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완결)바탈스톤(부제: 영웅의 돌) 1
작가 : 박지숙
작품등록일 : 202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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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_001_002_14_그들이 찾는 김탄은 지금 납치와 감금 중.
작성일 : 23-03-20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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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얼굴이 깨끗해진 은비칼은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듯 씩씩거리는 나채국과 오강심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미안합니다. 나 채국. 오 강심 씨. 그렇지만 그렇게 힘들어하지 마세요. 휴가와 보너스 인상은 힘들어 졌지만 여러분이 요구하셨던 콘서트 티켓과 드론 정도는 제가 반드시 사 드리겠습니다.

 이건 하늘에 대고 맹세합니다. 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명예까지 걸겠습니다.”

 

 순간 육식 공룡에서 순진한 어린양처럼 변한 나채국.

 그의 표정 변화가 참 드라마틱 하다.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을 배우나 할 수 있는 나채국의 표정 변화에 적잖이 놀란 은비칼.

 그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채국이 도로 자리에 얌전히 앉아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화가 풀리신 겁니까?”

 

 “네. 그럼 됐어요. 그거면 되죠. 뭐.”

 

 “정말 드론이면 된다고요?”

 

 “네.”

 

 나채국의 변화에 믿을 수 없었던 은비칼이 그의 옆에 앉은 오강심을 쳐다보았다.

 나채국은 됐다는데 너는 어떠냐 라는 표정으로 보자 오강심이 수줍게 한 손을 들어올리며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했다.

 

 “저도 팀장님의 의견에 백 퍼센트 동의합니다.”

 

 “정말 오강심씨도 대박 소년단의 티켓이면 된다고요?”

 

 은비칼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오강심.

 순간 찾아 온 평화, 안정, 그리고 화합.

 

 이렇게 간단하게 찾아오다니.

 

 은비칼은 지금 너무 기쁜 나머지 얼굴에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슴 속에서 저절로 뿜어 나오는 그들의 대한 고마움.

 

 겨우 드론과 아이돌 콘서트 티켓에 휴가와 보너스 인상의 불발에 대한 불만을 멈춰주다니.

 그렇게 심하게 일을 시켰었는데..

 그런데 그들이 원하는 보상이 참 소박하다.

 참으로 착하고 괜찮은 나채국과 오강심.

 은비칼은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인성에 심히 감격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이 자신의 부하직원이라는 사실마저 너무 자랑스러웠던 은비칼은 그의 입에서 칭찬이 그도 모르게 절로 흘러나왔다.

 

 “두 분 다 아주 마음이 넓으시군요.”

 

 나채국이 대꾸했다.

 

 “합리적인 거죠.”

 

 

 합리적?

 사소한 것에 큰 보상을 포기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나채국의 말에 의아했던 은비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비칼은 지금 그의 말이 이해가 안 갔지만 뭐, 그래도 좋았다.

 더 이상 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가지지 않아도 된 것이기에.

 

 은비칼은 너무 기쁜 나머지 연신 히죽히죽 웃으며 마저 밥을 먹기 시작했다.

 고민거리도 해결됐고 걱정거리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이것과는 별개로 궁금했던 게 하나 있었는데 그게 자꾸 머릿속에 맴돈 은비칼이 나채국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나 채국씨는 똑똑하신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치매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얘기할 수 있죠? 저기.. 아밀로이드 펩타이드가 효소인가요?”

 

 “아니요. 단백질이요.”

 

 “하. 그렇군요. 똑똑해서 부러워요. 정말. 하하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그게 무엇이든 답해드리죠.

 은비칼이 생각하는 나채국을 표현하는 문장이다.

 

 어쩜 그렇게 뭐든 물어 보면 퀴즈 쇼 왕중의 왕처럼 대답할 수 있는지.

 심히 부러웠던 은비칼의 말에 외려 나채국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대꾸했다.

 

 “똑똑하다고 별로 좋을 것도 없어요. 전 오히려 실장님 얼굴로 딱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한 번 살아보고 싶어요.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하거든요.”

 

 이게 바로 한국의 오고 가는 정이지.

 칭친을 보내니 칭찬이 돌아오는구나.

 

 하지만 나채국이 보낸 은비칼의 대한 칭찬은 그가 그리 썩 좋아하지 않는 말이었다.

 은비칼이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하이고, 별로 좋은 것도 없어요. 나채국 씨. 하하하.”

 

 “그래요? 왜죠?”

 

 “오히려 여성분들이 자꾸 전화번호를 물어봐서 무척 귀찮을 뿐입니다. 제발 그런 일 좀 안 당했으면 좋겠어요.”

 

 은비칼의 말에 순간 나채국은 입에 머금고 있었던 국이 쏟아져 나왔다.

 너무 놀라 자기고 모르게 입을 떡 벌려서 그랬던 것.

 

 그런 그를 앞에서 보고 있었던 오강심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체 은비칼이 쓰다 만 물티슈를 나채국에게 건네며 중얼거렸다.

 

 “더럽습니다. 팀장님.”

 

 오상심의 센스에 고맙다는 눈빛을 보낸 나채국은 말없이 티슈로 입과 옷에 흘린 국을 닦았다.

 순간 그의 뇌리에 스친 한 생각.

 

 “이런, 핵심을 놓치고 있었네.”

 

 “뭘요? 어떤 핵심을 말하죠? 나채국 씨?”

 

 은비칼의 물음에 나채국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어리벙하게 고개를 갸웃대던 은비칼에게 오강심이 나채국 대신 대답을 했다.

 

 “늑대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 맞다. 그 얘기를 까먹고 있었군요.”

 

 은비칼의 말에 갑자기 눈이 초롱초롱해진 나채국이 호들갑을 떨며 질문을 했다.

 

 “잡았죠? 실장님.”

 

 “네 그렇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아주 포악해 잡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은비칼의 말에 오강심과 나채국의 표정은 이내 굳어졌다.

 잡기 힘든 늑대라면 더 잡기 힘든 김탄일 거다.

 

 단지 칼에 찔리지 않는 늑대도 잡기 힘들었다는 데 사람을 손으로 밀치는 것만으로 멀리 날려버리는 초능력을 가진 김탄은 더더욱 잡기 힘들 터.

 

 그렇다면 휴가도 보너스도 멀어지는 것 뿐더러 앞으로 김탄을 잡기 위해 저녁이 없는 삶은 계속 된다는 뜻이다.

 

 두 명의 괴물 중 남은 한 명.

 김탄.

 

 그를 잡아야 이 세상에 종말이 오지 않는다는 큰 의미보다

 오강심과 나채국은 그를 잡을 때까지 야근을 멈추지 못한다는 침울함에 이후의 식사는 아주 조용히 마무리 되었다.

 

 또한 식후 휴식도 침울하고 우울하며 조용하게 끝났다.

 

 여느 때 같으면 촐랑대는 나채국과 자발스러운 은비칼의 콤비에 나무라는 오강심으로 떠들썩한 점심시간 펼쳐졌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들은 때가 되자 다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처량하게 전산실로 향했다.

 김탄을 찾기 위해.

 

 

 

 ***

 

 대체 여긴 어디일까?

 대체 왜 난 여기에 갇혀 있는 것일까?

 내가 뭘 잘못한 있는 걸까?

 그럼 그 잘못이 뭘까?

 

 지금 김탄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 중이다.

 그는 박토의 집 건넌 방에 감금되어 있다.

 감금 된 처지에 맞게 방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아무리 둘러 보아도 여긴 정말 후진 곳이다.

 대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왜 날 납치를 하고 감금까지 한 걸까?

 

 계속 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김탄은 지금 머리가 아프다.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자 김탄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화들짝 놀라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놀란 가슴 진정시킨 그가 방문을 쳐다보자 그를 죽이려고 했던 자 박토가 서 있었다.

 

 “나와!”

 

 무서운 그의 모습에 또 무섭게 소리치는 그의 목소리에 김탄은 그냥 고분고분 따랐다.

 

 반항을 하기엔 박토에게 상대도 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큰소리로 저항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배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그의 뒤를 따라 거실로 나간 김탄은 아침에 봤던 꼬마 여자아이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월이 앞에 가서 앉아.”

 

 김탄은 박토가 다시 무섭게 명령하듯 말하자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로봇처럼 소파로 가 박월 앞에 앉았다.

 

 “이야~”

 

 자신을 쳐다보며 감탄사를 내뱉는 박월에게서 김탄은 순간 경기를 했다.

 

 그도 그가 왜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단지 본능적으로 그랬을 뿐.

 

 아무튼 노골적인 박월의 시선에 부담스러웠던 김탄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재빠르게 눈알만 돌려 주변을 스캔했다.

 

 어우야.

 참 허름하고 허름한 집이다.

 대체 도배를 언제 한 건지 10년도 더 되어 보이는 벽지는 본래의 색과 세월이 겹쳐 빚어낸 색이 참 오묘하다.

 

 다시 눈알을 돌려 바로 앞에 놓인 탁자를 보았다.

 오래 된 집에 걸맞게 오래 돼 보이는 통나무 탁자는 천 년도 넘어 보이는 듯 아주 아주 낡고 추레했다.

 

 그렇게 김탄이 이 집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있는 사이 박토가 음료가 든 유리컵을 들고 와 박월 옆에 앉았다.

 

 “마셔!”

 

 박토의 명령에 김탄은 시키는 대로 컵을 들고 입에 가져간 후 마시면서 박토와 박월을 살펴보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낀 체 김탄을 쳐다보고 있는 박토.

 그 옆으로 호기심 가득한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로 김탄을 보고 있는 박월.

 부녀지간으로 보였다.

 

 박토는 항상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김탄을 대했지만 박월은 항상 호의적이었다.

 지금도 그렇다는 듯 싱글벙글이다.

 

 그런데 김탄은 이 둘 중 박월이 더 두려웠다.

 

 이제 8살인 예쁜 아이지만,

 이 아이는 김 탄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환호성을 지르다가 학교에 간다며 돌아올 때까지 김 탄을 가둬두라고 박 토에게 지시한 아이였다.

 

 박 토는 그 아이의 지시대로 방에다 지금까지 김 탄을 감금시켰던 것이고,

 김탄은 아까 박토가 그가 감금된 방에 들어오며 나오라는 소리에 이 꼬마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는 걸 눈치챘었다.

 그래서 깜짝 놀라 경기를 한 것.

 

 김탄은 박월을 보면 보면 볼수록 무서웠다.

 저렇게 천진난만한 얼굴로 그렇게 무서운 지시를 내린 아이였기 때문이다.

 

 더 이상 박월을 쳐다보기가 두려웠던 김탄은 다시 박토를 쳐다보았다.

 자기보다 연식이 있어 보이는 그는 상당히 강인하고 강단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한데 어떻게 저런 남자가 겨우 8살짜리 꼬마아이의 지시를 받는 거지?

 게다가 그 지시를 말없이 고분고분 따르는 박토를 이해할 수 없는 김탄.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자 더욱더 꼬마아이가 무서워졌다.

 

 음료를 끝까지 마신 김탄은 음료를 마시며 그들을 쳐다보던 행위를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마시는 핑계로 쳐다볼 수 있지만 그냥 쳐다보기엔 배짱 없던 김탄.

 슬그머니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는 방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언제 구멍이 났는지 엄지발가락 쪽 양말에 구멍이 나 있었다.

 

 그가 손으로 구멍 난 쪽 양말을 집어 발가락 사이로 넣자 그의 귀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우리 나쁜 사람들 아니에요.”

 

 박월의 달래는 말에 김탄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저 양말을 만지며 꼬물꼬물 거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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