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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이원
작품등록일 : 20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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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Ep01. 힐링던 기숙학원 살인사건 해결편 (2)
작성일 : 24-07-05     조회 : 159     추천 : 0     분량 : 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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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체액'입니다.

 당신은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모든 사건이 그렇듯 뜻밖의 장소에서 실마리를 찾게 되는 법이죠. 바닥에 엎질러져 있는 커피에서 당신의 체액이 나왔습니다. 이미 감식팀이 DNA 감식을 통해 당신의 체액이라는 사실까지 확인했습니다. 당신은 아침에 원장실에 들어간 이후로 한 번도 들어간 적 없다고 했는데, 왜 당신의 흔적이 남아있을까요? 그것도 온기가 약간 남아있는 커피에서 말이죠. 더는 빠져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앤서니 렌 양. 당신은 모든 걸 덮었지만,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몰래 흔적을 지운다는 긴장감과 촉박함 때문에 결국 실수를 범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죗값을 치르고 다시 살아가세요. 앤서니 렌 양.”

 

 탐정의 결정적인 말에 그녀는 세상을 잃은 표정을 짓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그저 아무 말 없이 흐느껴 울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그녀의 하숙생 친구들, 집사 칼튼, 탐정 에런 홈즈 그 누구도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헤리슨) 벤 경감이 여순경 2명에게 앤서니 렌을 일으켜 경찰차로 데려가라고 지시했다. 여순경 2명이 렌을 일으키려 하자, 렌 그녀는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듯 왼손을 펼치면서 본인을 데려가려는 그들을 막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절망적이고 비통한 표정에 양쪽 눈가에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의 갈색빛의 두 눈은 마치 그간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세상 모두를 비웃는 듯이 눈에는 조롱을 담았고, 입은 귓가까지 찢어진 채로 한참을 모두를 향해 폭소한 뒤 웃음을 멈추고 천천히 마지막 진술을 했다.

 

 “내게 ’시간‘? 허, ...하! 하하! 어떻게! 깔깔깔! 너무 웃기네요! 킥! 큭큭, 아하하하하!!!

 ...... 탐정님. 제게 감히 시간을 들먹이는 거예요? 당신들이 애드워드 킴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절대 나에게 그딴 말들을 못 지껄일 거에요. 적어도 오늘은 참았어야 했는데, 하필 명탐정이 왔을 때 저질러버렸네요. 아, 매우 아쉬워요. 후후. 그래도 탐정님. 전 후회는 안 해요. 제가 당신의 추리에 한 가지... 추악하고도 더러운 사실을 추가하고 싶네요. 그날 저녁 원장 새X와 단둘이 있을 때, 사실…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뭐 정확히 말하면 약 2개월 전부터 시작된 짓거리였죠. 처음에는 저한테 단순한 상담을 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받으러 원장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그자는 본색을 드러내더군요. 본인이 지금까지 절 키웠으니 그에 맞는 대가가 필요하다고 혹시 돈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시잖아요, 제가 돈이 어디 있겠어요. 제가 돈이 없다고 하자 그 자식은 발정이 난 짐승처럼 눈을 음탕하게 뜨면서 그러면 몸으로 갚으라고 했어요. 안 그러면 쫓아내겠다고. 그 개새X... 이 상황에서 제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단 하나였어요. 그 뒤로 매일 저녁 절 희롱했고, 오늘 밤은 희롱을 넘어서 강제로 관계를 맺으려고 하길래 순간적으로 그만…. 죽이고 나서야 절대 밝히고 싶지 않았던 비밀을 스스로 말하네요. 탐정님, 저에겐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요. 이미 저는... 망가져 버렸어요. 거짓으로 뒤덮은 호의와 잘못된 방법을 택한 저는 더는 구원받을 수 없어요. 이 이야기를 죽이기 전에 누군가에게 상담했다면 저는 구원 받을 수 있었을까요?...”

 

 말을 마친 갈 길을 잃어버린 소녀 앤서니 렌은 눈물을 흘리며 빙긋이 웃었다. 에런은 순간 추악한 현실에 때 묻어 더는 날지 못하는 검은 천사의 모습이 그녀와 겹쳐져 보였다. 원장의 충격적인 만행이 밝혀지자, 그곳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들 어떤 말을 할지 모른 채 그저 안타까운 눈으로 혼자 남겨져 버린 검은색 긴 생머리의 여성을 쳐다볼 뿐이었다. 이후 벤 경감이 상황을 마무리했고, 가해자 앤서니 렌을 서로 연행했다. 벤 경감이 힐링던 기숙학원을 나오면서 주머니에 있던 히말라야를 꺼내 한 대 피웠다.

 

 “후. 역시 이 일은 쉽지 않아. 엇, 홈즈 군 이번에도 도움을 받았네. 덕분에 잘 풀렸어.”

 

 원래는 180cm로 키가 큰 편이었는데 어깨가 축 처진 상태로 터덜터덜 걸어 나와 키가 순간 줄어든 것 같은 착각을 주고 있는 에런이 쓸쓸하게 검은색 머리를 매만지며 기숙학원을 나오고 있었다. 다가오는 에런을 발견하고, 벤 경감이 악수를 내밀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에런이 힘없이 악수를 받으며 자리를 먼저 떠나겠다고 말했다.

 

 “벤 경감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이번 사건 관련하여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 또는 문자 주세요.”

 

 에런은 말을 끝내자마자 급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나가 택시를 잡은 후 힐링던 기숙학원을 떠나갔다. 그런 에런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벤 경감 뒤에서 조용히 말쑥한 정장 차림인 힐링던 기숙학원 집사 칼튼이 걸어 나오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경감님. 그 아이는 괜찮겠죠?”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지만, 걱정하시는 만큼의 처벌은 받지 않을 겁니다.”

 

 벤 경감이 칼튼 집사를 힐끔 쳐다보고 말하기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배려가 섞인 말을 듣고 한 층 얼굴색이 밝아진 칼튼이 이어서 말했다.

 

 “이번 일로 저는 집사를 그만두고 쉬려고 합니다. 집사라는 사람이 원장이 그런 추악하고 한 소녀의 인생을 짓밟는 짓을 하는 걸 모르고 있었다니 집사 자격 실격입니다. 만약 제가 미리 알았다면 원장의 죽음과 소녀의 추락이라는 이 두 가지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이번 일로 에런 홈즈 군도 크게 실망했을 겁니다. 한때는 여기 힐링던 기숙학원에 다녔었으니까.”

 

 칼튼의 말에 놀란 벤 경감이 담배를 떨어뜨리며 물었다. 이에 칼튼은 턱을 어루만지며 에런이 다녔었을 때가 생각이 난 듯 슬며시 웃으며 약간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네? 홈즈 군도 이곳에서 지낸 적이 있었습니까?”

 “맞습니다. 한 5년 전쯤 그의 형 셰린포드 홈즈가 약 3개월 동안 에런 홈즈 군을 저희에게 맡겼습니다. 관찰력과 논리력,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더 얻어야 한다면서 말이죠. 이 학원은 다른 데랑 다르게 가르치는 특별한 과목이 없습니다. 본인이 얻고 싶은 게 있으면 스스로 얻을 수 있도록 서포터 역할만 해주는 곳이 바로 힐링던 기숙학원입니다. 이런 독립성이 셰린포드 홈즈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에런 홈즈 군과 저희가 서로 인연이 있기에 오늘 학원 10주년 창설 기념 저녁 만찬에 초대했는데 이런 끔찍한 광경들만 보여줬으니 에런 홈즈 군께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칼튼 집사의 말을 다 들은 헤리슨 벤 경감은 조금 전에 사라진 에런 홈즈 자리를 쳐다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런, 성숙해 보여도 이제 20살 초반밖에 안 된 탐정이란 걸 까먹을 뻔했군. 그동안에 보여준 태연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들에 너무 익숙해졌나. 하긴 연고지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게 이상한 거지. 그나저나 영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권력자, 셰린포드 홈즈가 이곳을 추천한 데라…. 오늘 사건만 안 일어났어도 10학년인 내 아들을 보냈었을 텐데 아쉽네.’

 

 에런은 택시를 탄 후 고개를 돌려 힐링던 기숙학원을 쳐다보며 처음 기숙학원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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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숙학원을 맨 처음 방문했을 때는 에런은 눈썹이 약간 씰룩 올라가며 들어가기 싫어했다. 그런 에런의 태도를 눈치챈 셰린포드 홈즈가 에런에게 흥미를 끌 만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에런, 이곳은 너에게 특별한 경험을 줄 거다. 음? 하하. 아직 와닿지 않는 모양이구나. 그래 그럴 수 있지. 너처럼 영특한 아이에게는 이곳이 그리 눈에 들지 않겠지. 그럼 이렇게 설명을 해줘야겠구나. 나도 이곳을 다닐 수 있었다면 다니고 싶을 만큼 무척 탐나는 곳이다.”

 

 “엥? 형이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라고 이곳이?”

 

 에런은 평소 본인의 실력만큼 자만심이 뛰어난 형이 고작 기숙학원 하나 따위를 그렇게나 칭찬하고 인정하는 모습이 매우 낯설었다. 에런은 다시 한번 울타리로 둘러싼 힐링던 기숙학원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대문을 열어 기숙학원 내부를 천천히 살펴보면서 생각했다.

 

 ‘평범한 벽돌, 2층 높이의 작은 크기, 연못이 있고 생각보다 넓은 정원, 그리고 끊이지 않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어라라? 잠시만 왜 아이들이 수학, 과학 같은 공부를 하는 모습이 전혀 없어! 어떤 이는 정신수양을, 또 어떤 사람은 석상을 만들고 있고 아예 다른 몇몇은 태평하게 낮잠을 자고 있어. 알았다. 여기는 그냥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야!’

 

 에런이 평소의 공부만 하는 기숙학원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인 힐링던 기숙학원을 보면서 감탄을 했다. 그런 에런을 보며 그의 형은 씩 웃으며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여기는 단순히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직접 가보면 알 수 있을 거다. 이곳은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깨달음을 얻었다면 언제든지 돌아오렴. 여기는 딱히 시간을 정해두고 하지 않는단다. 아 저기 나오시는구나. 인사해라 에런. 힐링던 기숙학원의 원장 애드워드 킴씨와 이곳의 집사로 일하고 계신 현명하기로 유명한 칼튼 씨란다.”

 

 형제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힐링던 기숙학원 정문이 열리면서 뱃살이 올챙이 배처럼 튀어나 펑퍼짐한 양복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콧수염을 기른 50대 남성이자 이 학원의 원장 애드워드 킴, 그리고 약 70대로 나이를 많이 먹고 눈이 침침해 안경을 썼지만, 외유내강(外柔內剛)과 같이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는 집사 칼튼이 걸어 나왔다. 애드워드 킴은 본인의 턱수염을 만지며 에런을 쓱 훑어보고 셰린포드에게 말을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홈즈씨. 옆에 있던 분이 전에 말했던 동생 에런 군인가요?”

 

 “하하, 맞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장차 훌륭한 명탐정이 될 아이입니다.”

 

 “흠…. 이 아이가 장차 명탐정이 될 아이라. 제2의 셜록홈즈가 탄생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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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칵 딸칵. 2024년 9월 15일. 아침 6시라는 이른 시간부터 에런이 일어나 1개월 전에 산 신제품 '삼성 갤럭시북5' 노트북으로 어젯밤에 일어났던 힐링던 기숙학원 살인사건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다.

 

 [21세기의 셜록, 미궁에 빠진 사건을 또 해결하다!],

 [힐링던 기숙학원 살인사건],

 [단독 보고! 원장 에드워드 킴의 추악한 진실]

 

 "옛 추억이 살인과 욕망이라는 잔인하고 추악한 붉은 얼룩으로 엉망진창으로 물들었네…."

 

 어젯밤 기사를 보며 에런은 쓸쓸하게 중얼거리더니 노트북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든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로 위는 차들이 쉴 새 없이 달리고 있고, 휴대폰을 보며 길은 걷는 사람들, 늦은 듯 헐레벌떡 뛰어가는 사람 등 그저 평범한 일상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에런은 매일 보는 일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영원한건 없어]라는 이 말이 생각나네.

 옛 추억도 끔찍하게 변해버렸는데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 풍경도 언젠가는….’

 

 띠링. 그 순간 에런의 폰이 울렸다.

작가의 말
 

 Ep.01 힐링던 기숙학원 살인사건 편이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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