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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이원
작품등록일 : 20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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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Ep.02 레이첼 (1)
작성일 : 24-07-05     조회 : 170     추천 : 0     분량 : 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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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늦기만 해봐, '애른'.

 2시간 뒤 Portobello Rd(포토벨로 로드: 유명한 시장들이 있는 매력적인 거리) 근처 영화관!}

 

 방금 에런의 휴대폰에 온 문자는 그의 여친 ‘레이첼’이 보낸 문자였다. 에런은 그녀의 문자를 확인하고 피식 웃었다. 그도 그럴 게 이 둘의 첫 만남을 생각하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그 일’이 있는지 5년쯤 되었네.

 첫 만남에서 일어난 ‘그 일’만 생각해도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었는데…. 그나저나 이걸 보고 무슨 반응을 보이려나?”

 

 에런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작은 약간 어두운 청색 상자를 만지작거리며 얼굴에 미소를 약간 띤 채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상자를 책상 옆에 놓여 있는 원목 스탠드 옷걸이 행거에 걸려있는 검은색 코트 안 주머니에 넣고 오늘 있을 데이트를 위해 무슨 옷을 입을지 어떤 향수를 뿌릴지 고민하며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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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하아, 하아. 좋았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겠어.”

 

 아슬아슬하게 약속 시간인 오전 9시를 넘기지 않고 영화관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린 에런이 빠른 걸음으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런의 시야에 약 5층 높이의 영화관이 보였다. 연이어 영화관 입구 앞에서 갈색 긴 생머리의 약 스무 살 초반처럼 보이는 젊고 예쁜 여성이 흰색 민소매와 청색 청바지에 갈색 자켓을 두르고 단화를 신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팔짱을 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애른' 이 자식 또 못 나오는 건 아니겠지? 지지난번 주에도 사건 해결한다고 불꽃축제 보러 가는 약속을 깼었는데 설마 또? …… 아니야. 분명 아까 내가 보낸 문자도 읽었고,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저번에 날 내팽개쳤을 때처럼 미리 연락을 줬겠지. 만약 이번에도 약속을 깨버린다면 그냥 내 손으로 어디 못 가게 묻어버려야겠어!”

 

 아름다운 미모와 대비되는 매우 무서운 말투로 말한 그녀는 손목을 살짝 비틀어 초조하게 흰색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1분 남았어. 애른은 올 거야. 만약 안 온다면......진짜 오지 않는다면... 하늘에서 사건을 해결하게 만들어 주겠어……. 후후, 생각하면 할수록 웃기네. …내가 홈즈를 진심으로 좋아하다니. ‘그날’의 내가 이 사실을 알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상상조차도 할 수 없겠는데.”

 

 옛날 일들을 회상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앞에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한 사내가 걸음을 멈췄다. 인기척에 그녀는 고개를 들어 누구인지 확인했다. 그녀가 애타게 기다리고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던 그 남자가 맞자, 조금 전까지 화를 내고 있던 그녀의 표정은 애초에 없었다는 듯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반가움을 내비쳤고,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며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띄워졌다. 마치 그녀는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과도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안녕 레이첼. 이번엔 안 늦었지?”

 

 에런은 어깨를 으쓱하며 뿌듯한 표정과 함께 오른손으로 V자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레이첼은 그런 에런의 태도에 약간 기가 찬 듯 밝았던 표정이 약간 사라지고, 곧바로 어이없어하는 말투로 에런의 말을 맞받아쳤다.

 

 “야, 애른. '안 늦었지'가 아니지. 저번 약속 때, 아예 안 나왔을 텐데? 그러니 ‘왔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레이첼 내가 너의 틀린 것을 하나씩 반박해줄게. 우선 첫 번째, '안 늦었지'라는 표현이 맞아. 저번 불꽃축제 때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한 32시간 늦게 너를 만났었잖아. 그리고 두 번째, 내가 계속해서 말했지만 나는 애른(애 늙은이 어른)이 아니라 에런, 셜록 홈즈의 4대 후손이자 21세기의 셜록 홈즈라 불리는 명탐정 '에런 홈즈'라고.”

 

 그 말을 들은 레이첼은 머리를 망치로 세게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아무 말 없다가 이내 겨우 진정이 된 듯 말을 꺼냈다.

 

 “엥?......와.. 잠깐만 32시간 늦게 만난 거라고? 혹시 명탐정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뻔뻔함이 필요하니? 어이가 없어서 순간 말이 안 나왔네요. '애른'씨.”

 

 “뻔뻔함이 아니야. 그저 다른 시각으로 볼 뿐이야. 탐정으로서의 기본 소양이지. 그리고... 저번에 못 나온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진짜 중요한 사건이었어. 이젠 그럴 일 없을 거야. 다시 한번 약속할게.”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우리 21세기 셜록님께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 이해합니다. 애. 늙. 은. 이. 애애애애애른씨. ^^”

 

 “아, 레이첼 진짜 미안해. 그리고 애른이 아니라 에런이라니까. 에런!”

 

 에런이 더 말하고 싶지만, 저번에 본인이 한 잘못이 있기에 그저 입을 삐죽거렸다. 이런 그의 모습이 눈치를 보며 시무룩해하는 대형 애완견 같아서 귀엽다는 생각이 든 레이첼은 에런의 팔을 껴안으면서 그를 쳐다보면서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에런. 애가 왜 이리 귀여워졌을까? 다른 사람들도 알아? 뇌섹남에 차도남 분위기를 띠는 명탐정이 사실은 여자 한 명에게 쩔쩔매는 귀여운 사람인 거?”

 

 “나 안 쩔쩔맸거든!”

 

 “느~ 은 쯜쯜맸거든~!”

 

 “아 진짜!”

 

 “으~ 즨짜!”

 

 “하지 말라고”

 

 “흐지 믈라고. 큭큭 알겠어. 그만할게. 에런, 영화 시작 시각까지 약 5분도 안 남았어. 어서 들어가자.”

 

 당황해하며 레이첼의 말을 부정하는 에런의 말투를 한참을 이상하게 따라하며 놀리던 레이첼은 에런의 팔을 이끌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에런은 생각보다 힘이 센 그녀의 팔에 이끌리며 영화관으로 어? 어어? 하며 앞으로 찾아올 거대한 운명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순식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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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겟 이동했습니다.”

 

 “... 포인트 지점에 도착하면 실행해라.”

 

 뚝. 누군가와 통화를 마치고 의문의 인물이 체스판 위에 있는 한 기물을 바라보다가 오른손으로 콱 움켜잡으며 약간 슬픈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Knight(체스 기물 중 하나인 말 형상)를 움직일 때가 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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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른 이거 봐봐! 조금 전, 방탈출 클리어 기념 폴로로이드 사진 잘 나왔지? 아! 그리고 나 어땠어? 생각보다 잘 풀지 않았어? 나 천잰가 봐~ 내가 매니큐어 맨 처음 방에서 봤을 때 수상하다고 생각해 가지고 갔더니 설마 그게 마지막 문제에 큰 도움이 될 줄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가 먼저 말한 것 뿐인데...’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설마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크, 눈치가 빨라 화제를 전환해야겠다.’

 “아니야~ 진짜 똑똑했어. 순간 내가 탈출 못 한 방탈출이 될 뻔했으니까.”

 

 “뭐, 애른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그나저나 오늘 너무 재밌었다. 안 그래? 오전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청춘 로맨스 영화를 보고, 아 맞다. 애른, 넌 싫었겠다. 넌 T잖아. 히히.”

 

 ‘어디서 저런 건 배워온 거야. 난 그저 침착한 것 뿐인데.’

 

 “또 점심엔 내 최애 음식 중 하나인 초밥을 먹고 난 후, 오후에 소화 시킬 겸 간단하게 볼링 3판 치고, 마지막엔 방탈출 장인들조차 실패한다는 역대급 난이도라고 소문이 난 방탈출 카페에 들어가 클리어하고 지이인짜 오늘 너무 알찼어! 그리고….”

 

 “두 분 이야기 하시던 도중에 죄송합니다. 주문하신 요리 올려드리겠습니다. '서로인 스테이크' 하나, '립 아이 스테이크' 하나. 둘 다 굽기는 미디엄, 사이드로는 크림 파스타와 와인으로는 '까베르네 소비뇽 카니버'나왔습니다.”

 

 “그리고 노릇노릇하게 아주 잘 구워진 스테이크와 맛있는 술까지. 오늘 하루 너무 완벽해.”

 

 스테이크 전문점 [원 타임] 매니저가 가지고 온 푸짐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둘은 자연스럽게 아무 말 없이 그저 서빙하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매니저가 음식을 다 올리자 에런이 나이프를 들려고 할 때, 레이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에런에게 손을 뻗으면서 그를 멈춰 세웠다.

 

 “애른! 기다려. 인스타에 올려야 돼. 저번에도 못 찍었는데 이번엔 안 돼. 잠깐만 기다려.”

 

 에런은 레이첼의 행동에 질린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아쉬워하며 순순히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레이첼은 그런 에런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참을 사진을 찍어댔다. 찰칵. 찰칵.

 

 “자 이제 됐다. 어서 먹자!”

 

 그렇게 레이첼의 사진 진심 모드가 꺼지고 나서야 눈앞에 있는 진수성찬에 손을 댈 수 있는 에런이었다. 한참을 저녁 식사를 즐기던 도중 레이첼이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갑작스럽게 어젯밤 일에 대해 에런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에런, 어젯밤 사건에 대해서 말이야...... 너 괜찮아?

 그곳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잖아. 네 친형 '셰린포드 홈즈'가 너에게 추천한 곳이기도 하지만 5년 전, 너와 내가 처음으로 만난 곳이기도 하니까.”

 

 “......맞아. 잊을 수 없는 곳이자 추억이었지.

 왜냐하면 그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네게 갑자기 뺨을 맞았잖아.

 아, 아니다 이유는 있었지. 부잣집 도련님은 싫다는 그 이상한 이유.”

 

 레이첼이 당황해하며 의자에서 일어나 에런을 말리려고 했지만, 다소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 있는 에런을 건드릴 수가 없어 그저 가만히 서서 말을 들어야만 했다.

 

 “난 너 같은 녀석이 있다는게 싫어!”

 

 “아! 옛날 일을 왜 꺼내는 거야?

 내가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했잖아... 에런.”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서로 아무 말 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시간만이 흘러갈 뿐이었다.

 매우 답답하고 불편한 분위기가 언제쯤 끝날지 레이첼은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한 5분 뒤쯤, 에런이 무심하게 자켓 안주머니에서 작은 남색 상자를 탁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서서히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레이첼에게 보여주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레이첼의 동공이 점점 커지더니 레이첼이 깜짝 놀라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상자 안을 가리키면서 에런에게 물었다.

 

 “......에런 이게 대체 무슨...?!”

 

 “아까 너가 말했잖아. 힐링던 기숙학원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였다고. 그런데 그것도 기억해? 오늘이 그곳에서 너랑 내가 처음 만난 지 딱 5년이 지난 날이라는 걸. 물론 우리가 사귀게 된 건 그 일이 있고 한참 후였지만, 나는 그 만남이 있었기에 우리 둘이 쉽게 끊어낼 수 없는 붉은 실처럼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너와 내가 처음 만난 지 5년이 지난 이 순간 네게 기념선물을 주고 싶어서 반지(노미네이션 벨라 실버 진주)를 준비해 봤어. 참고로 커플링이야.”

 

 레이첼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어찌해야 할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에런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첼의 옆으로 이동해 레이첼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고 반지 위에 가볍게 키스를 한 뒤 고개를 들어 말했다.

 

 “레이첼, 당신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야.”

 “흑..흑흑, 에런......미안해.. 나... 나는…….”

 

 레이첼이 눈물을 한두 방울씩 떨어뜨리면서 말하자 에런이 레이첼의 입술에 검지를 대며 말했다.

 

 “레이첼, 울지마. 괜찮아. 다음에 네가 날 챙겨주면 되지. 난 너만 있으면 층분해. 그러니 나와 평생을 함께 해줄래?”

작가의 말
 

 에런 홈즈와 레이첼 풋풋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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