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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위하여>마르코:다시 돌아온 남자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2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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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버려진 남자
작성일 : 24-07-18     조회 : 11     추천 : 0     분량 : 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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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하아….”

 이미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로 차올랐고 두 다리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힘이 풀려버렸기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닥에 고부라 쓰러져 버렸다.

 “응애! 응애!”

 쓰러지는 와중에도 품에 안긴 소중한 우리의 아이가 다칠까 꼭 껴안은 채 얼른 몸을 돌려 등으로 충격을 흡수하였다.

 “마, ‘마드레이’?”

 바닥에 부딪혀 생긴 고통보다 우리의 아이가 우선이었기에 나는 얼른 옷 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마드레이를 바라봤다. 힘차게 울어대던 마드레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치고는 눈가에 고인 눈물이 무색하게 활짝 미소 지어주었다. 그 모습에 나 또한 눈에 눈물이 고였고….

 “젠장, 루시퍼에 감염됐다는 놈이 뭐가 이리 빨라?”

 “그래도 안 놓쳐서 다행이네요.”

 가까워지는 말소리에 얼른 아이를 다시 옷 속으로 숨기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숨을 조금 몰아쉬는 척했지만 마스크를 벗는 그들의 얼굴에 아직 여유가 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을 보자 마을에 두고 온 마을 사람들과 나의 아내 ‘나타샤’가 떠올라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으나, 나의 분노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며 물었다.

 “마을 안에서 그렇게 학살하고도 아직도 피가 더 필요한 것이오?”

 그 말에 젊은 여자 군인이 나의 말을 비웃으며 말했다.

 “누가 보면 내가 악당인 줄 알겠네?”

 “군인이라는 자들이 어찌 국민을 죽이는 일에 앞장을 설 수 있단 말이오?”

 “하르마게돈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불법 출산을 저질렀잖아. 너희야말로 하르마게돈의 국민이면서 어떻게 다른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가 있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목소리와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자, 나는 더 이상의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곧바로 깨달았다.

 “됐습니다. ‘사쿠라’대위님. 어서 일 처리나 마무리 지으시죠.”

 그녀의 부하인 듯한 젊은 남자 군인이 차고 있던 총기를 꺼내 들고는 나를 겨눴다. 그리고는 일말의 갈등도 없이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탕-

 “크학!”

 허벅지에 오는 통증에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자, 남자 군인은 재미있다는 듯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사쿠라 대위라 불린 여자 군인이 눈썹을 구기며 남자 군인을 노려보았다.

 “임무 중이야. 장난치지 마.”

 “아, 죄송합니다.”

 남자 군인은 말과는 다르게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나에게 총구를 겨눴다. 그러나 그 순간 잠시 총소리 때문에 놀랐던 마드레이가 상황 파악이 된 듯 힘차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응애! 응애!”

 그 울음소리에 남자 군인은 아랑곳하지 않았으나, 사쿠라 대위는 놀란 얼굴로 손을 들어 남자 군인의 총을 거두게 했다.

 “사, 사쿠라 대위님?”

 남자 군인은 그제야 당황한 듯 사쿠라 대위를 바라봤지만, 사쿠라 대위는 쳐다도 보지 않고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나의 품에서 안겨 우는 마드레이를 발견하고는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뒤돌아 남자 군인에게 소리쳤다.

 “젠장…. 이런 꼬맹이를 데리고 있었어? 어떻게 된 거야?!”

 “예, 예? 그야 불법 출산을 했으니 당연히 아이가….”

 남자 군인이 여전히 당황한 듯 어버버 거리자, 사쿠라 대위가 신경질적으로 다시 소리쳤다.

 “이런 갓난아이라고 말 안 했잖아?!”

 “불법 출생아니까 당연히 나이 파악도 어렵…. 그래도 그냥 불법 출생아지 않습니까?”남자 군인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묻자, 사쿠라 대위는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마드레이를 다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갓난아이를 죽이면 꿈자리가 사납단 말이야.”

 그 말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죽이고도…. 마지막 양심은 있었나 보오.”

 그러자 사쿠라 대위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면 입 닥쳐. 국가와 군을 위해서 하는 일들이야.”

 “그놈의 국가와 군…. 그 와중에 W컴퍼니를 말하지 않는 것은 재미있군. 당신 같은 사람들에겐 개인의 생각 따위는 전혀 없는 것이오?”

 나의 물음에 사쿠라 대위의 눈빛이 잠깐 흔들리더니 이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있지.”

 “?”

 “있으니까 사람을 죽일 때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거야. 그들 죽음 하나하나를 눈에 담고, 짊어져야 하니까 말이야.”

 그 말을 듣고 나는 무엇인가 말하려 입을 열려 했지만, 사쿠라 대위는 내 품에 안긴 마드레이를 빼앗아 들고는 등을 돌려버렸다.

 “마, 마드레이?! 내 아이를 어찌하려는 것이오?! 내 아이를 돌려주시오! 아니, 내 아이만은 제발 살려주시오!”

 우리의 아이를 뺏기자, 그제야 현실감이 느껴진 듯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소리쳤다. 그러나 사쿠라 대위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뗐다.

 “사쿠라 대위님…?”

 남자 군인이 그녀의 행동에 놀란 듯 조심스럽게 부르자, 사쿠라 대위는 냉랭하게 말했다.

 “이 아인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상부에선 불법촌 전원을 사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말에 남자 군인은 더는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절규하는 나를 바라봤다.

 “그럼 저자는…?”

 그러자 그제야 나를 한번 힐끗 바라 보고는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

 “갖다버려.”“네?”

 “6 지역으로 그냥 던져버려.”

 “저자만이라도 확실하게 죽여야 합니다. 그래야 상부에-”

 “총알 아까우니까 그냥 갖다버리라고. 루시퍼에 감염된 놈이야. 원래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텐데 여기까지 뛰어온 것이 기적이라고. 게다가 총까지 맞았으니 얼마 못 가 죽을 거야.”

 “사쿠라 대위님?!”

 “총알 한 발에도 국가와 국민의 피와 땀이 들어가 있어. 함부로 낭비하지 마. 나 먼저 갈 테니 확실하게 마무리하고 와. 알았지? ‘확실하게 말이야.’”

 딴생각하지 말라는 듯 뒷말에 힘을 주며 사쿠라 대위가 말하고는 사라지자, 남자 군인은 한숨과 함께 욕지거리를 하고는 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운 좋은 놈이군. 덕분에 하루 이틀은 더 살 수 있게 됐네?”

 여전히 나를 비웃듯 말하자, 나는 눈물을 흘리며 충혈된 눈으로 그의 바짓가랑이를 꽉 부여잡았다.

 “네 이놈들…. 천벌을 받을 것이야!”

 “다 죽어가는 놈이 무슨 힘이 이렇게 세?”

 남자 군인은 나의 손길을 뿌리치기 위해 발로 한번 나를 차고는 말했다.

 “고맙게 생각해. 일단 사쿠라 대위의 환심을 사라는 상부의 명만 아니었으면 넌 그냥 죽었어. 천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 와중에 홀리교의 신자라도 되는 거야? 신이 있었다면 인류가 이렇게 망하지 않았겠지.”

 “천벌이 아니라면 내 손으로 기필코 너희를 벌하겠다!”

 “천벌 대신 인벌이라는 건가? 뭐 어찌 됐든 살아남고서나 이야기해. 기대는 하지 않겠지만 작은 여흥은 되겠어.”

 남자 군인은 그 말과 함께 나의 목덜미를 손날로 내리쳤다. 그리고 나의 의식은 점점 흐려지면서 그자의 얼굴도 희미해져갔다.

 “아, 그래도 혹시 죽을지도 모르니까 할 건 해야겠지. 내 이름은 ‘가카’ 너를 죽일 자의 이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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