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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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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의 시신은 처참했다.
작성일 : 23-12-09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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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하향의 시신은 처참했다.

 

 (E) 끼~익~

 

 시체 안치실은 그 이름만큼 문소리도 괴이했다. 누나와 병원장이 나를 쳐다봤다.

 너덜너덜했다. 걸레가 따로 없었다. 하향의 시신은 피범벅과 포탄의 파편이 뒤덮어 형이상학적 추상화를 본 듯 형체를 알 수 없었다.

 

 이영기 경감과 최반장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최반장의 시신을 보자 마음이 짠했다. 내가 너무 심하게 굴었다 싶었다. 이렇게 비참해질 줄 알았다면 야박하게 굴지 말걸, 마음 편히라도 갔을 텐데...

 

 - 동기야, 가봐...

 - 내가 없어도 돼?

 - 없는 게 앞으로 신상에 좋을 거야.

 - 갈 게 그럼, 안 그래도 밖이 시끄러워서...

 - 응, 빨리 시료 채취하고 원위치 깔끔하게 해놓고 갈게.

 - 알겠어, 끝내고 내 방에 와, 차라도 한잔하게.

 - 응, 시간되면... 발표 전에 연구 분석자료 하나 보내줄게.

 

 수진이 누나와 수도 국군병원 원장과 나눈 대화였다. 아마 누나가 병원장을 감언이설(甘言利說)로 구워삶은 것 같은데 감언이설이 아니래도 예, 예~ 했을 수진 누나의 아우라와 기품 그리고 역대급 미모 아닌가? 거기에 돈이나 적나, 이런 생각 하니 내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시간도 촉박한데 수진 누나는 어떡하든 병원장을 빨리 내보내고 싶은데 병원장은 안 가려고 자꾸 이 핑계 저 핑계로 미적거렸다. 그렇다고 내가 때려서 내보낼 수도 없고 입이 바싹 탔다. 마침 밖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마지못해 병원장이 나갔다. 아 그 인간 끈질기네, 당신은 누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 헛물켜지 말고 마음 접어, 쯧...

 

 - 뭐하고 있니, 시간 없는데?...

 - 으응? 아 그래, 누나...

 

 누나가 넋이 나간 나에게 핀잔을 줬다.

 내가 잽싸게 용천을 꺼내 지리멸렬(支離滅裂)된 하향의 시신에 갖다 대며 매만졌다. 처음엔 조금 복원이 되더니 원 상태로 돌아갔다. 몇 번을 반복했지만, 복원은 되지 않았다. 결국 천년 먹은 잉어가 혀를 내밀며 헥헥거렸다. 포기하고 하향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수진 누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한때는 언니 동생으로, 한때는 은근한 라이벌로, 잘 지냈던 하향인데 이렇게 불귀의 객이 됐으니 마음이 아팠다. 수진 누나가 기도를 했다. 마음속으로 하나님 품에 안긴 어린 양을 잘 보살펴 달라고 기도를 했다.

 

 나도 엉겁결에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다이히토는 소리 나지 않는 오열을 터뜨렸다. 하얀 시트에 덮인 하향의 시신을 안고 몸부림쳤다.

 

 하향과의 캄보디아에 있었던 악몽 같은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때 성제로 인해 강제로 맺어진 악연이지만 목숨 같은 딸 선의를 얻지 않았나, 고맙다, 어쨌든 내가 미안하다, 니 복수는 내가 꼭 해주 마, 좋은데 가라... 선의는 잘 키울게, 아니 잘 클 거야, 미안하다 하향아...

 

 나는 화가 치밀어 뛰어나갔다. 다이히토도 링거 꽂는 쇠막대를 들고 따라 나왔다. 수진 누나도 뒷수습하고 병원장에게 전화로 일이 생겨 못 간다, 고맙다, 하고 우리 뒤를 따랐다.

 

  * * *

 

 - 누난 가, 빨리, 위험해...

 - 나도 우슈와 쿵푸와 격투기와 유도 등등 수준급이야...

 - 누나 엉덩이 스크래치( scratch)나면 그 비난 누가 감당해?

 - 어이그, 이 마당에 농담이 나와?

 - 누난 도움이 안돼, 모르겠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이었잖아?

 - 한 번 나가고 사퇴했어...

 - 얼굴 다 팔았는데, 한번 나가고 두 번 나간 게 무슨 소용 있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고 싶어, 빨리 사라지는 게 우릴 돕는 거야.

 

 다이히토와 나는 선의와 성제가 싸우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래도 누나가 삐적삐적 따라왔다.

 

  * * *

 

 선의가 병원 복도 천정을 거꾸로 서서 지상의 복도처럼 뛰어가 성제의 머리를 향해

 해천곤익북명중도(海天鯤翼北冥中刀)를 내려쳤다. 성제가 재빨리 피했다. 바닥이 두부 잘리듯 갈라졌다. 성제가 선의의 배를 발로 찼다. 선의가 빙글빙글 돌다가 벽에 처박혔다.

 

 그때였다. 헬멧을 쓴 아야코가 오토바이를 탄 채 창을 깨고 나타나 성제의 몸을 오토바이로 강타했다. 성제가 벽에 나가떨어졌다. 화가 나 성제가 달려들었다. 아야코는 몸도 많이 움직이지 않고 가볍게 피하며 성제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역시 아야코였다. 나처럼 용천의 도움도 받지 않고 악귀 성제와 대적할 정도면 아야코는 정말 신비롭고 초능력의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나까지 나타나자 성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했다.

 우리를 거머리 일당들에게 상대하라고 넘기고 도망갔다.

 내가 뒤를 쫓으려고 하자 아야코가 말렸다.

 

 - 내일 결혼식 생각하세요.

 

 성제를 요절내겠다는 일념(一念)에 정신없이 치닫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다이히토 어떡할래?

 - 돌아가자...

 

 하향도 하향이지만 다이히토에겐 쥰페이와 유리나도 피를 나눈 형제 남매처럼 소중했다. 내일 결혼식은 치르고 봐야 했다.

 

 오합지졸 거머리 일당들이 쉽게 우리에게 덤비지 못했다. 자기들 보스인 성제도 도망가고 또 몇 번 나와 친구들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 으르렁거리기만 하고 덤비지 못했다. 병원에는 동원된 군인들이 총을 들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아야코가 오토바이에 선의를 뒤에 태우고 사라졌다.

 

 (E) 우당탕탕!!

 

 그때 수진 누나가 날아다니는 자동차로 병원 문을 뚫고 들어왔다. 아마 아야코랑 수진 누나랑 연락을 주고받은 거 같았다. 다이히토와 내가 잽싸게 차에 올라탔다.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뒤로 가속으로 뺀 뒤 난장판이 된 병원을 초 스피드로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수진 누나가 모는 자동차는 어둠의 색깔로 위장했다. 소음도 제로였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는 갑자기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수진 누나가 운전하는 자동차가 주차장 구석에 우리가 세워놓은 날아다니는 자동차에 안개처럼 다가갔다.

 

 - 가도 되겠어?

 

 내 말뜻은 시신을 수습해야 되지 않느냐였다.

 

 - 칩을 숨겨 놨어...

 - 그래? 언제?

 - 아까 하향씨 시신 볼 때...

 - 화장하면 어떡하지?

 - 가족에게 먼저 연락할 거야...

 - 그래?

 - 내가 가족이야...

 - 뭐?

 - 그런다고 했어, 일방적이지만...

 - 좋대?

 - 아무 말 안 하고 울었어, 흑...

 

 다이히토는 또 감정이 북받치는지 울었다. 기분이 묘했다. 자식, 왜 그런 말을 해서...

 하향의 울음은 무슨 의미일까? 알 거 같았다. 울컥했다. 그런데 넌 왜 우냐, 자슥아?

 지구가 무너져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인간이 하향을 어지간히 가슴에 새겼나 보다...

 

 - 하긴 양가 축복 속에 식을 올렸으면 좋았을 텐데...

 - 비록 하향씨가 인연을 끊었지만 하향씨 부모에게 연락이라도 하겠어? 저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칩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인 거 같아서...

 - 나도 그게 불안해, 가매장(假埋葬)이라도 하면 고마운데, 화장할까 봐, 그게 걱정 돼... 저들을 믿지 못하겠지만... 여차하면 다시 오자.

 

 내 말에 다이히토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어디에요?

 - 안 갔어?

 - 부근에 있어요.

 - 찾아서 갈게.

 

 아야코의 전화였다.

 날아다니는 자동차 GPS를 이용해 우리가 있는 부근 한적한 공원 주차장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수진 누나 차도 같이 있었다.

 

  * * *

 

 - 딸, 괜찮아?

 - 응, 아몽은?

 - 딸이 괜찮으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 뭐라는 거야? 가요, 엄마...

 

 내가 창가에 다가가 신파(新派)로 나가자 선의가 불끈 짜증을 냈다.

 

 - 성질 좀 죽여요, 큰일 할 사람이...

 - 그 자슥 하는 꼴을 보니 갑자기 열 받잖아...

 

 아야코의 걱정에 내가 어리광부리듯 했다.

 

 - 아몽이 일 다 망쳐 난 거 알아? 매사 도움이 안 돼.

 - 니 성질도 아빠 닮아 장난 아니더만?...

 - 안 갈 거야?!

 

 선의가 나한테 빽 쏴붙였다.

 

 - 가자,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여긴 위험해...

 - 알겠어, 누나...

 

 차 창문을 열어 누나가 불안한 눈으로 말했다. 많은 경찰과 군 병력이 요란을 떨며 속속 도착했다. 수도 국군병원과 직선으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이라 볼 수 있었다. 수색견(搜索犬) 짖는 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곧 수색을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누나가 불안해했던 거였다.

 

 차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었다. 날았다. 블라인드 버튼을 물렀다. 자동차가 주위 어둠과 같은 보호색(保護色)으로 변해 식별할 수 없었다.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았지만 차

 안에서 낮처럼 훤하게 밖을 볼 수 있었다. 쏜살같이 부산 베아트리체 집으로 향했다. 날아다니는 자동차 3대가 나란히 칸보이(convoy)를 하며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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