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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뜬 밤
작가 : 최가인
작품등록일 : 202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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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뜬 밤 E1- 첫 번째 신화
작성일 : 24-02-25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5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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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뉴스와 언론사가 집중한 사건이 일본에서 일어났다. 때는 2005년 11월 16일이었다. 새벽 4시부터 자정까지 해가 떠 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천문학자들은 이 현상을 초현실 백야현상이라 불렀다. 이 현상에 대한 수 많은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얻은 연구는 없었다. 그 후로 매해 같은 날이면 초현실 백야현상이 일어났다. 과학자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소리를 쳤고 신학자들은 이것을 하늘의 뜻이라며 소리쳤다. 그렇게 수많은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중 초현실 백야현상이 처음 일어났던 2005년 11월 16일에 태어난 아이가 단 한 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11월 16일에 태어난 아이의 유무를 밝히는 조사가 있었다. 조사 결과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2005년 이후 11월 16일에 태어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2005년 11월 16일에 태어난 아이의 출처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눈앞에는 병원이 보였다. 병원 입구로 한 시간 간격을 두고 구급차 두 대가 들어갔다. 내가 병원에 들어갔을 때 긴 백발이 검붉게 물든 여성이 배드에 누워있었다. 흰 가운이 더럽혀진 의사는 CPR을 하고 있었다. 그 여성 옆에 남성은 양복을 입고 있는 채로 누워있었다. 남성이 입은 셔츠도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 남성과 여성을 보자 눈 앞이 흔들렸다. 손이 떨리고 숨이 가빠졌다. 그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과 남성이 누군인지 알았다. 모르고 싶었는데.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 아빠…”

 

 잠시 후 경찰관과 함께 소녀가 병원 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소녀와 눈을 마주쳤다. 소녀는 나를 향해 걸어왔다. 소녀가 앞에 멈춰 섰다.

 

 “오빠 일어나, 학교 가야지. 언제까지 잠만 잘 거야!”

 

 

 내가 입고 있던 옷이 젖어있었다. 옷뿐만이 아니었다. 배게, 이불, 그리고 나를 깨운 하얗고 작은 손까지. 나는 밝은 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깨어났다. 오늘은 그 어느 11월의 아침보다 밝았다.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다. ‘2021년 11월 16일 오전 6:34’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왜 그렇게 식은땀을 흘려?”

 “아니야, 아무것도….”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내 앞에 고깔모자를 쓴 오우카가 앉아있었다. 미소를 지은 채로.

 

 ‘오늘이 무슨 날이라도 되는 건가?’

 

 오우카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하고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오우카는 볼을 부풀리고는 쿵쿵 소리를 내며 방을 나갔다. 오우카는 부엌에서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오우카는 칼을 세게 내리쳤다.

 

 ‘예전에 엄마가 아빠 때문에 화가 났을 때 저러는 거 본 거 같은데….’

 “저기 오우카, 오늘이 무슨, 날이었던가? 기억이 잘 안 나네….”

 

 내가 멋쩍게 웃으며 오우카에게 물었다. 오우카는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 아무것도. (흥)”

 

 나는 방에서 나와 오우카 뒤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나는 두 팔을 벌려 오우카를 껴안았다. 오우카는 놀라 몸부림쳤지만 잠시 그러고 있으니 얌전해졌다. 오우카는 고개를 올려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오우카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오우카가 약간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저기 오빠, 안아주는 건 좋은데 키리우 언니가 계속 보는데….”

 “나나세 키리우?!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근데 잠깐만, 오우카는 키리우가 온 걸 어떻게 안 건지?’”

 

 키리우가 현관에 서 있었다. 키리우는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와 오우카가 떨어졌다. 내가 키리우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키리우는 살짝 뒷걸음질 쳤다. 잠시 후 진정이 되었는지 같이 식탁에 앉았다.

 

 “야, 노아 카라오. 너는 아무리 그래도 여동생을 그렇게 안고 있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물론 일반적인 남매라면 이상한 일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와 오우카는 일반적인 남매는 아니다. 나와 오우카는 모든 불행을 타고난 남매이다. 5년 전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 교통사고가 난 엄마를 보러 가던 도중 아빠도 교통사고가 나버렸다. 결국 엄마와 아빠 모두 교통사고로 인한 과다출혈로 쇼크사했다. 만약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명이라도 살아있었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우카도 살짝 얼굴이 붉어지더니 고개를 숙였다.

 

 “하…. 그건 이제 됐고 자 여기.”

 

 키리우는 나에게 예쁘게 포장된 상자를 건네주었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키리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너 오늘 생일이잖아. 몰랐어?”

 “어?”

 

 전혀 몰랐다. 키리우의 말을 듣고 나니 아침에 오우카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11월의 쌀쌀한 공기와 햇볕의 따뜻함이 공존하는 날씨였다. 나와 오우카가 지내고 있는 집은 작은 빌라촌이었다. 총 5채 정도가 한 단지를 이루고 있고 한 건물에 8가구 정도가 있다. 빌라촌을 나오면 바로 버스 정류장이 있다. 그 버스 정류장에서 나와 키리우는 87번 오우카는 52번 버스를 탔다. 키리우와 나는 나란히 버스에 서서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버스가 멈추고 출발하는 것을 반복했다. 주변이 사람으로 가득한 버스를 보면서 오우카는 잘 갈지 살짝 걱정됐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와 키리우는 반으로 들어갔다.

 

 “아직 애들이 안 왔네.”

 

 키리우가 자리에 가방을 놓으며 말했다. 나도 자리에 가방을 놓았다. 맨 뒤 창가 구석 자리가 내 자리였다. 그에 반면 키리우 자리는 교탁에서 두 칸 뒤에 있는 자리였다. 선생님과 눈이 제일 많이 마주치는. 나는 키리우 앞자리에 앉아서 몸을 돌렸다.

 

 “야 근데 넌 진짜 오늘 네 생일인 거 몰랐어?”

 “아니, 왜 또 그 얘기야? 좀 잊을 수도 있지. 그거 같고 엄청 뭐라고 하네?”

 “야, 아무리 그래도 잊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지.”

 

 그렇게 한참을 키리우 잔소리에 시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시달리다 보니 애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애들이 많아지고 조금씩 키리우 주변으로 모이자 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을 가르는 구름. 태양 빛을 막는 구름. 그렇게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책상을 ‘쿵!’하고 내리쳤다. 순간 모든 이목은 내 자리로 향했다. 그 주동자는 이즈모 쿠라모였다.

 

 “야! 쿠모, 갑자기 책상 내리치지 좀 말라니까.”

 “미안 미안,”

 

 쿠라모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내 앞에 앉았다. 쿠라모는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쿠라모는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애들에게 둘러 싸인 키리우가 있었다. 쿠라모는 나와 키리우를 번갈아 보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야, 너 아직도 키리우 좋아하냐?”

 

 쿠라모의 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마 우리 학교 남학생들 중에 키리우를 좋아하지 않는 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반 애들 중 나만이 알고 있는 키리우의 비밀이 있다. 아마 그 비밀 때문에 더 가깝다고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키리우는 학교에서는 아니 정확하게는 야외에서는 평범한 흑발과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그 흑발 밑에 검은 눈동자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것은 우리 반에 나와 키리우 단 둘 뿐이다.

 내가 키리우의 본 모습(뿐만 아니라 좋은 모습)을 처음 본 것은 중학생 때였다. 주말에 도서관에 가기로 약속하고 약속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키리우네 집으로 향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장바구니를 들고 계신 아주머니가 나왔다.

 

 “어머, 카라오 무슨 일이니?”

 “저기, 키리우랑 도서관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전화를 안 받아서요.”

 “어머? 아직 자고 있는데. 아줌마는 마트에 가야하는데…. 그럼 잠깐 안에 들어와서 기다릴래?”

 

 나는 가만히 아줌마를 보았다.

 

 “어차피 곧 있으면 일어날 테니까 거실에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렴”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장을 보고 오겠다고 하시고 집 문을 닫으셨다. 아주머니가 돌아오실 때까지 혹은 키리우가 일어날 때까지 나는 소파에 앉아서 거실을 둘러보았다. 바로 앞에 보이는 TV 오른쪽 위에는 유치원복을 입고 있는 키리우 왼쪽 위에는 가족사진이 걸려있었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고 키리우가 나왔다. 키리우는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 흑발에 검은 눈이 아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금색과 흰색이 섞인 머리카락과 한 쪽은 붉은색 다른 한 쪽은 푸른색의 눈이었다. 게다가 키리우의 봉긋한 흰색 스포츠 브라 하얀 배 하얀 팬티 그 밑으로 하얀 허벅지와 종아리…,

 키리우도 나를 보고 가만히 서 있었다. 하얀 얼굴이 붉어진 채로. 나는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키리우는 얼른 방에 들어갔다. 잠시 후 키리우는 내가 평소에 알고 있는 모습으로 나왔다. 잠옷이지만 옷도 입고.

 

 “라…오야, 우리 집에는 어쩐 일로 온 거야?”

 “도서관 가기로 한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오니까 와봤는데… 미안….”

 

 그때 때마침 장을 보러 갔던 아주머니까 돌아왔다.

 

 “내가 너무 늦게 온 거 아닌 가 몰라.”

 

 키리우는 아주머니를 째려봤다. 아주머니는 키리우가 째려보는 것을 무시했다.

 

 “웬일로 네가 잠옷을 다 입고 있네.”

 

 나와 키리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키리우는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 도서관 가기에는 많이 늦었지?”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멨다.

 “어머, 카라오, 벌써 가려고? 이왕 왔는데 좀 놀다 가지 그러니?”

 

 그 말에 키리우는 내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갔다. 끌려 들어온 키리우의 방은 다른 것들보다 가발들이 가장 먼저 보였다.

 

 “저 가발들은 다 뭐야?”

 “염색한 거냐고 오해를 많이 받아서 머리칼 색 숨기려고 산 것들이야. 처음에는 염색도 해봤는데 한 번 씻고 나오면 물이 다 빠져서.”

 “그래서 가발을 쓰는 거야?”

 

 키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를 처음으로 키리우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내가 키리우를 좋아하게 된 것도.

 

 

 “야, 그냥 고백을 해라. 뭘 굳이 그러고 있냐?”

 

 쿠라모는 옆에 쪼그려 앉아서 책상에 팔을 올려놓고 있었다. 솔직히 고백할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고백하려고 꽃도 사보고 러브레터도 써보고 혼자 방안에서 거울 보면서 연습도 해보았다. 하지만 타이밍을 잡지 못해서 아직도 이러고 있을 뿐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흑발과 검은 눈의 키리우 뿐만 아니라 금색과 흰색이 섞인 머리카락과 서로 다른 두 눈의 키리우까지.

 

 “라오라고 그냥 이러고만 있던 건 아니야. 노력은 많이 하는 거 같은데 그냥 못하고 있는 거 뿐이지. 그거 보면서 기다리는 내가 속이 터진다니까.”

 “아 그래? 뭐야 카라오, 나름 열심히는 하고 있었네”

 “뭐가. 나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타이밍이… 앵? 애!!!!”

 

 옆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애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키리우가 서 있었다. 키리우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살짝 비웃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키리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키리우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옆을 보았지만 쿠라모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쿠라모를 찾으러 고개를 돌렸다. 쿠라모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내가 주먹을 쥐었지만 하필 그 타이밍에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조례를 하고 인사를 하고 선생님은 교실을 나갔다.

 

 

 알 수 없는 존재는 먼 곳에서 학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카라오와 키리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존재가 떠 있던 것인지 아니면 건물 옥상 같은 곳에 서 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엄마 아빠 없이도 잘 크고 있구나. 하긴 그 녀석들의 아이이니 걱정은 없겠지. 키리우. 저 녀석도 꽤 잘 지내는 거 같네. 해는 대충 봤고 이제 달 쪽으로 가야 하나? 하계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해서 하긴 했는데 이거 은근히 귀찮은 점이 있네. 근데 저 아이들이라면 그 분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음, 달은 어쩌고 있으려나?”

 

 알 수 없는 존재가 사라졌다. 아니면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정도의 속력으로 그 자리를 벗어난 것일 수도 있겠다. 그 순간 주변에는 엄청나게 강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그 바람을 느낀 것은 카라오 뿐이었다. 아니면 키리우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어디서 바람이 분 거지? 창문도 문도 닫혀 있는데. 그것보다 쿠모랑 리우를 어떻게 하지? 이대로면 분명 오늘 하루 종일 놀릴 텐데. 모르겠다. 1교시나 준비해야지.’

작가의 말
 

 예전에 '한강월'이라는 필명으로 동일한 제목 소설을 연재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올리는 소설은 그 당시의 소설의 동일한 인물과 새로운 인물을 추가해서 더욱 재미있는 소설을 연재하려고 다시 연재를 시작합니다.

 일명 '해가 뜬 밤 remake' 소설을 연재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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