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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에게 어그로가 끌려..!
작가 : 실버월넛
작품등록일 : 202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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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의도치 않은 파티
작성일 : 25-06-22     조회 : 12     추천 : 0     분량 : 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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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 오후 6시.

 사무실에는 야근의 기운이 서서히 깔리고 있었다.

 책상마다 마시던 음료가 하나 둘씩 늘고, 건물 전체 조명은 마치 대낮과 같이 밝았다.

 누군가는 이어폰을 끼고, 누군가는 턱을 괴고 모니터를 유심히 바라볼 뿐이고, 누군가는 그저 무표정하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온캐리 대리는 대형 모니터 두 대를 번갈아가며 마케팅 대시보드를 체크하고 있었다.

 표정은 평온했지만, 오른쪽 눈썹이 미세하게 들썩였다.

 메르하임 ‘결투장’ 관련 아이템 판매량이 여전히 기대보다 저조한 것이다.

 “분명 컨셉도 강하고 비주얼도 잘 뽑혔는데... 뭐가 문제지.”

 그녀는 이어폰을 빼며 방치형 팀장 쪽을 향해 말했다.

 “팀장님, 혹시 커뮤니티 쪽 반응 추가 파악된 거 있나요?”

 방치형은 머리를 긁적이며 천천히 말했다.

 “신유비 씨 쪽에서 정리해올 거야. 오늘까지 내부 정성 분석 보고서 제출하라고 했거든.”

 온캐리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또 신유비요?”

 “응. 뭐, 커뮤니티 쪽에선 제일 잘 보니까.”

 그 말에 온캐리는 고개를 돌려 뭔가 생각하는 듯 조용해졌다.

 

 그 순간, 유비가 복도 끝에서 걸어왔다. 베이지색 야상에 뿔테 안경. 손엔 프린트물이 들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커뮤니티 반응 공유드리러 왔습니다.”

 유비는 인사하며 온캐리 책상 옆 빈 자리에 앉았다.

 “우선 긍정 피드백보다 부정 피드백이 훨씬 많았고요.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맥락 없음’, ‘이질감’, 그리고 ‘몰입 방해’였습니다.”

 온캐리는 조용히 보고서를 넘기며 말했다.

 “근데 그거... 우리가 이벤트 판매 장비 아이템 수치를 낮게 잡아서 그런 건 아닐까요?

 몰입보다는 그냥 능력이 안받쳐줘서 재미가 없는건 아닐까 해서요.”

 유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유저들이 ‘왜 내 캐릭터에게 이런 옷을 입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하는 걸 보면 기능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기능보다 몰입이라...” 온캐리는 작게 중얼거렸다.

 “역시 신유비씨답네요.”

 그 말투는 칭찬도, 비꼼도 아니었다. 그저 무표정한 관찰.

 

 그때 설정 차장이 탕비실을 다녀온 듯 한 손엔 텀블러를 들고 멈춰섰다.

 “이번 콘텐츠 얘기야?”

 “네, 피드백 공유 중이에요.” 유비가 답했다.

 설정은 피식 웃으며 넉살좋게 말했다.

 “나도 디테일한 내용이 궁금한데 끼어들어도 될까?”

 그렇게 셋은 모니터 하나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았다.

 “유저가 납득하지 못하는 맥락이라...” 설정이 중얼거렸다.

 “스토리 퀘스트 하나를 결투장 도입부에 붙이는 건 어때? 캐릭터들이 왜 싸워야 하는지를 감정적으로 이해시키는.”

 온캐리가 말했다.

 “..어차피 아직 이탈율은 높지 않은데 나름 적응들 하는건 아닐까요?”

 설정은 사뭇 어두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나름 적응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참아주는 걸지도 몰라.”

 그 순간, 사무실에 어글호 팀장이 나타났다. 그의 등장에 주변 공기가 바뀌었다.

 “회의실 비어 있죠?” 다짜고짜 나타나 다짜고짜 물었다.

 온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마케팅 쪽이랑만 잠깐 씁시다.”

 그는 온캐리에게 손짓했다. “온대리, 잠깐 오시죠.”

 

 온캐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 문이 닫히자 유비와 설정은 무언의 눈빛을 나눴다.

 “문은 닫혀있지만 왠지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들리는 것 같은 건 기분탓이려나요?”

 유비가 쓴 웃음을 지으며 설정 차장에게 말했다.

 “애초에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걱정된다고 의견을 계속 표출하긴 했었는데···

 어팀장도 나름대로 성과에 목말랐을테니까..”

 유비가 동그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사업 1,2팀장님들 승진하신 것 때문에요?“

 ”아무래도 그렇지..? 팀장들 다 다들 입사도 비슷하고 내부 평가도 비슷하지만, 뭔가 어팀장만 계속 정체되어 있는 것 같잖아?

 1,2팀장에 비해 능력이 뒤쳐진다고 말할 순 없지만.. 상부의 기대치가 높은 걸까.. 아님···”

 ‘타 부서 팀원’에게 대놓고 ‘타 부서 팀장’에 관해 깊이 있는 논의는 곤란한 듯 설정 차장은 뒷 말은 아꼈다.

 줄어든 말 뒤를 유비가 덧붙였다.

 ”아님···. 전 왜 그런지 알 것 같은데요?“

 유비의 내리깐 시선을 설정이 좇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20분 뒤, 온캐리가 회의실에서 나왔다. 손에 들린 건 결투장 관련 신규 유튜브 광고 콘티와 시안.

 “둘이 뭐 한 거야?” 설정이 물었다.

 온캐리는 낮게 대답했다. “광고 바로 내보내 자네요. 이번 주 안에.”

 “기획팀이나 운영팀 의견은?” 유비가 물었다.

 “...필요 없대요. 당장 내일 광고 내보내야 되는데 의견 조율할 시간 없다고.

 방치형 팀장님한테도 본인이 얘기할테니 빨리 대행사에 제작 콘티나 넘기라던데요?

 [결투장]은 어차피 이번엔 이벤트성으로 쭉 밀 거니까. 몰입 어쩌고는 다음에나 정리하라고···”

 온캐리 대리가 급하게 쏟아내는 소나기같은 발언에 유비는 비맞은 갈대처럼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금요일 오후, 대행사를 통해 급하게 제작된 유튜브 광고가 집행됐다.

 화려한 효과를 가미해 스타일리시하게 연출된 결투장 플레이 영상, 강렬한 배경음악, 빠른 템포.

 광고 클릭률은 높았고, 아이템 패키지 판매량은 반등했다.

 메르하임을 하지 않던 유저들이 새로운 콘텐츠에 반응해 다수 유입된 듯 보였다.

 그 다음 주 전체 주간 회의에서 마케팅팀 방치형 팀장은 수치를 자랑스럽게 보고했고, 어글호는 조용히 그 자료를 넘겼다.

 기존 유저들의 거부감은 일단 지켜보기로 한 채, 전체 회의는 나름 고무적인 분위기에서 마무리되었다.

 목요일부터 급하게 광고가 진행된 바람에 주말 출근도 감수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퇴근한 적막한 월요일 저녁.

 

 [스토리랑 따로 노네...]

 [이 게임 맞아? 낯설다···.]

 [광고 멋있긴 한데.. 왜 내가 하던 게임이 아닌 느낌이지?]

 [아니 ㅋㅋㅋㅋㅋㅋ 본인들도 이거 만들면서 뭔가 이상하지 않았음?]

 홀로 켜져있는 모니터에 비친 유비의 복잡한 얼굴 그 위로, 촌철살인 같은 커뮤니티 반응이 도배되었다.

 유비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만···. 하아.”

 메르하임은 오래된 서비스라 모니터링할 만한 커뮤니티도 꽤 많았다.

 얼음마저 다 녹아 물 반 아아 반이 되어버린 이도 저도 아닌 카페인 물을,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아 빨대 소리가 거세게 들리도록 마저 흡입해버린 유비의 시선은 한 댓글에서 멈춰버렸다.

 

 “메르하임 본진 상태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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