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뭐라고?! [옥스퍼드 대학 식물원] 맞은편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흰색 랜드로버 차량이 갑자기 폭발했다고? 어, 아아! 맞다. 그 차량에 타고 있던 노인은? ······그래, 아예 신원을 파악할 수도 없을 만큼 타버렸다고···. 알았다. 지금 바로 감식반 보낼 테니까 현장 확인하고 다시 전화할 수 있도록 닉 경위.”
뚝.
‘지금 시간이 새벽 4시... 생각보다 행동이 빠른 조직에다가 정보력도 좋군. 차량을 미행 한지 약 1시간 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눈치채고 흔적을 없애다니. 매우 대담한 조직이야. 이거 난감하군. 홈즈 군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고 싶은데 쓰읍... 연락이 안 돼. 어쩔 수 없나? 내가 직접 베이커가 221B로 찾아가 상황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같이 정해봐야겠어.’
갑작스러운 폭발 사고에 매우 놀란 데런 경감이었지만, 빠르게 평정심을 찾은 후에 에런을 만나러 베이커가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몰래 쳐다본 후 메시지를 발송했다. [나이트 이동] 그리고 유유히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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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리리리. 삐리리리. 삐리리- 달칵.
“그래, 위치가 나왔어?”
“네, Q. 지금 막 서덤(Southam)에 위치한 AA단지 W창고로 들어갔습니다.”
“그래? 내가 있는 곳에서 약 3시간 거리네.”
“...Q. 제 생각에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편ㅇ-”
“알고 있어. 위험하다는 걸. 그런데 에이전트 N, 이런 말이 있어. [하이 리스크 & 하이 리턴] 내가 본거지에 들어가 납치범들과 홈즈와 왓슨을 구출한다면? 그려면 보스는 내게 큰 보상을 주실거야. 감히 상상이 가지 않을 만큼의 큰 보상을!”
“하... Q. 진짜 다시 한번 생각해봐요. 그간 5년간 우리 정보통에도 잡히지 않았던 미스테리한 조직이에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라요. 선배, 제가 납치 장소를 알 수 있었던 것도 조깅하는 척하면서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 장치' 붙여놔서 안거에요. 저도 그 이상은 하기 힘들었어요. 그러니 선배도 제발 섣부른 행동하지 마-”
뚝.
Q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금발 머리의 젊은 여성인 에이전트 N이 나지막이 욕지거리했다. 그리고 머리가 아프다는 듯 얼굴을 찡그려드리며 고민에 빠졌다.
‘하... 보스가 아시면 가만히 안 있으실 텐데.
선배라 세게 말도 못 하겠고... 하여튼 진짜 불편해. 타부서로 이동하고 싶다. 진짜로...’
띠리리링. 띠리리링.
N의 휴대폰에 전화가 울렸다. N은 발신자를 확인하고 순간적으로 휴대폰을 놓칠 뻔하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보, 보보.. 보스?! ...네, N 전화 받았습니다.”
“위치는?”
“아! 네넵. 지금 막 AA단지 W창고로 들어갔습니다.”
“그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군.”
“저... 보스? 사실 보고드릴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Q 요원이 홈즈님과 왓슨 선생의 납치 장소를 알고서 단독으로 혼자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분명 말렸는데...”
“...Q가?”
“네... 단독으로 절대 움직이지 말라는 절대적인 보스의 명령을 Q가 깼습니다.”
“그래. 감히 내 말을 무시하다니... 벌이 필요하겠구나.”
뚝.
보스와의 통화가 끝나고 에이전트 N은 선배 요원 Q를 일러바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기라도 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떨었다.
“Q... 미안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보스인 셰린포드 홈즈님을 거스르면 어떻게 되는지 선배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아무리 성공하고 싶다고 해도 그런 행동은 했으면 안 됐습니다. 아니면...... 이 어여쁜 후배님께 기회를 주시는 건가요? 당신이 질책을 받게 되면 당신의 자리는 제 것이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리석은 짓을 스스로 해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후후. 하하핫!”
고개를 푹 숙인 그녀는 말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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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리리리. 삐리ㄹ. 달칵.
“...넵 보스, Q 전화 받았습니다.”
“Q, 왜 멋대로 혼자 움직였지?”
“위로... 올라가고 싶어서...
위로 올라가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좋다.”
“예?!”
“무사히 내 동생과 왓슨 선생을 데러오면 위로 올려주겠다.”
뚝.
Q는 보스, 셰린포드 홈즈와 전화를 마치고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웃으며 앞으로 본인이 걷게 될 꽃길과 받게 될 보상을 생각하며 'AA단지 W창고'로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이동해 차를 탄 뒤 시동을 걸었다. 벨트를 착용한 Q는 바로 출발하지 않고 잠시 생각했다.
‘이건 기회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 드디어 왔다고!! 하하하, 좀만 기다리시죠.’
그리고 Q가 페달을 밟는 순간, 펑!!!
그 순간, Q는 번쩍이는 빛과 함께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인생의 결말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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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 새벽에 약 2건의 차량 폭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한 건은 [옥스퍼드 대학교 식물원] 근처 도로에서, 나머지 한 건은 [Beaversfield Park] 근처 주자창에서 차량이 폭발했습니다. 해당 차량들에 탑승한 인원은 전부 사망했습니다. 이 사고와 관련하여 경찰 측에서는 '연쇄 폭발'의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정확한 사실이 나오면 다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BBC 긴급뉴스 진행 아나운서 ’안나 킴‘이었습니다. 시청해주신 신사 숙녀 여러분 감사합니다.”
W창고 지하에 있는 어느 방 안에서 BBC 긴급 생방송 [의문의 연쇄 폭발] 뉴스를 시청하고 있던 M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체스판에서 백 나이트를 자신의 흑 폰으로 잡아냈다. 흑 폰에 아무 반항조차 할 수 없이 힘없이 튕겨 나가는 백 나이트를 지켜보며 M은 씩 웃었다.
“이런, 이런 셰린포드 홈즈. 힘들게 키워온 본인의 나이트(Q)를 내게 당했으니 속이 쓰리겠군. M16 특수작전과에서 유망 받던 젊은이였는데... 아쉽겠어. 그리고 에이전트 N과 셰린포드 홈즈만 Q가 이동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걸 내가 알아차려 폭발로 처리했으니 M16 통신이 해킹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렸겠군. 빠르게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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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 새벽 4시 30분경에 Q의 차량이 큰 폭발음을 내며 터졌습니다. 타고 있던 Q는 즉사했습니다. 고요한 새벽의 분위기가 있던 주차장은 순식간에 불꽃과 연기가 자욱해졌고, 주변 사람들의 비명이 넘쳐나는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MI6 정보부 '하마스' 요원이 'Q'요원의 사망 소식을 셰린포드 홈즈에게 보고했다. 이에 셰린포드는 좋지 않은 얼굴을 하였다. 그리고 이내 책상을 쾅 치고 욕지거리를 한바탕 내뱉었다. 이후 어딘가로 전화 한 통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뚜르ㄹ... 달칵.
“네, 보스. H, 전화 받았습니다.”
“······ 알겠나? 실패는 용서치 않아.”
“당연한 말씀을. 전 입만 산 Q랑 다릅니다.”
“그래, 지켜보마. Q와는 다르길 빌지. H.”
뚝.
셰린포드는 전화를 끊고 서랍장에서 지난해 경매에서 약 220만 파운드(35억원)을 주고 산 '맥캘란 아다미 1926' 위스키를 꺼내어 마시면서 생각에 잠겼다.
‘Q... 자네는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결국 내가 예전에 경고했던 대로 급한 성격과 지나친 욕망으로 인해 높은 곳으로 올라오지는 못했구나... 그건 그렇고 젠장! M16 통신망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 조치를 빠르게 취해야겠어. 예전에 사라졌어야 할 시스템을 다시 재사용할 줄이야. 지금부터 'NOA'를 가동해야겠어. 그리고 내 동생 쪽을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데, 모리어티가 나를 포함해 국내 요원들을 철저하게 견제하고 있어 움직일 수 없어. ...'그 자'를 부르는 수밖에. 돈이 좀 많이 들어가는 게 흠이긴 하지만 일 처리는 그 누구보다 확실한 자니까.’
생각을 마치고 그는 곧바로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한창 휴가를 즐기고 있던 MI6 감시과 No.1 '켈슨'요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켈슨 요원, 당장 내 동생과 왓슨을 구출해라. 장소는 따로 알려주겠다.”
“네, 보스. 알겠습니다. 대신 휴가 중에 업무 내리셨으니 따로 수당은 챙겨주셔야 합니다. 식비, 활동비, 교통비 그리고 보너스 두둑하게 포함해서 말입니다.”
“켈슨, 자네는 다 좋은데 너무 돈을 밝히는 게 문제야.”
“하하, 그 대신, 확실하게 일 처리하지 않습니까. 쓸데없이 돈 낭비하시는 것보다 확실한 곳에 돈을 쓰는 게 현명한 겁니다. 보스께서 제게 일을 맡기신 것처럼 말이죠.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자신의 보스인 셰린포드 홈즈에 밀리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본인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켈슨 요원은 곧바로 영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 후 복귀할 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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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에런은 M이라 불리는 남자의 부하 조직원들에게 안대로 눈이 가려진 채로 차량을 탑승하여 본인이 갇혀있던 곳을 보지 못한채 다시 베이커가 221B로 돌아왔다. 에런은 내리고 나서 본인의 몸 구석구석 안 보이는 곳에 감시 장치가 달린 것을 확인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에런이 베이커가 221B로 다시 돌아온 것은 레이첼 뺑소니 사고가 일어난 지 약 8일 정도쯤 지난 2024년 9월 22일 오후 한 시였다. 에런의 하숙집 입구 앞에서 윌리엄 데런 경감이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홈즈를 발견하고 신경질적이고 따지는 듯한 말투로 홈즈에게 말을 걸었다.
“홈즈 군, 드디어 왔군. 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나?”
“죄송합니다. 좀 바빴습니다. 아, 차량의 행선지는 나왔습니까?”
에런은 뺑소니 차량의 행선지가 본인이 갇혀있던 장소와 같을 거라 예상하며 데런 경감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의 질문에 데런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 잠시 피운 뒤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그게 잘 안 풀렸네. 자네 말대로 이 뺑소니 사고의 뒤에는 거대한 세력이 있는 것 같아. 목적지를 숨기겠다고 조직원을 바로 팽할 줄이야. 그것도 차량을 폭발시켜서! 이게 정말로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맞는 건지 의문이 드네. 엥? 뭐야, 폭발 사고도 모르고 있었어? 오늘 새벽에 BBC에서 특보로 뉴스 보도했는데 말이지. 평소에 그런 소식들을 빠짐없이 챙겨보는 자네가 무슨 일인가.”
“아, 제가 요새 정신이 없어서 못 챙겼네요. 경감님. 모든 걸 말해드리고 싶지만, 지금은 그 무엇도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나중에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데런 경감님.”
홈즈가 단호하게 떨쳐내는 말투로 누군가 듣기에 섭섭한 말투로 말했다.
데런 경감은 순간 화가 났지만, 홈즈가 사건에 몰입할 때 종종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익히 겪었기에 아무 말 없이 입구에서 나와 어딘가로 향했다.
‘데런 경감님. 감사합니다.’
데런 경감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에런은 자신의 하숙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리 부인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역시나 없어. 정신을 차리고 병원에 간 건가? 아니면 설마!......아니야. 이번 게임의 인질은 총 5명, 밝혀진 사람으로는 내 동료이자 친구인 [지미 왓슨], 내 여자친구인 [레이첼] 이 두 사람이야. 마리 부인은 보이지 않았어. 그러니 아마 인질로 잡힌 건 아닐 거야. 그렇다면 제 3자가 마리 부인을 데려가고 상황을 정리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납치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경찰이 없지. 과연 누가 그런 행위를?’
에런은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자신의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자신의 방문은 열려 있고 방 상태는 납치당하기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가구들과 책들은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었고 무수히 많은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다만 전과는 다른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리 부인이 쓰러져 있던 거실 한가운데 부분이 말끔하게 정리되었고, 대신 원형 탁자와 탁자 위에 깨진 거울과 쪽지가 놓여있었다. 에런은 가까이 다가가 쪽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 행위로 인해 끔찍한 결말이 예고된 [공범게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