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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위하여>마르코:다시 돌아온 남자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2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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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혼돈
작성일 : 24-08-07     조회 : 156     추천 : 0     분량 : 7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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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우리와 함께하자, 흐엉.”

 “뭐?”

 “네가 화가 난 것은 4 지역 병력 지원을 반대한 온건파들 때문이지, 우리 강경파 동지들 때문이 아니잖아? 우리와 함께 원래 이루려 했던 동지들의 꿈을 이루고 스칼님과 4 지역 동지들의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어?”

 “난 이제 그런 것에 관심 없어. 더군다나 내가 되돌아간다 한들 무슨 큰 힘이 있겠어?”

 “불꽃.”

 그 말에 흐엉이 놀라 눈이 커졌다.

 “그분들이 어디 있는 지 알아?”

 “우리도 얼마 전에 행방을 알아냈어.”

 “그곳이 어디야?”

 “함부로 말해줄 수 없어.”

 “라샨!”

 “너도 알잖아. 가비님의 명령으로 그들은 불꽃을 해산하고 은퇴한 분들이야. 가비님이 돌아가신 후로는 완전히 세상과 등져서 생활하시고 있는데 자신들을 찾아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셔.”

 흐엉은 입술을 깨물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너도 만날 수 있게 도와줄게. 그러니까 너도 우리와 함께해서 그분들이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도와줘.”

 “복귀라니? 가비님의 유언을 어길 셈이야?”

 “동지들을 위한 일이야. 가비님도 이해해 주실 거야.”

 “잠깐, 그런데 불꽃을 복귀시킨다니? 설마 너 지금 다시 내전이라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자는 것뿐이야. 그리고 그분은 굳이 무력이 아니더라도 우리 강경파들에겐 상징적인 분들이니까 존재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도 하고 말이야.”

 “정신 차려! 다시 피를-”

 똑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자, 흐엉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고는 마르코가 보였다.

 “이야기가 안 끝났나 보군. 밖에서 기다리겠소.”

 “아, 아뇨. 저도 끝났어요. 그만 가시죠.”

 “흐엉?”

 리샨이 흐엉을 붙잡으려 하자, 흐엉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돌아가는 길 내내 흐엉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인제 와서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불꽃의 동지들을 다시 보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강경파로 돌아가기에는-’

 “흐엉님은 강경파시오?”

 “네?”

 자기 생각을 읽힌 듯 흐엉이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고 마르코를 쳐다봤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누가 그런 말을 해요? 혹시 밀란님이-”

 “아니오. 그냥 물어본 것뿐이오. 엘리시온이란 단체가 겉모습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드오.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람이 들이 모였지만 그 안에 파벌이 존재하는….”

 “눈치가 빠르시네요. 아니 마르코님쯤 되면 모르는 것이 이상하려나?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겐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지는 마세요. 괜히 타겟이 되니까요.”

 흐엉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걸음을 떼며 말했다.

 “지금은 아니에요.”

 “지금은?”

 “불법 출생아였던 저를 거둬준 곳이 불꽃이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엘리시온에 들어오게 된 거고요. 정치적인 이념은 따로 없지만 그래도 불꽃의 소속이기 때문에 강경파였던 것은 맞죠.”

 “불꽃?”

 “역대 엘리시온에서 가장 강한 무력 단체에요.”

 “가장 강하다…. 흐엉님 그중에서 어느 정도 수준이오?”

 “상중하로 따지자면 그 당시에는 중하였죠.”

 나이가 어렸다는 것을 고려해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 하이에나들과의 전투에서 본 흐엉의 실력은 잠깐 봤어도 뛰어난 실력자로 느껴졌었기 때문이었다. 하이에나 같은 얼뜨기 도적 떼들과는 비교가 안 되고 용병단 같이 전문적으로 싸움을 하는 용병들 사이에서도 흐엉은 상급의 수준이었다. 그런 흐엉이 고작 중하급에 속하는 무장 단체라니….

 “그런데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 무슨 말이오?”

 “전, 약 10년 전에 엘리시온에 탈퇴하고 4 지역에서 살았어요. 그리고 작년에 다시 엘리시온에 돌아오고 나니 불꽃이 해산되고 사라졌더군요. 애초에 정치이념 같은 것이 없었기에 지금은 굳이 어느 파벌에 속하지 않고 지내고 있어요. 저같이 중립 성향의 사람들도 꽤 있어요. 메이님이나 데메테르, 엘레나 박사님 같은 분들이 그렇죠. 마르코님도 중립을 지키시는 것이 편할 거예요.”

 “참고하겠소.”

 

 과학부 연구실의 수뇌부급 인사들 사이에서 총책임자인 마얀은 유독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들이 개량한 총기류를 하나씩 살펴보는 코모그의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하다가 코모그가 모두 확인을 했는지 마얀에게 굳은 표정으로 눈짓을 했다. 그러자 마얀이 얼른 입을 열었다.

 “모두 나가 있거라.”

 연구실 안에 단둘이 남자, 코모그가 다시 총기를 살피며 말했다.

 “분명 예전보다는 나아지긴 했지만, 정부군의 총기류에 비하면 아직 부족합니다. 그리고 성능보다 제작비도 너무 과하고요.”

 “죄, 죄송합니다. 시간과 연구비를 조금만 더 늘려주시면-”

 “아시지 않습니까?”

 코모그는 총을 내려놓으면 마얀을 바라봤다.

 “이런 살상 무기에 예전만큼 투자받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잠시 휴전일 뿐입니다. 언제 정부군과 다시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데….”

 “마얀 박사.”

 낮은 음성으로 자신을 부르자 마얀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박사나 나나 강경파 출신이니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박사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압니다. 저 또한 리더께 말씀을 드리고는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아, 참. 파우스트 개발은 완전히 중단한 것입니까?”

 “네?”

 “파우스트라면 리더께서도 많은 관심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다시 개발한다고 하면 과학부에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알고 있지만….”

 “리더께서 강경파인 박사를 적극적으로 회유하고 과학부의 간부를 맡긴 이유도 처음에는 파우스트 때문이지 않았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을 뒤엎을 연구인데 아쉽군요. 그래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파우스트의 개발만 성공한다면 올림포스들과 대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고민해 보겠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코모그는 언짢은 표정을 하고는 나가버렸다. 그러자 마얀도 화가 치밀어 오른 듯 소리를 지르고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젠장! 망할 번아 녀석!”

 

 평소에 자신의 연구실 밖을 나오지 않는 마얀은 마음이 심란했는지 바람을 쐬려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오염된 공기 때문에 태양이 보이지 않고 시야가 흐린 뿌연 붉은 하늘이었지만 콘크리트에 쌓인 건물 안보라는 훨씬 나았다. 하르마게돈 사람들에게 필수품인 휴대용 마스크가 불편한지 고쳐 쓰던 마얀은 인기척이 들리자, 재빨리 뒤돌아보았다.

 “미, 밀란님?”

 마얀은 밀란을 보자 깜짝 놀라며 얼른 고개를 숙이며 안절부절못하였다. 그러자 마얀에게 다가온 밀란은 웃으며 말했다.

 “이 사람, 아직도 이러는군.”

 “죄, 죄송합니다.”

 “물론 박사가 우릴 떠날 때는 배신이라 생각했었지만…. 박사는 박사 나름의 이유와 명분이 있었지 않나?”

 “밀란님….”

 “그때의 우린 정부군과 싸움만을 생각해서 과학 기술은 뒷전이었지. 자신의 꿈을 실현해 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일세.”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얀이 그제야 고개를 들며 자신을 바라보자, 밀란은 마얀을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 사내가 아니던가?”

 “너울님의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이 사람, 그렇게 걱정됐으면 한번 찾아뵙지 그랬어.”

 “그것이 너무 볼 면목이 없어서….”

 “아주 건강하시네. 오히려 예전만큼 눈빛이 살아있지.”

 “그것참 다행이군요.”

 바람이 불어 잠시 대화를 멈추었던 밀란은 바람이 잦아들자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데…. 꿈을 위해 온건파로 갔는데…. 듣자 하니 그곳에서도 꿈을 이루기 힘들어 보인다고 하던데….”

 “네?”

 “팔다리가 잘렸어도 아직은 듣는 귀는 있다네. 제나일 리더께서 엘레나 박사에게 홀려 과학부는 아주 뒷전이라고 하더군.”

 마얀은 제나일의 이야기가 부담스러웠는지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사실 생체연구라니 가당키나 한가? 언제 완성할지도 모르는 연구야. 그럴 바엔 차라리 무기 개발에 더 힘을 써야지, 안 그런가?”

 “그, 그렇죠.”

 “게다가 엘레나 박사는 초엘리트인 1 지역의 백두 계급 출신이 아닌가? 그런 자를 어떻게 믿는다는 건지….”

 하르마게돈이라는 국가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던 W컴퍼니의 이사진들에게만 주어진 하르마게돈 최고의 계급이다. 백두 계급은 하르마게돈의 총통보다 높은 계급으로 그야말로 최상위 지배층이었다. 그에 반해 피지배층인 평민인 금강 계급보다도 못하고 사람이 아닌 가축으로 불리는 불법 출생아들이 자신들과 일한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긴 했다.

 “올림포스를 연구하는 총책임자였다고는 하지만 그건 1 지역에서 W컴퍼니의 지원을 받았을 때나 가능한 일이죠. 사실 지금 간부 자리를 받은 지 몇 달이 지났는데 아무런 결과도 없지 않습니까?”

 밀란이 자신의 원수와 같은 엘레나를 흉보자 어느새 경계심이 풀어졌는지 물 만난 고기 마냥 떠들어댔다.

 “사실 언제 연구해서 초인인 올림포스의 괴물들을 상대할 수 있답니까? 차라리 폭탄을 개발해서 한 번에 터뜨려 죽이는 것이 낫지요.”

 “내 말이 그 말일세!”

 밀란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했다.

 “크하하하. 오랜만에 생각에 같은 동지를 만나니 기분이 너무 좋군. 요즘 엘리시온 동지들은 너무 몸을 사린단 말이야. 안 그런가?”

 “어쩔 수 없지요. 온건파들의 세상이 아닙니까?”

 “자넨 아니라는 듯 말하는군.”

 “네? 그, 그게….”

 마얀이 당황한 듯 버벅거리자 밀란이 은밀하게 말했다.

 “자네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 돌아오시게.”

 “네?”

 “예전과 달리 우리는 자네의 꿈을 이루어 줄 생각과 뜻이 있으니 말일세.”

 너무 놀라 먀인이 입을 다물지 못하자, 밀란은 마얀의 어깨를 다시 다독여 주고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자리를 떠났다.

 “오랜만에 즐거운 대화였네. 다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라네.”

 

 밀란에게 은밀한 제한을 받은 지 며칠이 지났지만, 마르코는 아직도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신중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밀란 또한 더 이상의 접근은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동안 마르코는 메이의 곁을 지키면서도 메이의 부탁으로 데메테르가 혼자 있을 때는 데메테르의 곁을 지키면서 두 사람에게 번갈아 가며 호위를 하였다. 데메테르는 보통 사람과 다른 초인의 힘을 가졌다는 점과 메이는 엘리시온으로 오기 전에 주요 인사였다는 점을 어렴풋이 짐작하긴 했으나, 따로 자세히는 묻지는 않았다. 오늘은 생체연구부에서 데메테르가 테스트를 받을 동안 곁을 지키고 서 있었다. 엘레나는 마르코에게 호기심을 가지긴 했지만, 데메테르와 하는 연구가 바쁜 듯 따로 시간은 내지 못하는 듯했다.

 연구가 마무리될 무렵 생체연구실에 노크 소리와 함께 의외의 인물이 들어왔다. 얼마 전 첩보부에서 만났던 리샨은 마르코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한 후 엘레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잘 계셨나요, 박사님?”

 엘레나는 리샨을 보고 눈이 커지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3 지역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제야 오셨군요.”

 “죄송해요. 3 지역에 대한 각종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이제야 겨우 시간이 났어요.”

 “아니에요. 리샨님께서 제 부탁을 들어주셨는데 이정도야….”

 엘레나는 리샨에게 앉으라는 듯 의자를 권하자, 리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바로 또 가봐야 해서 오래 있을 수는 없어요.”

 “그럼….”

 엘레나가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리샨은 목을 긁적이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3 지역에 파견 나가 있을 때 본부의 연락을 받고 엘레나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사람을 찾아보긴 했는데….”

 “혹시 못 찾았나요?”

 “아뇨, 생각보다 그 동네에선 유명한 인물이었는지 이름이 제법 알려져 있더라고요.”

 “그럼….”

 “제가 활동하는 지역보다 훨씬 남쪽에 있어서 수소문해서 찾아갔더니…. 콴이란 사람은 죽었다고 하더군요.”

 “콴이 죽었다고요?”

 엘레나가 깜짝 놀라며 묻자, 리샨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자한테 살해당했다고 하더군요.”

 “약물중독도 아니고 살해라니…. 그럼 콴 말고….”

 애써 침착하게 물었지만, 마르코는 엘레나의 눈에서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아에 대해서는 동네 사람들도 아무도 모르더군요.”

 “네?”

 “살해당한 날에 행방불명되었다고 해요.”

 “행방불명이라뇨?”

 “그날 이후로 동네 사람들은 수아를 본 적이 없다고 해요. 박사님께서 말한 암흑가 조직원들도 찾아서 물어보려 했는데 그 조직은 통째로 박살 나 있었고요.”

 “박살이요?”

 “3 지역에서 큰 사건이 하나 터졌었거든요. 노아라는 불법 약물 때문에 골치가 아팠었는데 정부군에서 노아를 판매하는 조직을 했다고 해요. 그 조직이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정부 고위관료들이나 귀족들도 거기에 얽혀서 줄줄이 잡혀 들어갔는데 아마 말씀하신 조직도 거기와 연관되었던 것 같아요.”

 “그 조직의 이름이 혹시….”

 “타이탄이라던가? 사건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어서 그 외에 자세한 정보는 찾기가 어려웠어요.”

 타이탄이란 말에 엘레나가 움찔하였다.

 “혹시 그럼 수아가 정부군이나 타이탄에게 잡혔을 가능성은 없나요?”

 “어떤 정보도 없어서 추측하기가 힘든 상황이에요. 아직 3 지역에 파견 나가 있는 다른 동지들한테 더 알아봐달라고 부탁하긴 했는데 그 일이 일어난 지 1년도 넘어서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요.”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레나의 표정은 평소처럼 무표정한 듯했으나 실망과 슬픔이 묻어난 채 몸을 조금 떨고 있었다. 리샨도 그걸 알아챘는지 위로의 말을 건네려고 했으나, 문이 열리고 메이와 흐엉이 들어오자 그냥 입을 다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연구실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재빨리 메이가 엘레나에게 물었지만, 엘레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비틀거리며 엘레나가 나가자, 흐엉은 눈썹을 구기고 리샨에게 물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이라니?”

 “뭘 어떻게 했길래 엘레나 박사님이….”

 “내가 박사님께 해코질 이라도 했겠니? 서운하네.”

 리샨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하자, 흐엉은 재빨리 엘레나를 쳐다봤다. 그러자 엘레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리샨님 때문이 아니에요. 개인적인 일은 듯하니 깊게는 말하기가 곤란합니다.”

 “그, 그래요?”

 흐엉이 헛기침을 하자, 리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 나눈 대화 때문에 오해할만한 상황이긴 한데 엘레나 박사님한테는 악감정 없다.”

 “저번에 나눈 대화요?”

 메이가 고개를 갸웃하자, 흐엉이 얼른 대화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너 여기 이러고 있어도 돼? 첩보부에서 긴급 간부 회의를 요청했다던데. 너희 부서 비상 아니야?”

 “아!”

 그제야 리샨이 정신 차리며 나가려다가, 걸음을 멈칫하며 마르코에게 말했다.

 “외교부나 마르코님과도 관련 있는 일이에요.”

 “저 말입니까?”

 들어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본인과 관련된 일이라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들소 용병단과 함께 떠났던 캐스님과 동지 중에 첩보부 사람이 있었는데…. 첩보부 동지가 혼자서 돌아왔어요.”

 “혼자 말입니까? 아니, 애초에 들소 용병단에 도착할 시간이….”

 “심각한 상처를 입어 자세한 이야기는 말하지 못했지만, 들소 용병단으로 가던 도중 습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마르코는 그 말을 듣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같이 있던 이사벨, 아니 들소 용병단의 참모는 어떻게 됐답니까?”

 “습격당했다는 말만 하고 그대로 기절을 해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요. 아마 지금 간부 회의에서 동지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구성하고 있을 거예요.”

 메이와 흐엉도 놀란 듯 마르코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선발대는 언제 출발하나요?”

 “아직 구성도 안 끝나서…. 그런데 아마 여기 계신 세분도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바깥세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여기 세 분 말고는 베아니스뿐인데 베아니스는 지금 외교부 준간부이다 보니 자리를 비우기 곤란하니까요.”

 “제가 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마르코가 다급히 말하자, 리샨은 진정시키며 말했다.

 “아마 같이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일단 바로 떠날 수 있게 준비를 하세요.”

 말을 하던 리샨은 갑자기 생각 난 듯 말했다.

 “아! 그 첩보부 동지의 손에 박쥐 모양이 새겨진 명패가 쥐어져 있었다는데 혹시 뭔지 아세요?”

 그러자 마르코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지며 말했다.

 “박쥐 용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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