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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게임
작가 : 이원
작품등록일 : 20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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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Ep.01 힐링던 기숙학원 살인사건 해결편 (1)
작성일 : 24-07-05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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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잠시만 더 기다려 줘. 아직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해.”

 

 ‘아니 당신! 내가 지금 1시간째 커피만 마시고 있어. 그것도 자판기 커피로만, 3잔이나 말이야. 어? 알아? 하, 예전에는 총명하고 명석했다는데 지금은 왜 그렇게 된 거야? 솔직히 말해봐. 오늘 말해주겠다는 홈즈에 관한 이야기 헛소리 아니야?!…… 후우...이렇게 화내고 싶다. 하지만 약 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화두가 되는 [홈즈 가문 스캔들], [공범게임]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고 지금 나에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과거 홈즈 가의 ■■. 이 사람밖에 없다. 그러니... 괜히 심기 건드리지 말자. 참자. 참자. 참자. 후우우.’

 

 속으로 매우 화를 내고 있지만 차마 밖으로 표현할 수 없는 전형적인 30대 남자 기자였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매우 처참한 상태였다. 정돈이 안 된 지저분한 머리, 턱수염을 기르고 있고 퀭하고 초점이 없고 눈그늘이 땅에 닿을 것 같은 크기 얼굴은 홀쭉하다 못해 기아 같은 상태였다. 기자는 그를 힐끗 한 번 더 쳐다보고 초조하다는 듯이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리고 종이컵에 남아있는 커피를 마시려고 잡아들었지만, 순간 손에서 놓쳐 바닥에 쏟았다. 기자는 바닥에 쏟을 때 검은색 슬랙스 바지와 다 헤진 갈색 구두에 묻은 커피 자국을 보고 혀를 차며 아쉬워했다. 이후 약 1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당장이라도 병원에 입원해야 할 것만 같은 남자가 본인의 얼굴을 피골이 상접한 손으로 쓸어내리고 양손을 깍지 낀 채로 입을 천천히 열었다.

 

 “하하핫…. 많이 기다렸지. 그래 이제 어느 정도 마음 정리가 끝난 것 같아. 솔직하게 말할게. 이 끔찍하고 희망 따위 없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내가 말하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어? 그냥 빨리 이야기해달라고? 후우…. 원래는 평생 말 안 하려고 했어. 하지만 이젠 상황이 그럴 수 없게 바뀌어버렸어. 내가 말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거짓과 오해로 가득 찬 세상에서 멈춰버리게 될 거니까. 그래서 내가 입을 여는 거니까 그냥 가만히 입 닫고 토씨 하나 빼먹지 말고 듣고 있어. 알겠어? 기자 양반.”

 

 1시간 이상 아무 말도 듣지 못하고 기다려 지친 기자의 재촉하는 말투에 남자는 성질을 부리며 눈을 부릅뜨고 거칠게 말했다. 그리고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말보로 골드 6mg 곽을 집어 들어 한 까치를 꺼내고 바로 불을 붙여 피웠다. 기자는 비흡연자였지만 그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방긋 표정을 환하게 지었다. 물론 속으로는 욕을 마구 해댔다.

 

 ‘젠장! 빌어먹을.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쓰레기 자식!’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서야 남자는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또 남자는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 성인 남성 2명이 들어가면 여유 공간이 별로 안 남고, 벽지는 회색이라 칙칙한 느낌을 연신 주는 방안을 뭘 그리 볼 것이 있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 밖에도 매우 오래되어 지금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천장을 한참 동안 응시하는 등 남자는 기이한 행동들을 계속해서 했다. 보는 사람을 답답하고 기분 나쁘게 하는 남자의 행동에 기자는 무척이나 정신이 사납고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기자는 만약에 ‘홈즈 가’에 관해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단독으로 특보를 작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화를 누르고 꾹 참았다. 그 뒤로 10분 정도쯤 시간이 흘렀을 때, 드디어 남자는 다시 의자에 앉아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매우 불안에 떠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이제...모든 사실을 말해줄게......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사건의 발달은...지금으로부터 약 3년 9개월 전... 2024년 9월 14일에 일어난 [힐링던 기숙학원] 살인사건이야...”

 

 .

 .

 .

 

 “기숙학원 원장을 살해한 범인은 바로 당신입니다, 하숙생 앤서니 렌 양.”

 

 기숙학원 1층 로비에서 갈색 코트에 검은색 구두를 신은 20대 초반의 검은색 머리에 밝고 옅은 회색 눈을 지닌 한 사내가 맞은편에 있는 스무 살 초반으로 보이는 흰색 원피스를 입은 검은색 장발의 피부가 앳되고 살인의 ㅅ자도 모를 것 같은 여성을 오른손 검지로 지목하면서 말했다. 사내에게 지목당한 여성이 매우 당황해하며 손사래를 치면서 강력하게 부인했다.

 

 “탐정님! 에런 홈즈님! 아니 잠시만요. 저는 범인이 아니에요! 제가 왜 6년 전, 부모님에게 버림받고 혼자가 되어 길거리를 하염없이 떠돌아다닌 절 아무런 대가 없이 키워주신 원장님을 죽이겠어요? 진짜 전 아닙니다. 무언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네요. 아! 또 그리고 제가 범인이라는 증거도 없잖아요. 탐정님, 전 정말로 억울해요...정말로요. 흑흑...”

 

 그녀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억울하다는 듯이 흐느끼면서 울었다. 그런 그녀를 그녀의 친구들이 다독이며 에런 홈즈에게 무죄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친구들 중에는 에런 홈즈를 돌팔이 탐정이라고 욕하면서 앤서니를 옹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이번 사건을 맡은 힐링던 소속 경찰인 '헤리슨 벤 경감'이 추리하고 있는 탐정 홈즈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아직은 애송이 티를 못 벗어난 것 같은 얼굴을 지닌 젊은 탐정과 눈이 마주치자, 탐정은 괜찮다는 듯 빙긋이 웃었다. 확신에 찬 그의 태도에 헤리슨 경감은 그를 믿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홈즈는 말을 이어나갔다.

 

 “증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했습니다. 그전에 먼저 사건의 자초지종부터 설명해 드리는 편이 진행이 수월하겠군요. 앤서니 렌. 당신은 아까 알리바이 진술 때 오늘 밤 7시부터 7시 20분 동안 화장실을 갔다고 진술했지만, 사실은 피해자인 원장 애드워드 킴 씨와 같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과 그 장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당신은 문 쪽에 놓여있는 밧줄과 두꺼운 장갑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장갑을 끼고 조심히 원장의 등 뒤로 다가가 밧줄을 사용해 목을 졸라 살해하였습니다. 그 후에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범행현장을 밀실 살인으로 위장하였습니다. 뭐 자세히 말하자면 범행현장은 밀실이 아니었지만요. 왜냐하면, 처음부터 원장실의 방문은 잠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에런 홈즈의 말에 앤서니 렌이 울음을 멈추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앳되고 고운 표정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당황과 불안감으로 가득 찬 일그러진 표정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본인도 모른 채 말이 새어 나왔다.

 

 “뭐? 어떻게…. 그걸?”

 

 “뭐야 방금 앤서니가 뭐라고 한 거야?”

 “사실은 처음부터 문이 열려있었다고? 그런데 왜 우리는 밀실이라고 느낀 거지…? 아 설마!”

 “아니야, 아니야! 저 애송이에 돌팔이 탐정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어. 분명 밀실이었어.”

 

 방금까지 추리한 탐정 홈즈의 말에 사람들은 놀란 분위기로 웅성거렸다. 그 모습을 거실 끝자락에서 조용히 보고 있던 이 기숙학원의 늙고 점잖은 집사 ‘칼튼’의 푸른색 두 눈동자에 슬픔이 드러나 있었다. 과열된 이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경찰 12년 차인 턱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는 40대 헤리슨 벤 경감이 사람들 앞으로 나서서 큰 목소리로 이목을 집중시키며 말했다.

 

 “여러분 정숙 부탁드립니다! 아직 이야기 안 끝났습니다! 듣고 판단하세요. 자 어서 다음 추리를 이어나가 주시죠 탐정님.”

 

 경감의 말에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잠잠해지고 조용해지자, 탐정은 다시 추리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앤서니 렌, 그녀는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에 당황했습니다. 얼굴이 창백해진 그녀는 주위를 이리저리 보다가 우연히 방 안쪽에 있는 창고에서 이번 밀실 살인사건의 트릭이 되는 핵심 도구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글루건과 글루건심' 입니다. 그것을 본 그녀는 머릿속에서 순간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후 그녀는 일체의 고민도 없이 글루건에 심을 끼운 후 원장실 문의 문고리 반대편에 있는 문틀면판 및 캐치박스쪽으로 다가가 캐치박스 안쪽에 적당량의 글루건을 발랐습니다. 그리고 글루건이 굳기 전에 재빨리 본인이 쓴 멀티탭, 글루건, 글루건심을 정리했습니다. 그 후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떨리는 심장과 손을 진정시키고 문밖으로 나와 문을 닫았습니다. 이때 문이 닫히게 되면서 도어래치가 캐치박스 안쪽에 있는 글루건에 붙어 한순간에 밀실이 완성되었습니다. 자칫 평범한 살인이 될 수 있었던 사건이 한순간에 밀실 살인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잠시 말을 멈추고 홈즈는 몸을 돌려 집사 '칼튼'을 정확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칼튼 집사님. 맨 처음 피해자를 발견했을 때, 누가 문을 열어보려고 했습니까?”

 

 홈즈의 날카로운 질문에 현명한 집사 칼튼은 침통해하면서 잠시 얼굴을 숙이며 고민하다가 생각 정리가 끝난 듯 고개를 들어 안경을 힐끗 올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문을 맨 처음 열려고 시도한 사람은 바로...하숙생 앤서니 렌 양 입니다.”

 

 집사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초리로 새하얗게 겁에 질린 앤서니 렌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홈즈는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급조해서 트릭을 만들다 보니 확인하는 것을 깜박했을 겁니다. 그래서 앤서니 렌양은 안쪽에서 문이 잠긴 것 같다고 말하며 본인이 앞으로 나가 문을 열어보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트릭에 의해 문은 열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안심하며 사람들에게 문이 잠겨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저를 포함한 모든 남성이 몸으로 문을 부수고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고요. 그러자 우리는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온통 시체에 눈길이 쏠렸습니다. 그 사이에 앤서니 렌 양은 캐치박스와 문고리에 붙은 글루건을 제거해 당신의 트랙을 말끔히 없앴습니다. 또한, 살인할 때 원래 착용하고 있던 흰색 장갑 위에 현장에 남아있는 두꺼운 장갑을 덧씌워 사용해서 그런지 살인에 사용했던 밧줄이나 앤서니 렌 양의 손에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탐정의 말에 약간의 기세가 오른 듯 탐정의 말허리를 끊고 하숙생 앤서니 렌이 큰 소리로 외치면서 다시 한번 그녀의 무죄를 스스로 주장했다.

 

 “하하 탐정님! 아니 소설가이신가? 소설이 너무 완벽해서 저조차 제가 아버지처럼 여기는 원장님을 죽인 범인으로 생각했습니다. 결국은 이 모든 이야기는 그 누구나 상상할 수 있지 않나요? 전 또 증거라도 확실하게 있는 줄 알았어요! 하하하.”

 

 “네, 있습니다. 하숙생 앤서니 렌 양, 아니 범죄자 앤서니 렌 양.”

 

 그리고 어떤 이가 듣기에는 덤덤했고 다른 이가 듣기에는 매

 우 차가웠다는 목소리로 밝고 옅은 회색 눈이 싸늘한 분위기를 드러내면서 탐정은 치명적이고 피할 수 없는 마지막 화살을 눈앞에 있는 가느다란 소녀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적중시켰다.

 

 “당신은 제가 이제껏 본 평범한 사람 중 가장 비범하고 치밀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치명적인 실수 한 가지를 저질렀습니다. 바로 당신의 ■■입니다.”

작가의 말
 

 Ep.01 힐링던 살인사건 해결편 시작입니다!

 명탐정 코난 1화에서도 살인사건 해결로 시작했었죠. 이걸 오마주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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