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인류를위하여>마르코:다시 돌아온 남자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24.7.18
  첫회보기
 
13화. 미끼
작성일 : 24-08-08     조회 : 139     추천 : 0     분량 : 6073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리샨의 말대로 회의장에 모인 엘리시온의 간부들은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 부대도 안 된다, 저 부대도 안된다고 하시면 도대체 누구 보고 구하러 가란 말씀입니까?”

 평소와 다르게 잔뜩 흥분한 베아니스가 소리치자, 마른 체구의 남자가 매서운 눈초리로 말했다.

 “그럼 엘리시온의 휴전선을 지키는 병력을 차출하겠다는 미친 소리에 찬성하란 말입니까? 정부군과 휴전한 지 이제 5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최전방의 병력을 빼내오다뇨?”

 “그럼 그리드님께선 바깥세상에 나간 동지들을 버리자는 말씀입니까?”

 “흥, 그러게 일 처리를 잘하시지 그랬습니까? 그렇게 말로는 바깥세상과 연계니 공존이니 해야 한다고 외치시더니 꼴이 이게 뭡니까? 애초에 책임은 외교부에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되레 화를 내다니…. 쯧쯧.”

 “이것 보세요!”

 참지 못하고 베아니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옆에 앉아 있던 외교부의 간부 아친이 손을 들어 베아니스를 진정시키고는 말했다.

 “그리드님 말씀대로 외교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우선 동지들은 구해야 할 것 아닙니까? 바깥세상에 나가 있는 동지 중에는 첩보부 인원들도 있습니다. 첩보부의 준간부인 그리드님께서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비협조적은 아니지요.”

 이번엔 가만히 듣고 있던 첩부보의 간부 밀란이 아친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최근 엘리시온 동지들은 안전 불감증이 생긴듯합니다. 또다시 동지들의 많은 피를 흘려야 정부군에 대한 적계심과 준비성을 기르시겠습니까? 그리드의 말대로 최전방의 인원을 차출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전투원이 최전방 말고 또 어디에 있습니까?”

 베아니스가 답답한 듯 말하자, 밀란이 잠시 뜸을 들이며 묵묵히 듣고 있던 제나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최전방 부대는 휴전선을 지키고 수비대는 엘리시온을 지켜야 하니…. 남은 것은 빙결뿐이지 않습니까?”

 그러자 코모그가 쾅 하고 탁자를 내리치고는 말했다.

 “빙결은 리더인 제나일님을 지키는 호위 부대요. 그런데 어찌 빙결이 바깥세상으로 갈 수 있단 말입니까?”

 “불꽃 또한 처음에는 전대 리더이신 가비님을 지키는 경호부대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가비님과 함께 선두에 서서 최전방에서 싸웠습니다. 때에 따라선 가비님이 동지들을 위해 불꽃들만 따로 전장에 보내시기도 했고요.”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코모그가 당황한 듯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제나일이 옆에서 눈을 감고 있는 형법부의 리더인 너울을 보며 말했다.

 “너울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나일의 물음에 너울이 천천히 눈을 뜨고는 말했다.

 “제 능력으론 제가 맡은 부서의 일만으로도 벅찹니다. 간부들과 리더이신 제나일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엘리시온에서 가장 오래 간부직을 맡으시며 산전수전을 모두 겪으시지 않으셨습니까. 너울님의 지혜와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러자 너울은 고개를 돌려 회의에 참석한 동지들의 얼굴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말했다.

 “전 엘리시온이 가장 우선입니다. 리더께서도 그러시지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렇기에 최전방 부대와 수비대를 차출해서 엘리시온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면 결사반대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빙결이 차출되어 리더께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일이라면…. 차출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너울님!”

 아친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자, 너울이 그를 제지했다. 너울은 제나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리더가 없으면 새로 뽑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동지들과 엘리시온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회의장의 분위기가 무겁게 짓누르자, 너울이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 그런데 설마 빙결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엘리시온 ‘안’에만 있는 리더에게 위험한 일이 일어날까요?”

 겉으로는 분위기를 바꾸려는 농담처럼 보였지만 회의장의 그 누구도 재미있는 농담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항상 최전방에서 동지들과 싸우던 가비와는 달리 전쟁을 피하고 멀리서 엘리시온을 진두지휘하는 제나일의 운영 방침을 비꼬듯 말하는 뼈가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빙결의 모든 인원을 동지 신병확보와 들소 용병단 원군으로 투입하겠습니다.”

 “제나일님?!”

 “안 됩니다!”

 제나일의 최측근인 코모그와 아친을 비롯한 온건파 출신의 엘리시온들은 제나일의 말에 놀라 저마다 소리쳤다. 그러나 제나일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빙결은 제 직속부대입니다. 다른 간부들의 허락은 필요 없습니다. 대신 빙결 이외의 추가 차출은 없습니다. 나머지 동지들은 평소처럼 자신들의 자리에서 본인들의 업무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저 또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엘리시온 안에서 저의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자신을 위협할 사람은 바깥에는 정부군이겠지만 안에서는 엘리시온의 강경파들 뿐이었기에 결의가 담긴 말이었다. 그러나 밀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바깥세상의 지리를 모르는 빙결들만으론 무리입니다. 길잡이가 필요할 것입니다.”

 일리 있는 말이었기에 제나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는 말이군요. 그러면 길을 잘 알고 있는 마르코님이 어떻습니까? 최근까지 바깥세상에 살았고 들소 용병단의 일이니 마르코님이-”

 “안 됩니다. 아직 온전한 엘리시온 동지로써 신뢰가 쌓이지 않았습니다. 빙결과 손발이 안 맞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혹 들소 용병단의 첩자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쉽게 보내주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첩자라뇨?”

 베아니스가 인상을 쓰며 말하자, 코모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또한 아직은 이런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는 자인지 의문입니다. 차라리 최근 바깥세상에 다녀온 흐엉이-”

 “베아니스님이 어떻습니까?”

 “네?”

 뜬금없는 너울의 말에 회의장의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너울을 바라봤다. 코모르도 당황한 듯 아친과 베아니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베아니스는 외교부의 준간부입니다. 바깥세상의 접촉은 흐엉과 메이님의 담당이니….”

 “그 두 분이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런 사단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까?”

 “그게 어떻게 두 사람의 잘못이라고 하겠습니까?”

 “아까 아친님의 말대로 외교부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준간부 정도의 직급이 나서서 이번 일을 수습해야 외교부의 면이 서질 않겠습니까? 이번일 만 잘 해결된다면 외교부에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아친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차라리 제가 가겠습니다.”

 “아친님은 바깥세상에 나가본 적도 없지 않으십니까?”

 밀란은 너울의 뜻을 알아챘는지 쉬지 않고 몰아붙였다.

 “설마 간부급의 인원이 직급도 없는 동지들의 등 뒤에서 계실 요량입니까? 가비님께서 계셨을 땐 상상도 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땐 이런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면 너도나도 최전방으로 나섰는데….”

 “제가 가겠습니다!”

 더는 참지 못하고 베아니스가 소리쳤다.

 “말씀하신 대로 바깥세상의 경험도 있고 외교부의 준간부로써 책임을 지기 위해서 제가 나서는 것이 맞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제나일님.”

 제나일은 무언가 찜찜한 듯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자 아친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아친님?!”

 “아친님도요?”

 베아니스가 놀라 벌떡 일어났지만 제나일은 아친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아친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너울님과 밀란님의 말씀을 들으며 깨달은 것이 많습니다. 명색이 외교부의 총책임자인 간부가 바깥세상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언젠간 나가보려 했습니다. 이번에 그때라 생각하오니 허락해 주십시오.”

 엘리시온의 2대 리더인 가비와 강경파와는 다르게 제나일과 온건파의 엘리시온들이 위험한 일은 피하고 책상 앞에서 입으로만 떠든다는 논란은 예전부터 끊임없이 나오던 것이었다. 아친은 아마도 제나일의 최측근이며 온건파의 대표주자인 자신이 나서서 이런 논란을 잠식시키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제나일도 그런 아친의 마음을 알았는지 불안한 듯했지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깥세상에는 빙결과…. 외교부의 준간부인 베아니스 그리고…. 외교부의 간부 아친님을 내보내겠습니다.”

 

 “위험한 일입니다. 저 혼자 갔다 오겠습니다.”

 자신의 집무실까지 쫓아온 베아니스를 보며 아친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미 결정 난 일이야. 그리고 위험한 일이라면서 나보고 너만 보내라는 뜻이야?”

 “하지만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빙결도 없는데 아친님이라도 남으셔서 제나일님의 곁에 있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친도 어딘가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으나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모두 무사히 일이 끝나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아친님!”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메이와 흐엉, 그리고 마르코가 들어오자, 베아니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이렇게 함부로 들어오십니까? 노크라도 하셔야죠!”

 그러나 상황이 급했음을 이해했기에 아친은 괜찮다는 듯 말했다.

 “저와 베아니스 모두 없으니 여기 계신 분들을 비롯한 외교부의 부원들이 외교부를 잘 이끄셔야 합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같이 가게 해주십시오.”

 마르코가 평소와 다르게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지만 아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상부에서 이미 결정 난 일입니다. 마르코님의 심정은 잘 알겠지만, 이번 일은 저희에게 맡겨주시지요.”

 “큰바위마을에 못 가게 하는 것은 정부군 때문이라고 하지만 바깥세상에 나가는 것은 왜 안 된단 말입니까?!”

 “마, 마르코님….”

 마르코의 고함에 메이와 다른 사람들이 놀란 듯 마르코를 바라봤다. 그러나 아친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바깥세상으로 나갈 방법은 엘리시온에서 탈퇴하는 것입니다.”

 “?!”

 “하지만 그렇게 되면 큰바위마을로는 영원히 갈 수 없게 되겠지요. 그러니 택하십시오. 큰바위마을입니까, 들소 용병단입니까?”

 그 물음에 마르코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아친이 마르코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나중에 동지들의 믿음이 쌓인다면 바깥세상이든 큰바위마을이든 원하시는 곳에 언제든 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아친님…. 이제 시간이….”

 베아니스가 마르코의 눈치를 보고는 슬쩍 말하자, 아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출발하지. 아, 저희가 없는 동안 제나일님과 엘리시온을 잘 부탁합니다. 그것이 믿음을 쌓는 시작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흐엉님?”

 마르코에게 한 말이긴 했으나 중립을 지키는 흐엉이나 메이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했다. 대답을 듣지는 못했으나 아친은 베아니스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밖으로 나섰다.

 

 “들소 용병단은 강하잖아요. 별일 없을 거예요.”

 메이가 위로하듯 말했지만, 마르코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들소 용병단에 있었을 때보다 오히려 답답한 생활이 아닐 수 없었다. 그냥 모두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움직일까 생각을 했지만 냉정하게 아직은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 이곳에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섰다.

 “아무리 제가 빠졌다고는 하지만 박쥐 용병단이 그렇게 쉽게 움직일 녀석들이 아닌데…. 속내를 모르겠소.”

 “괜찮아요. 빙결은 현재 엘리시온의 최정예 부대니까요.”

 흐엉도 위로하듯 말하자, 마르코가 물었다.

 “불꽃에 비교하면 어떻소?”

 예상치 못한 질문에 흐엉은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불꽃은 역대 최정예 부대에요.”

 

 아친을 총책임자로 임명하고 떠나보낸 제나일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코모그와 단둘이 남아있었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서 있는 코모그는 평소에 항상 제나일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과는 달리 조금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갑자기 바깥 지역 세력이 저희를 공격하지 않나, 강경파 사람들이 이를 계기로 저희 쪽 사람들을 내보내지 않나 말입니다. 게다가 리더의 호위 부대까지 모두 빼내다니요?”

 “같은 동지들입니다. 온건파니, 강경파니 하는 말은 삼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들이 그리 생각하겠습니까?”

 “이건 저의 생각이 아닌 가비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가비님을 따르던 자들인데 설마 가비님의 유언을 어기겠습니까?”

 젊은 시절 날카로운 혀로 강경파를 몰아붙이던 제나일의 모습은 사라졌었다. 리더에 오른 뒤 제나일은 리더의 역할을 다하려는 듯 항상 포용하려고 했다.

 “빙결이 없으니 저와 믿을만한 사람이 24시간 리더를 지킬 것입니다.”

 “괜한 논란만 일어날 것입니다. 평소처럼 행동하세요.”

 “제나일님!”

 “코모그님이라도 절 숨 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미소를 지어 말했지만 코모그는 제나일의 미소에서 어떤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 있으시면 바로 말씀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19 18화. 파우스트 8/26 132 0
18 17화. 전투시작 8/21 132 0
17 16화. 손님 8/19 128 0
16 15화. 기다림 8/13 137 0
15 14. 호위 8/12 145 0
14 13화. 미끼 8/8 140 0
13 12화. 혼돈 8/7 157 0
12 11화. 회유 8/6 152 0
11 10화. 첩보부 8/5 143 0
10 9화. 엘리시온 8/2 152 0
9 8화. 사내답게 8/1 149 0
8 7화. 속죄와 복수 7/31 139 0
7 6화. 동행 7/30 139 0
6 5화. 트니르 7/26 148 0
5 4화. 의뢰 7/25 136 0
4 3화. 하이에나 7/24 150 0
3 2화. 피브마을 7/20 159 0
2 1화. 들소 용병단 7/19 163 0
1 <프롤로그> 버려진 남자 7/18 22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