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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이원
작품등록일 : 20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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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Ep.02 레이첼 (5)
작성일 : 24-07-05     조회 : 152     추천 : 0     분량 : 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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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를 장악한 경찰, 불만을 호소하는 시민들]

 

 [“고작 일주일 하나를 못 버티나.”

  막말 논란에 휩싸인 런던경찰렁 윌리엄 데런 경감]

 

 [19일, 윌리엄 데런 경감. 시민단체와 대화 시도 거부]

 

 [20일, 네티즌이 뽑은 최악의 경찰 1순위. 윌리엄 데런 경감]

 

 “허허! 이거 참... 예상을 넘어서는 격한 반응이야. 제발 일이 계획대로 잘 풀려야 될 텐데, 그래야 이런 수고를 겪은 보람이 있지.”

 

 밀크커피를 탄 종이컵을 오른손으로 집어들고 후루룩 마시면서 계속해서 갱신되는 악플 및 기사를 보면서 데런 경감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5일 전, 홈즈가 말했던 것을 다시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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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트롤'짓을 부탁드립니다. 데런 경감님.”

 

 “응? 뭐라고 했는가. 그게 대체 무슨!”

 

 순간 화를 내려던 데런 경감을 에런 홈즈가 양손으로 말리면서 그를 진정시킨 뒤, 연이어 본인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플랜’을 가만히 계속 듣고만 있던 데런 경감은 점차 눈동자가 점점 커다라지면서 놀라움을 감추지를 못했다.

 

 “워워, 데런 경감님. 진정하시고 제 말을 천천히 들어주세요.

 범인은 명탐정의 애인을 쳤습니다. 아마 그는 쥐 죽은 듯이 그저 조용히 이 소란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숨어있을 겁니다. 그런데 경찰은 이상한 삽질을, 명탐정인 저는 병원에 몇 날 며칠을 틀어박혀 슬퍼만 하고 있습니다.

 그럼 과연 범인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어라라. 이게 무슨 일이지?'

 얼떨결하며 문득 버리고 온 차량이 생각날 겁니다. 그럼 그는 더욱 완벽한 범죄를 위해 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폐기를 시킬려고 할 겁니다. 물론 그의 뒤에 있는 세력은 이렇게 하지 말라고 사전에 경고했겠지만, 그는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인간이란 동물은 그런 법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트롤’짓은 한 가지입니다. 그저 일주일 동안 베이커 거리를 점거하면서 쓸데없는 탐문수사, 과학수사 등을 진행하면서 시민들과 한바탕 싸워주시면 됩니다. 이렇게만 해주신다면 범인은 자만심을 가지고 스스로 차를 회수하러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아, 그전에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부터 드론을 활용하여 도주하다가 도중에 버렸을 흰색 랜드로버 차량을 찾고 그 주변에 경찰을 보내 잠복시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범인이 모습을 드러내면 체포하지 말고 뒤에 사람을 몰래 붙여서 미행해주세요. 그러면 알아서 그자가 그의 뒤에 있는 세력이 있는 곳으로 안내할 겁니다.

 제 설명은 여기까지가 끝입니다. 선택은 경감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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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런 경감은 홈즈의 계획을 수락했고, 그 결과 전국민에게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와 더불어 그의 충직한 부하 경사들과 닉 경위가 연이어 뜯어말리고 있지만, ‘늙지 않는 명사수’인 그는 홈즈의 계획과 그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를 믿으며 조용히 숨을 죽여 기회를 확실하게 포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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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형이 여긴 어떻게?!...”

 “에런, 설마 넌 이게 '우연'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면 매우 크나큰 착오구나.”

 

 옅은 갈색빛이 도는 2 대 8 가르마 머리에 밝고 옅은 회색 눈(홈즈家의 특징), 185cm라는 큰 키와 옷 위로도 보이는 주기적으로 운동하는 듯한 몸을 소유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에런 홈즈’의 친형 ‘셰린포드 홈즈’가 천천히 압도감을 주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그 자리에 있던 에런과 지미 왓슨은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예전에는 아니, 5년 전만 해도 못 느꼈었는데 [힐링턴 기숙학원]을 나오고 나서 오랜만에 다시 형을 만났을 때부터 이 느낌을 받았었다. 이런 현상에 에런은 항상 의구심을 품었지만, 밝혀낼 수 없었다. 그러다가 에런은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나이를 먹으면서 본인과 형과의 격차에 압도되어 그런 느낌을 받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물론 에런 홈즈는 본인이 역사에 이름이 남길만한 천재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친형인 셰린포드 홈즈는 천재들의 머리 위에 군림하고 있는 사람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은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셰린포드 홈즈’는 MI6(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처음으로 국가급의 비밀 임무들을 수행하는 조직을 창설했다. 이후 조직의 이름이 MI6로 개편되었다.)의 수장에다가 영국의 암암리에 들려오는 풍문에 의하면 그의 말 한마디에 정부 정책이 한순간에 바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한 인물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15세라는 매우 젊은 나이에 세계 최상위권 명문대학교인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수석 조기졸업, IQ 180인 멘사 회원, 그리고 영국 최상류층 클럽인 디오게네스 클럽의 대표라는 화려한 이력들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홈즈家’라는 최상위권의 명문가의 장남이다. 이러한 경력들과 혈통은 ‘셰린포드 홈즈’ 그를 감히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전무후무한 거물로 만들어주었다.

 

 에런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답답함을 억누르고 형에게 물어봤다.

 그가 이곳에 온 진짜 이유를.

 

 “형, 왜 이제야 왔지? 항상 내게 사람을 붙여 내 행적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잖아. 그러다가 나한테 아주 사소한 일이 생기면 바로 찾아오던 형이 5일이나 지나고 나서야 왔다? 솔직히 말해줘.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도대체 어떤!”

 

 “하하하 에런, 내 동생아. 안 본 사이에 재치가 많이 늘었구나. 이젠 너도 '독립'을 해야지. 매번 내가 챙겨줄 수는 없잖니? 이번 기회에 너의 해결방식을 보고 싶어서 늦게 온 거다.”

 

 말투는 온화하고 부드러웠지만, 그의 밝고 옅은 회색 두 눈은 매섭고 차가운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눈동자 깊은 곳 한가운데에선 걱정하는 눈빛도 보였다. 에런은 처음보는 형의 눈빛에 매우 당황해했다. 에런의 동공이 흔들리며 표정이 약간 일그러지자 셰린포드가 동생에게 슬며시 웃으며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넸다.

 

 “엘. 보이는 것 그대로를 믿지마렴.

 그저, 네쪽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상황이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구나.

 도울 일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면 도와주마.”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할 말을 마친 셰린포드는 곧바로 병원을 나갔다. 에런은 그가 떠나자 다리에 힘이라도 풀린 듯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왓슨은 평소답지 않은 긴장과 두려운 모습을 보이는 홈즈가 걱정되어 다가가 위로를 건네려고 했지만, 홈즈는 오른손을 뻗으며 오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한 후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왓슨, 나는 괜찮아. 그저 형이 내게 전한 메시지가 충격적이어서 놀란 것뿐이야. 방금 우리가 나눈 대화는 내가 어릴 때, 형이랑 자주 하던 비밀암호야. 아주 간단한 암호야. 아까 형이 내 이름을 에런이 아닌 ‘엘’이라고 한 거 들었지? 엘은 내 어릴 때 별명이야. 비밀 메시지는 ‘엘’이 들어가면 시작돼. 비밀 메시지의 첫 번째 문장은 앞으로의 대화의 주체가 되는 문장. 그 뒤로 나열되는 문장들은 첫 번째 문장을 적용해 해석해서 듣는다. 어때 간단한 규칙이지? 이 룰을 적용하면 이렇게 대화가 바뀌지.

 

 『에런, 보이는 것 그대로 믿지마렴.

  지금까지 네 상황만 신경을 썼다.

  지금 상황은 심각해.

  난 못 도와주는 상황이야.

  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내 형이 이렇게까지 전달할 정도면 매우 안 좋은 상황이야. 확실해 이건 분명한 사실이야. 왜냐하면 형은 절대로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 거센 동풍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대비를 해야해.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왓슨. 오랜만에 베이커가 221B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보자고.”

 

 그렇게 비밀스러운 형제간의 대화를 나누고 홈즈와 왓슨은 이번 사건에 대해 다시 천천히 읽어보기 위해 베이커가에 있는 에런의 하숙집 221B로 걸음을 향했다. 그러나 이 두 명의 행동은 마치 촘촘하게 짜인 거미줄에 걸려든 먹잇감의 행동처럼 모든 것이 완벽하고 그 어떤 변수 하나조차 생길 수 없는 단 하나의 복수를 만든 ‘한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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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흘러 홈즈와 약속한 일주일이 되는 2024년 9월 22일 새벽 2시 23분경, 집에서 곤히 떨어져 잠을 자고 있던 데런 경감에게 닉 경위의 전화가 왔다.

 

 “으..음? 닉 경위... 새벽이네 새벽. 하아아암.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꼭두새벽부터 전화를...”

 

 “님! ...데런 경감님! 드디어 그 망할 흰색 랜드로버 차량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 ...어?! 진짜인가! 허. 진짜 홈즈 군의 말대로 범인이 움직일 줄이야! 저 송사리 같은 범인이 우리를 더 큰 먹잇감으로 안내해줄거다. 조용히 몰래 뒤따라가. 한 추적조 3팀을 은밀하게 붙이라고. 그리고 최종 도착지가 나오면 다시 연락해. 나도 곧 합류하겠다.”

 

 뚝.

 데런 경감은 닉 경위와 전화를 마치고 곧바로 홈즈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뚜르르르... 녹음을 원하시면 1번...

 뚝.

 뚜르르르. 뚜르르르. 뚜르르르... 녹음을 원하시면 1번...

 뚝.

 

 “뭐야. 왜 전화를 안 받지? 자고 있는건가? 흠... 지금 상황을 문자로 남기면 알아서 전화를 주겠지. 그가 얼마큼 기뻐할지 상상이 안 되는군. 홈즈 군이 그렇게나 분노하는 모습은 내 평생 처음 보았으니까 말이지. 이 소식이 그의 업화(業火)를 달래줄 단비가 되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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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감이 닉 경위로부터 범인을 발견했다고 전화를 받기 약 5시간 전인 21일 오후 9시에 홈즈와 왓슨은 베이커 거리에 도착했다. 홈즈는 221B로 들어가기 전에 레이첼이 치인 장소를 분노와 슬픔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홈즈 옆에 서 있던 왓슨은 홈즈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발견하고 무심하게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

 

 “홈즈, 어서 가자.”

 

 “......그래. 날씨가 많이 춥네.”

 

 “곧 따듯해질 날이 오겠지.”

 

 레이첼이 쓰러져 있는 장면을 겨우 머릿속에서 잠시 지운 채, 홈즈는 왓슨과 함께 옛날 이 둘의 탐정사무소였던 베이커가 221B이자 지금은 그저 홈즈의 하숙집인 221B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들을 반겨주는 건 옛날 홈즈와 왓슨이 팀을 이루고 합을 맞추어 어떤 사건이든 해결해 가던 괴롭기도 했고 때로는 즐거웠던 옛 추억이 아닌 홈즈의 방 한가운데서 쓰러져있는 하숙집 주인 ‘마리 부인’이었다.

작가의 말
 

 에런 홈즈... 고생길이 열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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