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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비치 보드레 [구" 큐브 앤 러브]
작가 : 아모이
작품등록일 : 201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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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큐브(2)
작성일 : 16-09-30     조회 : 406     추천 : 1     분량 : 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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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정답을 맞혔다는 사실에 놀란 민지가 큐브를 놓고 물개박수를 보냈다.

 “뭐 그런 걸 문제라고 내니? 너무 쉬운 것 아니야? 더 어려운 거 내봐.”

 자인은 어깨를 으쓱이며 우쭐댔다.

 “그래? 그럼 난이도 좀 올려도 괜찮겠어?”

 “물론이지!”

 “좋아. 그럼 어려운 문제! 두두두두! 중국의 수도는?”

 “당연히… 방콕이지!”

 “…….”

 ‘역시… 괜한 기대를 했네.’

 한 번 더 박수를 치기 위해 준비하다가 민지는 말없이 큐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럼 그렇지. 자인아, 넌 절대 나 못 이겨. 너 위에 나 있다.’

 피식 웃음으로 자인에게 화답한 뒤 용수는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물론 방콕이 정답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자인은 틀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뭐야? 반응들이 왜 이래? 내가 계속 맞추니까 김이 샌 거야? 그러니까 왜 쉬운거 냈어? 인도 수도는? 정답 인도네시아! 이런 걸로 냈어야지.”

 그러거나 말거나 용수는 운전에 몰두했고, 민지는 큐브를 만질 뿐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을 태운 차는 침묵 속에서 촬영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드라마 티저 영상을 찍기 위한 촬영장소, 창덕궁.

 생각보다 넓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자인은 연달아 감탄사를 발했다.

 “와우! 창덕궁이 엄청 넓다? 꼭 한옥마을 같아. 난 창덕궁이 건물 하난 줄 알았는데 엄청 많네? 신기하다.”

 “나는 하나라고 생각한 네가 더 신기하다.”

 “안 와봤으면 모를 수도 있지. 대표님아, 나 지금부터 기분 좋게 촬영해야 되거든! 그러니까 괜한 시비 걸지 마라.”

 “걸면 뭐 어쩌려고?”

 “촬영 확 엎어버린다?”

 “어이쿠. 저기 감독님도 보이고 벌써 다 와 계시네! 얼른 가서 인사드려야지.”

 소꿉친구지만 촬영을 앞둔 이 순간만큼은 갑을 관계였다. 물론 자인이 갑. 용수는 더 이상의 장난은 포기한 채 후다닥 앞쪽으로 달려갔다.

 “쳇, 까불고 있어. 근데 민지야. 우리 촬영장소 어디야? 난 왜 안 보이지?”

 “조금 더 걸어야 보이긴 하는데요. 음…, 언니! 저쪽 멀리 가옥 하나 보이세요?”

 “어디? 어…. 응. 보여! 저기야?”

 “네. 저곳이 오늘 촬영장소인 희정당이에요.”

 

 * * *

 

 “안녕하세요!”

 희정당에 도착하자 감독과 스태프들, 그리고 먼저 도착한 배우들이 보였다.

 첫 만남이라 배우 몇몇 말고는 누가 감독이고 스태프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인은 보는 사람마다 눈인사를 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때 자인을 발견한 감독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자인 씨. 이번 촬영을 맡은 감독 배호창이라고 합니다.”

 “아! 감독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야, 실물이 훨씬 예쁘신데요? 저 자인 씨 왕팬인데 이렇게 같이 촬영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어머!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영광이죠. 이렇게 멋진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저 얼마나 기대하고 왔는데요.”

 촬영 스태프가 불러서 민지가 먼저 자리를 뜨는 바람에 용수가 대신 자인의 곁에서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곧 그녀의 뻔뻔함에 어이가 없는 듯 코웃음을 치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 육덕하 씨, 반가워요! 드라마 잘 봤어요. 연기 최고던데요? 특히 나비 연기! 저 완전 감동받았잖아요.”

 어느새 자인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와 인사하기 시작했다.

 접대용 멘트와 미소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던 자인이 조금씩 지쳐갈 무렵 민지가 돌아왔다.

 “언니! 저쪽에 대기실 있대요. 가서 준비해야 해요.”

 “어머, 벌써? 대화 더 하고 싶었는데…. 그럼 감독님. 저 먼저 촬영준비하고 오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자자! 우리도 서두르자고!”

 자인은 그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민지에게 귀엣말을 속삭였다.

 “좀 일찍 오지. 얼굴에 경련 일어나는 줄 알았네.”

 “언니, 최대한 일찍 온 거예요. 담당 스탭 요구사항이 얼마나 많은지 저도 힘들었어요. 그나저나 육덕하 씨 드라마 정말 봤어요?”

 “야, 나도 영화 찍고 있었는데 언제 보냐? 그래서 칭찬만 했잖아.”

 “하긴. 잘하셨어요. 여기예요. 언니, 먼저 들어가 계세요. 저 의상 체크 마저 하고 올게요.”

 “응. 그런데 송보검 씨는 언제 도착한데? 촬영 전에 인사 먼저 해야 할 텐데.”

 “좀 늦는다고는 듣긴 했는데 다시 한 번 알아볼게요. 이따 봐요.”

 “그래, 알았어.”

 

 “뭐야?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어?”

 민지와 헤어진 뒤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니 책상에 걸터앉아 큐브를 만지작거리는 용수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누구는 사람들 상대한다고 얼굴 떨려 죽겠는데. 소속사 대표라는 놈은 치사하게 혼자 쉬고 있어? 너무하는 거 아니니?”

 “너의 인사는 너의 몫. 그런 것까지 대표가 다 해주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배우 버릇 나빠져.”

 “치, 말이나 못하면….”

 자인은 들고 있던 클러치백을 책상 위에 던져놓고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봤다.

 임시방편으로 마련된 대기실은 통나무를 세우고 그 위에 볏짚으로 지붕을 올린 오두막 같은 곳이었다.

 “궁 안에 이런 곳도 있었어?”

 “옛날에 있었지만 지금은 없지. 촬영 팀에서 만든 거래. 이름하여 이동식 오두막.”

 “아, 정말? 하긴. 이렇게 멋진 궁에 있기엔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했어.”

 자인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용수의 손에 있던 큐브를 빼앗았다. 그러고는 한 면씩 살펴보며 말했다.

 “어? 이거 아직 성공 못 했네?”

 그때 의상을 들고 들어오던 민지가 큐브를 보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네. 저도 포기예요. 공식을 외울 정도로 했는데 대표님 말씀대로 정말 안 되던데요?”

 “그래?”

 민지까지 포기했다고 하자 자인은 아쉬움에 큐브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손에 착착 감기는 큐브.

 자인은 왠지 자신이 하면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가 해보지 뭐! 내 선물이잖아. 민지야, 공식 어디에 있어?”

 자인의 말에 용수가 기가 찬 듯 웃었다.

 “푸하하. 네가? 중국 수도도 모르는 네가?”

 “야! 그건 필리핀이랑 잠시 착각을 한 거고! 그리고 수도랑 큐브랑 상관도 없는데 못 할 게 뭐 있어?”

 ‘오! 좋은 생각이 났다!’

 갑자기 용수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창덕궁 입구에서 다하지 못한 장난을 칠 기회다 싶었기 때문이다.

 용수는 자인 몰래 민지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자인 곁에서 한복을 하나씩 매치해보던 민지는 신호를 받자 난감한 듯 거부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끈질긴 눈빛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깜짝 놀란 척 호들갑을 떨었다.

 “언니! 큐브가 각 나라 수도들을 의미하는 건데 모르셨어요?”

 “…어?”

 뒤이어 능글맞게 웃고 있던 용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진짜야. 내가 너한테 갑자기 수도 문제 왜 냈겠냐? 무식함을 확인하기 위해서? 아니야! 내가 아까 그랬지? 큐브는 똑똑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왜냐? 각 나라 수도를 다 알아야 맞출 수 있거든.”

 “뻥치시네! 공식이 있잖아. 그거 보고 하면 되지!”

 “공식 있으면 뭐하냐? 그것도 수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때 가능한 거거든. 그래서 나랑 민지도 성공 못한 거잖아. 공식은 알지만 수도에 대해 다 몰라서 말이야.”

 용수의 장난에 말려든 자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진, 진짜?”

 큐브와 용수를 번갈아 바라보던 자인이 결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에잇! 그럼 나 수도 공부부터 할게!”

 “푸흡.”

 “뭐야? 왜 웃어? 내가 수도 그거 다 못 외울까봐 그래? 나 한다면 하나는 사람이야. 다 외울 수 있어!”

 “아, 아니. 언니 그게 아니고요. 푸흡. 하하!”

 “하하하. 아! 자인이 표정 봐. 너무 웃겨!”

 민지와 용수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시무룩했던 자인은 그제야 속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민지야, 나 또 속은 거니?”

 “네. 동참 안 하려고 했는데 대표님 눈빛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죄송해요.”

 “넌 어쩜 매번 속냐?”

 “넌 어쩜 매번 놀리냐?”

 “알잖아. 난 하루라도 널 놀리지 못하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다는 걸 말이야.”

 “으이구! 매를 벌어요!”

 자인이 홧김에 용수의 등짝을 내리쳤다.

 퍽!

 “켁! 내 척추 뼈… 척추가 나간 거 같아, 으으….”

 자인은 고통을 호소하는 용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자연스레 스매싱을 날렸지만 사실 용수의 장난이 생활화가 되어버렸기에 별 감흥이 일지 않았다.

 “그럼 큐브는 수도랑 관련 없는 것 맞지? 나도 할 수 있겠네?”

 자인이 더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자 용수는 의아했다.

 “뭐야? 한 대 때리고 끝? 발로 안차? 목을 조르거나 막 분노 안 해? 촬영 안 엎어?”

 “왜? 진짜 확 엎을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용수는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여기서 더 자극했다가는 진짜 난리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인을 놀리는 맛에 사는 용수는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큐브 진짜 하게? 네가? 에이, 하늘에 맹세코 한 면은커녕 한 줄도 못 맞출걸?”

 “하늘에 맹세코 한 면은 되겠지.”

 “명문대 출신 뇌섹남인 내가 못 맞췄는데 네가 한다고? 야, 하늘이 무너지면 가능할 일을 너무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하면? 내가 오늘 안에 한 면이라도 맞추면 어쩔래?”

 계속되는 비아냥거림에 자인은 결국 욱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런 자인을 보고 포만감을 느낀 용수는 사악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하면? 좋아. 내가 누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모시지. 대신 못 하면!”

 “못 하면…?”

 “이번에 CF로 받은 차 있지? 그거 나한테 넘겨줘.”

 “야! 그거 아직 출시가 안 돼서 타보지도 못했어! 그리고 너는 누님이고 나는 차냐? 내기하려면 공평하게 해!”

 자인의 항의에 용수는 인심 쓰는 척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그럼…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한테 한 달 동안 누님 또는 오빠. 그리고 높임말 쓰기! 어때?”

 “오케이. 콜!”

 “단, 오늘 자정까지 한 면 맞추기! 1초라도 늦으면 각오해라?”

 “누가 할 소리. 민지야! 들었지? 넌 누구한테 걸 거야? 당연히 나한테 걸 거지?”

 묵묵히 일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똥이 자신에게 튀자 민지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용수와 자인 사이에서 눈치를 살피던 민지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냉큼 의상을 들어 올려 보였다.

 “내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의상부터 입죠? 촬영하셔야죠.”

 “아, 맞다….”

 그제야 촬영장에 왔음을 실감한 자인은 민지가 건네준 의상을 받아들며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이거 입으면 나한테 걸 거지?”

 

 * * *

 

 “언니, 이 한복은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죠?”

 “응.”

 “아닌가? 언니, 이건 어때요? 색이 잘 빠져서 예쁘긴 한데….”

 민지가 한복을 자인의 몸에 가져다 대며 어느 것이 잘 어울리는지 살폈다.

 “응.”

  반면 자인은 큐브에 정신이 팔려 건성으로 대답했다.

 “언니! 집중 좀 하시죠?”

 “아, 알았어. 이게 더 낫네!”

 민지의 단호한 눈빛에 어색한 미소를 보이던 자인이 갑자기 생각이 난 듯 물었다.

 “그런데 왜 한복 먼저야? 아까 현대씬 찍는다고 하지 않았어?”

 “그걸 이제야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랬는데요. 지금 비가 내려서요. 언제 그칠지 몰라 우선 실내 촬영부터 먼저 하기로 했대요.”

 티저 촬영은 창덕궁을 배경으로 현대와 조선시대를 오가며 두 가지 콘셉트로 진행하기로 했다.

 야외 촬영인 현대 씬 먼저, 실내 촬영인 조선시대 씬을 두 번째로.

 하지만 변덕스런 날씨 탓에 촬영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비가 온다고? 오늘 날씨 맑음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무슨 비래?”

 상황에 따라 스케줄 변동은 매번 있던 일이기에 자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민지가 의상을 고민하는 사이 큐브를 만지작거리기에 바빴다.

 “언니! 나중에 하시라고요!”

 “알았어.”

 “안 되겠어요. 잠시 치워버리게 주세요.”

 “힝… 안 한다니까.”

 큐브를 넘기고 아쉬워하는 자인에게 민지는 한복을 건넸다.

 “역시 이 한복이 제일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이걸로 입고 나오세요.”

 “응.”

 “보자. 다음에 머리 장식은….”

 그러면서 민지가 한눈을 판 사이 자인은 책상 위에 있던 큐브를 몰래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복 속에 숨긴 후 말없이 간이의상실로 들어갔다.

 그 순간 큐브가 영롱한 빛을 발하며 자인에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자인은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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