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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위하여>마르코:다시 돌아온 남자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2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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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하이에나
작성일 : 24-07-24     조회 : 147     추천 : 0     분량 : 6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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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해가 뜨자, 이른 아침부터 등에 대검을 메고 피브 마을의 촌장을 찾아갔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촌장은 당황한 듯했으나, 40년 넘게 촌장을 해온 연륜이 있어서인지, 곧바로 마을 대표급 사람들을 소집하였고 마르코를 마을 회관으로 데려가 극진히 대접하였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모두 모이자, 촌장은 허리를 숙이며 정식으로 마르코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르코 부대장님. 피브 마을의 촌장 ‘반스’입니다.”

 지팡이를 짚은 70대의 노인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지만, 마르코는 별다른 감흥 없이 건조하게 말했다.

 “이미 몇 번이나 얼굴을 본 사이이니, 예의는 이정도면 됐소.”

 “아, 예. 그럼 마르코 부대장님을 성향을 잘 알고 있으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현재 저희는…. 큭. 콜록, 콜록!”

 말을 하던 반스 촌장이 가래가 낀 기침을 해대자, 옆에 있던 중년의 여인이 얼른 반스 촌장을 부축하였다.

 “괘, 괜찮으십니까? 반스 촌장님?”

 “콜록! ‘실다’, 난 괜찮소. 죄송합니다, 마르코 부대장님. 콜록, 콜록.”

 놀란 중년의 여인 실다를 안심시키며, 말했지만 반스 촌장의 상태가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자, 마르코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반스 촌장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반스 촌장에 대한 인망과 존경이 느껴졌었지만, 그렇다고 누구 하나 반스 촌장 대신 나서는 이는 없었다. 그렇기에 병들고 노쇠한 반스 촌장이 아직도 촌장 자리를 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반스 촌장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피브 마을의 마지막 날이 되겠군.’

 하지만 그때, 마을 회관의 구석에 앉아 있던 10대 후반의 소년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반, 반스 촌장님이 말씀하시기 어려우시니, 제가 대신 설명해 드려도 될까요?”

 갑작스러운 발언에 마을 회관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소년에게 향하였다. 마르코도 흥미가 생긴 듯 소년을 바라봤다. 그러자 소년은 움찔하며 몸을 떨었지만, 시선만은 자신을 피하지 않고 마르코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제법이군.’

 그러나 마르코의 생각과 다르게 소년의 아비인 듯한 남성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얼른 소년에게 달려가 야단을 쳤다.

 “‘파비앙’! 이게 무슨 짓이냐?! 내 얌전히 있으라 그리 일렀거늘!”

 “허허, 촌장님과 마을 대표들만 모이는 자리인데 어찌 어린 아들을 데려온 것가, ‘차알’”

 ”죄, 죄송합니다. ‘카오룽’형님. 마을 대표 회의를 꼭 한번 보고 싶다고 사정하여….“

 ”그래도 그렇지, 마르코 부대장님도 계시는데, 쯧쯧.“

 ”그만들 하시게! 죄송합니다. 마르코 부대장님.“

 실다가 반스 촌장을 부축하면서도 분위기를 수습시키며 자신에게 사과했지만, 마르코는 신경 쓰지 않는 듯 파비앙이라 불린 소년을 보며 말했다.

 ”이름이?“

 ”죄, 죄송합니다. 아들 녀석이 아직 철이 없어서….“

 파비앙의 아버지인 차알이 화들짝 놀라 겁에 질린 표정으로 파비앙의 앞을 막아서고는 연신 고개를 숙여댔지만, 마르코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차알의 뒤에 있는 파비앙만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자 파비앙은 마르코가 자기에게 한 질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결심한 듯 차알을 지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피브 마을의 대장장이 차알의 아들 파비앙입니다.“

 ”앞으로 나와 설명을 해라.“

 ”자, 잠시, 그 아이는 아직 어립니다. 콜록, 콜록. 제가 설명을-“

 반스 촌장이 파비앙이 걱정되어 얼른 다시 앞으로 나섰지만, 마르코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였다.

 ”오늘은 그대가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내일도 할 수 있겠소? 또 내년에도, 10년 뒤에도 할 수 있겠소?“

 마르코의 말에 다들 이해하지 못한 듯 서로의 얼굴만 바라봤지만, 반스 촌장만은 마르코의 의중을 알아채고는 한숨을 내쉰 뒤 결정한 듯 한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차알의 아들 파비앙은 앞으로 나와, 현재 피브 마을의 상황에 관해 설명하거라.“

 반스 촌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파비앙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이끌며 앞으로 나와 마르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몇 달 전 마르코 부대장님이 이끄신 들소 용병단의 도움으로 피브 마을을 약탈하던 도적 떼 하이에나를 무찌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하이에나는 물론이고 피브 마을을 호시탐탐 노리던 다른 세력들 또한 들소 용병단의 눈치를 보며 피브 마을에 대한 침략을 모두 멈추었지요.“

 처음에는 목소리가 떨리는 듯했으나, 파비앙은 말을 하면 할수록 떨림이 멈추었고 오히려 자신의 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하이에나들 중에 살아남은 잔당들이 모여서 다시 세력을 구축하였고 몇 주 전부터 다시 피브 마을을 노리고 있습니다.“

 ”잔당들이라…. 하이에나의 두령과 부두령 모두 내가 죽였는데, 누가 그들을 이끄는 거지?“

 마르코의 질문에 피브 마을 사람들은 본인들이 오히려 긴장했지만, 파비앙은 이제 떨리지 않는 듯 대답을 하였다.

 ”하이에나 두령의 사촌 동생 ‘트니르’입니다. 본래 하이에나들 사이에서도 실력자로 꼽혔는데 두령의 견제 때문에 그늘에 가려져 있던 자입니다. 두령과 부두령이 죽자마자 트니르가 잔당들을 빠르게 수습하며 세력을 확장하였습니다. 통솔력은 전 두령에 비해 훨씬 더 뛰어난 듯해 보입니다.“

 ”현재 규모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최근 3번의 약탈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30~50명 사이로 인 것 같습니다.“

 ”생각 보다 많이 모았군. 모두 전멸시킨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아마 잔당들 말고도 새로 사람들을 추가로 모은듯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손발도 맞지 않는 것 같고 실력도 전보다는 떨어져 보였습니다.“

 ”그럼 그들의 본거지는?“

 마르코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던 파비앙은 처음으로 말이 막혀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은 아직….“

 다른 마을 사람들도 마르코의 눈치를 살폈지만, 마르코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말했다.

 ”트니르란 자는 전의 두령보다는 조심성이 많은 듯하군.“

 ”네?“

 ”본거지가 알려지면 바로 우리 들소 용병단이 칠 것을 염려한 것이다. 전의 두령보다 처치하기가 귀찮겠어.“

 ”그, 그럼….“

 ”시간이 많이 없지만, 잠시 이곳에 머물면서 하이에나들의 정보를 수집해야겠다. 뭐, 그전에 그들이 공격해 온다면 고맙겠지만 말이야.“

 마르코는 볼일이 끝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비앙은 생각보다 마르코가 커서인지, 아니면 기운에 압도된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런 파비앙에게 다가간 마르코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제법이다. 정보력과 그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 해석, 그리고 추측까지.“

 의뢰와 관련된 용무 이외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는 마르코가 파비앙을 칭찬을 하자, 마을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르코는 파비앙을 지나쳐가며 반스 촌장에게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제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으시겠소.“

 그 말과 함께 마르코가 자리를 뜨자, 반스 촌장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놀라 모두 반스 촌장에게 달려갔다.

 ”초, 촌장님?!

 그러나 반스 촌장은 생각보다 밝은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괜찮으신 겁니까?”

 “갑자기 웃음을 왜….”

 반스 촌장은 웃는 와중에 파비앙과 눈이 마주치자,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을 사람들 모두 그런 반스 촌장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아마 반스 촌장이 건강이 나빠져 잠시 정신을 놓았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파비앙만은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 웃고 있던 반스 촌장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던 것을 보고는 이해는 못 하겠지만 다른 사연이 있을 것이라 어렴풋이 짐작하였다.

 

 마을 회관에서 나온 마르코는 잠시 길을 거닐며 생각에 잠겼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이긴 했지만, 그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대신 그들의 본거지를 찾는 것에 시간 소비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의뢰를 포기하기에는 들소 용병단으로써의 체면이….

 “여기 계셨습니까?”

 마르코는 자신의 앞에 선 라이그를 보자 왠지 모르게 불쾌감이 올라왔으나, 딱히 티는 내지 않았다.

 “하하, 들소 용병단으로 출발하기 전에, 마르코 부대장님을 뵙고 가고 싶었었는데, 이것 참 운이 좋군요.”

 라이그는 나름대로 애써 미소 지으며 친한 척을 했지만, 마르코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간신히 화를 억누르며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일은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사과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해야 할 것일 텐데….”

 그 말에 라이그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네네, 그 꼬마에게도 사과하였습니다.”

 “그럼 되었소.”

 마르코가 그냥 그렇게 자신을 무시하고는 지나가려 하자, 라이그는 속으로 욕지거리하였다.

 ‘건방진 자식. 일개 떠돌이 용병 주제에….’

 그러다 뒤돌아 자신을 바라보는 마르코를 발견하자, 움찔하고는 다시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혹시 하이에나 소굴을 아시오?”

 “하, 하이에나요?”

 라이그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크게 당황하면서 식은땀을 닦아내었다.

 “그들이라면 얼마 전에 마르코 부대장님께서 섬멸하지 않으셨습니까?”

 “트니르라는 자가 새로 세력을 모아 잔당을 이끈다고 하오. 새로운 인원을 충당하려면 낙타 상단 같은 큰 상단에 귀에도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하하, 저희가 알았으면 바로 들소 용병단에게 소식을 전해드렸겠지요. 저희 같은 큰 상단이 어찌 그런 도적놈이 활개 치게 내버려 두겠습니까?”

 과하게 발끈하는 본인의 모습이 스스로 뜨끔한 듯 라이그는 급하게 말을 멈추었다. 그러다 아무 말도 없이 마르코가 자신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자, 다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찌 그러시는지….”

 “아니요, 혹시 그들의 소식을 알게 되면 알려주시오. 그럼.”

 마르코가 자리를 뜨자, 자신의 등 뒤에서 벌벌 떨고 있던 몸종이 라이그에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트니르 두령에게 납치해 온 노예들을 팔지 않았습니까? 지금 하이에나 대부분이 그런 자들로 이루어진 것인데 어찌 거짓말을….”

 “시끄럽다! 아직도 우리가 인신매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상단의 명성에 흠집이 날 것이다.”

 몸종 앞에서는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라이그도 슬슬 걱정되는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 건방진 자식이 벌써 눈치 채고 나를 떠본 것인가…. 아니지, 아니야. 차라리 잘됐어. 이번 기회에 저놈에게 본때를…. 너, 지금 당장 트니르 두령에게 다녀오너라.”

 “네, 네?”

 “편지를 하나 써줄 터이니,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다녀와야 할 것이다.”

 라이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라이그가 웃음을 터뜨리며 사라질 동안 라이그와 그의 몸종을 몰랐겠지만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그림자가 있었다.

 “어때요? 되게 수상하죠?”

 으슥한 골목길에서 모습을 나타내며 흐엉이 묻자, 뒤따라 나온 메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런 자가 그 낙타 상단의 부행수였다니... 저들과의 거래는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요.”

 “서쪽에서 그나마 이름난 상단이라고 해서 여러 상단 중에 후보로 올려놨던 곳이었는데…. 저만한 상단을 이제 어디서 찾죠? ‘베아니스’자식 제대로 인수인계도 안 해주고 말이야. 텃세를 부려도 정도껏 부려야지.”

 “흐엉님?”

 갑자기 흥분한 흐엉을 메이가 말리려 했지만, 흐엉은 쉽게 화가 가라앉지 않는 듯 말했다.

 “그렇잖아요. 이제까지 6 지역에서 해온 것들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우리보고 직접 발로 뛰면서 같이 일할 만한 세력들을 구해오라뇨? 안 그래도 하르마게돈 출신이란 것이 알려지면 언제 어디서 목숨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피부로 깨닫는 것이 더 좋은 공부라고 하셨잖아요.”

 “공부는 무슨…. 하아…. 차라리 아까 그 사람에게라도 물어볼까요?”

 “그 사람이라뇨?”

 “어제 만났던 그…. 아! 마르코란 자 말이에요. 대충 들어보니 트니르 부행수가 쩔쩔맬 정도로 대단한 사람 같던데…. 부대장이라는 걸 보면 용병단 같기도 하고.”

 “용병단은 이미 의뢰를 한 곳이 있잖아요.”

 “어차피 정식으로 계약이 체결한 것은 아니잖아요. 메이님도 그자가 마음에 드신 눈치인데 여러 군데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하지만….”

 “이런 일은 절 믿으세요. 계약이 완료될 때까지는 발품을 팔아야 해요. 저녁에 어제 그 술집에 온다고 했으니 그곳에서 기다려 보죠.”“진짜 올까요?”

 “안 오면 인연이 거기까지인 거겠죠?”

 “혹시 그냥 술을 마시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죠?”

 그 말에 흐엉이 웃으며 말했다.

 “헤헤, 제가 이렇게 해야 메이님이 못 이기는 척 마실 수 있으시잖아요?”

 “무슨 그런 말씀을?!”

 “자, 가시죠. 일단 숙소로 돌아갑시다. 시간이 많이 없으니 짐이라도 미리 싸두자고요. 오늘이 어쩌면 이곳에서 지내는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네요. 약속한 기일을 맞추려면 서둘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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