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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스 강가에서
작가 : 애플타운
작품등록일 : 2016.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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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잘생긴 호위무사 (2)
작성일 : 16-05-30     조회 : 491     추천 : 0     분량 :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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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봐, 이 마차의 이름이 뭔지 아나? ”

 

 “ 한낱 하녀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

 

 “ ‘검은 말이 이끄는 마차’ 지. 실제로 검은 말이 이끄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에도 말이야! 로첸 티그리스는 백마를 좋아하거든. 파도의 부서지는 물살 같다나 뭐라나. ”

 

 “ 영주님은 안 타시는 마차인가보죠? ”

 

 여전히 창 밖을 바라보며 대충 대꾸를 해주고 있었다.

 

 ‘ 뭐가 이렇게 말이 많아… 귀찮네. ’

 

 속으로 끙-하는 소리가 절로 났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 테르피, 이 마차는 단순히 하인들만 타는 마차가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이름까지 붙여줄리가 없지. 아니, 사실 마차 이름은 내가 붙인거지! 어때? 그럴싸하지 않아? ”

 

 “ 아, 그랬군요. 처음 들어봤는데, 나쁘지 않네요. ”

 

 “ 아마 넌 여기 저택에 오는 길을 하나도 모를거야. 그러니 다른 곳에서 저택으로 갈려고 해도 갈수가 없지. 저택은 산 깊숙한 곳에 소리없이 숨어있으니까. ”

 

 “ 그쪽은 길을 잘 아시나봐요? ”

 

 “ 오는 내내 계속 졸렸겠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그게 돼지 사육처럼 반복됐을거야. ”

 

 뜨끔했다. 눈이 커졌고 순간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럴 줄 알았다고, 내가 맞다는 식의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가 계속됐다.

 

 “ 이런 적은 처음이라 집사양반에게 말해봐도 긴장이 풀렸다더니, 이런 일은 종종 있었다면서 안심시켰겠지. 거기서 딱히 뭘 의심하기는 어렵지. 거기서 뭘 눈치챘다고 해도 할 일은 없고 말이야. ”

 

 “ … 당신도 그런 방법으로 이 저택에 왔나요? ”

 

 “ 저택에서도 재미가 없었지? 사람 사는 것 같지도 않고. 티그리스 가문 사람들은 모시는 사람들만 모시니까 얼굴 한 번 볼 수도 없었고, 다른 하인들은 별 말이 없었을거야. 그러다가 만찬 한 번 먹고 갑작스레 마차나 탄 거겠지. ”

 

 “ 그래요, 그래서 생판 모르는 남한테서 제 과거사를 듣고 있죠. 보아하니 그냥 호위무사가 아니신 것 같은데, 우린 어딜 가는거죠? ”

 

 “ 여신한테 제물을 바치러 가는 거야. 티그리스 가문은 일 년에 한 번씩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거든. 그들이 받은 부와 명예, 권력, 명성, 저택… 그게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지. 다 여신의 수호가 있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던 거야. ”

 

 이 사람은 저택의 이야기꾼이 분명했다.

 

 영주들의 파티에서 즐거움을 담당한다는, 아주 터무니없는 얘기도 맛깔나게 연기까지 해 가며 사람들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한다는 재능의 소유자들.

 

 항상 모든 마을에서 이야기꾼 노릇을 할 수는 없을 테니, 이런 호위무사 일도 하고, 여러 잡일을 해가며 돈도 모으고 또 쉽게 벌었으니 그만큼 펑펑 쓰기도 할 테다.

 

 그러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 여러 지역의 이야기도 듣고 모으고 하며 사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할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 이런 새벽에요? 어머, 여신이 졸려서 짜증을 내지는 않을까요? ”

 

 “ 여신을 만났을 때가 새벽이었거든. 그녀를 만나기에는 아주 제격인 시간이지. ”

 

 “ 제물은 어디에 있는데요? 먼저 보냈나요? 착한 사람한테만 보이나? ”

 

 내맽는 말마다 시니컬하게 족족 받아치는 마드린느에게 진지한 얼굴로 사내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지금 내 앞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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