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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카멜 사립학교 학생회
작가 : 고스란
작품등록일 : 20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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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의 일기장
작성일 : 16-06-24     조회 : 300     추천 : 1     분량 : 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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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인트 카멜 사립학교 학생회

 

 리나의 일기장

 

 4#

 

 

 

 [신이시여, 대체 어찌해야 저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일기장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문장.

 하영은 리나의 손 글씨로 적어 내려간 일기장을 읽으며 강한 마음의 동요를 느꼈다.

 

 

 

 [어찌하면 예뻐질까, 살을 빼고 치장한다면 예뻐질까? 그럼 부모님께 사랑받을 수 있을까?]

 

 

 

 매일 매일, 사랑받기 위해 예뻐질 궁리를 하고.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아무리 공부해도 도통 이 머리엔 아무것도 쌓이지가 않는다.]

 

 

 

 노력해도 안 되는 자신의 능력에 슬퍼하며.

 

 

 

 [모두들 나를 바보라 부른다. 입학시험마저 낙제를 받아 가문의 힘으로 들어온 이 학교에서 조차 내가 설 자리는 없는 것 같다.]

 

 

 

 그 모든 슬픔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이 가여운 아이가.

 

 

 

 [오늘 금서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정말 그 주문을 얻으면 똑똑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실패한다면 죽을 수도 있다던데……. 아니, 아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가문의 인정을 받고 싶다. 제발, 사랑받고 싶다.]

 

 그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하영의 어두운 기억을 상기시켰다.

 

 

 

 ****

 

 

 

 중학생 시절, 하영은 꽤나 활발한 소녀였다.

 

 “엄마! 나 장기자랑에서 상타왔어요!”

 

 하지만 학자 집안이었던 하영의 가족들은 그녀의 그런 활발함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선생님이 전화하셨다. 너 성적표 내놔.”

 “엄마…….”

 

 하영은 잊을 수 없었다. 성에 차지 않는 성적표에 자신을 바라보던 차가운 엄마의 시선을, 아버지의 외면을.

 그 이후로 하영은 활발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공부만 했다.

 오로지 서울대에 합격하는 것. 그것만이 가족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리나의 일기장을 모두 읽은 하영이 그 마지막 장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눈물로 흐릿해진 글씨, 몇 번이고 고민하고 결심했던 흔적들.

 리나는 단지 똑똑해지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금서의 주문을 외웠던 것이었다.

 

 ‘바보같이 정말…….’

 

 하영의 가슴 한켠에 찌릿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이 아이나 자신이나 너무도 닮은 모습이었기에 누구보다도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차넬이 벌컥 문을 열어 젖혔다.

 

 “리나, 나 왔어!”

 “어어, 왔어?”

 

 환하게 웃어보이던 차넬이 눈물에 글썽이는 하영의 얼굴을 보고 단숨에 굳어버렸다.

 

 “리나.. 우는 거야?”

 

 하영이 그런 차넬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그냥 하품을 많이 했더니 그래. 근데 너는 어디 갔다 온 거야?”

 

 그 말에 차넬이 안심한 듯 다시 웃더니 품에 안고 온 종이더미를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이거! 이번 시험 범위 요약 해놓은거야, 헤헤. 필요할 것 같아서… 나 잘했어?”

 

 차넬의 물음에 하영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너무 고마워, 지금 꼭 필요했던 거야.”

 

 하영은 그 종이더미를 받아들고는 곧장 책상 앞에 앉았다. 차넬이 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설마 지금 바로 공부 시작하려구?”

 

 그러자 공부에 몰입하기 시작한 하영이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응, 시간 아깝잖아.”

 

 꽤나 단호한 말투였지만 차넬은 서운하기는커녕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영은 지금, 그 어떤 순간보다 투지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리나… 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조금이나마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나도 바로 시작해야겠다. 궁금한 거 있으면 뭐든 물어봐!”

 “응, 고마워.”

 

 이렇게 하영과 차넬은 자신들의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하영은 우선 차넬이 가져다 준 중간고사 시간표를 확인했다.

 시험은 총 1주일. 하루에 세 과목을 보며, 내일은 마법 필기와 역사, 연금술 순서로 시간표가 잡혀있다.

 당연히 마법 필기는 볼 것도 없고, 문제는 역사와 연금술. 처음 보는 내용이라 이해고 자시고 무조건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차넬이 꼼꼼하게 정리해준 요약본 덕분에 그리 불가능해 보이진 않았다.

 게다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 세계에서 이해가지 않았던 몇 가지를 알아낼 수도 있었다.

 우선 마법은 귀족들의 권력이자 자신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힘이다. 귀족을 제외한 하층민들은 감히 마법을 쓸 수도 없지만 귀족이라면 그 힘의 크기에 따라 계층이동이 가능하기도 하다.

 따라서 고위 귀족들은 계층이동에 따른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마법뿐만이 아닌 연금술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가문의 펜던트 목걸이가 있다.

 이것은 명망있는 가문의 증표이며 가보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연금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 펜던트 목걸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알 수 없다.

 다만, 가문마다 목걸이에 걸 수 있는 힘이 특정되어 있기에 보통은 자연계 마법인 물, 불, 바람, 대지의 힘 중 하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문의 펜던트 목걸이는 그 가문의 혈통이 아니면 반응하지 않고, 마나 발동을 하지 못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

 

 

 하영은 가문의 펜던트 목걸이에 대해 공부하다 문득, 낮에 부딪혔던 로지에 대해 떠올렸다.

 

 ‘그 자식, 분명 목걸이에서 이상한 문양이 빛나고 있었어.’

 

 의구심이 든 하영이 차넬에게 물었다.

 

 “아까 그 로지스트니인가 하는 애 있잖아, 걔도 혹시 가문의 펜던트 목걸이가 있는 거야?”

 

 그 물음에 차넬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보통 황족이 증표로 가지고 있는 게 가문의 펜던트 목걸이야. 카트리샤는 바람의 힘을 가진 목걸이를 가지고 있어.”

 

 그 얘기에 하영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하게 웃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런 놈들은 배경이 없으면 아무 힘도 없다니까.’

 

 “아! 그럼, 센트라냐에서는 그 목걸이를 가진 가문이 얼마나 있어?”

 “음… 센트라냐 황족과 리카스 공작가 정도?”

 

 하영이 ‘리카스’라는 말에 놀라 차넬에게 되물었다.

 

 “리카스? 그 가문이 그렇게 대단하단 말이야? 황족과 버금갈 정도로?”

 

 그러자 차넬이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묻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리카스 가문은 힘은 물론이고 철저한 완벽주의를 추구하고 있어. 그 오랜 세월동안 흠 하나 잡히지 않고 공작가의 명망을 유지해 왔는걸. 황제도 함부로 할 수 없지.”

 

 그 대답에 하영은 맥이 탁, 풀려버렸다. 리나가 왜 가문의 이름을 당당히 밝히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거, 공부 가지고는 택도 없겠는데.’

 

 “왜? 뭐 모르는 거라도 있어?”

 

 고심에 찬 하영의 얼굴에 차넬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하영이 손을 휘휘 저었다.

 

 “아, 아냐.”

 

 ‘하아, 지금은 그냥 공부에 집중하자!’

 

 하영은 다시 펜을 들었다. 그렇게 새벽이 밝도록 그녀는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아침 해가 떠오르고 하영과 차넬은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식탁에 앉은 하영에게 큰 문제가 생겨버렸다.

 

 ‘윽, 리나가 세 숟갈을 먹고 지킨 몸매인데 내가 이걸 다 먹어버리면…….’

 

 그렇다. 일기장의 내용을 모두 읽은 하영은 리나가 이런 완벽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철저한 식이조절을 했는지 모를 리 없었다. 때문에 음식을 마주한 그녀의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 세 숟갈은 너무하고 딱! 다섯 숟갈만 먹자!’

 

 하영은 진수성찬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머금으며 딱, 다섯 숟갈만을 입에 가져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차넬이 측은한 시선으로 하영을 바라보았다.

 

 “리나, 뭔가 너무 슬퍼보여.”

 

 그 얘기를 들은 하영이 애써 웃어보였다.

 

 

 

 ‘아, 그 초콜릿 한 입만 먹을걸.’

 

 식사를 마치고 교실로 올라가면서도 하영은 차마 먹지 못한 초콜릿을 떠올리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때문에 그녀는 언제 F반에 도착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리나, 교실 도착했어.”

 “어어, 고마워. 어라? 근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부숴놨던 교실이 어떻게……?”

 

 완벽하게 복구 된 교실. 하영은 어제 자신이 벌인 참상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 모습이 사뭇 낯설었다. 그러자 차넬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나야 선생님의 마법으로 고쳤겠지 뭐. 이따 시험 끝나고 보자!”

 “아, 응 그래.”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차넬을 보내고 하영은 조심스럽게 F반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앉아있던 반 아이들이 그녀를 쳐다봤다. 아니,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영도 그 따가운 눈총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철판이 두꺼울 대로 두꺼워진 그녀였다. 하영은 어제 자신이 앉았던 자리로 가 앉았다. 그런데 책상에 온통 더러운 낙서가 적혀 있는 게 아닌가.

 

 

 [사기꾼 꺼져버려!]

 [그런 속임수로 A반에 올라갈 속셈이면 꿈도 꾸지마라!]

 

 

 대부분이 하영을 사기꾼이라고 험담하는 낙서였다. 그뿐만 아니라 하영의 뒤에서도 그녀를 사기꾼이라 하는 수군거림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아마도 하영이 어제 마나 발동을 한 파이어 볼을 속임수라고 생각한 듯 했다.

 

 ‘아, 정말. 천재는 어딜 가도 고달프단 말이지. 꼭 모자란 것들이 저러고 이상한 소문을 내요.’

 

 하지만 하영에겐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순조롭게 시험이 시작되고 하영은 더욱 순조롭게 문제를 풀어나갔다. 간혹, 차넬이 정리해주지 않은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긴 했지만 그 몇 문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정확하게 정답을 적어냈다.

 하영은 시험이 끝나갈수록 확신에 찼다.

 

 ‘이 정도면 상위 5프로는 거뜬히 들겠어.’

 

 마지막 정답을 적어내면서 하영은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기분이 최고조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시험이 끝나는 종소리와 함께 하나야는 하영을 불러냈다.

 

 “표정이 좋은 걸 보니 컨디션이 좋은가봐요?”

 “네, 너무 좋은 거 있죠! 이제 교장실로 가는 건가요?”

 

 그 물음에 하나야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가서 간단하게 얘기만 들으면 될 거예요.”

 

 하지만 하나야의 말과는 다르게 교장 에비넬의 표정은 아주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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