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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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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운 선의의 면모를 보다.
작성일 : 23-12-17     조회 : 196     추천 : 1     분량 : 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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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살가운 선의의 면모를 보다.

 

  - 웬 질투?

 - 이 요괴, 내가 처단하리라.

 

 수로를 제외한 다섯 형제와 칼 솜씨를 겨뤄도 뒤지지 않는 모진이가 현란한 칼 솜씨를 자랑했지만, 해천곤익북명중도를 가진 선의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선의는 피하기만 하고 공격은 하지 않았다. 공중회전에, 다리를 찢고, 몸을 뒤로 완전히 젖히며 요리조리 모진이 휘두르는 칼을 침착하게 잘도 피했다. 보다 못한 마노가 칼을 빼 들었다.

 

 - 그만, 신묘(神妙)하구나, 정체가 뭐냐?

 

 김궤가 나서야만 멈출 수 있었다. 모진은 칼을 멈췄어도 몹시 불쾌한 표정이었다.

 

 - 주군, 저는 악마를 잡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 온 미래의 정령(精靈)입니다, 제 할 일만 하고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 에너지? 무슨 말이냐?

 - 아, 죄송합니다, 미래의 세계에 쓰는 말입니다. 에너지란 힘과 능력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물체가 일을 할 수 있

  는 능력의 양, 즉 역학적 에너지를 뜻합니다.

 - 색목인 언어냐?

 - 맞아요, 미래의 색목인 나라에서 쓰는 말인데 전 세계적으로 쓰고 있어요.

 - 미래라? 그럼 내 미래를 아느냐?

 - 알지만 천기누설이라... 역사를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넓으신 아량으로 이해를 구합니다.

 - 우하하하, 그래... 믿으마.

 

 김궤는 당돌한 선의가 밉지 않고 귀여웠다. 그리고 끌렸다.

 선의의 묘한 매력에 빠졌다.

 선의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 제가 주군의 딸이 되겠습니다. 딸이 없지 않습니까? 싫습니까? 이 두 여자는 결코

  주군의 딸이 될 수 없고, 연정의...

 - 그만하지 못할까?!

 

 얼굴은 붉어진 채 모진이가 속을 들킨 양 소리를 쳤다.

 이번에는 모진과 마노가 또 칼을 빼려고 칼에 손이 갔다.

 

 - 주군, 모진 이모와 마노 언니가 또 경거망동 칼을 빼려고 하는데요, 상대도 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 으흠!~

 

 김궤가 크게 헛기침을 하자 모진과 마노 흠칫, 하더니 칼에서 손을 내려놓았다.

 

 - 주군이 저를 딸로 거둬주신다면 저는 오빠 넷과 동생 둘을 두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딸 있는 게 싫으세요?

 - 내 딸이 되고자 하는 이유가 있구나?

 - 동한 광무제에게 볼모로 잡혀 계시는 정견모주(正見母主)를 제가 구하려면 제가 군주가 인정하는 딸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힘이 나지 않겠습니까? 명분도 서고...

 - 뭐?!

 

 모두 놀랐다. 선의의 예지력(豫知力)과 신통함이 두려움까지 느끼게 했다. 지혜도 무예처럼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로와 5형제의 머릿속은 실익을 따지느라 복잡해졌다. 그래서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 너는 그걸 볼모로 보느냐, 광무제 황후 음려화 마마와 함께 하는데...

 - 광무제의 야심에 황후 음려환들 어쩌지 못합니다, 목숨은 부지할지라도, 정견모주께서 어떠신 분인데 고작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생을 허비하겠습니까? 아버지, 딸을 보내주십시오, 모진 이모와 마노 언니와 함께... 무사히 모시고

  오겠습니다.

 

 선의는 김궤를 대뜸 아버지라고 불렀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물부터 마셨다. 위험한 오버인데 김궤는 싫지 않았다. 선의가 김궤의 심중을 꿰뚫고 있었다. 딸한테 온갖 구박을 받아도 그래도 좋다며 버지기처럼 웃는 아빠 몽대를 보면 아버지란 대체적(大體的)으로 딸 바보이기에 그렇다. 김궤 또한 무뚝뚝한 아들들도 좋지만 살가운 딸이 하나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소녀가 자진해서 딸을 하겠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선의 누나, 모진 이모가 아니고 누나야? 맞잖아, 벽로형? 형도 누나라고 부르잖아? 우리 형들 다 모진이 누나라고

  해.

 - 아, 그래, 내가 이모라고 하는 게 이치에 맞을 텐데... 그럼, 나도 언니라고 하지, 뭐.

 

 선의가 말로의 이의(異意) 제기가 뭔가 깊은 의중을 못 읽는다는 듯이 말하다가 쿨하게 인정했다.

 

 - 내가 왜 니 언니냐?

 - 이것 봐, 언니라 하면 안 된다니까, 이모라고 하자, 그냥...

 - 어머, 얘 말하는 거 봐, 콩알만 한 게...

 

 선의의 찰진 말에 약이 오른 모진이가 붉으락푸르락 어쩔 줄 몰라 했다.

  마노는 자기 속셈은 들키지 않고 아니 까뒤집히지 않고 살짝 비켜 가줘서 그런지 느긋했다.

 

 - 마노 언니도 상사병이유?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느닷없이 가슴이 찔린 듯해 마노는 그 자리선 채로 얼굴만 발개졌다. 정말 진퇴양난이었다. 여기서 부정이든 긍정이든 한마디 하는 게 이상했다. 가만히 무표정이 상책이었다. 얼굴을 붉히더라도...

 

 - 마노 누나 젖은 벽로형이 차지하고 나는 엄마 젖을 차지하기로 약속했어, 맞지 벽로형?

 - 아직 아니야, 그건 엄마를 찾고 나서 정하기로 하자.

 - 싫어...

 

 마노는 화들짝 놀라 휑하니 돌아서 달아났다. 모두 박장대소했다. 전 단계 없이 내뱉는 이 집안 아들들

 순진함(?)에 마노는 늘 살얼음을 걸었는데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뒤통수를 맞았으니 감당이 되지 않았다.

 

 - 마노, 그 일 혼자서 못해, 힘들어!~

 

 모진도 오롯이 혼자 남아 럭비공 같은 여섯 형제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 마노를 부르며 뒤따라갔다.

 아로가 웃으면서도 인상을 찌푸렸다. 선의가 놓칠 리가 없었다.

 

 - 내가 한번 볼게요, 아로 오빠...

 

 선위가 아로 등 뒤로 가서 아로 옷을 올렸다. 아로가 흠칫 놀라 몸을 사렸다.

 

 - 왜 이러느냐, 무례하게?...

 - 뭘, 무례해요, 동생이 보는데, 뭐가 부끄러워요? 동생인데 내우해요?

 - 아니 그래도...

 - 치료해야죠, 전쟁터에 안 나갈 거예요, 사내 대장부가?...

 (E) 철썩!~

 

 선의가 아로의 등짝을 장난스럽게 쳤다. 상아를 빚은 듯한 아로의 등을 살폈다. 6형제 피부가 다 상아(象牙)인가? 선의는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아로의 등은 희다 못해 은은한 상앗빛이 돌았다.

 토루(土螻)의 뿔에 등이 긁혀 생긴 등창이 하라어 변종어(變種漁) 살점으로 독을 빼 많이 아물었어도 아직 독기가 심지처럼 인이 박혀 있었다. 선의가 해천곤익북면중도를 감은 손으로 상처에 살그머니 댔다.

 

 - 엇 차가워...

 - 아로 오빠 엄살은, 참 나...

 

 해천곤익북명중도의 붉은 가시광선이 손바닥을 통해 나오더니 등창을 쬐었다.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지더니 완전히 아물었다. 진땀을 흘리던 아로가 동시에 각혈(咯血)했다. 검붉은 핏덩이가 떨어졌다. 토루의 불치(不治)의 독이었다. 모두 심각하게 그 핏덩이를 쳐다봤다. 그 핏덩이는 아메바처럼 형체를 바꿔가며 천천히 움직였다.

 

 - 시원해, 오빠, 뭔가 개운하다는 생각이 들지?

 - 응, 느낌에 완전히 나은 거같이 상쾌해, 몸도 아주 가벼워, 그전엔 뭐가 찜찜했는데...

 - 다 나았다는 증거야, 이젠, 대로 오빠랑 대련해도 아로 오빠가 이길 수 있어.

 - 아니, 내가 졌어, 동생이 형을 이길 수 없지, 만고불변의 진리지, 우하하하!~

 

 선의가 대로 약을 올렸지만, 대로 또한 함부로 불끈 달아오르지 않았다. 형제간의 의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만만찮은 걸물(傑物)이었다.

 대로가 쉬이 백기를 던지자 모두 한바탕 웃었다.

 

 - 자, 모두, 입과 코를 막으세요, 토루의 독은 몸에 들어가면 불치의 고질(痼疾)이 될 수 있습니다.

 

 선의가 시키는 대로 모두 입과 코를 막았다.

 선의가 바닥에 떨어진 토루의 독기를 손바닥에서 나온 붉은 가시광선으로 태워버렸다. 토루의 핏덩이가 지랄발광을 떨었지만, 해천곤익북명중도의 붉은 레이저 광선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토루(土螻)의 독기는 검은 연기가 되더니 창밖으로 사라졌다.

 

 - 동생, 고맙네, 내 평생 그 은혜 잊지 않으마.

 

 아로가 선의에게 정중히 고마움을 표했다.

 다섯 형제도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이렇게 해서 선의는 자동으로 김궤의 딸이 되었고 김수로와 다섯 형제의 동생이 되었다.

 

 - 하지 마요, 부끄럽다 말에요. 남매간에 고마운 게 어디 있어요, 당연한 거지, 그렇죠 아빠?

 - 아빠?

 

 김궤가 처음 듣는 말이라 궁금해했다.

 

 - 아빠는 딸이 아버지에게 어리광부릴 때 쓰는 말이에요, 아빵~

 

 선의가 그 나이에 맞도록 의식적으로 코뱅뱅이 소리를 하며 어리광을 부렸다.

 분명 선의 성격상 닭살이 돋았을 것이다.

 선의의 어리광에 모두 환호작약했다.

 

  * * *

 

 - 똑똑...

 -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무사장(巫師長) 허아유(許雅儒)입니다.

 - 들어오시게 하라...

 - 어서 오십시오.

 

 수로가 마중을 나가 황옥의 아버지 허아유와 허황옥을 맞이했다.

 

 - 아니, 넌 언제 여기 왔더냐?

 - 조금 전에요, 형제의 연을 맺었습니다, 잘했죠?

 - 그래, 잘했다.

 

 허아유가 선의를 보고 묻자 선의가 쾌활하게 대답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인데 선의가 그 끈을 만들어주니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 이건 신비한 약초로 달인 찹니다. 피곤을 말끔하게 씻어 줄 겁니다.

 

 허황옥이가 가지고 온 차통으로 다소곳하게 찻잔에 따랐다. 선의보다 어리지만, 서구 쪽 핏줄이라 어린 티는 나지 않았다. 쌍꺼풀 짙은 눈을 감자 긴 속눈썹이 선명하게 눈을 덮었다. 매혹적이었다. 선의가 눈치 안 채게 수로와 황옥을 번갈아 살폈다. 무령 공주 생각에 선의는 괜히 흥~ 하고 심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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