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싫어?”
“아니? 좋지 매일 있었던 이야기 들어주니까.”
“그럼 뭐 됐어.”
“너는 내 꿈에 매일 나오는 거 안 지겨워?”
“응. 나는 안 지겨워. 내가 좋아서 오는 건데.”
“그럼 좋아.”
“자. 이제 자자.”
그 사람은 다정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응.”
“이리 와.”
나는 그 사람에게 안겼다. 그 사람에게 안기면 하루의 피로가 다 없어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 포근함에 나는 꿈속에서 다시 잠에 들곤 한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시간을 보기 위해 핸드폰을 켰다. 핸드폰에는 선배의 문자가 와 있었고, 문자 내용은 다들 힘들었으니 오늘은 모두 늦게 출근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아. 화장도 안 지우고 잤네. 씻고 뭐라도 먹고 출근해야겠다. 배고프네.”
나는 씻고 밥을 먹고 출근을 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에 가자 도현이의 차가 있었다.
“어?”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윤. 나왔네. 역시 타이밍 잘 맞아.”
“네가 왜 여기 있어?”
“너 어제까지 무리했잖아 선배도 오늘 늦게 나오라고 하기도 했고, 겸사 겸사.”
“오~ 센스 좋은데? 땡큐.”
나는 도현이의 차를 타고 출근을 했고, 출근을 하니 선배는 이미 나와 있었다.
“선배. 일찍 나왔네? 우리한테는 늦게 나오라고 했으면서.”
“그냥 다들 힘들었으니까.”
“덕분에 아침도 먹고 나왔네. 땡큐.”
“응.”
선배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선배 책상은 옮겼어?”
“아직.”
“책상은 왜?”
도현이가 나에게 물었다.
“나 오늘부터 선배 방에서 일하기로 했어.”
“왜?”
“디자인 때문에 둘이서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그때마다 내가 부르기에는 불편해서 그냥 나랑 같은 방 쓰기로 했어.”
“그렇구나. 선배 그럼 나랑 옮기자.”
도현이가 말했다.
도현이와 선배는 책상을 방으로 옮겼다.
“끝.”
“땡큐!”
“예압”
책상을 옮긴 후 방으로 들어갔다.
“오~ 앞으로 선배 방으로 출근하는 건가.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네~ 정 팀장님. 우리 같이 힘내 봅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우리 둘은 눈이 마주쳤다. 그러고는 웃기 시작했다.
‘매일 보지만 잘생겼다.’
“역시 격식 차리려니까 어색해”
“나도 어색하다.”
“회사에서 사람들 있을 때는 존댓말이 잘 나오는데 둘이 있을 때는 잘 안 나온단 말이지.”
“그러게. 장비랑 필요한 거 챙겨서 와. 회의하면서 뭐부터 해야 할지 정해야지.”
“알겠어.”
나는 나의 원래 자리에서 나의 물건들을 챙겨서 선배 방으로 갔다.
그리고 선배가 마련해 준 나의 책상에 앉아 짐 정리를 하였다.
내 자리는 선배 얼굴이 잘 보이는 벽 쪽 자리였다.
‘선배 얼굴 잘 보이네.’
“자. 우선 이리 와 봐.”
선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나는 방 중앙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우선 캐릭터부터 디자인해야겠지? 저번에 기획안에 있던 캐릭터들 괜찮았어.”
“그래?”
“응. 조금 더 다듬으면 될 거 같더라.”
“초기 캐릭터는 속성별로 최소 10명 정도 있어야 하고 속성이 6개니까.”
“생각보다 그릴 게 많네.”
“응. 최소 60명.”
“일러도 해야 하니.......... 스토리는.”
“스토리는 저번에 짠 거 토대로 여러 가지로 뻗어나가면 될 거 같고. 이 부분은 우선 기획팀한테 맡기고 아이콘들도 내가 만들게. 배경이랑.”
“이거 진행하려면 야근 꽤나 해야겠는데?”
“아마.”
“선배. 우리 얼른 인원 좀 뽑자. 외주 돌리는 거보다 나을 거 같은데.”
“알겠어. 이력서 들어오고 있어.”
“응.”
바깥에는 직원들이 왔는지 시끄러웠다. 그리고 잠시 후 이 과장이 방으로 들어왔다.
“어? 이 과장. 왜? 무슨 일 있어?”
“저기. 저희 팀 이제 무슨 일해야 하는지 안 알려 주셔서.”
“아. 맞다. 이번 게임 캐릭터 스토리랑 ‘주시 퍼즐' 쪽 이벤트도 꾸준히 부탁할게. 꾸준히 나한테 보고 해 줘. 진행 상황 봐서 힘들겠다 싶으면 내가 처리해서 넘겨줄게.”
“네.”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 여기 와서 물어봐. 알려줄게.”
“네. 그럼 이만.”
“그래.”
이 과장은 방을 떠났다.
‘할 일이 너무 많다. 일러에 캐릭터 배경 아이콘까지. 한동안 야근 확정이군.’
“선배. 배경 작업 끝내면 말해 줘.”
“응.”
나는 이어폰을 꽂은 채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은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 도현이가 방으로 들어왔다.
똑. 똑.
“선배. 안녕. 하윤. 퇴근 안 해?”
“응. 일 조금 더 하고 가려고.”
“그래? 알았어. 아 참. 우리 내일 친구들 만나는 약속 있는 거 알지?”
“그게 내일이야?”
“응. 내일이야. 내일 아침에 너희 집으로 데리러 갈게. 같은 차로 가자.”
“알겠어. 있다 연락할게.”
“안녕. 대표님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도현이는 방에서 나갔다.
“내일 무슨 약속 있어?”
선배가 물었다.
“응. 고등학교 때 친구 중에 한 명이 집들이한다고 해서 거기 가려고.”
“그래?”
“응.”
“근데 왜 도현이랑 같이 가?”
“술 마실 거라서 내 차 가지고 가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
“응. 나는 거기서 자고 올 확률이 높거든.”
“왜?”
“친구가 이번에 우리 집 근처로 이사했어. 그래서.”
“그렇군. 술 많이 마시지 마.”
“많이 마실 거 같은데.....”
“건강 해친다.”
“아직 선배보다 내가 더 젊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네~ 오늘따라 왜 그러실까. 잔소리가 심하네?”
“알겠어. 그만할게.”
'오늘 선배 뭔가 이상해.'
“저녁 안 먹어?”
선배가 물었다.
“먹고 싶은데 나가기 싫어.”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라도 사 올게 기다려.”
“응. 나 좋아하는 거 뭔지 알지?”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곤 저녁을 사러 밖으로 나갔다.
나는 다시 일을 했고 시간이 지나자 선배는 먹을 것을 사서 왔다. 선배가 오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중앙에 있는 소파에 앉았고 선배는 샌드위치와 자몽에이드를 나에게 건넸다.
“자.”
“감사합니다.”
“역시 선배 내가 좋아하는 거 딱 사 왔네.”
“그렇지. 학교 다닐 때 자주 같이 점심 먹었는데.”
“맛있다.”
“일은? 거의 다 했어?”
“오늘 할 분량은 거의 다? 한 30분 정도만 하면 될 듯. 선배는?”
“나도.”
“얼른 먹고 일해서 퇴근해야지. 다른 직원들은 다 퇴근했지?”
“응. 우리만 남았어.”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렇게 대화를 하며 나는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나의 자리로 돌아가 나의 일을 했다. 예상대로 30분 정도 지나자 나는 나의 할 일을 다 마쳤고 퇴근할 준비를 했다.
“선배 나 간다.”
“같이 가. 나도 끝났어.”
나는 선배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잘 가.”
“선배도 안녕~”
선배와의 인사를 끝으로 나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나는 씻고 저녁을 먹은 후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나올까?”
사실 나는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꿈에 나온 후 나는 단 한 번도 수면제를 먹은 적이 없다.
그전에는 잠드는 시간이 가장 두려운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나는 잠에 들었다. 오늘은 그 남자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 뒤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에는 어제 약속한 도현이가 차를 가지고 나와 있었다.
“요!”
“안녕. 먼저 나와 있었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어.”
나는 도현이의 차에 탔다.
“출근하기 싫다.”
도현이가 불평하는 말투로 나에게 말했다.
“나도. 요새 할 일이 너무 많아.”
“너는 기획팀 일도 아직까지는 계속해야 하지?”
“아직이 아니라 계속 기획도 같이 볼 거 같은데... 디자인만 해도 힘든데...... 근데 너도 만만치 않을 텐데.”
“그러게? 이번 업데이트 끝나면 지금 새로운 거 하고 또 꾸준히 버그들 있을 테니 그것도 있고 많구나.”
“힘내자.”
“오늘 스트레스 풀어야지.”
“좋다. 오늘 제대로 풀고 오자.”
“오늘 재미있겠는데.”
“우리 애들 오랜만에 만나는 거지?”
“응. 거의 6개월? 다들 바빴으니까.”
“그러네. 오래됐네.”
이야기를 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
나는 도착해서 일을 하였고, 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다.
“선배. 오늘은 먼저 가볼게. 월요일에 봐.”
“그래. 아. 윤. 우리 내일 보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맞다. 안녕~”
나는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와 자 앞에서 도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미래네 집으로~”
나는 도현이의 차를 타고 고등학교 친구인 미래네 집으로 향했다. 미래의 집에 도착하자 미래는 우리를 반겨 주었다.
“얘들아~보고 싶었어~”
나는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했다. 미래네 집에는 이미 상현이와 정민이가 와 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나까지 5명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사이다.
“요!”
“도현이도 오랜만.”
“안녕.”
“다들 잘 지내셨는가.“
“당연하지.”
미래가 말했다.
“미래. 요새 연재하는 웹툰 잘 보고 있어.”
미래는 현재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작가이다.
“고맙군.”
“거기 나 닮은 캐릭터도 있는 거 같던데.”
나는 미래에게 말했다.
“맞아. 우리 이야기를 토대로 썼지.”
“그거 보니까 고등학교 때 생각 많이 나더라.”
“나도 그거 봤어. 우리 고등학교 때 에피소드 꽤나 많던데?”
상현이가 말했다.
“우선 먹으면서 놀자.”
미래는 준비한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자. 오늘은 나도 마감했고 직장인 들도 내일 주말이니 실컷 먹고 놀자고.”
“좋아!”
“건배 한 번 할까?”
짠~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샤부샤부 맛있다!”
“다행이다. 하윤이 많이 먹어. 뜨거우니까 조심하고.”
미래가 말했다.
“네~”
“내가 덜어줄게.”
도현이는 나의 그릇에 음식을 덜어주었다.
“감사합니다.”
“하윤. 너 요새 몸은 좀 괜찮아? 술 마셔도 돼?”
정민이가 내게 물었다.
“응. 괜찮지. 약은 계속 먹긴 하는데 많이 줄었어.”
나는 중학교 때의 있었던 일로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아 공황장애와 불안증을 앓고 있다.
“다행이다. 몸 관리 잘 못해서 괜히 쓰러지지 말고.”
“야. 나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들 하지 마.”
“그래. 그래. 도현이 너 있으면 안심이지. 네가 고생이다.”
정민이는 안심한 듯 내 건강에 대한 질문을 멈추었다.
“그렇긴 하지. 이제는 익숙해져서 괜찮아. 애 하나 키우는 기분?”
“그거 알지. 그래도 그 기분 나쁘지 않아. 솔직히 내가 즐기고 있는 기분이라.”
"맞지.“
친구들은 서로 공감하며 말했다.
“고맙구려. 나 챙겨줘서.”
우리는 마주 보며 웃었다.
“나 너희 회사에서 만든 게임 하고 있는데 재미있더라?”
미래가 이야기했다.
“주시 게임 그거 재미있더라?”
“후후 내가 신경 많이 쓴 게임이지. 내가 그런 게임 좋아하니까.”
“그거 그래픽은 내가 다 만들었다.”
도현이가 말했다.
“이 게임 만드느라 내가 디자인 수정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
“그럼 그럼.”
“디자인 때문에 프로그래밍은 얼마나 수정했게."
"도현. 네 의견은 안 들어가? 너도 회사에서 꽤나 위치가 높잖아"
"그렇지 그런데 센스나 이런 건 타고 나야 하는데 그런 건 확실히 하윤이랑 선배가 뛰어나서 그대로 따르는 거지"
“이번에 만드는 게임 장르는 어떤 거야?”
정민이가 물었다.
“RPG!”
“오~ 정말 새로운 장르네?”
“응. 이번 거는 선배 꿈.”
“오~”
“상현이는 연구실 계속 다니고 있는 거야?”
도현이가 물었다.
“응. 나도 조금만 있으면 프로젝트 하나 끝난다.”
“진짜? 어떤 프로젝트인데?”
“도파민으로 천연 우울증 치료제 만드는 연구.”
“오~”
“생각보다 결과가 좋아서 거의 다 끝냈지요~”
“잘 됐네. 그럼 한동안은 여유 있겠네”
“맞아. 나 말할 거 있는데.”
“뭔데?”
“나 결혼해.”
“뭐어?”
나와 친구들은 놀란 표정으로 상현이를 바라보았다.
“그럼 선배랑 결혼하는 거야?”
상현이의 남자친구는 나와 같은 과 선배이자 세윤 선배의 친구였다. 나와 친한 선배이고 좋은 사람이라 상현이에게 소개해 줬는데 결과가 이렇게 됐다.
“선배는 나한테 그런 말 없었는데?”
“내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 내가 너한테 직접 말하고 싶다고.”
“잘 됐다. 진짜.”
“상현. 축하한다.”
도현이가 말했다.
“오~ 우리 중에 네가 제일 빨리 결혼하네? 나는 도현이랑 하윤이가 제일 먼저 결혼할 줄 알았는데.”
“응? 나랑 하윤이가?”
“왜?”
나는 놀란 표정으로 미래에게 물었다.
“너희 모르지 고등학교 때 너희 사귄다는 소문 엄청 돌았던 거.”
“진짜?”
“응. 도현이가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너를 챙겼잖아.”
“그건. 나 중학교 때 일 때문에 심리 상태가 불안정해서 우리 엄마가 도현이한테 부탁해서 그런 거지.”
“우리야 알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냥 둘이 사귀는구나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우리도 처음에는 너희 둘이 사귀는지 알았잖아.”
“하긴 그러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너희는 그렇게 지내면서 서로 감정 같은 거 든 적 없어?”
“나는 없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없는 거로 치자.”
“응?”
나는 놀란 표정으로 도현이를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표정을 무시한 채 대화를 이어갔고, 술을 마셨다. 시간이 지나 술자리는 끝이 나고 나는 나의 집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떠보니 나의 침대 안에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