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앞에서 벗어날수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나도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집착 아래에 그에게서 벗어날수 없을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로세 필리오네 하얀 장미와 같은 머리카락이 나풀거렸다. 다들 나를 바라보고 하얀장미라 불렀다.
내가 어떠한 힘을 가진지 모르고 부모 또한 그랬다. 나는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새로 갈아입은 드레스를 한바퀴 돌아봤다.
거울에 비친 하얀머리의 여성 소설속에 나오는 듯한 아름다운 그런 사람이었다.
"이로세"
"여보"
"오늘도 아름다워, 이번 여행도 무사히 잘 마칠수 있겠지"
"물론이죠 저랑 당신 그리고 우리 아가까지"
나는 결혼했다. 명망있지 않지만 그래도 제법 수환이 좋은 남자와 결혼했다.
정략혼이었지만 그는 나를 사랑해주었다. 다정했고 귀여운 사람이었다. 얼굴은 잘생기지 않았지만 평범한 얼굴임에도 그는 인기가 좋았다.
"어머"
" 왜그래 아기가 걷어찼나?"
그는 내 작은 놀라는 소리에 상기된 얼굴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남자아이인것같다.
의사도 그렇게 말했고, 남편은 남자아이던 여자아이던 상관 없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나는 알수있었다.
그는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임으로 남자아이를 좀더 바라는 눈치였다.
"이런 엄마를 힘들게 하면 안되지"
그는 내 배를 조금씩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아직 세상밖에 나오지 않은 아기를 달래였다.
그는 좋은 아버지가 될것이다. 벌써부터 아기방을 꾸민다며 시어머니와 같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사람이었다.
"어머님께서 걱정하지 않으실까요 워낙 유약하신 분이셔서"
"유약하긴 우리엄마처럼 강인하신분도 없어 그러니 내 형제가 다섯이 넘지"
"호호 그래요"
낮에는 배의 갑판에 앉아 바다구경을 했고 저녁은 맛있는 식사를 했다.
입덧을 안해서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까부터 밖이 소란 스러웠다.
그래서 그런지 잠에 예민한 남편이 바깥에 나가 상황을 살폈다.
"여보 무슨일이예요?"
"아무래도 빙산과 부딪친것같아, 배 일부가 난파됐다 하더라고, 지금 다른곳에서 배가 오고있으니 잠시 기다리면 올거야"
"큰일이네요..."
이번 여행은 태교 여행을 목표로 잡았기 때문에 중요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나름 고대했던 여행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짐을 천천히 쌌다. 짐을 다 싸고 갑판으로 나오라는 소리에 남편과 나왔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것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었고 우리는 결국 배가 부서짐과 동시에 서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이로세!!!!!"
"세드릭!!"
결국 나는 비명과 함께 차가운 겨울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무섭다. 외로웠고, 힘겨웠다.
하지만 나는 바랬다. 그와 다시 만나길 죽어서도 놓을수 없었다. 그와의 결혼반지를 품에 안았다.
눈물이 날것같았다. 세드릭 보고싶을 것이다. 누구보다 사랑했으니까
"셀리 일어나렴 어서 우리 꼬마아가씨"
"헉! 여긴...."
"어머 우리딸 왜그래? 어제 기대된다고 잠을 설치더니 결국 늦잠 자버렸잖니"
"어...엄마"
왜그러냐는 엄마의 물음에 나는 내 전생이 떠올랐다. 나는 이로세 필리오네였고 지금은 환생해 셀레나 플리오스가 되었다.
플리오스 공작가의 하나뿐인 공작영애로 말이다.
"우리딸 많이 않 좋니? 좀 더 잘래?"
"아녜요 오늘 젤로네 생일 파티잖아요 얼른 가서 생일 선물 전해주고싶어요"
"후후 우리 셀리는 젤로스를 좋아하는 구나?"
"치...친구예요. 친구"
엄마는 알겠다며 웃으면서 내 머리를 빗겨주셨다. 내 머리카락은 엄마와 똑같은 초록색 머리였다.
나는 태어났을때부터 초록머리가 무척 잘 어울렸다. 다른 사람들도 부모님도 나와 같이 있다면 평화로운 숲에 앉아있는것같다며 말하셨다.
"아빠!"
"우리공주! 잘 잤니?"
"네! 근데 무슨일 있어요? 엄청 피곤해보이셔요"
"그게....우리 딸 놀라지 말고 들으렴"
나는 아버지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겨우6살인데 진지해 보이려나 그는 웃으며 내 귓가에 소근거렸다
. 진지한 얼굴은 사라진체 나는 놀란 눈을 뜨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동생이 생겼단다. 벌써 3주라는구나"
"헉!!! 진짜요?!"
"그럼 우리 셀레나 동생과 잘 지낼수 있겠니?"
"물론이죠!! 제가 아끼는 정원도 소개해줄래요"
6살짜리 꼬마가 당당하게 말하는게 귀여웠는지 내 부모님은 방긋 웃으셨다.
나와 어머니는 마차를 타고 호시스 백작가로 향했다.
내가 어디를 가는지 몰랐던 아버지는 세상이 무너지는 얼굴로 외쳤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 저으며 마차에 올라탔다.
"여자애라며!!!"
"흥 아빠가 이러니까 말 안한거라고요!"
"세상에 미리내 어떡하지?! 우리공주가!!! 아빠를 떠나려고해!!!"
"우리 셀리도 벌써 여섯살이에요 충분히 그럴 나이라고요 그건 그렇고 황궁으로 출근 하셔야죠"
아버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빤히 바라보셨다. 그럼에도 내가 웃으며 인사하자 눈물을 매단체 나를 보며 인사하셨다.
호시스 백작가는 내게 친숙한 곳이였다. 서로 친구였던 엄마와 백작부인은 자매와도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와 젤로스도 남매와 같이 지냈다.
"부인 도착하셨습니다."
"그래? 셀리 일어나렴 어머 얘가 침까지 흘리고 후후"
"으어..."
나는 피곤해서인지 마차에 올라타자마자 잠에 빠져들었고 나는 젤로스의 집까지 오는길은 침을 흘리며 자고있었다.
어머니께서 손수건으로 내 입가를 닦아주시곤 내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려오셨다.
정원으로 들어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오늘은 젤로스의 생일이었고,
기사단장인 그의 아버지가 오랜만에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젤로!!"
"셀리!!"
멀리서 젤로스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품안에 작은상자를 꺼내들고 말이다.
젤로스는 내가 다가가자 나를 꼬옥 껴안고는 한바퀴돌았다. 하하 어지럽다.
친구야 내가 잠시 비틀 거리자 젤로스가 깜짝 놀라 내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고마워 젤로"
"별말씀을"
"이리아는?"
"이리아는 지금 자고있어 아직 아기라서 말은 잘 못해"
우리도 그런적이 있었는데 그는 아니라는듯이 말을 했다.
나는 픽 웃으며 이리아가 있는쪽으로 걸어갔다.
아기유모차에는 볼이 빵빵한 젤로스의 동생인 이리아가 잠을 자고있었다.
"세상에 너무 귀엽다."
"그치! 드디어 내가 지켜줄 동생이 생긴거야"
"너 안지켜주고 도망가면 내가 가만 안둘거야"
"다...당연하지! 뭐 겸사겸사 너도 지켜줄게"
어린 남자애로서 뭘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럼에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엄마가 있는곳으로 향했다.
"안녕 꼬마아가씨 친구한테 인사는 했니?"
"네 이리아도 보고왔어요 엄청 귀여웠어요 저도 곧 생기나요?"
"조금은 멀었지만 곧 생긴단다. 걱정하지마렴"
나는 엄마 옆에 앉아서 젤로스를 축하해 주었다. 백작가에서 소유한 천재 파티시에가 만든 초코케이크는 정말 최고였다.
이 황홀한 맛이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나는 탁자위에 올려둔 선물상자를 들고 엄마의 손을 잡은체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있는 젤로스에게 걸어갔다.
"생일축하해 젤로"
"고마워 셀리, 이거 내 선물이야?"
"응"
"지금 풀어봐도 괜찮나요?"
젤로스는 백작부인에게 허락을 받은 후에 선물상자를 조심조심 풀렀다. 상자 안에는 작은 오르골이 들어있었다.
내가 특별히 장인에게 맡겨둔 최고의 오르골이었다.
"오르골이잖아? 정말 멋지다."
"젤로 이거 태엽 돌려봐"
나는 그에게 태엽을 돌리라고 권유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태엽을 돌렸다.
그러자 익숙한 자장가가 소란스러웠던 파티장을 잠재웠다. 내가 좋아하는 자장가이자 젤로스에게 추억이 담긴 자장가였다.
이건 음악가였던 그의 모친이 작곡한 자장가였기 때문이었다.
"이거 미리내가 알려준거야?"
"네가 하도 좋다고 하길래 항상 불러줬지"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해 젤로스"
"....킁 고마워 셀레나 정말 고마워 최고의 선물이야"
추억에 잠겨있던 젤로스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파티장에 좀더 있다가 공작저로 돌아갔다.
마차에 앉아서 엄마와 수다를 떨다가 공작저에 도착해서야 푹 쉴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