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야? 누군데 내 꿈에 나와서 나를 안아주고 위로해줘?"
나는 꿈속의 남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나? 찾아볼래? 나는 네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어."
라고 말한 뒤 사라져버렸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깬 나는 마치 그를 곧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내 주변에서 그를 찾기 시작했지만 단서라곤 그에게 안겼을 때의 느낌 뿐이기에 찾기는 쉽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까 이 남자 언제부터 나왔더라?’
'한 일 년쯤 된 거 같은데.'
꿈에서 깬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준비를 하고 출근을 했다. 나는 게임 회사에서 기획 부 팀장을 맡고 있다.
“안녕하세요.”
“정 팀장님. 오셨어요?”
“응. 이 대리. 별일 없지?”
“네!”
나는 자리에 앉았고 목소리만 들어도 알 것 같은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요! 오늘 좀 늦게 나왔네?”
이 남자는 내 소꿉친구 ‘김도현’ 어렸을 때부터 같은 학교를 다니고 지금은 직장까지 같은 곳을 다니고 있다. 현재는 나와 다른 프로그래밍 팀 팀장이지만 가끔씩 이렇게 놀러 오곤 한다.
“안녕. 차가 막혔어.”
“그랬어? 하윤. 대표님 오셨다.”
저 남자는 우리 회사 대표인 ‘강세윤’ 잘 생기고 능력도 좋아, 우리 회사 여직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사람이자. 지금 내가 짝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외모는 우리 회사 모든 여자 직원이 그를 좋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선배 왔어?”
도현이가 선배에게 인사했다.
“그래. 1시간 뒤 회의 시작합니다. 다들 준비하세요.”
선배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
“자. 다들 회의 준비하자.”
“네.”
이 대리는 해맑게 대답했다.
“팀장님. 오늘부터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인 거죠?”
“아마 그럴 거야. 우리가 어떻게 발표하느냐에 따라 정해지겠지?”
이 대리는 긴장한 듯 대답했다.
“정말요? 우리 꼭 오늘 잘 해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우리 오늘 잘 하자. 이 대리는 프레젠테이션 자료 복사해 주고, 한 과장님은 발표 자료 확인해 주세요.”
이 대리와 한 과장님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간 뒤 회의가 시작됐다.
나는 우리 팀이 준비한 자료를 침착하게 발표했다.
발표가 끝이 나고 선배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선배에게 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요. 이대로 진행합시다.”
선배는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있다 오후에 팀장님이랑 저랑 둘이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회의가 끝이 나고 우리는 회의실을 나왔다. 그러고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전. 우리 팀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짝.
“팀장님. 우리 기획 통과된 거예요? 진짜로?”
이 대리는 벅차오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응. 다들 고생했어. 있다가 점심은 내가 쏠게.”
“좋아요!”
“윤.”
저기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도현이었다.
“축하해. 기획안 통과했네?”
“응.”
“잘 됐네. 이제 고생 길 시작이겠다.”
“그렇긴 하지.”
“그래도 수고했다.”
“고마워.”
“그럼 먼저 간다.”
“잘 가.”
도현이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나도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곧 점심시간이 되었다.
“자. 점심 먹으러 갑시다.”
나는 말했다. 우리 팀인 한 과장과 이 대리 그리고 인턴을 데리고 점심을 먹으로 회사 근처 번화가로 향했다.
“다들 뭐 먹을래?”
“전 아무거나 좋아요.”
한 과장이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정말 아무거나 괜찮다는 말이다. 우리 팀은 나 포함 네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 우리 돈가스 먹을까 근처에 맛있는 데 있잖아.”
“좋아요!”
우리들은 근처 돈가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각자 먹고 싶은 걸 시킨 후 나올 음식을 기다렸다.
“다들 수고했어. 덕분에 이번 기획 통과됐네.”
“팀장님도 고생하셨어요.”
“그럼 저희가 할 일은 여기서 끝인가요?”
“당연히 아니지. 지금부터 시작이야. 자세한 건 점심 먹고 대표님이랑 이야기해 봐야지.”
“그래요? 팀장님은 어떻게 될 거 같으세요?”
“응. 내 생각으로는 대표님이랑 내가 주로 작업하고 기획 쪽 일에서 나는 서포트 쪽으로 빠질 거 같아.”
“그렇구나.”
“근데 우리 대표님 너무 잘생기시지 않으셨어요?”
이 대리가 말했다.
“저는 김 팀장님이 더 잘생긴 거 같던데.”
우 인턴이 반박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팀장님은 어떠세요? 대표님이랑 김 팀장님이랑 누가 더 잘생긴 거 같아요?”
‘선배. 당연히 선배. 근데 여기서 티 내면 안 되겠지? 일단 부정하자.’
“나는 잘 모르겠던데.”
“네에? 잘 모르겠다고요?”
이 대리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김 팀장은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건가. 대표님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그렇지 잘 모르겠다니요. 저희 회사 여직원들 죄다 김 팀장님 아니면 대표님 좋아하는데.”
“그렇구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우리는 회사로 돌아갔다. 회사로 돌아가 자리에 앉아 있는데 대표님이 나를 불렀다.
“정 팀장님. 저 좀 잠깐 보시죠.”
“네.”
나는 대표님 방으로 들어갔다.
“하윤. 우선 여기 앉아 봐.”
“응.”
나와 대표님은 같은 학교 같은 과 선후배 사이이다. 졸업하고 2년 뒤 선배가 나에게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라는 재안에 나는 수락했고,
그 이후 같이 일하는 중이다. 그래서 나와 선배는 직원들 앞에서는 존댓말을 하지만 단둘이 있을 때에는 편하게 말한다.
나는 선배 방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선배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팀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우선 너랑 나는 디자인 쪽 맡아서 하고, 너는 기획 부분도 좀 맡아서 해줬으면 좋겠어. 프로그래밍 쪽은 김 팀장한테 맡겨야지.”
‘아싸. 선배랑 같이 작업한다.’
"좋아."
나는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로 말을 이어갔다.
“이번 게임이 회사에서 만드는 두 번째 게임이고 우리 첫 작품의 성과가 그렇게까지 좋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게임은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는 거 잘 알고 있지?”
선배는 단단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응. 알고 있어. 근데 김 팀장 팀도 지금 꽤나 바쁠 텐데. ‘주시 퍼즐’ 이벤트랑 업데이트 때문에.”
“그렇긴 한데. 우선 디자인부터니까 프로그램 쪽은 아직은 급하지 않아. 스케줄 조정만 잘 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러네.”
“너 ‘주시 퍼즐’ 쪽 이벤트 디자인은 다 한 거지?”
“당연하지. 한동안 기획이랑 디자인이랑 다 처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리고 다 확인했으면서 또 그런다.”
“그래도 네 입으로 한 번 더 들어야 안심이 돼.”
'하여간 이런 완벽주의자.'
“선배. 나 내일부터 어디로 출근해야 해?”
“내 방?”
‘뭔 소리야?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지?’
“응?”
나는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 방에 책상 하나 가져와서 같이 하지 뭐. 너랑 내가 제일 많이 소통하면서 해야 하는데. 내 방 만큼 편한 곳이 있어?”
“선배 나 놀리는 거지.”
“아닌데? 진짜야. 내 방에서 나랑 같이 일하자.”
선배는 진지한 못소리로 다시 말했다.
“알겠어. 장비 다 옮겨야겠네. 책상은 선배가 옮겨줘.”
“그래.”
“우리 이 게임 베타 테스트 용 언제까지 만들어야 해?”
“10월.”
“10월? 은근 빡빡하네. 지금 6월이니까.”
“맞아. 우리 속도 좀 내야 해.”
“내일부터 우리 팀은 우선 한 과장한테 맡기고 나는 한동안 디자인에 집중해야겠어.”
“알겠어. 이 기회에 사람도 좀 뽑아서 디자인 팀 좀 만들어야겠어. 언제까지 그 많은 작업을 너랑 나 둘 만 하겠어.”
“맞아. 처음에는 돈이 없어서 선배랑 나랑 둘이서 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까.”
“우선 공고는 올려둘게. 그다음 면접은 너랑 나랑 김 팀장이 보는 걸로. 한 명 정도가 적당할 거 같으니까 그렇게만 뽑자.”
“좋아. 사람 더 뽑으면 우리 사무실 이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그것도 생각 중. 여기 계약도 2달 정도 있으면 끝나서 계약 연장 안 할까 싶어서.”
“사무실 알아보러 다녀야겠네.”
“그니까. 주말에 같이 갈래?”
“응? 갑자기?”
‘오~ 좋지 좋아. 선배랑 단둘이 데이트다~ 신난다~’
“응.”
“알겠어. 그럼 나는 이만 갈게.”
“그래.”
나는 대표실에서 나왔고, 이 대리는 나와 선배가 나눈 이야기가 궁금했는지 나에게 왔다.
“팀장님. 어떻게 됐어요?”
“우선 나랑 대표님이 디자인 맡아서 진행하기로 했어.”
“그래요?”
이 대리는 아쉬운 표정을 하며 말했다.
“응."
“그러고 보니까 저희 디자인 팀은 없네요. 그럼 주시 퍼즐은 디자인은 어떻게 한 거예요?”
“그거? 나랑 선배가 다 했지. 일부는 외주 맡기고. 내 전공이 원래 디자인이라.”
“그렇구나. 그럼 기획은 어떻게?”이 대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하나 꽂히면 제대로 하거든 그때는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하다 보니까 재미있었어.”
“그럼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우선 한 과장이 맡는 걸로 결정될 거야. 완전히 기획 일을 놓지는 않아 건데 우선 디자인이 급하니까.”
“네.”
나는 자리로 돌아가 우리 팀원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내일부터 나는 대표님이랑 우리가 기획한 게임 작업 들어갈 거야. 내가 없는 동안 한 과장이 우리 팀 팀장이니까 잘 부탁해.”
나는 한 과장에게 손을 건넸다. 한 과장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손을 내밀어 나와 악수했다.
“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고. 내가 디자인 쪽으로 간다고 해서 기획 쪽에 아예 발을 빼는 건 아니니까.”
“네!”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처리해야 할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퇴근 시간이 되어 나는 퇴근할 준비를 했다.
“나 먼저 가 볼게. 안녕~ 내일 봐.”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나는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15분 정도 걸리는 나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나는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힘들다. 조금만 누워있다가 밥도 먹고 씻고 집안일도 해야지.
하지만 그동안의 긴장이 풀린 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고는 바로 잠에 들었다.
꿈속. 오늘도 그 남자가 나왔다.
꿈속에서의 배경은 보통 내가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는 곳이 배경으로 나온다. 오늘은 나의 방이었다. 잠시 후 그 남자가 나타났다.
“안녕.”
“안녕! 왔어?”
“응.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
“맞아. 오늘 회사에서 우리 팀이 기획한 기획안이 통과됐거든.”
“그랬어?”
“응. 그래서 기분이 좋아.”
“잘 됐네.”
“그래서 내일부터 지금보다 더 바빠질 거야.”
“힘들겠다.”
“괜찮아.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선배랑 같이 일하는 거도 좋아서 그리고 무슨 일 있을 때 말 들어줄 너도 있어서.”
“그럼 다행이고.”
“맞다. 나 집에 오자마자 잠들었어. 아무것도 안 하고 옷만 갈아입고.”
"힘들었나 보네."
“응. 그런가 봐. 근데 요새는 거의 매일 꿈에 나오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