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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위하여>마르코:다시 돌아온 남자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2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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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호위
작성일 : 24-08-12     조회 : 145     추천 : 0     분량 : 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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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하. 대단하십니다, 너울님.”

 너울의 방에서 즐거운 듯 웃음을 터뜨린 밀란은 미소를 지으며 은근히 물었다.

 “어디까지 판을 짜놓으신 겁니까? 설마 바깥세상에까지 손을 대신 겁니까?”

 너울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바깥세상은 나와 관계없는 일일세.”

 “그럼 그 소식을 듣고 이 짧은 시간에 곧바로 계획을 짜내신 겁니까?”

 “좋은 기회라 생각했네.”

 “빙결이 없으니 이제 불꽃은 없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코모그가 있긴 하지만 온건파의 핵심인 아친과 베아니스도 없으니 온건파를 움직일 사람도 부족하네.”

 “그럼…. 움직이면 되겠습니까?”

 “전에 말한 것은 어떻게 됐나?”

 “몇몇은 저희 쪽으로 오기로 했지만 아직은 고민 중인 듯합니다.”

 “그거면 됐네. 고민한다는 것만으로도 생각과 행동이 느려질 테니 말이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흔드시게나.”

 

 그날 저녁, 마르코의 숙소에 의외의 인물이 찾아왔다.

 “여유 있어 보이셨는데, 직접 찾아오시다니….”

 “내 성격이 급해서 말이오. 그리고 시간은 충분히 드린 듯한데….”

 밀란의 눈빛은 첩보부에서 나누었던 인자함이 사라지고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아마도 저 눈빛은 본래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마르코는 간부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소 용병단을 도우러 가지 못하게 한 사람이 제나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최종 결정권자이기도 하고 애초에 큰바위마을로 가지 못하게 먹은 자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확실히 결정을 지은 것은 아니나... 굳이 온건파니, 강경파니 따지자면…. 강경파와 뜻이 좀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밀란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렇지. 용병단의 출신이니 우리와 더 뜻이 맞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전에 말한 것을 기억하십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휴전선을 넘어 큰바위마을로 갈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말에 마르코의 눈빛이 흔들렸다.

 “일 하나만 해주시지요. 성공한다면 즉시 휴전선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같은 시간, 흐엉 또한 의외의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엘리시온의 2인자라 불리는 부 리더 코모그가 은밀히 자신의 집무실로 흐엉을 부른 것이다. 코모그는 원래 강경파 중에서도 무장파의 대표인사였으나 어린 제나일이 용감하게 홀로 가비와 엘리시온에 맞서 비판을 하는 모습에 반해 제일 먼저 제나일의 사람이 된 인물이었다. 흐엉이 본격적으로 활동할 때에는 파벌이 이미 달라 만날 일이 없었고 돌아온 지금도 딱히 접점이 없었기에 이렇게 단둘이 만나는 일은 처음이었다.

 흐엉은 자신을 불러 놓고 책상에 앉아 서류만 살펴보는 코모그의 모습에 슬슬 짜증이 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마침 일을 끝낸 코모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흐엉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미안하군. 최근 골칫거리가 생겨서 말이야. 첩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움도 받지 못하니 여간 힘들군.”

 “골칫거리요?”

 “하르마게돈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여론의 눈치를 보는 듯 한동안 잠잠했던 W컴퍼니 놈들이 정권과 군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어.”

 “네?”

 “그 첫 번째로 군의 총사령관과 부사령관을 교체했다는군.”

 “총사령관을요?”

 군권은 원래 하르마게돈의 총통에게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형식상 그런 것이었고 실제로 총통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군은 자신의 직속부대인 화랑뿐이었다. 그리고 군의 실질적인 수장은 총사령관이었는데 최종 임명권은 총통에 있었으나 그것 또한 형식적인 절차였고 총통 아래에 있는 최고 의원 3인에 의해 결정 난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최고 의원 3인 중 2명은 W컴퍼니 이사진이었고 나머지 한 명 또한 W컴퍼니 사람이었기에 W컴퍼니의 뜻대로 군권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W컴퍼니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정부나 군이나 형식적으로나마 온화한 정책을 펼쳤는데 이젠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됐어.”

 “그냥 단순한 인사 교체 아니에요? 정책을 갑자기 바꿀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다는 확신도 없고요.”

 “그래…. 인사이동 이외엔 어떤 공식적인 발표도 없지. 그런데 이번에 새로 임명된 부사령관이 누구인지 아나?”

 “누구죠?”

 “전 4 지역 사단장이었던 필립스 중장일세.”

 그 말에 흐엉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역시 자넨 누군지 알고 있는 것 같군.”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안 그래도 강수량이 적어 메말라버린 척박한 땅에서 5년간의 가뭄에 죽어가는 4 지역 국민을 무자비하게 지배했던 4 지역군의 총 책임자였던 자였다. 이 때문에 그 온화했던 4 지역민들이 군과 정부에 대항했고 당시 엘리시온 리더였던 가비가 흐엉을 포함한 몇몇 엘리시온을 파견 보내 그들을 지원토록 하였다. 그리고 반란군이란 이름에서 엘리시온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싸우게 되었다. 홀리교의 성지답게 엘리시온과 협상하고 비폭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군의 진보파들을 찍어 누르며 필립스는 오로지 폭력적으로 그들을 탄압하였다. 엘리시온에 속하지 않는 일반 지역민들까지 닥치는 대로 죽이거나 잡아가면서 사태를 최악으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흐엉 또한 자신의 동지들을 필립스 때문에 잃었기에 원수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다행히 그때 바람의 평야에서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성녀가 나타나 바람의 기적을 일으켜 전쟁이 끝나게 되었고 이후 현 4 지역 사단장인 할라가 적극적으로 엘리시온과 협상을 주도하면서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정부가 할라처럼 평화적인 성향을 띄며 하르마게돈을 다스리게 되었다.

 “그 정부군의 보수파 중에서도 가장 대표된 자가 부사령관이 되었으니…. 앞으로의 정부의 움직임이 뻔하지 않겠나? 다시 철혈 통치가 시작된 것일세. 이렇게 되면 내일이라도 당장 휴전선을 넘어 정부군이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지.”

 엘리시온의 온건파 대표인사로써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되는 전쟁의 언급은 피해야 하지만 코모그는 원래 강평파 출신이기도 했고 객관적인 사람이었기에 현실적인 말을 하는 것이었다.

 “혹시 이것이 자네들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가?”

 코모그의 물음에 흐엉은 입술을 깨물었다.

 작년 W컴퍼니의 직속부대인 올림포스의 후보자이며, W컴퍼니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데메테르를 메이와 함께 탈출시켰다. 그 일 때문에 자신들은 죽은 사람이 되어야 했고 4 지역을 떠나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만약 자신들의 위장 사망을 알아내고 위치가 발각된다면….

 “관계없다고 볼 수는 없겠군요. 데메테르는 W컴퍼니에게 아주 중요한 아이였으니까요. 죄송합니다.”

 흐엉의 사과가 의외였던 듯 코모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제 자네들은 우리 동지이지 않나. 그리고 정부군을 무서워한다면 엘리시온이 아니지.”

 “그런데 절 부른 이유가…?”

 “아, 참. 내 정신이 없었군. 부탁 하나 하려고 하네.”

 “부탁이요?”

 “빙결이 돌아올 동안 제나일님을 지켜주시게.”

 “네?”

 “별일이 없겠지만…. 꼭 이런 생각이 들 때 별일이 생기더군. 정부도 정부지만…. 우리 엘리시온 내부에서도 최근 수상한 움직임들이 보이고 말이야.”

 “그렇다고 해도 저를 믿으십니까? 전 온건파의 사람이 아닌데 말입니다.”

 “불꽃 출신이지 않나?”

 뜬금없는 말에 흐엉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남은 사람 중에 불꽃 출신인 자네를 이길만한 상대가 있겠는가?”

 “하지만 호위는 실력이 아니라-”“맞아. 실력만큼 신뢰도 중요하지. 그렇기에 자네를 믿는 것일세. 내가 아는 불꽃은 입으로 한번 뱉은 말은 절대로 지키는 자들이거든.”

 “부 리더라는 직위치고는 너무 낭만적인 이유군요.”

 “하지만 자네도 알지 않는가? 자네나 불꽃은 언제나 속임수 없이 정면으로 당당히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이네.”

 흐엉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 엘리시온의 정책에 딱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긴 했으나 4 지역에서 겪었던 악몽 같은 일 때문에 다시는 정치싸움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사람이 되라거나 온건파로 전향하라고 하는 것이 아닐세. 그저 엘리시온으로써 리더를 지켜달라는 것일세. 빙결이 올 때까지만, 아니 그것도 힘들다면 내가 돌아올 때까지만 부탁하네.”

 “돌아올 때까지라뇨? 이런 상황에 자리를 비우신다는 말씀입니까?”

 흐엉이 놀란 듯 묻자, 코모그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 눈에도 우리가 겁쟁이로 보이나 보는군.”

 “네? 그게 아니라….”

 “명색이 엘리시온의 리더와 부 리더일세. 할 일은 해야지. 나는 내일 아침 휴전선으로 떠나네. 정부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병력을 점검해야 하지 않겠나? 제나일님께서 먼저 명하신 일이긴 하지만 나 또한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네. 그러니 내가 돌아올 때까지만 부탁하네.”

 

 흐엉은 코모그와 대화후 복잡한 표정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늦은 시간임에도 아직 잠을 자지 않은 메이와 데메테르가 흐엉을 보고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

 “흐엉님 괜찮아요?”

 “어? 아, 괜찮아 데메테르.‘

 ”요즘 저 놔두고 많이 돌아다니시네요?“

 메이가 농담처럼 말했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기에 흐엉은 메이와 데메테르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같이 앉으며 지난 것이 있었던 일들을 모두 말해주었다. 두 사람 때문에 4 지역을 떠나 이곳까지 왔었기에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데메테르는 조금 겁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제나일님을 헤치려고 할까요?“

 ”글쎄….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약 그럴 계획이라면…. 빙결과 코모그님이 떠난 내일부터 움직일 거야.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으니까 말이야.“

 흐엉은 아무런 말 없이 생각이 잠긴 메이를 보며 말했다.

 ”무슨 생각해요?“

 ”아. 그게…. 필립스 중장이요. 엘리시온 일도 중요하지만 전 사실 4 지역이 더 걱정돼서요.“

 그 말에 데메테르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너 때문이 아니야. W컴퍼니 때문이지. 정부군이 움직이려면 아직 시간은 있을 거예요. 지금 정부군에서도 할라 소장 같은 온건파 인사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특히 4 지역은 온건파가 대세고요.“

 ”그럼 다행이지만….“

 흐엉의 말에도 메이는 여전히 걱정되는 듯했다. 사실 흐엉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4 지역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메이만큼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데메테르가 두 사람의 눈치를 보는 듯하여지자, 메이가 얼른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흐엉에게 물었다.

 ”그럼 제나일님의 경호를 맡으시기로 했나요?“

 ”코모그님이 돌아올 때까지 만은요. 그 뒤로는 모르겠어요.“

 ”강경파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리샨님이랑은 어릴 적부터 친구가 아니었나요?“

 ”라울, 라샨…. 어릴 적 엘리시온에서 함께 자란 녀석들이죠….“

 ”저랑 홍윤, 켄신과 같은 사람들이네요. 소중한 사람들이죠?“

 ”그러니 이해해 주겠죠? 하하.“

 흐엉이 애써 웃으며 말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쪽으로는 마음이 불편함이 느껴졌다.

 ”아, 아무튼 내일부터는 제나일님 곁에 있어야 하니…. 메이님과 데메테르의 호위는 힘들 거에요. 그러니까 두 사람 모두 조심해야 해요. 알겠죠?“

 ”저랑 데메테르는 엄연히 따지면 엘리시온 소속이라고 보기도 힘든데 별일이 있을까요? 흐엉님이나 조심하세요.“

 ”메이님이야, 건드릴 사람은 없겠지만 데메테르는….“

 흐엉은 데메테르를 흘끗 보며 말했다.

 ”마얀님에게 미움 받고 있잖아요.“

 그 말에 데메테르의 표정이 시무룩해지자, 메이가 얼른 입을 열었다.

 ”미, 미움은 무슨…. 그리고 마얀님은 이제 온건파 사람이잖아요?“

 ”저를 회유시키려고 했던 걸 보면 다른 온건파 인사들에게도 회유 시도가 분명 있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웬만하면 당분간은 진짜 조심해야 해요. 아, 엘레나 박사님도 조심하라고 전해주세요. 가능하다면 같이 계시는 것도 좋겠네요.“

 ”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여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여차하면 마르코님도 계시니까 저와 마르코님이라면 누가 와도 걱정 없어요.“

 메이의 말에 흐엉이 조금은 안심되는 듯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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