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7일 금요일-의대생 윤 민의 한 교양과목 기말고사 답안지
……………………… 열 다섯, 나는 항상 드라마 주인공 같은 삶을 꿈꿨다. 넓은 마당이 있는 집, 타고 있으면 지나던 사람들이 쳐다볼 만큼 멋진 차, 모두가 우러러보는 직업과 바쁜 삶, 그리고, 그 드라마 같은 사랑 따위를 말이다.
평등이란 무엇일까? 북구의 소위 보편적 복지가 잘 이루어졌다는 나라들 처럼 나라가 소득에 따라 거둬들여 모두의 생활을 비슷하게 맞추는 것인가? 현실적으로 우리에겐 그들처럼 땅과 바다에서 뽑아올려 그대로 내다 팔 자원도 없으며 챙겨야 할 인구도 너무 많다. 그럼 우리에게 있어서 평등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기회이다. 누구나 노력한다면 주어지는 자신만의 꿈을 이룰 기회, 적어도 노력할 수 있는 그 기회가 사회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나는 노력했고 내 꿈에 거의 다가섰다. 하지만 내 주변을 보면 내가 이룬 것은 어느날 갑자기 당첨된 복권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사회가 평등해서 내 노력을 치하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이미 고교시절 대학 원서를 쓸 때 부터 등록금 걱정은 하지 않았었다. 아니,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도 몰랐었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와보니 내 성적이 좋다며 학교는 첫 학기 등록금을 면제해 주었고, 나는 걱정없이 하루 온종일 도서관에 있을 수 있었다. 도서관에 있다보니 당연하게도 내 학점은 좋을 수 밖에 없었고 나는 과에서 3명만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을 또 받았다. 그리고 계속 받고 있다. 반면에 많은 나의 대부분의, 절대 다수의 학우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밤새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애를 쓰고 그에 따른 피로로 수업시간엔 빈사상태에 가까우며 도서관에 있어야할 시간엔 과외선생을 하고 잠을 자야 할 시간엔 다시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등록금을 위해서 휴학까지 하고 만다.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을 공부로 정해 이곳에 들어온 그들이지만 그 공부를 할 기회 마저도 그들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들이 그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며, 노력하지 않아서 나에게 장학금을 헌납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순히 그들은 확률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났거나 본인이 돈을 반드시 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을 뿐이다. …….... 우리의 노력이 오로지 확률싸움 뿐인 숫자놀이가 되는 사회라면 그것은 평등한 사회가 결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