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하늘 아래 살육전이 펼쳐지고 있다.
우워어어어!
엄청난 숫자의 사념체 군단이 괴성을 내지르자 공기가 무거워지며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온다.
"저새끼들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없네"
"이 지옥은 대체 언제 끝날까? 아니 끝나긴 하는걸까?"
한탄하는 사람들 사이로 철탑처럼 서 있던 그림자가 일갈한다.
"곡소리는 여기까지! 곡소리만 내다 진짜 죽어볼래! 빨리빨리 처리하자"
찔끔 한 사람들이 비 맞은 참새처럼 여기저기 흩어진다.
형형색색의 빛과 굉음들을 뒤로 하고 문득 굳건하던 그림자가 한숨을 쉰다.
"에휴... 그놈의 혜성이 지구를 비껴갔어야 했는데"
[경고합니다. 지금 당장 전투로 복귀하세요]
떠오른 창에 실소를 지은 남자는 잠깐 모든 일의 발단을 회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