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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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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 레테의 강을 건너다.
작성일 : 23-12-08     조회 : 144     추천 : 0     분량 : 9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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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4화

 하향, 레테의 강을 건너다.

 

  잠시 머리가 띵했다. 울컥 치밀었다. 다이히토 눈의 눈물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다.

 허무했다. 시펄 입에서 욕지기가 나왔다. 분노 같은 게 올라왔다. 마구잡이로 부수고 싶었다. 밖에 나가 이 개새끼! 하고 용천을 휘감은 손으로 성제를 박살 내고 싶었다.

 

 나는 다이히토와 함께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제공하는 정보를 리서치(research)해서 찾아봤다. 청와대에 출입한 119 앰뷸런스를 청와대 사방 10km 부근 CCTV 영상을 모두 확보한 뒤 날아다니는 자동차 최첨단시스템을 통해 몇 분 안에 알아냈다.

 

 정말 대단한 자동차인 건 확실했다. 인공위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결과였다. 박하향과 이영기 경감과, 최반장의 시신이 성남시 분당구 율동에 있는 국군 수도병원의 시체 안치실에 삼엄한 경비 속에 있었다. 우리는 무조건 국군 수도병원으로 향했다.

 

  * * *

 

 - 어떻게 됐어요?

 - 싸늘한 시신... 분당 국군 수도병원에 안치되어 있어.

 - 선의 데리고 가는 게 맞지 않을까요?

 - 나도 모르겠어, 그게 맞는지 헷갈려... 분당으로 가는 중인데 접근할 수가 없을

  정도로 경비가 삼엄해.

 - 다이히토는요?

 - 초주검이지.

 - 접근도 힘든데 만일 접근한다면요?

 - 용천을 써봐야지, 시신이 너무 너덜하고 시간도 너무 지났고...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도착해서 상황 보고 다시 연락할게, 누나한테만 말하고...

 - 네, 조심하세요.

 

 아야코가 걱정됐는지 전화를 해서 나와 나눈 대화였다.

 용천이 아무리 초자연적인 신비의 검이라고 해도 분명 한계는 있을 것이다.

 우주의 섭리를 신검(神劍) 하나로 좌지우지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느낌이 좋지 않았다. 또한 문제는 어떻게 시체 안치실에 접근하느냐다.

 초를 다투는 다급한 상황인데도 뚜렷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 어떻게 들어갈래?

 - 그냥 들어가자.

 

 냉철하기로 소문 난 다이히토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흥분한 상태라 앞뒤를 재지 않았다. 그들에게 미세한 꼬투리라도 줘선 안 된다. 악랄한 방법으로 견강부회(牽强附會)할 가능성이 농후해서 그렇다. 내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학폭은 내가 당했는데 개새끼, 성제 자기가 당했다고 나에게 뒤집어씌웠지 않았는가? 그걸 아는데도 다이히토는 막무가내다. 황위 계승 5위의 일본인이 직진(直進)하겠다는데 난감했다.

 

 나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야 죽든 말든 화제 깜냥도 안 되겠지만, 다이히토는 한일간의 외교적 마찰에 일본 내에서도 천황 무용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커져 천황 입장이 곤란하게 될 것이고 다이히토가 사주로 있는 ‘레테의 의자’가 집중 공격받을 것이 불 보듯 빤했다.

 

 - 다이히토야 좀 이성적으로 접근하자?

 - 넌, 널 객관화시킬 수 있겠지만 난 그렇게 못해, 하향씨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간다, 넌 오지 마.

 - 잠깐, 그럼 이걸 가지고 가.

 

 내가 용천을 꺼냈다.

 다이히토가 용천을 잡았다.

 

 - 윽~

 

 천년 먹은 잉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다이히토 팔을 물었다.

 

 - 미안, 미안, 용천아, 미안해, 착하지...

 

 용천이 다시 내 손에 잡혔다. 직호문녹각제도장구에 꽂았다.

 천년 먹은 잉어에게 물린 다이히토의 팔에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붉은 가시광선이 맴돌았다.

 

 - 그럼, 다이히토야 이렇게 하자, 내가 저 앰뷸런스를 밀어서 병원 문 앞에

  돌진시킬 테니 넌 그 와중에 어수선한 틈을 보고 들어가라.

 - 좋아.

 

 우리는 국군 수도병원 주차장 구석에 세워 둔 날아다니는 자동차에서 내렸다.

 사상자를 실은 앰뷸런스가 바리바리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했다.

 

  * * *

 

 - 어 선배 여기서 보내?

 - 누구?

 - 임상병리실 인턴 후배도 몰라보고, 치매 왔어요...

 - 어, 그래? 음, 기억이...

 

 내가 다이히토와 마주 선 여의사 뒤통수를 용천을 감은 손으로 딱콩을 때렸다.

 혼절해 여의사가 쓰러지자 다이히토가 잡았다. 하얀 가운을 벗겨 다이히토가 입었다.

 

 그런데 국군 수도병원 고위층 인사가 정문 앞에 나왔다. 누굴 기다리는 것 같았다.

 믿기지 않을 일이 벌어졌다. 수진 누나가 날아다니는 자동차에서 내렸다.

 내가 손가락으로 수진 누나를 가리키자 다이히토도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어이, 동기...

 - 수진이 잘 있었어, 미모는 여전하네?

 - 나야 잘 있지, 동기가 날 안 괴롭히니까...

 - 그러지 마, 누가 진짠 줄 알겠다.

 - 언닌, 잘 있고?

 - 대형 대변이야...

 - 뭔 소리? 똥 쌌어?

 - 아니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라고...

 - 아, 난 또... 개업했네?

 - 응, 2년 됐어, 들어가자...

 

 그때, 일련의 기자들이 들이닥쳤다. 그것도 국내 기자가 아니라 일본 노무라, 산케이, 스에마쓰 계열의 방송사 SMC, 중국 이셴톈 계열의 CCC, 미국 CNN 등 세계 굴지의 언론기관의 기자들이었다. 딱 맞춰서 기자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이번 청와대 반란 사건의 주동자가 특수본 수사관이라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나는 이때다 싶었다.

 빈 차로 세워진 119 엠불런스의 기어를 중립에 놓고 용천을 감은 손으로 앰뷸런스를밀었다. 앰뷸런스는 급발진하듯 정문으로 달려갔다. 달려오는 앰뷸련스를 보고 기자와 경비병들이 혼비백산 피했다.

 

 (E) 꽝!~ 뿌지직!~

 

 앰뷸런스가 정문 기둥을 박았다.

 

 수진 누나도 가볍게 피했다. 수진 누나는 내 짓인 줄 눈치를 챘다.

 

 혼란한 틈을 타고 다이히토가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수진 누나는 병원 고위층과 함께 기자를 피해 병원 안으로 몸을 숨겼다.

 

 나는 준비한 오토바이 헬멧으로 얼굴을 감추고 이식 수술을 위해 적출한 심장이 든 것처럼 작은 저온 상자를 들고 병원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밖은 사고 처리한다고 시끄러웠고 북적였다.

 간호사 의사, 경호원, 기자, 병원 관계자 등 북새통을 이뤘다.

 

  * * *

 

 (E) 퍽!~

 - 뭐 하는 새끼야?!

 

 내가 헬멧을 벗어 다리를 절룩이고 팔에 붕대를 감아 중상자 코스프레를 하며

 복도를 걸어가는 성제 등짝을 향해 던졌다.

 헬멧은 정확하게 성제 등짝을 맞혔다.

 성제가 욕을 하며 돌아봤다.

 

 - 야이 개아들 놈아, 개 아들 맞네, 니 아버지가 개니까.

 - 좃몽둥이, 잘 만났다.

 - 환자 코스프레이 그만하지? 진짜면 니 같은 놈과 싸울 내가 쪽 팔리고...

 - 안 그래도, 이게 내 체질에 안 맞아.

 

 성제가 감은 붕대를 뜯어버렸다. 상처도 씻은 듯 없어졌다.

 생체(生體) 복원력(復原力)이 대단했다.

 

 그만큼 독기가 올랐다는 거였다. 악귀가 성제의 온몸을 감쌌다는 징조였다.

 검은 악귀의 연기가 스멀스멀 성제를 감싸더니 성제가 눈을 뒤집고 발광하자

 검은 악귀가 성제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 몽대야, 덤벼라, 오늘 끝장내자.

 -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사실 나는 몰래 시체 안치실로 들어가 하향의 상태를 보고 용천으로 치명적 상처를 치유할 생각이었다. 하향을 살릴지 불가능한지는 다음 문제였다. 안 해보고 포기한다는 건 영원히 후회로 남을 거 같아서였다.

 

 그런데 눈앞에 성제가 환자 코스프레로 피해자 행사하니 눈이 돌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 순간에 나중에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피해서 다른 계획을 진행한다는 게 비겁해 보였다. 성제가 멀쩡한 채로 달려왔다.

 

 악이 바짝 오른 성제가 주먹과 발을 휘두르고 찼다.

 나는 용천을 감은 팔로 막았다. 묵직함을 느껴졌다. 몸이 휘청거렸다.

 용천을 감은 팔을 내질렀지만, 성제는 가볍게 막았다.

 성제가 피하자 내 주먹은 허공을 가르며 병원 벽을 쳤다. 구멍이 뻥뻥 뚫렸다.

 

 성제 주먹과 발도 내가 피하자 벽에 구멍을 냈다.

 나는 뛰어올라 벽을 차고 발로 성제 머리를 강타했다.

 성제는 머리를 맞고 붕 떠서 마주 보는 벽에 부딪혔다. 벽이 무너졌다.

 

 썩은 미소를 날리며 내게 성제가 달려들었다.

 서로치고 막고 차고를 몇 번 반복한 끝에 내가 성제 발에 나가떨어졌다.

 성제가 바닥에 쓰러진 내게 달려왔다.

 발로 나를 밟았다.

 나는 요리조리 피했다.

 

 헛발을 디딘 곳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화가 잔뜩 난 성제의 분신 악귀가 정체를 드러냈다.

 검은 연기가 성제의 몸에 삐져나왔다.

 발로 내 얼굴을 짓밟기 위해 내질렀다.

 나는 용천으로 발을 막았다. 그때였다.

 

 선의가 해천곤익북명중도(海天鯤翼北冥中刀)로 악귀의 머리를 내려쳤다.

 악귀는 두 동강이 났다.

 

 - 으아악!~

 

 두 동강 난 악귀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동시에 성제도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싸안고 바닥에 뒹굴었다.

 

 - 아몽, 빨리 피해?! 여긴 내가 맡을게.

 - 고맙다, 딸...

 

 두 동강 난 악귀가 다시 하나로 합체되더니 성제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이 벌겋게 충혈이 됐다. 분노가 붉은빛이 되어 이글거렸다.

 

 선의가 해천곤익북명중도(海天鯤翼北冥中刀)로 성제의 정수리를 향해 뻗었다.

 

 - 빨리 가리구?!

 - 괜찮겠어?

 - 어차피 아몽은 상대가 안 돼.

 - 어디 있는지 텔레파시로 알 수 있지?

 - 응.

 - 그럼, 아예 없애 버려라, 썬디라고 마음 약해지지 말고...

 - 빨리 가, 남자가 왜 말이 많아?

 

 나는 이곳은 선의에게 맡기고 시체 안치실로 향했다.

 

 아빠가 딸 생각하는 게 잔소리 들을 일이야?

 나는 투덜대며 시체 안치실로 뛰어갔다.

 

 성제가 당했다는 소리를 뒤늦게 들은 조폭지졸(組暴之卒)들이 달려오다가

 나랑 맞닥뜨렸다. 나는 뛰어가며 조폭지졸들을 용천을 감은 팔로 많이도

 말고 딱 한방씩 작살을 내고 아작을 냈다.

 추풍낙엽처럼 조폭지졸들이 쓰러졌다.

 

  잠시 머리가 띵했다. 울컥 치밀었다. 다이히토 눈의 눈물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다.

 허무했다. 시펄 입에서 욕지기가 나왔다. 분노 같은 게 올라왔다. 마구잡이로 부수고 싶었다. 밖에 나가 이 개새끼! 하고 용천을 휘감은 손으로 성제를 박살 내고 싶었다.

 

 나는 다이히토와 함께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제공하는 정보를 리서치(research)해서 찾아봤다. 청와대에 출입한 119 앰뷸런스를 청와대 사방 10km 부근 CCTV 영상을 모두 확보한 뒤 날아다니는 자동차 최첨단시스템을 통해 몇 분 안에 알아냈다.

 

 정말 대단한 자동차인 건 확실했다. 인공위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결과였다. 박하향과 이영기 경감과, 최반장의 시신이 성남시 분당구 율동에 있는 국군 수도병원의 시체 안치실에 삼엄한 경비 속에 있었다. 우리는 무조건 국군 수도병원으로 향했다.

 

  * * *

 

 - 어떻게 됐어요?

 - 싸늘한 시신... 분당 국군 수도병원에 안치되어 있어.

 - 선의 데리고 가는 게 맞지 않을까요?

 - 나도 모르겠어, 그게 맞는지 헷갈려... 분당으로 가는 중인데 접근할 수가 없을

  정도로 경비가 삼엄해.

 - 다이히토는요?

 - 초주검이지.

 - 접근도 힘든데 만일 접근한다면요?

 - 용천을 써봐야지, 시신이 너무 너덜하고 시간도 너무 지났고...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도착해서 상황 보고 다시 연락할게, 누나한테만 말하고...

 - 네, 조심하세요.

 

 아야코가 걱정됐는지 전화를 해서 나와 나눈 대화였다.

 용천이 아무리 초자연적인 신비의 검이라고 해도 분명 한계는 있을 것이다.

 우주의 섭리를 신검(神劍) 하나로 좌지우지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느낌이 좋지 않았다. 또한 문제는 어떻게 시체 안치실에 접근하느냐다.

 초를 다투는 다급한 상황인데도 뚜렷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 어떻게 들어갈래?

 - 그냥 들어가자.

 

 냉철하기로 소문 난 다이히토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흥분한 상태라 앞뒤를 재지 않았다. 그들에게 미세한 꼬투리라도 줘선 안 된다. 악랄한 방법으로 견강부회(牽强附會)할 가능성이 농후해서 그렇다. 내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학폭은 내가 당했는데 개새끼, 성제 자기가 당했다고 나에게 뒤집어씌웠지 않았는가? 그걸 아는데도 다이히토는 막무가내다. 황위 계승 5위의 일본인이 직진(直進)하겠다는데 난감했다.

 

 나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야 죽든 말든 화제 깜냥도 안 되겠지만, 다이히토는 한일간의 외교적 마찰에 일본 내에서도 천황 무용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커져 천황 입장이 곤란하게 될 것이고 다이히토가 사주로 있는 ‘레테의 의자’가 집중 공격받을 것이 불 보듯 빤했다.

 

 - 다이히토야 좀 이성적으로 접근하자?

 - 넌, 널 객관화시킬 수 있겠지만 난 그렇게 못해, 하향씨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간다, 넌 오지 마.

 - 잠깐, 그럼 이걸 가지고 가.

 

 내가 용천을 꺼냈다.

 다이히토가 용천을 잡았다.

 

 - 윽~

 

 천년 먹은 잉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다이히토 팔을 물었다.

 

 - 미안, 미안, 용천아, 미안해, 착하지...

 

 용천이 다시 내 손에 잡혔다. 직호문녹각제도장구에 꽂았다.

 천년 먹은 잉어에게 물린 다이히토의 팔에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붉은 가시광선이 맴돌았다.

 

 - 그럼, 다이히토야 이렇게 하자, 내가 저 앰뷸런스를 밀어서 병원 문 앞에

  돌진시킬 테니 넌 그 와중에 어수선한 틈을 보고 들어가라.

 - 좋아.

 

 우리는 국군 수도병원 주차장 구석에 세워 둔 날아다니는 자동차에서 내렸다.

 사상자를 실은 앰뷸런스가 바리바리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했다.

 

  * * *

 

 - 어 선배 여기서 보내?

 - 누구?

 - 임상병리실 인턴 후배도 몰라보고, 치매 왔어요...

 - 어, 그래? 음, 기억이...

 

 내가 다이히토와 마주 선 여의사 뒤통수를 용천을 감은 손으로 딱콩을 때렸다.

 혼절해 여의사가 쓰러지자 다이히토가 잡았다. 하얀 가운을 벗겨 다이히토가 입었다.

 

 그런데 국군 수도병원 고위층 인사가 정문 앞에 나왔다. 누굴 기다리는 것 같았다.

 믿기지 않을 일이 벌어졌다. 수진 누나가 날아다니는 자동차에서 내렸다.

 내가 손가락으로 수진 누나를 가리키자 다이히토도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어이, 동기...

 - 수진이 잘 있었어, 미모는 여전하네?

 - 나야 잘 있지, 동기가 날 안 괴롭히니까...

 - 그러지 마, 누가 진짠 줄 알겠다.

 - 언닌, 잘 있고?

 - 대형 대변이야...

 - 뭔 소리? 똥 쌌어?

 - 아니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라고...

 - 아, 난 또... 개업했네?

 - 응, 2년 됐어, 들어가자...

 

 그때, 일련의 기자들이 들이닥쳤다. 그것도 국내 기자가 아니라 일본 노무라, 산케이, 스에마쓰 계열의 방송사 SMC, 중국 이셴톈 계열의 CCC, 미국 CNN 등 세계 굴지의 언론기관의 기자들이었다. 딱 맞춰서 기자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이번 청와대 반란 사건의 주동자가 특수본 수사관이라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나는 이때다 싶었다.

 빈 차로 세워진 119 엠불런스의 기어를 중립에 놓고 용천을 감은 손으로 앰뷸런스를밀었다. 앰뷸런스는 급발진하듯 정문으로 달려갔다. 달려오는 앰뷸련스를 보고 기자와 경비병들이 혼비백산 피했다.

 

 (E) 꽝!~ 뿌지직!~

 

 앰뷸런스가 정문 기둥을 박았다.

 

 수진 누나도 가볍게 피했다. 수진 누나는 내 짓인 줄 눈치를 챘다.

 

 혼란한 틈을 타고 다이히토가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수진 누나는 병원 고위층과 함께 기자를 피해 병원 안으로 몸을 숨겼다.

 

 나는 준비한 오토바이 헬멧으로 얼굴을 감추고 이식 수술을 위해 적출한 심장이 든 것처럼 작은 저온 상자를 들고 병원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밖은 사고 처리한다고 시끄러웠고 북적였다.

 간호사 의사, 경호원, 기자, 병원 관계자 등 북새통을 이뤘다.

 

  * * *

 

 (E) 퍽!~

 - 뭐 하는 새끼야?!

 

 내가 헬멧을 벗어 다리를 절룩이고 팔에 붕대를 감아 중상자 코스프레를 하며

 복도를 걸어가는 성제 등짝을 향해 던졌다.

 헬멧은 정확하게 성제 등짝을 맞혔다.

 성제가 욕을 하며 돌아봤다.

 

 - 야이 개아들 놈아, 개 아들 맞네, 니 아버지가 개니까.

 - 좃몽둥이, 잘 만났다.

 - 환자 코스프레이 그만하지? 진짜면 니 같은 놈과 싸울 내가 쪽 팔리고...

 - 안 그래도, 이게 내 체질에 안 맞아.

 

 성제가 감은 붕대를 뜯어버렸다. 상처도 씻은 듯 없어졌다.

 생체(生體) 복원력(復原力)이 대단했다.

 

 그만큼 독기가 올랐다는 거였다. 악귀가 성제의 온몸을 감쌌다는 징조였다.

 검은 악귀의 연기가 스멀스멀 성제를 감싸더니 성제가 눈을 뒤집고 발광하자

 검은 악귀가 성제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 몽대야, 덤벼라, 오늘 끝장내자.

 -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사실 나는 몰래 시체 안치실로 들어가 하향의 상태를 보고 용천으로 치명적 상처를 치유할 생각이었다. 하향을 살릴지 불가능한지는 다음 문제였다. 안 해보고 포기한다는 건 영원히 후회로 남을 거 같아서였다.

 

 그런데 눈앞에 성제가 환자 코스프레로 피해자 행사하니 눈이 돌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 순간에 나중에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피해서 다른 계획을 진행한다는 게 비겁해 보였다. 성제가 멀쩡한 채로 달려왔다.

 

 악이 바짝 오른 성제가 주먹과 발을 휘두르고 찼다.

 나는 용천을 감은 팔로 막았다. 묵직함을 느껴졌다. 몸이 휘청거렸다.

 용천을 감은 팔을 내질렀지만, 성제는 가볍게 막았다.

 성제가 피하자 내 주먹은 허공을 가르며 병원 벽을 쳤다. 구멍이 뻥뻥 뚫렸다.

 

 성제 주먹과 발도 내가 피하자 벽에 구멍을 냈다.

 나는 뛰어올라 벽을 차고 발로 성제 머리를 강타했다.

 성제는 머리를 맞고 붕 떠서 마주 보는 벽에 부딪혔다. 벽이 무너졌다.

 

 썩은 미소를 날리며 내게 성제가 달려들었다.

 서로치고 막고 차고를 몇 번 반복한 끝에 내가 성제 발에 나가떨어졌다.

 성제가 바닥에 쓰러진 내게 달려왔다.

 발로 나를 밟았다.

 나는 요리조리 피했다.

 

 헛발을 디딘 곳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화가 잔뜩 난 성제의 분신 악귀가 정체를 드러냈다.

 검은 연기가 성제의 몸에 삐져나왔다.

 발로 내 얼굴을 짓밟기 위해 내질렀다.

 나는 용천으로 발을 막았다. 그때였다.

 

 선의가 해천곤익북명중도(海天鯤翼北冥中刀)로 악귀의 머리를 내려쳤다.

 악귀는 두 동강이 났다.

 

 - 으아악!~

 

 두 동강 난 악귀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동시에 성제도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싸안고 바닥에 뒹굴었다.

 

 - 아몽, 빨리 피해?! 여긴 내가 맡을게.

 - 고맙다, 딸...

 

 두 동강 난 악귀가 다시 하나로 합체되더니 성제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이 벌겋게 충혈이 됐다. 분노가 붉은빛이 되어 이글거렸다.

 

 선의가 해천곤익북명중도(海天鯤翼北冥中刀)로 성제의 정수리를 향해 뻗었다.

 

 - 빨리 가리구?!

 - 괜찮겠어?

 - 어차피 아몽은 상대가 안 돼.

 - 어디 있는지 텔레파시로 알 수 있지?

 - 응.

 - 그럼, 아예 없애 버려라, 썬디라고 마음 약해지지 말고...

 - 빨리 가, 남자가 왜 말이 많아?

 

 나는 이곳은 선의에게 맡기고 시체 안치실로 향했다.

 

 아빠가 딸 생각하는 게 잔소리 들을 일이야?

 나는 투덜대며 시체 안치실로 뛰어갔다.

 

 성제가 당했다는 소리를 뒤늦게 들은 조폭지졸(組暴之卒)들이 달려오다가

 나랑 맞닥뜨렸다. 나는 뛰어가며 조폭지졸들을 용천을 감은 팔로 많이도

 말고 딱 한방씩 작살을 내고 아작을 냈다.

 추풍낙엽처럼 조폭지졸들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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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괴어를 때려잡다 6/11 158 0
141 존경받는 김궤의 통솔력 6/9 160 0
140 적장을 쓰러뜨리다 6/8 165 0
139 적을 베다 6/6 165 0
138 적을 농락하다 6/4 160 0
137 전장(戰場)의 한가운데서... 6/3 157 0
136 수로와 가족이 되다 5/31 174 0
135 전설 속의 인물들 5/30 184 0
134 장군의 딸 마노(瑪瑙) 5/28 180 0
133 전쟁 속으로 5/26 178 0
132 낙빈(洛嬪), 6형제 어머니 정견모주(政見母主)… 5/25 18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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