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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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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해몽으로 끝난 노무라도쿠하치옹의 장난.
작성일 : 23-12-12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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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꿈보다 해몽으로 끝난 노무라도쿠하치옹의 장난

 

  - 울적하게, 비가 오냐...

 

 엄마가 그랬다.

 비가 내렸다. 흔히들 말하는 봄비였다. 추적추적 내렸다.

 우리의 가슴에도 비가(悲歌)의 비가 내렸다.

 

 민암 사학재단 소유의 수목원 아름드리나무 밑에 박하향을 묻었다.

 화장할 곳이 없어 시신 채로 묻고 작은 비석을 세웠다.

 ‘박하향의 묘’라고만 썼다. 비석을 세울 때 선의도 데리고 갔다.

 선의는 말없이 묵념만 했다.

 

 돌아갈 때 한이가 손을 잡자 잡아줬다.

 다른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게 보였다.

 한이가 닦아줬다. 우리 모두 아름다운 남매의 애틋한 모습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수목원에 박하향의 묘를 선 것은 순전히 다이히토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전 재산을 들여서라도 이곳에 박하향을 묻고 싶다고 했다.

 이유 이런 거 따지지 말라고 했다. 그냥 그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래라고 했다. 베아트리체 엄마도 흔쾌히 받아줬다.

 그리고 그럴 자격도 충분했다.

 

 다이히토가 장학금으로 내놓은 돈이 민암 사학재단을 사고도 남았다.

 덧붙여 다이히토가 우리 모두 죽으면 이곳에 묻히자고 제안했다가

 그건 알아서 하는 거고 자기는 꼭 여기 수목원에 잠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아버지도 이곳에 모시리라고

 에둘러 내 의사를 표시했다.

 

  * * *

 

 - 쥰페이와 유리나 결혼식은 무사히 잘 끝났니? 우려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결혼식만 보고 사업이 바빠 먼저 갔는데 걱정이 된다며 숙모가 전화했다. 나는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피로연을 성대하면서도 화끈하게 아쿠다가와 나쇼(芥川 羅生)와 임신으로 배불뚝이 하마베 미나미(浜辺美波)의 열광적인 축하공연을 휘날레로 끝난 줄 알았다.

 

 우리는 그래도 미심쩍어 김해공항까지 배웅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명언을 새기면서 나는 내 특기인 안고 한 바퀴 돌며 돌고래 소리를 지르게까지 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노무라도쿠하치옹의 장난은 빈틈을 파고들었다.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무사히 집에 도착했냐, 안 했냐를 확인했어야 했다.

 

 비행기가 김해공항을 이륙할 때 우린 비행기를 향해 잘가라고 손을 흔들고 손뼉까지 쳤다. 그리고 우리는 하이 파이브까지 했다. 그런데 베아트리체 집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전화가 왔다. 완미령 엄마였다.

 

 - 몽대야, 여 일본이다, 킥킥...

 - 예?!

 - 니가 졌다.

 

 완미령 엄마가 경상도 말로 했다.

 

 - 무슨 말인교?

 - 왕세자가 마중 나왔더라.

 - 어느 왕세자요?

 - 나루히토...

 

 내가 다이히토를 쳐다봤다.

 다이히토는 자긴 모르는 일이라고 두 손을 펼치고 어깨를 올렸다.

 

 이유인즉슨 이랬다.

 노무라도쿠하치옹이 조종사와 승무원을 감언이설로 구워삶아 행선지를 바꿔치기했던 거였다.

 

 완미령 엄마는 일본으로 노무라도쿠하치옹을 비롯한 일본 수상과 각료는 중국으로 갔다. 일본은 마중할 고위층이 없어 급조하게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가 나갔다.

 중국은 총리가 나가고 주석궁에서 현 국가주석이 일본 사절단(?)을 맞이했다.

 

 -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일본에 잘 온 거 같다, 이셴톈 88도 둘러볼 겸, 나중에 연락할게, 바이 바이~

 - 예, 완미령 어머니 재밌게 놀다 돌아가세요, 어머니 미녀 삼총사도 없는데 나이트클럽은 가시지 말고... 허리 나갑니다.

 

 우리는 황당했다. 그리고 서로 쳐다보며 키득거렸다.

 

 그 정도 끝낼 노무라도쿠하치옹이 아니었다. 빈 살만 비행기는 미국으로, 제니퍼와 상원의원 가족들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왕세자 다음 서열의 왕자가 마중 나왔고 왕이 접대했다. 미국은 부통령이 공항에 마중 나가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뜻하지 않았지만 번개팅 같은 거였어도 회담은 대단한 성공

 이었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고 양국 간 동시에 발표했다.

 

 감산(減産) 중인 OPEC의 기름을 당장 증산하겠다고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이 선물 보따리를 풀자 미국은 사우디가 세계 경제에서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국가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아직 시기상조(時機尙早)라며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일본이 남경대학살 사건을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 사과한다는 답변을 얻어냈고 일본도 중국이 황금평 배후 도시 건설의 중추적 파트너로 삼겠다고 했다며 수출의 청신호가 켜졌다고 희색이 만면했다.

 

 노무라도쿠하치옹의 행선지 바꿔치기 장난은 자연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돼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더욱 공고히 한 것은 성제와 그 일당들에 대한 응징과 대책을 미,중,일, 사우디아라비아가 공조하기로 합의했다는 거였다. 4개국 동수(同數)의 수사 인력을 파견해 수사팀을 꾸리자고까지 했다.

 

  * * *

 

 - 아몽 서둘러야겠는데.

 - 왜, 뭔 조짐이 있어?

 - 성제가 모스크바 간대요.

 

 내가 영문을 몰라, 하자 아야코가 선의 대신 답했다.

 

 - 그게 왜?

 - 스탈린 무덤에 참배한다잖아요.

 - 악귀를 빨아당기겠다는 거지.

 

 내가 이해가 안 돼 어리둥절 하자 아야코와 선의가 보충 설명했다.

 

 - 그럼 다음 행선지는 독일 히틀러 무덤이야?

 - 네, 그뿐만 아니라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Nikolaye Chaushesku) 그리고 아프리카 악랄한 독재자들 무덤도 간다는 정보가 들어와 있어요.

 

 내가 그제야 이해하자 아야코가 조곤조곤 덧붙였다.

 

 - 막아야지...

 - 그렇게 하고 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요.

 

 아야코가 그렇다면 사실인 거다. 최대한 성제를 가둬놓고 싶었지만,

 성제가 설치는 것을 보니 성제가 힘을 키우는 방법을 터득한 거 같았다.

 

 - 가자, 아몽...

 - 생각해 보자.

 

 선의의 재촉에 뇌동(雷同)할 수가 없었다.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렇다.

 

 - 썬디는 갈수록 힘이 더 세져, 우리가 가진 걸로는 버거워.

 - 제가 갈게요.

 

 선의 말을 듣다가 아야코가 나섰다.

 

 - 안 돼, 당신은 임신 중이야, 태아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몰라.

 - 그래서 내가 간다잖아?

 - 넌, 어리기 때문에 그래.

 - 내가 갈게.

 

 가만히 듣고 있다가 유우가 나섰다. 분명 아야코에게 거부 반응이 없다면

 유우도 그럴 거다. 그러나 묘한 느낌은 유우가 지금 시공간을 넘어 과거의 세계로 가면 안 될 거 같다는 것이다.

 

 - 지금은 유우도 안 돼...

 - 나밖에 없지?

 - 해천곤익북명중도(海天鯤翼北冥中刀) 가벼워?

 

 내가 한숨 돌리려고 딴말을 했다.

 

 - 응. 새털처럼 가벼워, 크기도 적당하고...

 

 선의가 등 뒤 직호문녹각제도장구에 꽂힌 해천곤익북명중도(海天鯤翼北冥中刀)를 꺼내 내게 건넸다. 용천보다는 컸어도 장검보다는 작은 어른 팔길이만 했다. 선의에게 잘 어울렸다.

 

 - 야, 정말 새털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거 같네.

 

 내가 아야코에게 건네자 해천곤익북명중도가 손에 달싹 붙었다. 알라딘의 지니처럼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몸짓을 했다. 아야코가 마음에 드는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유우에게 건넸다. 유우에게도 거부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해천곤익북명중도는 살갑게 대했다.

 

 아니 이 두 여자는 대체 뭐냐? 인간이냐, 신이냐?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네, 이 불가사의한 비검도 과도(果刀) 다루듯이 하니 정말 붕(鵬)을 타고 나타난 초인인가? 다이히토에게 유우가 건네려고 하자 다이히토가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용천에 한 번 식겁한 적이 있기에 그랬다.

 

 - 누나 만져 볼래?

 - 지금은 싫어.

 - 베아트리체 엄마는요?

 - 나도 싫어, 만져 볼 이유가 없잖아, 니들 체질에 맞으면 됐지.

 - 나도 싫다.

 

  엄마가 먼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근데 대뜸 한이가 해천곤익북명중도(海天鯤翼北冥中刀)를 손에 쥐었다.

 이리저리 휘둘렀다.

 

 - 엄청 가볍네.

 

 그 말은 별거 아니네, 라는 말인가?

 우리는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야, 한이도 이 요상하고 비상한 칼을 가질 수가 있구나, 비범한 존재는 다르구나, 내 아들이라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마침 쥰페이와 유리나는 없었다. 결혼하고 일본에서 또 일본 전통식을 하기 위해 일본에 가고 없었다. 깨가 쏟아지는지 전화할 때마다 얼굴엔 희색(喜色)이 만면(滿面)했다.

 

 일본에서 결혼은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준비한다고 했다. 자슥 뻔하지 볼장 볼 거 다 봤다는 거지, 그래서 여자만 손해야... 나도 마찬가지고, 큭... 참 나도 식을 올려야 하는데, 장모님이 애 낳고 하는 건 그렇지 않니? 하셨는데, 나도 결혼식을 서둘러야겠다.

 

 - 정순이 고모도 만져 봤어?

 - 아니, 무서워서 싫대, 정순이 이모 앞에서 해천곤익북명중도가 튀어나오려고 쿵쾅거린다며 얼른 나무상자 채로 내게 줬어.

 

 정순이도 보통 인물이 아니라 물어봤더니 선의가 의외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모른다. 해천곤익북명중도가 쿵쾅거리는 것이 정순이가 마음에 든다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기에 그렇다.

 

 - 새로 나온 핸드폰도 하나 주지?

 - 네, 줬습니다, 최희 외무상 거까지 2개 줬습니다.

 - 잘했다. 역시 넌 내 아들이다, 헤.

 

 나는 은근슬쩍 선의를 쳐다봤다.

 

 - 죽을래?

 - 알았어, 그럼 언제 갈래?

 

 넌 내 딸이야, 그 말이 싫은 게 아니라 많은 사람 앞에서 쪽팔린다는 거였다. 애도 아니고... 한이보다 고작 한 살 많은 게 그런 말을 자주 했다. 하긴 정신 연령은 지 아빠보다 높은 건 확실하니까, 딸 바보라고 놀려도 좋다. 난 딸 바보니까, 히...

 

 -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 해천곤익북명중도로도 갈 수 있지 않을까?

 - 어디에 떨어질지 알 수가 없잖아요?

 

 아야코 말이 맞았다. 우리가 원하는 곳에 떨어지지 않고 로마 시대에 떨어지거나

 구약성서 시대에 떨어지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그렇다. 나중

 정순이에게 해천곤익북명중도의 연대를 물어보고 그때 결정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 * *

 - 아몽 여기야, 여기 맞아?

 

 맥(貘)은 큰 눈으로 선의를 노려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동물적 감각으로 꼭 그 자리는 아니더라도 시대는 맞는 거 같았다. 느낌에 미나미와 떨어졌던 곳 같기도 했다. 바람에 실려 오는 숲의 냄새나 꽃의 향기가, 그리고 흙냄새가 그랬다. 그리고 더 확신하는 건 멀지 않은 곳의 오채지(五彩池)에서 풍기는 물 냄새가 그랬다. 유황이 섞인 물 냄새가 그랬다. 더욱이 어디서 느꼈던 기시감(旣視感), 데자뷰(deja vu) 같은 게 있었다.

 

 선의가 튀어 보였다. 전혀 이 시대와 어울리지 않았다. 나름 20세기 전 복장(服裝)으로 아야코가 선의에게 입혔지만 그래도 복장이 튀어 보였다. 색감이나 옷감의 질이 세련돼 보였다.

 

 선의가 울창한 숲속을 헤치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맥도 걱정이 돼 따라 내려갔다. 아무리 무적의 칼, 신비의 칼, 해천곤익북명중도를 가지고 있다손치더라도 10살 난 꼬마 아가씨의 담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담대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꼭 야트막한 뒷동산에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개구쟁이처럼 보였다.

 한참 내려가는데 갑자기 그물이 나무 위에서 내려와 선의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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