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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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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낸다는 건 가슴 아픈 일.
작성일 : 23-12-10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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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떠나보낸다는 건 가슴 아픈 일.

 

  - 응, 북한의... 절대자 존엄 말이요.

 - 하지마시라요, 오빠...

 - 그럼, 김정은이 동생...

 

 그때서야 엄마도 감이 오는 거 같았다.

 

 - 사촌인가? 아무튼 친척...

 

 내가 정순이를 슬쩍 살피며 말했다.

 

 - 난 또, 그러면 아무것도 아니네.

 - 아, 진짜 엄마도... 뭐라고 설명해야 되나, 아 답답해 죽겠네...

 

 나는 답답해 가슴을 치자 정순은 그걸 재미있어했다.

 

 정순의 역대급 여유를 보고 한 국가를 통치하는 인물은 역시 통이 다르긴 다르네, 생각했다. 누가 정순이를 잡으러 와도 기가 질려 잡아가지도 못할 거 같았다. 저 배짱은 타고난 걸까, 주위에서 만들어 준 걸까? 카리스마는 아야코, 유우와 비교해도 어금버금했다.

 

 - 아가씨, 흔히들 말하는 교회 오빠 같은, 몽대랑 오빠 동생 사이요?

 - 네, 무슨 말씀입네까?...

 - 야 장가간 거 알아요?

 - 알고 있습네다, 선의와 한이도 압네다.

 - 어머니, 제가 나중에 다시 설명할게요, 지금은 어머니 딸입니다.

 

 결국 아야코가 나섰다. 아야코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는 엄마였지만 그래도 반신반의했다.

 

 - 내 배로 낳다고? 귀신 곡할 노릇이네, 내가 막달라 마리아도 아니고...

 - 딸 싫어요, 싫으면 말고.

 

 내가 버럭, 했다.

 

 - 왜, 싫어, 이렇게 이쁜데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어, 나도 딸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몽대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지? 진짜 동생이지?

 - 네, 어무이...

 - 아이고 내 새끼 한번 안아보자.

 - 안돼, 엄마...

 - 어마야, 이 엉덩이 봐라, 함지박만 한 게, 여러 놈 쥑이겠다, 큭...

 

 말릴 틈도 없이 엄마가 정순이를 안고 엉덩이를 토닥였다.

 정순이도 좋은지 엄마를 안고 엄마 등을 부드럽게 매만지다가 엄마가 생각나는지 울컥했다.

 나는 속으로 십년감수 나무아미타불을 외쳤다. 그리고 빨리 둘이 떨어지기를 바래 엄마와 정순이 사이에 팔을 억지로 넣었다. 잘못하다간 쥰페이 결혼식에 총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했다.

 

 - 엄마, 회포는 나중에 풀고 쥰페이 할아버지 주례사 들어야지요. 자, 자, 앉읍시다, 정순아 니도 앉아라.

 

 나는 억지로 엄마와 정순이 사이를 떼 냈다. 우리는 헷갈리면서도 어정쩡한 족보를 내식으로 정리하고 자리에 앉아 주례사를 들었다.

 

 선의와 한이가 화동(花童)이 되어 꽃이 든 바구니를 들고 신랑 신부 앞에 섰다.

 아야코와 유우가 ‘우리는 하나의 의미’라는 두 사람 메가 히트곡을 축가(祝歌)로 불렀고 쥰페이와 유리나가 미녀 삼총사가 불러 대히트 쳤던 ‘들판에 가득한 꽃은 하늘의 별’을 답가(答歌)로 불렀다.

 

 나는 열광적인 손뼉을 치면서도 노무라도쿠하치옹이 꾸민 장난이 언제 벌어지려나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무사히 결혼 행진까지 마칠 수 있었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선의와 한이가 신부 신랑 행진할 때 바구니에 든 꽃을 뿌렸다. 정순이를 흘깃 보니 자기도 여자라고 결혼에 대한 환상 때문인지 넋을 놓고 보며 한없이 부러워했다.

 

  * * *

 

 - 여길 비행기 타고 왔어?

 - 아니, 개성에서 자동차로 서울에 도착하자 한이가 보낸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곧장 이리로 왔지요, 물론 나와 비슷한 동무와 바꿔치기하고, 큭, 최희 외무상도 모릅네다.

 - 그만큼 닮았어?

 - 당신도, 바로 바라보지 못하는데 닮았는지 안 닮았는지 어떻게 알아요?

 - 아, 맞네, 미안...

 

 내가 미안하다는 건 내 물음에 정순이가 할 대답을 아야코가 할 만큼 정순이가 내 존재가 존엄하다고 말하는 게 쑥스러웠다는 것이고 내가 빨리 캐치 못 했다는 것이다.

 

 - 해천곤익북명중도(海天鯤翼北冥中刀) 쓸만해?

 - 네, 아주 유용하게 썼는걸요.

 

 정순이가 머쓱한지 말을 돌렸다.

 

 - 빌려준 거야, 그냥 준 거야?

 - 또, 곤란하게 그러네요. 빌린 거예요.

 - 조칸데 그냥 주면 되지, 그러냐? 몇 푼한다고...

 

 아야코 말에 내가 애도 아니고 투정을 부렸다.

 정순이가 포근하게 웃었고 선의가 눈을 흘겼다.

 

 - 해천곤익북명중도(海天鯤翼北冥中刀)는 국가 보물이에요.

 - 얼만데? 내가 살게. 계좌번호 대라?

 - 까르르~

 

 계좌번호 대라는 내 말에 정순이가 빵 터졌다. 하긴 저 나이는 말똥만 굴러가도

 까르르댄다고 하지 않았나...

 

 - 아빠, 엄밀히 따지면 고모가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돈이 제일 많아요.

 - 그래, 빈 살만보다?

 

 나는 들었던 귀가 의심스러워 한이에게 물었다.

 

 - 네, 북한에 매장된 광물이 적게 잡아 물경 10에서 20경이고 그 광물을 재가공하면 능히 100에서 200경의 고부가가치재가 될 겁니다.

 - 그래서 내가 황금평에 인구 100만 최첨단 국제도시를 만들어준다고 했잖아.

 

 한이의 자세한 설명에 선의가 덧붙인 말이 나를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

 

 - 놀라지 마시라요, 진주도 꿰야 보물이라고, 오라버니 말마따나 고작 60km로

  달리는 열차밖에 없는데 뭘 하겠슴네까?...

 - 아쭈, 이 가시... 아니 아니 실수, 못 들은 걸로 하고... 여유 부리는 거 봐, 너 오라 버니 할 때는 언제고 입 싹 닦지 마?

 - 알겠시오, 나, 그렇게 쪼잔하지 않습네다.

 - 그러니까 이 보물을 빌려주지.

 

 선의가 퉁명스럽게 내 말에 불만을 표했다.

 

 - 한아, 고모 자동차 하나 줘라, 최신형으로...

 - 그런다고 황금평에서 약속했습니다.

 - 지하 주차장에 준비해놨어요.

 

 아야코가 나섰다.

 

 - 이모, 비천붕익남명중검(飛天鵬翼南冥中劍)을 찾으면 한 짝이 되니까

  그때 돌려줄게요.

 - 응, 실컷 쓰고 소용없을 때 그때 줘도 돼.

 

 선의가 부탁하자 정순이가 시원스럽게 그래라, 했다. 저택 벽에 설치된 TV 모니터에 어제 반란군 어쩌구 저쩌구 뉴스가 나오자 선의 볼까 봐 아야코가 재빨리 화면을 껐다.

 

 - 선의야, 한이야, 우리 이모 자동차 전달식 하자.

 - 내가 자동차 제원(諸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거야.

 - 아냐, 이 누나가 할 거야.

 - 우리 회사야.

 - 넌 순서라는 걸 모르는 아이구나?

 - 누나는 또 나이로 누르려고, 칫...

 

 선의와 한이가 티격태격했다.

 정순은 그 모습이 귀여워 두 남매를 가슴 가득 안았다.

 아야코가 정순과 남매를 데리고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아야코와 교감이 있었는지 동시에 다이히토가 다가왔다.

 

 - 몽, 어디론가 이동 중이야.

 - 가자...

 - 쥰페이와 유리나는?...

 - 우리 둘이 먼저 가고 나중에 상황 보고 연락하자, 너 먼저 슬그머니 빠져나가.

 - 응...

 

 하향의 시신에 심어놓은 칩에서 반응이 온 거 같다.

 다이히토가 헬기장으로 향하면서 눈치 안 채게 중간에 제니퍼 패밀리와

 담소도 나눴다.

 

 - 어머니들, 잠깐 갔다 올게요.

 - 선의에게 말해야 안 되냐? 어쨌거나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인데...

 - 생각해 봅시다.

 

 엄마가 선의 때문에 걱정이 됐다.

 금지옥엽 선의가 충격을 받을까 봐 노심초사(勞心焦思)했다.

 세 어머니는 하향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

 어제 하향의 시신 상태를 본 수진이 누나가 자초지종 설명을 해줬기 때문이었다.

 

  * * *

 

 국군 수도병원 부근 야산에 앰뷸런스 1대와 군용트럭 1대, 승용차 1대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땅을 팠다. 삼엄한 경비 속에 10여명의 죄수들이 담배를 입에 물고 신속하게 땅을 팠다. 충분한 깊이가 되자 시신 3구를 묻고 땅을 덮고 매장했다. 나와 다이히토는 숨어서 지켜봤다. 다이히토는 눈물을 훔쳤다.

 

 - 아니, 어떻게 가족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저런 만행을 저지르냐, 인간도 아냐 개 새끼들...흐윽...

 

 황위 계승 5위 황족의 입에서, 특히 점잖기로 소문난 다이히토의 입에서 욕하는 건 처음 들어본 것 같았다. 매장(埋葬)이 끝나자 죄수들에게 수고했다고 담배를 하나씩 줬다. 아마 군에서 죄를 지은 중범죄자들 같았다. 그중 한 명이 어수선한 틈을 노려 도망을 갔다.

 

 (E) 탕!

 

 고즈넉한 산이 총소리에 울렸다.

 인솔자인 듯한 자가 망설임도 없이 총을 쐈고 도망가던 자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죄수들이 쓰러진 죄수를 들고 앰뷸런스에 실었다. 죄수들을 군인들이 오랏줄로 굴비 엮듯이 묶었다. 그리고 차에 태우고 그들은 황급히 그곳을 떠났다.

 

 나는 속으로 저들도 죽이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또 모르지 저기서는 죽이지 않아도 비밀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을 할지, 꼭 베니치오 델 토로의 시카리오를 보는 듯했다.

 

  * * *

 

 - 고맙소, 이 은혜 잊지 않겠소. 내 동생은 우리 선산에 묻겠소.

 

 이영기의 둘째 형인 이강기 서울중앙지검 부장 검사의 말이었다. 같이 묻겠냐고 물어보자 싫다며 한 말이었다. 이강기 검사는 동생 이영기 경감의 시신을 수습하고 서둘러 떠났다. 최반장 시신도 경기도의 어느 경찰서 수사팀장인 남편이 카니발 차량 뒤에 싣고 떠났다.

 

 - 제가 출세에 눈이 멀어... 제가 죽어야 하는데, 부디 용서를 구합니다.

 

  최반장 시신을 싣고 떠나기 전에 최반장 남편은 용서해달라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순전히 자기의 허황한 입신양명(立身揚名) 때문에 최반장이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겼다고 했다. 최반장이 후회막심에 극단적 선택까지 하려고 했는데 분명 용서를 빌 일이 있을 거라며 말렸다고 했다.

 

 - 누가 그러더군요, 용서는 미움 옆에 방 한칸 만 빌려주면 된답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입니다, 용서를 구하기 전에 용서받을 짓을 하지 말아야지요, 이젠

  다 부질없습니다. 나는 최반장을 용서하고 안 하고 그럴 자격 없습니다,

  최반장은 옳은 일을 하고 귀천(歸天)했으니까요.

 

 나는 최반장의 남편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세요, 장지(葬地)가 어딘지 문자라도 찍어주세요, 가서 최반장과 쇠주라도 한잔하게...

 

 - 크아악~

 

 최반장 남편은 오열을 터뜨렸다.

 그렇게 두 사람을 떠나보냈다. 졸지에 그 둘은 천하의 악마를 잡으려다가 국가를 전복하려는 반란군이 되었다. 쿠데타의 주동자가 되었고 국가의 반역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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