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빈 교사에서 소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좋아. 다시 한번 확인하자. 그 애가 좋아할 향수는 뿌렸고."
"그렇지. 그 애가 좋아하는 라벤더 향 향수도 뿌렸지 강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향이나는건 구하기 힘들었지.."
"그리고, 동아리는 이제 끝나고 혼자서 교실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도 체크했고."
"남들이랑 같이 정리하면 좋을 텐데 항상 자기 혼자서 하잖아. 뭐, 그 덕분에 고백하는데 더 수월해졌지."
"그리고 그 애의 교실에서 한 층 아래에 있으니까 그 애가 내려올 때 그 애를 올려다보면서 고백하면 모든 게 완벽해."
"당연하지 넌 언제나 예쁘지만 위에서 올려다보는 모습은 그 어떤 남자가 반하지 않을까. 애초부터 그 애랑 넌 미묘한 관계였으니까 분명히 성공할 거야."
소녀는 그제야 자신이 교실에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놀란다. "깜짝이야! 너였구나. 대체 언제부터 같이 있던거야?"
"언제부터냐니 난 처음부터 같이 있었다고."
소년은 자신을 지금까지 알아채지못한 소녀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랬구나. 미안 지금 너무 긴장해서 있는지도 몰랐어. 정말로 괜찮을까? 내가 싫다고 하진 않을까?"
"문제없어.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도와주는 거니까. 게다가 한 소녀가 먼저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하는데 그걸 거절할 정도로 강심장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소녀는 정말로 그 애가 자신을 좋아할지 걱정하며 다시 손녀에게 묻는다. "그럴까? 정말 날 좋아해줄까?" 소년은 계속 자신없어하는 소녀의 모습이 답답하고 안타까워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그럴거야. 그도 그럴게 내가 널 조..." 큰일날뻔 했다. 하마터면 소년은 자신의 본심을 소녀에게 들어낼뻔 했다. 하마터면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고 소녀가 혼란해져서 지금까지 준비한 소녀의 고백이 허투로 돌아갈 뻔 했다.
"조?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조력하니까! 하하하! 절대 실패하지 않을거야. 넌 할 수 있어."
"뭐야, 갑자기." 소녀는 소년의 절체절명의 실수가 낳은 말장난아닌 말장난에 작은 웃음을 터뜨리며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그때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애가 온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정말로 잘할 수 있을까? 잘못하다 내일 모두에게 알려져서 놀림받으면 어떡해?" 소녀는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소년은 소녀에게 "지금 하지않으면 다른 사람이랑 이어지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소녀는 소년의 말을 듣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 사람이 자신이 아닌 다른사람과 함께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용기를 되찾는다.
"그건 싫어! 그 애는 내거야!"
"갑자기 용기있는대답인데. 힘내." 소년은 소녀의 용기를 되찾은 소녀의 모습에 기쁘면서 한편으론 소녀의 용기있는 대답에 마음이 아파왔다.
"고마워. 덕분에 힘이 났어. 나중에 잘되면 밥한번 살게!"
"그래...."
소녀는 용기를 갖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 애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소녀는 소년이 계획한 대로 계단에서 그 애를 만난다.
"어라? 아직도 돌아가지 않았던거야? 늦은시간까지 뭐하고 있었어?"
"저기. 잠깐 할 말이 있어." 소녀는 속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준비해온 모든 걸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빈 교실에서 혼자 연습하던 자신의 고백을 보고 도와주겠다는 소년과 함께한 시간을 생각한다. '어라, 그게 누구더라.' 소녀는 갑자기 누군가를 잊어버린 느낌을 느낀다.
"저기. 방금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소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소년을 올려다보며 소년에게 말한다.
"지금껏 계속 좋아해 왔어. 나랑 사귀어줘!"
소년은 소녀의 대답에 눈이 커지며 어딘가에서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라벤더향을 맡으며 진정하면서 "앞으로도 잘 부탁해." 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럼..." 소녀는 소년의 대답에 너무나도 기뻐서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런 대답은 남자가 먼저 해야하는데 대단하네."
"아니야! 누가 도와준거야. 그래서 가능했어."
"누가 도와준거라고? 누가?"
소녀는 자신을 도와준 소년의 이름을 말하려했지만 완전히 소년의 이름도 얼굴도 소년과 함께한 시간도 잊어버리게 되어 "내 안의 요정이 날 도와줬어?" 라는 어이없는 대답을 한다.
"네 안의 요정이? 재미있네. 지금까지 혼자 기다리던거야? 시간도 늦었는데 바래다줄게."
"그, 그래? 고마워!" 소녀는 속으로 환호를 지르며 소년과 함께 교문을 나서던 중 뒤를 돌아 자신이 소년을 기다리던 빈 교실을 바라본다. 빈 교실은 어두울 뿐이었다.
"왜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소녀는 소년과 함께 교분을 나서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축하해. 네 사랑을 이뤘구나. 앞으로도 행복해."
교복을 입은 소년의 모습은 점점 변하더니 소녀의 고백을 도와주던 소년의 모습은 사라지고 정장을 입은 누구나 본다면 반할만한 모습의 청년으로 완전히 변했다. 이번의 일도 끝났나. 이번엔 약간 우유부단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군. 하지만 그런 모습도 귀여웠지.
청년은 과거 인간과 사랑을 한 벌로 자신이 사랑한 인간에 대한 기억을 잃고 인간의 사랑을 이뤄주되 자신이 그 인간을 짝사랑하게되는 벌을 받게되었다. 청년은 자신이 사랑한 연인에 대한 마음은 잊지만 함께한 모든 기억은 잊은채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이뤄주며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에 대한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한 채 살아간다.
다시한번 소녀와 함께한 추억을 생각해본다. 소년의 몸이되어서 소녀를 며칠간 관찰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 맡을 대상이란걸 알지만 대상이 누굴 좋아하는진 모르기때문에 힘들다. 어떤때는 절친한 친구라 인식하게 정신을 조작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도 알아낼 수 없어서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대상의 정신을 조작해 좋아하는 대상을 알아내기도 했다.
이번엔 누굴 좋아하는지 누가봐도 한분에 알 수 있더서 수월했지만. 며칠간 관찰했던 소녀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친해진다면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소극적인 소녀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을 위해서 고백을 연습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내가 소녀와 함께한다는 것만이 사랑이 아닌 소녀의 사랑을 위해서 소녀를 도와주는것도 사랑이기에 소녀의 사랑을 위해 소년도 관찰했다.
내가 사랑하는 소녀가 사랑하는 사람. 누구보다도 가장 싫고 증오스러운 사람이지만 소년도 소녀에게 마음이 없지는 않는듯 했다. 하필이면 소녀와 소년은 같은 반 이어서 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보며 벅차오르는 마음을 억누르고 이어주기위해 고군분투했다.
소녀의 고백이 완벽히 성공하기 위해선 소녀가 좋아하는 소년의 마음도 알아야하기에 소년과도 친해져서 소년의 취향을 알아냈다. 소년은 라벤더향을 좋아하고 방과후 동아리의 부장을 맡고 있어 늦은 방과후에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과 항상 자신이 뒷정리를 한다는걸 알아냈다.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소녀가 고백할 시간, 위치를 계획했다. 소년이 좋아하는 라벤더향 향수를 위해 직접 강하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향수를 위해 직접 향수를 만들었다. 모든건 소녀를 위함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언제나처럼 성공이었다. 소녀에게 자신과 함께한 기억을 지우는 마지막은 몇번을해도 새롭게 가슴이 아파온다. 소녀의 고백은 교실에서도 들여왔다. 소녀가 자신의 마음속의 요정이 도와줬다고 했을땐 무엇보다도 기뻤다. 소녀가 그렇게라도 자신을 기억해준데에 보람이 들었다.
소년이 소녀의 고백을 거절하지 않으리란건 이미 알고있지만 내 귀로 직접듣는건 슬프다. 소년이 소녀에게 잘 부탁한다며 인사할때 나도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지 않을거라 다짐했건만 눈물이 흘러나오는건 참을 수 없었다. 소녀가 소년과 교문을 나서는 모습을 교불이 꺼진 교실에서 지켜봤다. 소녀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교실을 바라볼땐 숨고싶지 않았다. 이제 난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또다른 누군가의 사랑을 도와야 하겠지만 난 내가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던 사람들과 소녀를 잊지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