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인류를위하여>마르코:다시 돌아온 남자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24.7.18
  첫회보기
 
4화. 의뢰
작성일 : 24-07-25     조회 : 132     추천 : 0     분량 : 6082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끄윽. 이거 마르코란 자를 기다리다가 저희가 먼저 취하겠는데요?”

 천하의 흐엉도 대낮부터 늦은 저녁까지 술을 마셨더니 슬슬 취기가 오르는 듯 딸꾹거렸다.

 “그런가요? 전 아직 괜찮은데….”

 흐엉과 달리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은 메이가 의아한 듯 흐엉을 바라보자, 흐엉은 내심 자존심이 상한 듯 소리쳤다.

 “제나! 여기 술 좀 더 갖다 줘!”

 “취기가 올라온다면서요, 그만 마셔요.”

 “농담한 겁니다.”

 말과는 달리 붉게 달아오른 흐엉의 얼굴을 메이가 걱정스레 바라보다가 제나가 술을 가져다주자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제나.”

 “언니들 괜찮으세요? 이러다 저희 가게의 술이 모두 바닥나겠어요.”

 “술집에 술이 떨어지는 것이 말이 돼? 장사의 기본이 안 되어있군.”

 “그 아저씨가 정말 오실까요?”

 제나도 내심 마르코를 기다리는 듯 일을 하는 내내 출입문을 힐끗힐끗 바라보고 있었었다.

 “글쎄…. 말을 가볍게 할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였는데….”

 “술집에서 또 오겠다는 말은 그냥 의례 하는 말이에요. 메이님은 역시 술집에 대해 모르셔.”

 “술집에서 먼저 기다리자고 한 사람은 흐엉님이셨거든요.”

 “그, 그러지 마시고 제가 더 맛있는 안주라도….”

 메이와 흐엉이 티격태격하는 것을 황급히 말리던 제나는 술집 문이 열리는 소리에 습관처럼 미소를 띠며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세요! 어?!”

 인사를 하던 제나는 자신들이 기다리던 사내가 마침내 등장하자, 서둘러 메이와 흐엉을 불렀다.

 “언니들! 오, 오셨어요!”

 “오긴 누가와?”

 “응?”

 제나가 가리키는 곳을 메이가 흐엉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마르코도 뭔가를 느꼈는지 자신들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마르코는 귀찮아 보이는 듯했으나, 제나가 생글생글 웃으며 끈질기게 부탁하자, 결국엔 메이와 흐엉과 합석을 하게 되었다.

 “자, 이건 어제 드시지 못했던 생선찜이에요. 아시다시피 생선은 구하기가 어려워 저희 가게에서도 무척 귀한 요리에요. 할머니께서 아저씨가 오시면 드리라고 종일 팔지도 않고 기다리셨어요. 어제 일에 대한 보답이니까 부족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마르코를 보고 신이 나서 재잘재잘 말하는 제나를 바라보던 마르코는 젓가락을 들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사과는 받았나?”

 “아….”

 갑작스러운 물음에 제나는 당황했지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그럼요. 라이그 부 행수께서 충분히 사과를 해주셨어요!”

 제나의 말투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메이와 흐엉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지만, 마르코는 제나를 힐끗 한번 바라만 보고는 말없이 생선 살을 발라 입에 넣었다.

 “맛이 좋군.”

 그 말에 제나는 다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제나! 음식 포장한 것 좀 길 건너 숙소에 좀 갖다 주고 오너라!”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제나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저 없어도 더 필요한 게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제나가 떠나자, 흐엉이 헛기침을 하고는 마르코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생각보다 스윗하네요? 어린아이한테만 그런 건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으면 하는데….”

 제나에게 말을 했을 때보다는 건조한 목소리라 말하자, 흐엉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으나, 메이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 다름 아니라 귀하께서는 혹시 용병단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지요?”

 그 물음에 마르코가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술을 한잔 마시고는 말했다.

 “내 얼굴을 보고도 날 모른다라...”

 “뭐, 얼마나 대단한 분이시길래…. 피부 색깔이 특이한 것 말고는 평범하게 생겼구먼. 딸꾹!”

 술에 취해서인지 비꼬듯 말하는 흐엉을 메이가 발을 살짝 밟으며 입을 막아버렸다.

 “아!”

 “하하. 저희가 바깥세상에 대해선 잘 몰라서-”

 “바깥세상?”

 마르코는 메이의 말에 눈빛이 달라졌다.

 “날 모르는 것도 그렇고…. 바깥세상이라…. 혹시 하르마게돈 출신이오?”

 “그, 그게 무슨….”

 메이는 서둘러 부정을 했지만, 이미 마르코가 확신에 찬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하…. 하하하….”

 긴장감이 넘치던 분위기에서 갑작스레 마르코가 헛웃음을 터뜨리자, 메이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마르코는 기쁜 것인지, 슬픈 것인지, 화가 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표정으로 낮은 웃음소리를 내다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말했다.

 “20년 동안 기다리던 사람들을 이렇게 만나게 된다니….”

 “네?”

 “혹시 당신들이 들소 용병단에게 의뢰를 하고 싶어 하던 자들이오?”

 “그걸 어떻게…? 설마 당신이 들소 용병단의 부대장이신가요?”

 물어보는 사람만 있을 뿐, 아무도 그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질문만으로 충분히 답변이 됐을 것이다.

 “둘 다 5 지역 출신이오?”

 다시 묻는 물음에 흐엉이 술이 조금 깬 듯 말했다.

 “이쪽 메이님은 4 지역 출신, 난 5 지역에서 오래 살긴 했지만, 고향은 아니고…. 그래도 지금은 둘 다 5 지역에서 살고 있수다.”

 “그럼 20년 전의 일에 대해서는 모르겠군….”

 “네?”

 혼잣말하는 마르코의 말을 못 알아들은 메이가 다시 물었지만, 마르코는 다시 말하지는 않았다.

 “비아, 허난, 나타샤…. 마드레이…. 혹시 이 중에 알고 있는 이름이 있소?”

 “아뇨…. 전….”

 메이가 난감한 듯 흐엉을 바라봤지만, 흐엉도 모르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알고 있다고 해도 그쪽이 알고 있는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는 모르지. 정 궁금하다면 5 지역으로 돌아가서 알아봐 주고.”

 “역시 무리인가….”

 잔뜩 실망감에 빠진 마르코를 보고는 메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바깥세상의 사람이 하르마게돈의 사람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한때는 그곳에서 살았으니까….”

 “네?”

 “시간이 늦었군.”

 마르코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자, 메이도 당황하며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게요?”

 “할 일이 있소. 외뢰에 관한 이야기는 들소 용병단의 참모 이사벨과 나누시면 되오.”

 말과 함께 자리를 뜨려던 마르코는 걸음을 우뚝 멈추고 다시 뒤돌아 물었다.

 “그곳은 아직 그대로요?”

 “어떤 게 말인가요?”

 “여전히 부조리하고…. 잔혹하오?”

 슬픔과 분노가 느껴지는 마르코의 눈빛에 메이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지만, 마르코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여전히 부조리하고 잔혹하지만…. 여전히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고들 있습니다.”

 “그렇군…. 그대로이군.”

 

 마르코가 떠나자고 나서 메이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자 흐엉이 못마땅한 듯 말했다.

 “뭔가 사연이 있는 자 같은데 괜히 엮이지 말고 다른 용병단을 알아보죠.”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바깥세상 사람 중에 하르마겐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게다가 하르마게돈에서 살다가 바깥세상으로 나온 사람이라면 더욱 악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죠.”

 “더욱 악감정이요?”

 “그들의 세상 밖으로 나온 이유는 둘 중 하나에요. 추방당했거나…. 살기 위해 도망쳤거나. 사적인 감정을 지닌 자들과 함께 일한다면 임무에 방해가 될 거예요.”

 “아뇨, 그래도 들소 용병단에가서 제대로 이야기라도 나누어 보죠.”

 “시간 낭비라니까요. 부대장이란 자가 저 모양인데 뭘 믿고 그곳에 가요?”

 “그냥…. 여자의 직감?”

 “하? 여자의 직감?”

 흐엉이 어이가 없는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럼 난 무슨 여자가 아닌가? 어? 한번 여기서 바지라도 내려봐요?”

 “그, 그만 하세요. 무슨 진짜 내리고 그래? 가요, 이제.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니까 그만 숙소로 돌아가요.”

 “왜? 없어야 할 게 있을까 봐 그러시나?”

 “그만하시래도. 그리고 이미 다 본 사이인데 뭘 그리…. 아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됐어요. 저 먼저 갈게요.”

 “어디 가요? 예? 보고 가셔야지? 쳇.”

 “또 싸우신 거예요?”

 심부름 갔다가 오는 제나가 쌩하고 나가는 메이를 보고는 흐엉에게 묻자, 흐엉이 자리에 풀썩 앉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뒤끝 없는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서로를 소중히 생각하셔야죠.”

 “그러고 있어.”

 남은 술이 있는 테이블 위의 술병들을 하나씩 흔들어 보던 흐엉은 제나가 옆에서 머뭇거리고 있자, 의아한 듯 물었다.

 “뭐야?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할 말 있으면 해.”

 “그게…. 심부름 갔다가 오는 길에 라이그 부행수를 봤는데….”

 “그 영감탱이가 또 찝쩍거렸어? 그 영감탱이 너한테 제대로 사과도 안 했지?”

 “아, 아뇨. 그게 아니라….”

 “뭔데 그래?”

 “라이그 부행수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라고요.”

 “처음 보는 사람들? 여긴 외지인이 거주하는 동네니까,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

 “네, 그런데…. 그들이 아저씨에 대해 말하는 것 같던데….”

 “아저씨? 마르코 부대장?”

 “네….”

 “음….”

 흐엉도 그제야 제나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 처음 보는 사내들은 용병이나 도적들 같았어요.”

 “모르겠다, 나도.”

 “오늘 밤 아저씨를 불러낸다고 하던데….”

 “뭘 그렇게 자세히 엿들었어?”

 흐엉이 남은 술병을 찾고는 벌컥벌컥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캬하…. 술맛 좋네. 담부턴 그러지 마. 위험해. 그리고 남의 일에는 절대 끼어들지 말고.”

 제나는 나신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흐엉이 그냥 가려고 하자, 등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

 “아저씨랑 언니들도 끼어들었잖아요?”

 “엥?”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남의 일에 나서셨잖아요.”

 “그건….”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더 끼어 들어주세요.”

 “별일 아닐 수도 있어.”

 “그럼 다행이지만….”

 제나가 풀죽은 듯 고개를 숙이자, 흐엉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운 좋은 줄 알아. 우린 어린 소녀한테 정말 약하거든.”

 

 어두운 골목길에서 벽에 기대어 서 있던 마르코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궁금하고 물어볼 것들이 산더미 같았으나, 사적인 감정 때문에 맡은 임무를 망칠 수 없었기에 초인적으로 참아냈다. 주먹을 꽉 쥔 마르코는 얼른 임무를 끝내고 들소 용병단으로 돌아가 그들과 다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리라 다짐을 했다.

 “하하, 먼저 와계셨습니까?”

 어둠 속에서 라이그가 여전히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나자, 마르코가 벽에서 등을 떼고 라이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도 떠나지 않고 나를 보자고 하다니, 무슨 생각이시오?”

 “그게, 오늘 오전에 말씀하셨던 것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말입니다. 마르코 부대장님께서 부탁하신 일인데 어찌 제가 그냥 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울 대장과의 약속을 미루겠다?”

 마르코의 눈빛에 살기가 돌자, 라이그가 황급히 변명하였다.

 “그, 그것이 아니라, 마침 하이에나들의 소식들 알게 되어 떠나기 전에 마르코 부대장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하이에나들의 소식?”

 “네, 네.”

 마르코가 살기를 거두고 관심이 가는 듯하여지자, 라이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트니르가 이끄는 하이에나 잔당들의 본거지가 이곳에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하더이다.”

 분명 라이그의 말에서 꺼림칙한 것이 느껴졌으나, 마르코는 임무를 최대한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의심하지 않고 물었다.

 “그곳이 어디요?”

 “역시 마르코 부대장님이시군요. 여기 지도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고 싶지만, 사울 대장님과의 약속을 더는 미룰 수 없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이그가 고개를 숙이며 지도 한 장을 건네주자, 마르코는 지도를 받아 들고는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지도를 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라이그 부행수에게 신세를 지게 되겠군. 내 이 빚은 꼭 갚겠소.”

 마르코가 곧바로 자리를 뜨자, 라이그가 고개를 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그럼 그렇지. 용병같이 힘만 쓰는 놈들은 골려 먹기가 좋다니까! 하하하.”

 “부, 부행수님 정말 괜찮을까요? 하이에나의 두령과 부두령이 있을 때도 저자를 못 막았는데….”

 어느새 나타난 라이그의 부하가 걱정되듯 말하자 라이그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제깟 놈이 강해봤자 혼자서 뭘 하겠어?”

 “그래도 소문에 의하면-”

 “넌 혼자서 수십 명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을 봤느냐? 모두 부풀어진 허상이다. 그래, 이카루스족 정도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그래서 혹시 몰라 따로 준비해 둔 것도 있지 않냐?”

 “아! 그렇군요. 그럼 들소 용병단과의 거래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마르코 부대장이 죽든 말든 하이에나의 짓이라고 생각할 텐데 거리낄 게 있겠느냐? 그냥 하던 대로 거래하면 될 것이다.”

 

 숙소가 있던 동네에서 벗어나 걸어가던 마르코는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재빨리 뒤돌아보았다.

 “언제까지 따라올 셈이오?”

 “역시 바로 알아채시네요.”

 마르코는 악의가 없이 미소 짓고는 있는 메이를 보며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그만하고 돌아가시오.”

 “정말 그곳에 가려고요?”

 “나의 말을 엿들은 것이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너무 냄새가 나지 않나요?”

 “임무를 방해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메이의 물음을 무시한 마르코는 그냥 그대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19 18화. 파우스트 8/26 132 0
18 17화. 전투시작 8/21 132 0
17 16화. 손님 8/19 126 0
16 15화. 기다림 8/13 137 0
15 14. 호위 8/12 143 0
14 13화. 미끼 8/8 136 0
13 12화. 혼돈 8/7 152 0
12 11화. 회유 8/6 150 0
11 10화. 첩보부 8/5 142 0
10 9화. 엘리시온 8/2 151 0
9 8화. 사내답게 8/1 147 0
8 7화. 속죄와 복수 7/31 138 0
7 6화. 동행 7/30 138 0
6 5화. 트니르 7/26 145 0
5 4화. 의뢰 7/25 133 0
4 3화. 하이에나 7/24 149 0
3 2화. 피브마을 7/20 158 0
2 1화. 들소 용병단 7/19 160 0
1 <프롤로그> 버려진 남자 7/18 22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