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대전 둔산동 갤럭시 백화점]
「보이시나요? 이곳은 갤럭시 백화점입니다. 50년 전의 참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공간이면서 지금은 둔산던전의 안전지대로 사용하고 있는 곳인데요. 아무래도 아가르타와 연결된 세계수에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이 바깥은 몬스터들이 득실거리고 있죠. 오늘은 이런 무시무시한 곳에서 배달을 시켜보도록 하겠습니다!」
BJ는 요란스럽게 백화점 로비에서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소음에 BJ를 돌아봤지만 이내 익숙한 듯 고개를 돌렸다.
과거는 어떨지 몰라도 던전이 들어선 대전에서 저 정도는 신기한 것도 못 되었다.
어느 날, 지하에서 갑자기 시청을 뚫고 솟아난 세계수로 인해 대전의 중심가였던 둔산동은 던전화가 된지 오래였다.
지구 속의 또다른 지구라 불리는 아가르타의 세계수가 대전에 출몰한 것으로 인해 아가르타의 괴생명체들이 자연스레 튀어나왔으며, 그 여파인 것인지 시민들에게서 이능력이 발현되기에 이르렀다.
「둔산던전 내에서 배달시킬 수 있는 건 래드크로스에서 제작한 긴급포션인데요. 지금 여기서 블루메일 어플로 긴급포션 8개를 주문해보도록 할게요.」
BJ는 스마트폰으로 긴급포션 주문창을 띄웠다. 다행히 아직 제품이 있는 모양인지 ‘주문가능’이라는 문구가 떠있었다. BJ는 설레이는 표정으로 ‘주문’을 눌렀다.
「자, 이제 블루메일의 제비가 언제 올지 시간을 재보겠...」
“긴급포션 주문하셨죠?”
미처 시간을 재기도 전에 들리는 목소리에 BJ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조금 삐뚠 베이지색 빵모자를 눌러쓴 이가 포션이 들어있는 봉지를 내밀고 있었다. 왼 팔의 푸른색 완장과 거기에 새겨진 길드마크를 보아하니 블루메일의 제비가 맞았다.
“버... 벌써?”
갑작스런 제비의 등장에 넋을 놓고 있던 BJ는 흥분한 듯 카메라를 보고 우다다다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 여러분!! 보셨나요? 주문과 거의 동시에 제비가 도착했습니다!!!!」
열 띈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카메라를 향해서만 말하고 있는 BJ를 도착한 제비, 은성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니까 주문하신 분...?”
그런 은성의 염장을 지르기라도 하듯 은성의 등 뒤에 매달려있던 드래곤 헤츨링, 고요가 고개를 삐죽 내밀며 키득거렸다.
“오늘도 은성은 BJ들한테 당했고요.”
은성은 괜시리 고요에게 눈을 흘겼다.
“닥쳐.”
은성은 내민 비닐봉지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앙 다문 입 안으로 중얼거리듯 생각했다. 주문하신 분 맞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