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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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걸, 무령공주.
작성일 : 23-12-15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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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여걸, 무령 공주.

 

  - 니들은 저쪽에 앉거라, 뭘 먹을래?

 - 우린 뭐니 뭐니 해도 돼지국밥이죠?

 - 알겠다.

 

 흉노가 다스리는 마지막 소도시였다. 가까운 곳에 동한이 다스리는 무위(武威)였다. 무위에 들어가기 전에 배도 출출하고 해서 시장 주막에 무령 공주 일행이 짐을 풀었다. 밤새 걸어온 뒤라 허기졌다. 주막 입구에 말을 세우며 미나미가 물었고 탕쿠투르가 대답했다.

 무위(武威, Wuwei)는 감숙(甘肅)의 회랑지대 동쪽 끝 동한(東漢)의 도시로 중요한 방어지역이고 회랑지대에는 실크로드가 남동에서 북서 방향으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주변 목초지에 분포해 사는 유목민들의 생산품 등, 양모의 집산지이자 주요 시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동한이 지배하는 무위(武威)에 가까운 흉노의 소도시는 여러 나라 국경이 가까워 물물 교환이 활발했다. 도시가 제법 활기가 넘치고 각 나라의 다른 인종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시장(市場)은 장사꾼들과 구매자들과 구경꾼들로 붐볐다.

 무령 공주와 미나미는 창이 긴 밀짚모자를 썼고 선의는 천으로 입을 가렸다. 병사 넷은 머리에 두건을 써 얼굴을 드러내 한족임을 강조했다. 일곱 사람은 셋, 넷으로 나눠 마당의 평상에 앉았다. 제법 큰 여러 평상에 손님들로 가득 찼다. 마당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큰 쇠솥 여러 개엔 고깃국을 끓였다.

 

 - 선의야, 뭐 먹을래?

 - 후라이드 하고 양념 반반... 아니, 아니 농담, 같이 시켜.

 - 주모, 여기 소머리 국밥 셋하고 돼지국밥 넷, 주세요.

 - 예, 조금만 기다려요.

 

 미나미 주문에 푸짐하게 생긴 주모가 응답하며 이마에 땀을 닦았다.

 잠시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너와 지붕 주막의 담은 큰 소나무 가지로 얼키설키 엮어 밖이 훤히 보였다.

 쇠솥에 한참 끓인 소머리 국밥과 돼지국밥에서 나는 고기 살냄새는 허기를 더 달랬다. 그러나 음식은 금방 나왔다. 뚝배기에 밥을 넣고 뜨거운 고깃국을 부어 김이 모락모락 일었다.

 

 - 얼마지요?

 - 엽전 일곱 닢이요.

 - 은전 한 닢은?

 - 엽전 열 닢이지요.

 - 여기, 은전 한 닢, 거스름돈은 필요 없수다.

 -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미나미가 계산했다.

 출출하기도 했지만, 음식도 맛있어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했다.

 

 - 별미구나?

 - 진국이네요, 허...

 - 많이 고아서 그런지 소고기가 입에 녹습니다.

 - 양지도 듬뿍 올려주고...

 

 무령 공주가 별미라 감탄을 했고 선의와 미나미가 맞장구를 쳤다.

 

 따뜻한 보이차로 입가심을 하고 있는데 밖이 시끄러웠다.

 방금 주막집에서 노랗고 빨강 물감을 물들인 옥수수 잎으로 만든 광주리에 돼지국밥을 사서 가던 모녀였다. 말을 타고 가던 관리와 뒤따르던 병사들에게 추행(醜行)을 당하고 있었다.

 

 - 너 첩자지?

 - 아닙니다, 나리, 병중에 있는 제 남편 먹을 돼지국밥을 사서 가던 중이라 경황이 없어서 나리의 행차를 미처 몰랐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모녀는 손이 닳도록 빌었다. 여자아이는 예닐곱 살로 보였다. 돼지국밥은 땅바닥에 떨어져 사방에 흩어졌고 동네 똥개들이 웬 횡재냐 싶어 허겁지겁 먹었다.

 

 - 마마, 암행입니다, 암행, 명심하십시오, 모른 척하세요...

 

 무령 공주 표정이 굳어진 것을 보고 선의가 무슨 일을 벌일 거 같아 목소리를 낮춰 말렸다.

 말에 탄 관리란 자가 칼로 여자의 앞가슴 옷자락을 잘랐다. 봉긋한 가슴이 반쯤 드러났다. 여자가 팔로 가슴을 숨겼다.

 

 - 낄낄...

 - 키득 키득...

 

 말 탄 관리와 병사들이 더럽게 웃었다.

 

 - 니 남편 탈영병이지?

 -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전쟁터에 나가 중상(重傷)을 당해 집에서 치료 중입니다.

 

 말 탄 관리가 여자의 치마의 끈을 잘랐다. 치마가 훌러덩 벗겨져 속곳이 보였다.

 수모를 당한 여자가 손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렸고 여자아이도 울었다.

 도저히 참다못한 무령 공주가 날았다. 말릴 틈이 없었다.

 말 탄 관리는 머리가 두 쪽이 나면서 몸까지 반쪽으로 잘렸고, 말은 허리가 잘려 반쪽이 되었다. 단 한칼에 그랬다. 옆에서 낄낄대던 여섯 병사는 목이 댕강 날아갔다. 단 두 합이었다.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반쪽이 잘린 관리의 몸과 목이 날아간 병사의 머리가 통통 튀었고 몸통이 양쪽으로 갈라진 말은 천방지축 날뛰었다. 사방에 피가 흩뿌려졌다.

 미나마와 선의가 한 번에 훌쩍 날아서 무령 공주 옆에 섰다.

 밀짚모자를 벗어 던졌다.

 

 - 좌현왕 무령 공주마마시다! 뭣들 하느냐, 모두 꿇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꿇어 엎드렸다. 탕쿠투르와 세 사람도 주막에서 뛰어나와 꿇어 엎드렸다. 무령 공주가 창 넓은 밀짚모자를 벗었다. 슬쩍 훔쳐보던 몇몇 사내들이 무령 공주의 천상계 아름다움에 숨이 멎어 그대로 굳었다.

 

 - 이 무도한 자를 보니 이 고을 수령의 가렴주구(苛斂誅求)가 보지 안 해도 훤하다, 너, 말해 보거라, 이 고을 수령의 수탈을?!

 - 말도 마십시오, 고혈을 짜내다 보니 견디지 못해 동한으로 도망가는 백성이 수두룩합니다.

 - 알겠다, 주모?!

 - 네, 마마.

 

 무령 공주가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미나미가 금덩이를 하나를 꿇어엎드린 주모 앞에 던진다.

 

 - 그걸로 이 모녀가 원하는 음식을 평생 주거라, 그리고...

 - 아이구, 이러시지 않아도 평생 줄 수 있습니다, 마마...

 

 이번에는 미나미가 모녀 앞에 금덩이를 던진다.

 

 - 살림에 보태서라, 남편이 쾌차하길 바란다고 전해라.

 - 네, 마마, 황공무지로소이다!~ 이 은혜 목숨을 다해 갚겠습니다.

 - 알겠다, 남편이 다 나아 그 말에 책임을 졌으면 좋겠다.

 - 아버지가 약속을 못 지키면 이 소저가 지키겠습니다.

 

 딸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대꾸했다.

 

 - 아 하하, 선의야, 너처럼 당돌한데?

 - 전 당돌한 게 아니라 당당한 겁니다.

 - 오, 그래? 가보자.

 

  * * *

 

 무령 공주 일행은 즉시 소도시 관청에 쳐들어갔다.

 관청 대청마루에서 술판을 벌이던 수령과 수하들을 단칼에 목을 쳤다.

 이유도 묻지 않았다.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무령 공주와 미나미의 칼춤에 관청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탕쿠투르와 셋은 대가리만 넣고 숨은 탐관오리들의 엉덩이를 창을 꽂았다.

 목이 달아나고 허리가 잘리고 엉덩이가 으깨진, 그 수가 30여 명은 족히 되었다.

 대청마루에 용상(龍床)이 설치되었다.

 대청마루 아래는 목이 달아난 수령과 수하들의 가족들이 잡혀 와 꿇어 앉혔다.

 

 - 거기 탕쿠투르와 세 명,

 - 네, 마마.

 - 오늘부터 너희가 이 고을의 수장이다.

 - 네?!

 - 이 자들은 너희가 상의한 뒤 적당히 나눠 노비로 삼아라.

 - 예, 마마!

 - 가렴주구를 일삼는다는 보고가 들어오면 너희도 목이 달아날 줄 알아라.

 - 네, 마마,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저희가 밑바닥으로 살아봐서 알기에 두 번 다시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우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탕쿠투르가 머리를 조아리며 읊조렸다.

 어떻게 보면 무령 공주의 행위는 무지막지하고 잔인했다. 단순했지만 그게 통했다.

 무령 공주가 곧 국가였고 무령 공주가 곧 법이었다. 변명도 따질 이유의 필요성도 용납되지 않았다. 백성들은 그렇게 받아들였고 그걸 당연시했다.

 선의는 20세기 전의 세계라고 되뇌고 되뇌었다.

 

 - 가자, 좌대장?

 - 어디로요?

 - 돌아가자.

 - 예?

 - 체질에 안 맞아,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무령 공주와 미나미의 대화를 선의가 빙긋이 웃으며 쳐다봤다.

 무령 공주가 관청 마당에 세워 둔 도도(騊駼)에 훌쩍 올라탔다. 미나미도 결제(駃騠)에, 선의도 가라말 타키에 올라탔다. 세 미녀는 관청의 담을 훌쩍 뛰어넘고 내달렸다.

 

 - 마마, 만수무강하옵소서!~

 

 백성들이 엎드려 세 미녀가 바람처럼 사라진 곳을 향해 외쳤다.

 

  * * *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하고 붉은 노을이 나타났다.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가다가 어느 지점에 가서 선의와 무령 공주, 미나미가 갈라져서 달렸다.

 

 - 마마, 공주마마는 암행이나 잠행이 체질에 안 맞는 거 같습니다.

 - 그래, 나는 그런 게 닭살스러워서...

 - 그럼, 제가 김수로 부대에 잠입해 정탐(偵探)하고 오겠습니다.

 - 그래? 그래 주면 나는 너무 좋지, 내 조카 이제야 내 마음을 알아주네.

 - 마마, 사랑은 주는 게 받는 거고 받는 게 주는 것입니다, 명심하십시오.

 - 너무 철학적인 거 아냐?

 - 주는데 안 받으면 나가리 아닙니까?

 - 나가리?

 - 아, 실례, 미나미 이모가 일인(日人)이라서, 내가 그만... 그러니까 안 받으면 사랑이 성립이 안 된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주면 받아야 성립이 되니, 즉 받으면 주는 거고, 주니 받는 겁니다.

 - 내가 주려고 하지 않아도 그쪽에서 주면 내가 받으면 주는 거다, 맞아?

 - 그렇죠, 그러니 가서 기다리시면 반드시 마마께 줄 겁니다, 그러면 그게 서로 주고받고가 성립이 되는 겁니다, 안달복달하지 마시고 체통만 지키시면 됩니다, 이 몸에 안 넘어 올 사내가 있겠습니까? 불구가 아닌 담에야, 킥킥...

 

 선의가 무령 공주의 물오른 수밀도 젖가슴을 만지며 장난을 쳤다. 무령 공주도 몸을 사리며 선의에게 장난을 걸었고 선의는 미나미에게 장난을 쳤다. 미나미도 장난을 받아주며 세 미녀는 가지가 축축 늘어진 아름드리 버드나무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깔깔대며 장난을 쳤다.

 선의와 서로 다른 길로 갈라지기 조금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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