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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스 강가에서
작가 : 애플타운
작품등록일 : 2016.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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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강가에서의 울음소리 (2)
작성일 : 16-05-26     조회 : 92     추천 : 0     분량 : 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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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드린느는 이 여자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까지 봐오던 사람들과는 다른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발그레한 뺨에 하트형 얼굴도 흔하지 않았지만, 아몬드 모양의 파란 눈동자는 사람을 한 눈에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금발이었다. 눈썹도 똑같이 금색이었다.

 

 

 가발이 아닌 천연 금발을 가진 사람은 처음 본 마드린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한참 쳐다보다가 이내 곧 무례하게 행동했다는 걸 알고서는 무안해했다.

 

 

 

 

 “미안해요. 제가 시골에서 올라온 촌사람이라 금발은 처음 보네요. ”

 

 

 

 “괜찮아요. 이게 흔한 머리색은 아니죠. 종종 있는 일이에요. 이름이 마드린느라고 들었어요. 전 ‘알피 아네모네’ 에요. 사실 아네모네는 진짜 성이 아닌데, 그냥 제가 붙였어요. 그냥 ‘알피’ 라고 소개하는 것보다 성까지 해서 ‘알피 아네모네’ 라고 하는 게 더 격식 있어 보이잖아요? 작년에 성인이 됐을 때 붙인 건데, 미들 네임도 붙일 까 하다가 너무 긴 것 같아 그만뒀어요. 전 21살이에요. 언니라고 들었는데, 그냥 편하게 ‘알피’ 라고 부르세요.”

 

 

 

 “그래요. 전 마드린느 테르피에요. 22살이고, 오늘부터 일하게 됐어요. 아직 아무것도 모르네요. 잘 부탁해요.”

 

 

 

 “말 놓으셔도 되요. 제가 동생인걸요? 그런데 언니는 ‘테르피’가 진짜 성인거에요, 아니면 저처럼 붙인건가요? ”

 

 

 

 “아, 이건 그냥 어머니 성을 따른 거라서… 아마 어머니가 그냥 지으셨을 거야. ”

 

 

 

 “이쁘네요. 진짜 귀족 혈통 같아요!”

 

 

 

 “그래? 고맙다. 그런데 여기서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거야?”

 

 

 

 “아, 그건 아니지만… 지금은 둘만 있으니까요! 준비 다 하신거죠? 절 따라오세요!”

 

 

 

 알피는 귀엽고 상냥했다. 입에는 갓 따낸 복숭아 같은 미소가 걸려 있었고, 오후 2시의 햇살처럼 밝았다.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다행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도감이었다. 여기서까지 쓸쓸하게 일만 하다가 지내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자금을 모으고 나이가 들면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떠나겠지만, 여기서 보낼 시간들이 이왕이면 즐겁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으면 했다. 방금 좋은 사람을 만났다. 저택은 아주 넓다. 이 곳의 모든 사람들이 마드린느에게 호의적일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중에 몇 명쯤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인들의 아침식사는 가벼워야 한다는 이론으로 시작됐다. 빠르고 간단한 식사를 해야 저택이 잘 돌아가기 때문이라나. 따뜻한 차에, 보드라운 빵 몇 조각에, 올리브유에 양상추, 당근, 오이, 건포도 등을 올린 샐러드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아침 식사는 항상 같다고 했다.

 

 

 

 “질려도 할 수 없지 뭐에요. 불평했다가 이것도 안 주면 어떡해요. 이게 다 반 집사님이 아침 식사를 안 하시기 때문이에요.”

 

 

 

 “아, 그분은 아침 식사는 항상 거르셔?”

 

 

 

 “제가 여기 온지 거의 일년 다 되가는데, 그 동안 한 번도 아침 식사를 하시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나이 드신 사용인분들도 거의 아침 식사를 안 드시더라구요. 예전부터 저택에 일했다는 사람들도 그렇구. 저희 같이 새로 오거나, 젊은 사람들만 거의 먹더라구요. ”

 

 

 

 “오래 먹으면 헛배가 부른가보다. 아니면 너무 오래 먹어서 안 먹어도 먹었나? 하고 착각들 하나보지 뭐.”

 

 

 

 

 “어머, 언니도 참! 식사 다 하셨으면 이제 저희 청소하러 가야 돼요. 식사 시간을 오래 끌거나 잡담하는 거 반 집사님한테 걸리면 별로 안 좋아하시거든요. 아침에는 여기가 좀 빡빡해요. 주인 내외분들이랑 자녀분들 식사는 준비가 오래 걸리기도 하고, 들고 올라가기까지 해야 하니까요. ”

 

 

 

 “그래, 일어나자. 나도 다 먹었어.”

 

 

 

 

 부엌에서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윗사람들에게 올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하녀들을 도왔다. 홍차에 우유를 넣은 부드러운 밀크 티를 도자기 잔에 준비했다. 식기와 쟁반은 모두 은이었다.

 

 

 

 “은이 비싸서 아무나 쓸 수 없기는 하지만, 단지 부유함을 과시하거나 하급 계층사람들과 차별점을 두려고 은식기를 쓰는 건 아니야. 독이 닿으면 은의 색이 변하거든. 적어도 독살 당할 위험은 없는거지.”

 

 

 

 티그리스 가문의 초창기 때부터 음식을 만들어왔다는 제이 아줌마는 미세한 표정의 변화도 없이 재료를 손질하며 은식기에 대해 알려주었다.

 

 

 

 

 오랫동안 쌓인 유려한 솜씨로 준비한 오늘의 아침 메뉴는 치즈의 여왕이라 불리는 브리치즈, 고르곤졸라, 로케포르 블루 치즈를 곁들어 먹을 수 있게 준비했고, 빵은 바게트와 크루아상과 버터 향으로 가득한 브리오슈를 내놓았다.

 

 

 

 다른 요리사들도 분주하게 각기 맡은 요리들을 내놓았다. 살라미, 부르스트 소시지, 스펙 베이컨이 김을 모락모락 내뿜으며 접시에 놓여졌다.

 

 

 

 홍합을 백포도주에 찐 물 마리니에르와 수탉을 포도주로 찐 코크 오 뱅이 메인으로 크게 준비되었고, 단 맛을 좋아하는 안주인님을 위해 색색의 설탕으로 재주를 부려 만든 토끼모양의 사탕 과자가 나왔다. 노란 색감과 바삭해보이는 가장자리를 자랑하는 에그 타르트가 이어 나왔다. 그 옆에는 재빠르게 포크, 식탁보, 냅킨이 준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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