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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게임
작가 : 이원
작품등록일 : 20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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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Ep.04 공범게임 1Round_부서진 거울 (4)
작성일 : 24-08-22     조회 : 158     추천 : 0     분량 : 5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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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자, 탐정님. 비서실장님과의 일은 얼추 해결하신 겁니까? 혹시 어떠한 이유로 비서실장님께 이런 무례한 일을 저질렀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아, 초면인데 제가 실례했습니다. 요새 신경이 약간 날카로워서요. 비서실장님,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제가 오해를 했었네요. 우직하신 비서실장님이 페넬로피 하퍼 사장님을 납치하셨을 리가 없는데 말이죠.”

 

 에런의 마지막 한 마디에 형제들의 눈이 한순간에 비서실장에게 쏠렸다. 이에 비서실장 카빈은 순간 움찔했지만, 금방 평정심을 찾았다. 물론 마음까지 평정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홈즈! 감히 네놈이 세 치 혀를 놀려? '그분'의 명(命)이 아니었다면...’

 

 “어이 비서실장, 지금 저 애송이 탐정이 하는 말은 도대체 뭔가?! 혹시 자네가 이번 일과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아, 더글라스 하퍼 이사님.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제가 천천ㅎ- 윽!”

 

 철썩! 비서실장 카빈이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성급한 더글라스 하퍼가 그에게 손찌검했다. 더글라스 하퍼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폭언을 내뱉기 시작했다.

 

 “야! 감히 네 까짓게 우리 형님을 넘봐? 어디서 감히... 천한 잡것이 밑에 붙어있을 생각을 해야지. 위를 넘보려해? 자넨 지금부터 해고야! 자넨 해고라고! 해고! 당장 썩 나가! 안 나간다면 내가 직- 웁웁!!!”

 

 “꽉 잡거라, 막내야. 둘째 형님. 진정하세요. 지금 보는 눈도 있는데 이런 품위 없는 행동은 도대체 뭡니까. 아, 비서실장님 괜찮으신가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비서실장님도 아시다시피 둘째 형님이 가족 관련된 일이라면 사족을 못 써서요. 방금 둘째 형님이 하신 말들 전부 기억에서 지워버리세요. 기억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슨 일을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네 뭐. 그래요 그런 답변도 나쁘지 않군요. 자, 이제 탐정님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전에 잠시 둘째 형님 바람 쐬게 도와드리고 나서 말이죠. 막내야. 둘째 형님과 이 방에서 같이 나가렴. 그리고 둘째 형님이 진정되면 그때 다시 들어오렴. 알겠지? 그리고 비서실장님도 나가 있으세요.”

 

 “.......”

 

 시머트리 하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직 할 말이 더 있어 보이는 듯 안간힘을 다해 시머트리 하퍼의 손을 뿌리치려는 더글라스 하퍼를 강제로 회의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비서실장 카빈도 홈즈와 레벨리움 하퍼에게 간단한 목례를 한 후 회의실을 나섰다.

 

 “휴... 이제 좀 조용해졌군요. 탐정님, 혹시 탐정님의 집에서 저희 사장님에 대한 흔적을 찾으셨습니까?”

 

 “음... 사장님의 흔적을 찾지는 못했고 대신, 사장님을 납치했을 가능성이 큰 인물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제 하숙집에 모르는 사람의 신발 자국이 있었습니다. 폭발이 일어난 직후 생겨난 먼지를 밟아 생긴 것 같은데 280mm 크기로 봐서 풍채가 상당한 사람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신발 자국으로 보아 두꺼운 안전화처럼 보이더군요.”

 

 “그 외 흔적은 없었습니까?”

 

 “아쉽게도 찾지 못했습니다.”

 

 “흠... 탐정님이 그렇다고 한다면 그렇게 생각해야겠지요.”

 

 ‘물론 몇 가지 더 있긴 한데,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어.’

 “레벨리움 하퍼씨, 이번엔 제가 질문드리겠습니다. USB가 도난당한 날, 혹시 어디 계셨습니까?”

 

 “흥미롭네요. 그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바로 들어오실 줄은 몰랐거든요. 그때라면 9월 18일 새벽 1시에서 2시쯤 되었을 시간대일 텐데, 그때 전 이곳 서재 3층에서 독서하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에 책을 읽는 건 저뿐만이라 누가 제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인물이 없다는 게 아쉽군요. 워낙 늦은 시간이라 이 저택의 집사와 하녀들도 전부 잠에 들었을 겁니다.”

 

 “원래도 늦은 시간까지 독서하시는 편인가요?”

 

 “네, 독서가 취미라서. 요즘엔 리처드 탈러가 저서한 '행동경제학'을 읽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인한 경제적 결과가 어떻게 변하는지 설명해 주는 책인데, 탐정님도 시간 나면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겁니다.”

 

 “네, 이번 사건이 끝나고 시간이 되면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혹시 이 저택의 대문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의 신상정보에 대해 알 수 있겠습니까?”

 

 “이미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 되어있어서 그들의 정보를 알려주는 건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매우 쉬운 일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의 정보는 왜 필요하신 겁니까?”

 

 “레벨리움 하퍼 씨,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이번 하퍼 사장님의 납치, USB 도난 이 두 사건 모두 내부자의 소행이라고 확신합니다.”

 

 “네?! 그게 무슨...”

 

 “아까 제가 말해드렸죠? 풍채가 크고 280mm 사이즈에 두꺼운 안전화를 신은 사람이 납치범 같다고. 아까 저택으로 들어올 때, 슬쩍 경호원들을 봤는데 대체적으로 이 신체적 정보에 적합했습니다. 안전화가 아니라 두꺼운 등산화라는 점은 달랐지만, 요즘은 등산화나 안전화나 비슷비슷하게 나와서 상관없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하퍼 씨의 회사 내부, 그의 동선을 잘 알만한 사람은 내부자밖에 없습니다.”

 

 “그렇군요. 탐정님의 말을 정리해 보면 납치범 가능성이 큰 사람이 저희 경비원이고, 경비원들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저희 형제들이 의심스럽다는 말씀이군요.”

 

 “네, 처음에는 5%였지만 지금은 99%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하, 일이 난감하게 되었군요. 도움이 아닌 오히려 의심받는 상황이라... 썩 달갑지는 않지만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사장님, 아니 큰형님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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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벌써 떠났나 본데. W단지 공장에 그 둘의 흔적이 안 남아있어. 음... 보스가 나에게 동생과 왓슨을 구하라고 했었지. 정보원들 말로는 에런은 지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니까, 그럼, 왓슨만 구하면 되겠군.”

 

 “켈슨 요원님! 무슨 소리 하시는 것에요. 분명 보스의 동생분과 왓슨 선생을 무사히 구출하는 것이 저희 임무지 않습니까!”

 

 “그래, 알아. 에런 홈즈? 알아서 잘 돌아다니잖아. 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이니 어련히 잘 빠져나왔겠지. 그러니 지미 왓슨만 구출하면 되잖아. 내 말이 틀려?”

 

 “만약 에런 군이 자력으로 탈출한 게 아닌 약점이 붙잡힌 거라면요? 그래서 지금 돌아다니는 것도 납치범의 뜻대로 움직이는 거라면요?”

 

 “W, 주제넘는 망상하지마. 에런 홈즈는 보스의 동생이야. 그런 사람이 탈출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 확신합니다. 에런 군은 손쓸 틈도 없이 납치당했습니다. 그렇게 주도면밀한 납치범 손아귀에서 하루도 안 돼서 탈출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 뭐, 자네 생각은 일단 알겠어. 에런 홈즈한테는 요원 한 명 붙이고, 우선 왓슨에게나 집중하자고.”

 

 “.......켈슨 요원, 당신은 이번 임무를 완수할 생각이 없군요. 상식적으로 W창고에서 흔적이 끊겼으면 에런 군에게 찾아가 그동안 있었던 일에 관해 묻고 왓슨의 행방을 찾을 힌트를 얻는 게 정석 아닌가요? 근데 아무 흔적도 남아있지 않는데 무턱대고 왓슨이나 구출하러 가자는 말하는 것은 해결할 마음이 없다고 밖에 생각이 안 듭니다. ”

 

 “......지금 자네의 그 발언에 책임질 수 있겠어?”

 

 “책임은 제가 아니라 켈슨 요원 당신이 지게 될 겁니다.”

 

 “하, 우리 보스께서 풋내기 요원이 아니라 맹견을 붙여놨군.”

 

 “제가 맹견이라면 당신은 맹인입니다.”

 

 “한 마디를 안 지는군. 그래 내가 인정하지. 솔직히 이번 임무 그렇게 목숨 걸 정도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왜냐고 물으면 '감'이라고 해두지. 알겠지만, 요원 Q는 이 사건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알려졌지. 나라고 그렇게 안 될까? 내가 감시과 NO.1으로 일하면서 무수히 많은 임무를 진행했지만 이렇게까지 기척을 느낄 수 없는 존재는 지금이 처음이야. 그러니 우린 적당히 안 죽을 만큼만 하자고.”

 

 “켈슨 요원 선배님. 출발하기 전, 왜 본인이 감시과 NO.1인지 알려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전부 헛소리였습니까?”

 

 “......이번 사건은 스케일이 달라. 그동안 그 누구도 감히 홈즈 가문을 건드린 사람은 없었어. 그런데 지금 상황을 봐. 건드리고도 무사하잖아. 그런 존재 아니 조직은 지금까지 없었어. 한마디로 말하자면,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 아니, 이보다도 더한 상황이라고.”

 

 “후우...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갈라서죠. 저는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파고 들어가겠습니다. 저는 안타깝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저희 감시과의 No.1이고 수많은 신입 요원들이 당신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말을 마무리로 에이전트 W요원, 월터 린은 주저하지 않고 켈슨 요원을 떠나갔다. 당당히 본인의 길을 걸어가는 전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켈슨 요원은 불쾌하고도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쳇, 나만 나쁜 사람이 되어버렸군. 멀리서 잘 지켜봐 주지. 네 길의 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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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원들의 정보를 가져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라고 했었지. 과연 이번 사건의 범인은 누굴까? 더글라스 하퍼? 레벨리움 하퍼? 아니면... 시머트리 하퍼?”

 

 “어라? 하하하, 탐정님 아니신가요?”

 

 “당신은... 더글라스 하퍼 씨 아니신가요? 아까보다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아, 제가 약간 다혈질에 기분파여서 금방 욱하고 금방 차분해집니다. 제 단점이기도 합니다. 하하.”

 

 “그렇군요... 아까는 동생분인 레벨리움 하퍼 씨와 이야기를 잠시 나눴는데, 이번엔 더글라스 하퍼 씨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하하하하, 물론이지요. 보다시피 시간은 넘쳐납니다. 그래요, 탐정님. 제게서 뭘 묻고 싶으신 거죠?”

 

 “제가 묻고 싶은 건…”

 

 “아, 제가 먼저 이야기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제 동생, 레벨리움 하퍼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요?”

 

 “평소에 그 자식은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는 본인이 회장 자리에 더 걸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제 형, 페넬로피 하퍼가 '하퍼 인더스트리'라는 회사를 창립했지만, 회사를 실질적으로 키우고 몸집을 불린 건 전부 제 동생 레벨리움 하퍼의 작품입니다.”

 

 “오... 레벨리움 하퍼 씨를 처음 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대단한 인물이었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제 동생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가 술기운에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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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님, 형님... 제가 회사를 여기까지 키웠는데 보람이 없네요.”

 

 “응? 그게 무슨 소리냐. 동생아. 회사를 키우는 게 재미가 없어진거냐.”

 

 “그건 아닌데... 제 자리가 너무 좁습니다. 하아... 제가 사장이었다면... 제 큰 형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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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를 의심하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저 이 단순한 정황으로는 그를 의심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앙? 아니, 탐정 양반! 내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사람을 시기하고 의심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 겁니까?! 하, 어이가 없어서. 이걸 보면 마음이 달라질걸? 크크큭.”

 

 더글라스 하퍼가 의기양양하게 에런 홈즈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치명적일 수 있는 증거를 보여주었다.

 

 “아니? 이, 이 장면은...! 더글라스 당신 말대로 이건 매우 큰 증거가 되겠군요.”

작가의 말
 

 항상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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