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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위하여>마르코:다시 돌아온 남자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2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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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속죄와 복수
작성일 : 24-07-31     조회 : 138     추천 : 0     분량 : 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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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엉의 바람과는 달리 들소 용병단의 본거지에 도착하는 동안 마르코에게 영양가 있는 이야기는 그 뒤로 듣지 못하였다. 이따금씩 계속 질문하는 메이와 흐엉에게 귀찮은지 한 번씩 대답은 해주었지만, 그 또한 아주 가끔이었고 길게 말하지는 않았다.

 “드디어 도착했군.”

 들소 용병단의 본거지에 도착한 마르코가 무심결에 내뱉은 한마디였다.

 “꽤 유명한 용병단이라 들었는데 생각보다 검소하네요?”

 제대로 된 건축물도 없이 가죽으로 지은 움막집 같은 집들을 보며 메이가 한 말이었다.

 “용병단이다 보니 한군데에 정착하고 살 수가 없어서 이럴 거예요. 예전에 엘리시온들도 이렇게 생활했다고 들었어요.”

 흐엉의 말에 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소 용변단의 대장과 참모에게 안내하겠소. 사울 대장을 대할 땐 조심해야 할 것이오.”

 

 마르코는 메이와 흐엉을 자신의 숙소에 둔 뒤 따로 먼저 사울과 이사벨을 만났다.

 “하이에나 놈들이 생각보다 사나웠었나 보군.”

 사울이 마르코의 왼팔에 감긴 붕대를 보며 말하자, 마르코가 붕대를 가리며 말했다.

 “상대를 너무 얕잡아보고 방심을 했습니다.”

 “그래? 마르코 부대장이 오랜만에 사람처럼 보이는군. 하하.”

 웃음을 터뜨리던 사울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럼, 피브 마을에서 한 푼도 못 받아온 거야?”

 “의뢰를 달성하지 못했기에 사례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흐음….”

 사울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자, 이사벨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마르코 부대장 말이 맞습니다. 오히려 사례를 받지 않은 것이 소문이 나면 들소 용병단이 전문적인 집단이고 자긍심이 넘친다는 것이 알려질 것입니다.”

 “그러한가?”

 사울은 생각을 멈추고 의자를 '탁' 치며 말했다.

 “뭐, 들소 용병단의 부대장쯤 된다면 이 정도의 권한은 있어야겠지. 그럼 피브 마을 건은 알아서 처리해. 단, 이전에 말한 식수 구매에 대한 가격 조절은 책임지고 피브 마을과 조율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저도 같이 도울게요. 이런 일은 제가 더 잘하니까요.”

 이사벨의 말에 사울은 작은 소리로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지. 달고 온 두 녀석은 뭐야?”

 “저희에게 의뢰했던 하르마게돈의 사람입니다.”

 “뭐? 어떻게 그들과 같이 온 거지?”

 “우연히 피브 마을에서 만나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다시 생각에 잠긴 사울은 이사벨을 슬쩍 보며 말했다.

 “바로 행동할 줄 알았는데 의외군.”

 “아직은 들소 용병단의 부대장이지 않습니까?”

 “그래…. 그렇지…. ‘아직은’ 말이지…. 그들을 데려와. 용병이 의뢰인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메이와 흐엉은 젊은 나이에도 나름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었기 마르코의 주위에도 들소 용병단의 대장인 사울과 만남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려움과 별개로 순수하게 저렇게 대놓고 탐욕을 겉으로 내비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딱히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번뜩거리는 눈빛을 보내 마르코의 말대로 조심하는 것이 났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하르마게돈의 사람이 우리 들소 용병단을 알고 있다니 의외요.”

 사울이 호기심이 든 표정으로 묻자, 메이가 답했다.

 “정부에서는 국가 밖의 사람들과 접촉하거나 밖으로 나가는 것을 엄금하고는 있지만…. 저희는 정부의 통제를 받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흐음…. 조직의 이름이 엘리시온이라고 했던가? 그쪽의 베아니스란 자와는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몇 번 연락은 주고받은 적이 있어서 그자가 올 줄 알았는데….”

 “현재는 저희가 외지인들과의 거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저희와 연락을 하시게 될 겁니다.”

 “그렇군. 그럼 우리에게 의뢰할 내용이 무엇이오?”

 나름 서쪽에서는 영향력 있는 용병단이었으나 하르마게돈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바깥세상에 나와 자신들에게 맡길 의뢰가 있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희 엘리시온은 독자적으로 하르마게돈 외지인들과 앞으로 지속적인 연계를 할 생각입니다.”

 “지속해서 말입니까?”

 이사벨이 의아하다는 듯 말하자, 흐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르마게돈의 유일한 출입구인 아이기스가 아니라 5지역에서 새로이 출입구를 만들었습니다. 저희도 그곳을 통해 나온 것이고요. 그러니 그곳을 통해 앞으로 자유롭게 출입을 할 생각입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뭘 지속해서 연계하겠다는 것이오?”

 사울이 다시 재촉하듯 묻자, 메이가 미소 지으며 답했다.

 “쉽게 말하면 우호세력과 동맹입니다.”

 “동맹?”

 “하르마게돈의 기술은 바깥세상과 차원이 다릅니다. 저흰 여러분에게 과학과 의료의 기술 등을 전해드릴 겁니다.”

 그 말에 사울이 깜짝 놀랐지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이사벨을 힐끗 바라봤다. 이사벨도 나름 자제한다고 했지만 놀란 듯 두 눈이 동그랗게 커져 있었다. 바깥세상보다 턱없이 작은 영토를 가졌지만, 그 누구도 하르마게돈을 넘보지 못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과학과 의료의 기술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르마게돈의 사람들은 바깥세상 사람들과 급이 다르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같은 사람으로조차 취급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그들의 자긍심의 원천인 과학과 의료의 기술을 나눠준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전부는 전수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필요한 만큼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전수해 드릴 것입니다.”

 “이 말을 다른 세력들이 들었다면 침을 흘리며 모여들겠군. 하하하. 그래, 그럼 우리가 줘야 할 것이 무엇이오?”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사울이 곧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영토입니다.”

 “영토?”

 “정확히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입니다.”

 그 말에 사울과 이사벨을 또다시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사벨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재빨리 물었다.

 “바깥세상보다는 작다고는 하나 하르마게돈의 영토 안에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이곳은 외세의 침략을 받을 수 있으니 그곳에서 하는 것이 더욱 안전할 텐데요?”

 그 말에 메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흰 하르마게돈의 정부 사람이 아닙니다. 저흰 그들과 대립하는 혁명가들입니다. 그렇기에 저희가 쓸 수 있는 땅은 한정적이고 정부에게 언제든 빼앗길 수 있는 땅입니다. 그러니 오히려 바깥세상에서 안전하게 식량을 생산하고 조달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대부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을 축복의 땅이라 부를 정도이지.”

 “말씀드리기 죄송합니다만 저희의 기술은 여러분과 차원이 다릅니다. 물론 모든 땅이라 할 수는 없지만, 조금의 가능성만 있다면 저희의 기술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울은 잠시 턱을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이사벨이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그럼 땅을 찾아드리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까?”

 “아뇨, 저희가 당장 바깥세상에서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 들소 용병단에서 그곳을 지키면서 같이 관리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기술 전수에 있어 들소 용병단을 단연 1순위로 놓고 또한 농사에서 나온 식량 또한 나눠드리겠습니다.”

 메이는 이들에게 너무나 파격적인 조건이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울은 의외로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눈빛에는 탐욕이 가득했기에 더욱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사울이 어렵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농사에 대해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물이 필요할 것이 아니오?”

 “맞습니다.”

 “조금의 가능성이 있으면 어디든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미 물이 있는 곳은 다른 세력들이 차지하고 있소.”

 그 말에 메이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면 최소한 그들과 전쟁을 해야 한다는 뜻인데….”

 “굳이 전쟁이 아니더라도 저희가 설득을 하겠습니다.”

 사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르마게돈 사람들은 참으로 순진하군.”

 “네?”

 “일단 바깥세상의 사람들은 하르마게돈이라면 치를 떨고 있소. 당신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하르마게돈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바로 목을 벨 거요. 그리고 그들이 당신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기술과 식량만 가지고 뒤통수를 칠 수도 있지.”

 듣고만 있던 흐엉이 기분이 상한 듯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그럼 하지 않겠다는 말이요?”

 이사벨 또한 흐엉의 말에 인상을 구겼으나 사울은 오히려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설마, 그러겠소? 단지 우리 들소들을 몇이나 희생해야 가능한 일인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오. 이래 봬도 들소 용병단의 대장이오. 나의 사람들의 희생이 개죽음이 된다면 안 되지 않소?”

 “그러지 않도록 저희도 필사적으로 도울 것입니다. 많은 수는 어려우나 전투원들도 지원할 것입니다.”

 “당신들은 정부와 싸우느라 바쁠 것 아니오? 일단 그쪽에서 제시한 의뢰 내용은 잘 들었소. 그럼 이제 우리 쪽에서 제시하는 보상을 이야기하겠소.”

 “이미 과학과 의료 기술, 농사를 지어서 나올 식량을 말했잖소?”

 흐엉이 다시 인상을 구기며 말했지만, 사울이 씩 웃으며 말했다.

 “두 가지 모두 겉으로는 좋은 의뢰금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대들에게 이득이 되기 위한 과정 중의 하나이지 않소? 더군다나 농사에 실패한다면 우린 허탕이 되는 것이고.”

 “그럼 무엇을 원하십니까?”

 메이가 긴장한 듯 묻자, 사울이 잠시 뜸을 들이며 말했다.

 “음…. 일단, 엘리시온과의 독점 거래를 원하오.”

 “독점이라뇨?”

 “바깥세상과의 일은 우리를 통해서 했으면 싶소. 물론 우리가 무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떠나든 좋소.”

 “자신만만하시군요. 하지만 저흰 앞으로 다양한 일을 할 생각입니다. 들소 용병단의 분야가 아닌 것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렇군. 그럼 최소한 엘리시온과의 동맹 단체 중에 제1순위가 되어야겠소.”

 “알겠습니다. 그건 당연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기술을 전수해 줄 사람을 들소 용병단에 파견해 주시오.”

 “파견이라고 하면…?”

 “우리와 같이 생활하기를 원하오.”

 “뭐, 뭐요?”

 흐엉이 어이가 없는 듯 입을 열려고 하자, 메이가 손짓으로 입을 막으며 말했다.

 “이 내용은 저희도 상부와 의견을 나누어야 합니다.”

 “이해하오.”

 “그럼 그 두 가지면 되겠습니까?”

 “아니, 마지막으로….”

 사울은 이제까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옆에서 있던 마르코를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들소 중에 한 명을 하르마게돈으로 입국 시켜주시오.”

 “예?”

 너무나 뜬금없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하르마게돈이 발전한 국가라고는 하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라에 오겠다는 것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르마게돈에서 외지인들이란….

 “하르마게돈에서 외지인들에 대한 인식을 잘 알고 있으실 텐데요?”

 흐엉의 말에 사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하르마게돈에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불법 출생아들보다도 아래 취급을 받는다고 들었소. 불법 출생아들조차 외지인들을 무시하고 있으니 말이오.”

 “그런데도 하르마게돈에 입국하고 싶어 하는 자가 누구입니까?”

 “마르코 부대장이오. 엄밀히 말하자면 외지인이기도 하지만 하르마게돈의 출신이기도 하니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하오.”

 메이는 놀란 듯 마르코를 재빨리 쳐다봤으나, 별다른 표정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옆에 서 있던 이사벨이 굳은 표정으로 눈을 감을 뿐이었다.

 “마르코 부대장님이 하르마게돈의 출신인 것을 알고 있지만…. 들소 용병단에서 부대장직을 맡고 계시는데 굳이….”

 “고국으로 돌아가는데 큰 이유가 있겠소? 오히려 안 돌아가려는 사람에게 더 큰 이유가 있겠지.”

 사울이 자세한 대답을 비껴가려고 하자, 메이는 더는 깊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흐엉은 미심쩍다는 듯 마르코에게 물었다.

 “하르마게돈에 돌아가면 무엇을 하실 생각이에요?”

 “속죄와 복수요.”

 마르코의 대답에 사울이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메이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저희가 만든 출입구를 통해 하르마게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입니다. 정식 절차가 아니므로 신분패를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아시겠죠?”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겠지. 상관없소.”

 “알겠습니다. 그럼 같이 떠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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