 

 '술 잘 안 마셔요.'

 

 ​

 

 '그렇게 안 생겼는데...'

 

 ​

 

 '무슨 뜻이에요, 그거.'

 

 ​

 

 '갑자기 왜요?'

 

 ​

 

 ​

 

 '여주씨 엿 먹일 사람 있잖아요, 나도 있어요.'

 

 ​

 

 ​

 

 ​

 

 ​

 

 .

 

 .

 

 .

 

 .

 

 .

 

 .

 

 .

 

 .

 

 .

 

 ​

 

 손영재 대표가 한 말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그렇다고 손영재 대표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지금도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 이 전화의 주인공.

 

 엿 먹이려고 계획만 하고 있는 이 주인공.

 

 ​

 

 ​

 

 ​

 

 ​

 

 ​

 

 "...여보세요,"

 

 ​

 

 ​

 

 -전화 되게 늦게 받네. 회사지? 지금 데리러 갈게.

 

 ​

 

 ​

 

 "..."

 

 ​

 

 ​

 

 -대답 좀 해라. 10분 뒤쯤 도착해.

 

 ​

 

 ​

 

 "...올 때,"

 

 ​

 

 ​

 

 -뭐 사가지고 갈까?

 

 ​

 

 ​

 

 "...도넛. 도넛 먹고 싶어."

 

 ​

 

 ​

 

 -단 거 안 좋아했잖아. ...알겠어. 사갈게.

 

 ​

 

 ​

 

 ​

 

 ​

 

 ​

 

 전화가 끊겼다.

 

 '선우그룹 대표, 김선우'

 

 정나미 없는 세 글자에 기분이 좀 나빠졌다. 기분 나쁠 일도 아니었는데 왜 이러는지 나도 참 나를 모르겠다.

 마음 같아서는 정확히 10분 뒤에 내려가려고 했으나, 오늘은 좀 빨리 나오고 싶어 그대로 대표실을 나왔다.

 

 ​

 

 ​

 

 ​

 

 ​

 

 ​

 

 "어어..., 대표님!"

 

 ​

 

 ​

 

 ​

 

 ​

 

 ​

 

 이거, 아까 에릭 컴퍼니 부대표님께서 맡기고 가셨어요.

 

 수증기가 다 말라버린 미지근한 스무디를 건네받았다. 진짜 손영재 대표는 날 몰라도 너무 모른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 단 거 안 먹는데.

 

 ​

 

 ​

 

 ​

 

 ​

 

 ​

 

 "버려드릴까요?"

 

 ​

 

 ​

 

 "아니요. 먹을게요."

 

 ​

 

 ​

 

 "네? 아... 네."

 

 ​

 

 ​

 

 ​

 

 ​

 

 ​

 

 많이 놀란 모양이다. 굳이 달달한 게 아니더라도 먹을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먹는다고 하니 어쩌면 놀란 게 당연한 걸 수도 있다.

 

 스무디를 들고 회사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서 새빨간 차가 내 앞에 섰다. 존재감 한 번 특출나네

 

 ​

 

 ​

 

 ​

 

 ​

 

 ​

 

 

 "뭐야, 평소에는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오더니만.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나왔대?"

 

 ​

 

 ​

 

 "..."

 

 ​

 

 ​

 

 "오늘만 대답하라는 소리 한 스무 번은 한 것 같은데."

 

 ​

 

 ​

 

 "..."

 

 ​

 

 ​

 

 "싫음 말고."

 

 ​

 

 ​

 

 "...우리 결혼식, 정해진 거 있대?"

 

 ​

 

 ​

 

 "아니, 아직 몰라. 그리고 좀 이르지 않나, 주식 좀 상승했을 때 하자고."

 

 ​

 

 ​

 

 ​

 

 ​

 

 ​

 

 정혼자. 김선우는 그 세 글자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사업을 꿈꿨던 우리는 단시간에 친해질 수 있었고, 단시간에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사이가 깨진 것도 단 시간이었다.

 

 깨진 컵에 억지로 물을 쏟아봤자, 물은 새기만 할 뿐 채워지지 않는다. 지금 나와 김선우의 사이가 그런다.

 

 ​

 

 ​

 

 ​

 

 ​

 

 ​

 

 "데려다줘서 고마워."

 

 ​

 

 ​

 

 "앞으로 조금만 더 사랑하는 척 해봐. 사람들이 의심하면 주가 하락할라."

 

 ​

 

 ​

 

 "그건 너만 잘하면 되는 일 같은데."

 

 ​

 

 ​

 

 ​

 

 ​

 

 ​

 

 갈게. 차문을 닫고 뒤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갔다. 내 말을 끝으로 보일 김선우의 행동 따위 궁금하지 않다. 내 알 바 아니다.

 김선우는 우리 결혼에는 쥐뿔도 관심 없어보인다. 오로지 지 회사에만 관심있지. 나도 다를건 없지만.

 ​

 

 어떻게 하면 손영재 대표와 김선우를 엿 먹일 수 있을지 궁리 해보아야 겠다.

 

 

 

 

 

 _

 

 

 

 

 

 "대표님...,"

 

 ​

 

 ​

 

 "손영재 대표죠? 들여보내세요."

 

 ​

 

 ​

 

 "네."

 

 ​

 

 ​

 

 ​

 

 ​

 

 ​

 

 손영재 대표가 고백을 선포한지 3일째. 손영재는 우리 회사를 제 집 안방 드나들듯 드나들었다. 매번 손에 간식들을 들고. 안 먹으면 안 좋아한다는걸 눈치 챌만도 한데, 눈치가 없는건지 나까지 엿먹이고 싶은건지, 늘 간식을 들고 찾아왔다.

 

 ​

 

 ​

 

 ​

 

 ​

 

 ​

 

 "그래서 우리 작전 언제 개시해요? 아, 이참에 말 놓을까요?"

 

 ​

 

 ​

 

 "..."

 

 ​

 

 ​

 

 "침묵의 뜻은 긍정이겠지? 그렇지?"

 

 ​

 

 ​

 

 "..."

 

 ​

 

 ​

 

 "어디가아아아,"

 

 ​

 

 ​

 

 ​

 

 ​

 

 ​

 

 손영재가 나를 붙잡았다. 마치 저 눈빛은 놀아달라는 아이같았다. 회사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본인 이름이 박혀있으면서. 어떻게 부대표까지 갔지? 신기하다.

 

 ​

 

 ​

 

 ​

 

 ​

 

 ​

 

 "선우 그룹에 전달할 게 있어서요."

 

 ​

 

 ​

 

 "엥? 팩스로 전달하면 되잖아. 나랑 같이 있어주라아."

 

 ​

 

 ​

 

 "가는 김에 김선우 대표 얼굴도 보고요. 아시잖아요, 제 약혼자인거."

 

 ​

 

 ​

 

 "그럼 나도 데려가."

 

 ​

 

 ​

 

 "그러시던지요."

 

 ​

 

 ​

 

 ​

 

 ​

 

 ​

 

 손영재가 신나하며 벗어던진 라이더자켓을 다시 주워입었다. 정말 내 사무실을 본인 집으로 생각하는게 아닐까?

 

 내 사무실 앞을 지키고 있는 비서에게 차를 준비해달라고 말을 했지만 손영재는 내 말을 끊고 필요없다는 말을 했다.

 

 ​

 

 ​

 

 ​

 

 ​

 

 ​

 

 ​

 

 "제 차로 가시죠,"

 

 ​

 

 ​

 

 ​

 

 ​

 

 ​

 

 내가 언젠간 저 새끼도 엿 먹여야겠다. 하는 행동이 은근 기분 나쁘다.

 아까 까지는 말 놓았으면서, 사람들 앞이라 그런지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제가 열어드릴게요."

 

 ​

 

 ​

 

 "...아, 감사해요."

 

 ​

 

 ​

 

 ​

 

 ​

 

 ​

 

 손영재가 조수석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뒤이어 본인도 운전석에 탔다. 운전이라고는 안 할것 같이 생겼는데..., 손영재가 차에 타자마자 한숨을 슬쩍 쉬었다. 자리에 앉아서 백미러를 만지는걸 보면 진짜 운전을 할 줄 아는가보다. 다행이다, 사고는 안 치겠네.

 

 ​

 

 ​

 

 ​

 

 ​

 

 "남들 앞에서 이런 짓 하는거 존나 골때린다. 그치,"

 

 

 

 

 "..."

 

 

 

 

 

 "김선우랑 이런짓 많이 했겠다. 힘들었겠네,"

 

 ​

 

 ​

 

 “...”

 

 ​

 

 ​

 

 “우린 밖에서 비즈니스 관계니까. 존댓말 하는것도 존나 어색해.”

 

 ​

 

 ​

 

 "..."

 

 ​

 

 ​

 

 "뭐, 어차피 상관없어. 곧 우리 연애할거잖아. 안전벨트,"

 

 ​

 

 ​

 

 "아..."

 

 ​

 

 ​

 

 "매주길 원했어?"

 

 ​

 

 ​

 

 "그런거 아니거든요."

 

 ​

 

 ​

 

 ​

 

 ​

 

 ​

 

 아니면, 김선우 대표님이 항상 매주셨나. 나도 그런거 잘하는데.

 

 얼른 이 지독한 관계가 끝났으면 좋겠다. 저 개새끼한테는 엿 먹이는 걸로 안 끝날텐데.

 

 차 안에서 손영재는 주구장창 떠들었다. 말이 많은건 알고 있었지만 혼자 말하고 혼자 맞장구 치는 애는 처음본다. 성인이라는걸 좀 믿기 힘들정도로 어린애 같다.

 

 ​

 

 ​

 

 ​

 

 ​

 

 ​

 

 "선우 그룹 다왔어. 건물은 여주네 건물이 더 삐까뻔쩍 하네."

 

 ​

 

 ​

 

 ​

 

 ​

 

 ​

 

 손영재는 주차를 마치고 얼른 내 쪽으로 와 차문을 열어주었다. 안전벨트를 풀고 나가 선우그룹 정문으로 가는데 이게 왠걸.

 

 ​

 

 ​

 

 ​

 

 ​

 

 ​

 

 ​

 

 "서류 못 전달해주겠다. 대신 볼거리는 있다. 그렇지?"

 

 ​

 

 ​

 

 "그러네요."

 

 ​

 

 ​

 

 ​

 

 ​

 

 ​

 

 김선우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정문 앞에 떡하니 서있었으니 말이다. 혼자였었으면 서류를 전달하고 갔을텐데,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

 

 ​

 

 ​

 

 ​

 

 ​

 

 '아저씨, 왜 연락 안 받아요? 네?'

 

 ​

 

 ​

 

 ​"내가 회사 앞까지 찾아오지 말라고 했지,"

 

 ​

 

 ​

 

 '보고싶은걸 어떡해~ 아저씨도 가끔 우리 학교 앞에 찾아오잖아요.'

 

 ​

 

 ​

 

 ​

 

 ​

 

 ​

 

 그는 대놓고 교복입은 여자애를 만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폰을 들어 그들을 찍었다. 얼굴과 형태가 잘 나오게.

 

 몇 장만 찍고 나서 나는 뒤를 돌았다. 볼거 다봤으면 가요. 시간 아까워. 손영재가 아쉬운듯 조금만 더 보고 가자며 보챘다.

 

 ​

 

 ​

 

 ​

 

 ​

 

 ​

 

 "우리 계획 좀 빨리 실천해야겠다."

 

 ​

 

 ​

 

 "그 계획, 아직 저한테 제대로 설명 안해주셨잖아요."

 

 ​

 

 ​

 

 "어차피 진짜 연애 아니고, 연애하는 척만 하면 되니까 너도 좋고 나도 좋고~"

 

 ​

 

 ​

 

 "..."

 

 ​

 

 ​

 

 "농담이야, 표정 풀어."

 

 ​

 

 ​

 

 ​

 

 ​

 

 ​

 

 손영재가 나를 보고 낄낄 웃었다.

 

 손영재의 농담은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대로 나는 다시 회사로 갔다. 가는 내내 손영재는 내 옆에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지금 손영재의 모습을 보다가 김선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

 

 김선우도 말이 참 많았다. 내가 절망에 빠져있을때면 어떻게 알고 와서는 내 기분을 풀어주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 말이 많았었다. 지금은 아닌, 과거형에 빠져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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