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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시즌)
작가 : 볘르뜨
작품등록일 : 20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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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이재
작성일 : 21-01-29     조회 : 461     추천 : 0     분량 : 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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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2월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마을 ‘클린’.

 세스트라(Sestra) 강 인근 어느 저택.

 눈보라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추위 속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두툼한 무언가를 건네받은 집사는 서재로 향했다.‘’

 “?”

 “, 인편으로 소포가 도착했습니다.”

 집사는 두툼한 천으로 감싸여 있는 소포를 내밀었다.

 “자네도 잠시 앉게나.”

 알렉이 책상에 놓인 소포를 작은 나이프로 조심스레 소포를 뜯었다.

 “서재현이 며칠 전 사고로 죽었어.”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내가 자네에게 이것을 보여주는 의도 또한 알겠군.”

 조심스레 뜯은 소포 안에는 사진 몇 장과 낡은 수첩 그리고 서류 봉투가 들어 있었다.

 “이건 서재현이 머물고 있던 호텔에 있던 그의 물건이네.”

 “네.”

 “의문점이 너무 많아. 왜 하필 자신의 딸을 나에게 부탁했는지 모르겠어.

 갑자기 쫓기던 이유도 알 수 없고.”

 잠시 입을 다문 채 깊은 생각에 잠긴 그는 다시 입을 열며 말했다.

 “자네는 우선 여기로 가게. 그곳에 그 아이가 있을 거야.”

 그리고, 책상 서랍을 열어 또 다른 봉투 하나를 책상에 올린다.

 “이건 그동안 수집해 놓은 것들이네. 요즘 누군가 내 뒤를 캐고 있어. 내가 직접 움직이면 그 아이가 위험할 수 있네.”

 그리고 또 다른 종이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20일 정도 휴가를 줄게. 가서 아무도 모르게 아이를 데려오게. 이 안에는 여권과 그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들어 있어.”

 “네, 염려 마십시오.”

 “그럼 그만 나가보게.”

 “네.”

 의자에 앉은 그는 눈보라가 퍼붓는 창가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피곤한지 몇 분 되지 않아 잠에 깊이 빠졌다.

 그는 ‘알렉세이 ? 유수포프’ 서른다섯 살 러시아인이다.

 ***

 ‘꾸벅, 꾸벅...’

 얼마나 걸었을까?

 호텔을 체크인하고 나온 알렉은 붉은 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모스크바의 야경은 언제봐도 화려하군...’

 마네 쥐 광장 주변으로 호박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아름답게 장식된 호박들...

 11월 말에 이곳엔 항상 호박들이 있다.

 주황빛의 탐스러운 호박은 왠지 러시아와 잘 어울리는 색인 것 같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호박전이 생각이 나는군...’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그는 등 뒤에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야 휜 얼굴에 초췌한 모습의 남자가 다가왔다.

 알렉은 반사적으로 뒷걸음치며 두세 걸음 물러서며 그 남자를 노려봤다.

 ‘!!’

 “너...넌!”

 “오랜만이군... 알렉...”

 예전에는 반듯한 이목구비였을 그의 얼굴엔 구타에 의한 상처 자국들로 얼룩덜룩했다.

 “...서재현”

 주위를 조심스레 경계하며 조심스레 재현은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네... 난 지금 쫒기고 있어...”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서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자세한 건 나중에 말 할께”

 재현은 품 속에서 작은 상자와 쪽지를 건냈다.

 “내 딸을 부탁하네! 아내와 약속 했어. 꼭 지켜주겠다고!”

 “미친XX! 뭔소리야! 내가 왜?!!”

 알렉은 한 손으로 재현의 멱살을 부여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먹을 치켜들었다.

 “...내가 믿을 건 이제 너 밖에 없으니까!”

 말을 마친 재현은 푹 들어간 깊은 눈으로 알렉을 응시했다.

 순간 힘이 풀린 알렉의 손에서 풀려난 재현은 알렉을 스쳐지나가며 말했다.

 “내일 아침 10시 사보이호텔 클래식룸 201호”

 “야!... 서재...”

 모스크바 골목으로 황급히 사라져버린 재현을 바라보며 알렉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

 호텔로 돌아간 알렉은 답답한 마음에 재킷 안 쪽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담배를 꺼냈다.

 ‘스읍~ 후우....’

 깊은 한 숨을 몰아 쉬듯 깊이 빨아들인 담배의 앞이 빨갛게 불타올랐다.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의문의 상자와 쪽지.

 “5년 만에 돌아와서 한 다는 말이 고작...”

 상자를 테이블에 던져 놓다시피 하고 그는 다시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아들였다.

 “X발. 담배 맛 떨어지게...”

 알렉은 재떨이에 담배가 으스러질듯 부벼 끄며, 종이를 눈앞에 가져갔다.

 “아"

 알렉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서렸다.

 휘갈겨쓴 편지 안에 글씨가 그의 상황을 말하는 듯 했다.

 [아내가 사라지고 나서 딸아이를 한국의 '말가리타 수녀원'에 맡겼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잘 보관 했다가 딸아이가 18살이 되면 그때 전해주게.

 괜한 짐을 지어 주게 되어 미안하네.]

 상자는 투박한 나무 재질의 뚜껑이 달린 것이 수제 보석함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렉이 뚜껑을 열자 은으로 된 타원 형태의 로켓 펜던트 목걸이가 보였다.

 그리 비싸보이진 않았지만, 꽤나 오래전에 만든 것 같았다.

 로켓을 딸깍하고 열자 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서재현의 가족사진이 들어있었다.

 ***

 '여기군.'

 알렉은 재현과 약속한 호텔 입구에 들어 섰다.

 20세기 초기의 옛 스러움과 현대적인 편의 시설이 함께 공존하는 듯한 느낌의 멋진 호텔이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서둘러 와서 일까? 코끝에 느껴지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침샘을 자극 했다.

 '클래식룸 201호 라고 했던가?'

 '밥이라도 사 달라고 해야겠다. 녀석에게'

 알렉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객실 문을 두드리려다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문이 열려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의 눈앞엔 유혈이 낭자한 어지럽혀진 방의 모습이 들어왔다.

 "서재현!!!"

 알렉은 미친듯이 객실 안을 샅샅이 뒤졌다.

 화장실, 거실, 방으로 다급히 몸을 움직였다.

 "서재현!!!!"

 그러나, 그의 다급한 외침에도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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