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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네크로맨서
작가 :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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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사라진 가족 (2)
작성일 : 16-06-08     조회 : 761     추천 : 0     분량 : 5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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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라진 가족(2)

 

 

 

 “하, 무슨 국밥이 6천 원이나 해.”

 우진은 투덜거리며 컵라면의 국물을 들이켰다. 200원이 없어 우진은 거지 취급을 당하며 국밥집에서 쫓겨났다.

 물론 200원이 모자란 것보다는 거지 같은 그의 차림이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말이다.

 “쳇, 원조 할매 국밥은 얼어 죽을, 할매도 없더만.”

 우진은 괜히 국밥집의 야박한 아주머니를 떠올리며 삼각김밥을 뜯었다. 돈이 없어 서럽긴 했지만 컵라면에 삼각김밥도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기만 했다.

 “아, 밤은 어디서 새지? 진짜 경찰서라도 가야 하나?”

 죄지은 것도 없건만 왜 이렇게 경찰서는 가기 싫은 걸까? 나쁜 짓도 몇… 수십 가지 하긴 했지만, 사람도 몇… 셀 수 없이 죽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르펜 행성에서의 일이다.

 지구의 강우진은 그저 평범한… 하지는 않지만 겨우 고3 때 사라져 5년 만에 돌아온 아이일 뿐이다.

 “아, 그러고 보니 경찰서 가면 또 이것저것 캐묻겠구나.”

 어디에 있었느냐? 뭘 하다 왔느냐? 그동안 왜 연락하지 않았느냐? 어휴, 조서 꾸밀 생각에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졌다.

 경찰서로 향하는 건 최후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에휴.”

 폭삭 망해 버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땅값도, 인구도 확 떨어진 서울이지만 우진이 몸 뉘일 집은 없었다.

 20년 만의 편의점 방문에 신나서 핫바며 음료수며 사 먹다 보니 수중의 돈도 겨우 300원이 남았다. 찜질방은커녕 피시방도 넘볼 수 없는 잔액이었다.

 뭐, 이제 노숙자들이 간다는 지하철역도 어림없으니 꼼짝 없이 거리를 서성이다 아침을 맞이해야 할 판이었다. 그때 편의점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딸랑.

 편의점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낯익은 얼굴을 보며 우진은 눈을 반짝였다.

 운명이다. 이건 운명이 틀림없었다.

 도재민. 그가 오후에 구해줬던 학교 후배가 삼각김밥을 고르고 있었다.

 우진이 남은 컵라면 국물을 들이켜고는 일어섰다.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그를 재빨리 따라갔다.

 “어이, 학생.”

 “네?”

 고개를 돌려본 재민은 귀신이라도 만난 듯 해쓱한 얼굴이 되었다. 우진이 얼굴 가득 미소를 띠었다.

 “하하,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딱 만났네.”

 “왜, 왜요? 저를 왜…….”

 재민이 주춤 뒷걸음질 쳤다.

 “집에 부모님 계시니?”

 “그건 왜요?”

 재민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우진이 별일 아니라는 듯 그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신용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일도 있고, 내가 긴히 드릴 말이 있어서 그래.”

 “저희 부모님 돌아가셨어요.”

 “응? 잘됐… 아니, 유감이구나. 혼자 자취하니?”

 재민이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앞장서라.”

 “왜요?”

 “하룻밤만 신세 좀 지자.”

 재민이 어이없는 얼굴이 되었다. 거적때기를 걸친, 싸움을 겁나게 잘하는 이상한 아저씨가 자신의 집으로 침입하려 한다.

 “아, 공짜는 아니야.”

 그가 자신의 손을 억지로 펴더니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300원.

 이거 아까 삥 뜯은 돈 아니야? 재민이 황당하게 쳐다보자 우진이 자기가 생각해도 민망한지 씩 웃었다.

 “하하, 모자라는 건 내가 꼭 갚을게. 허허, 여기 웬 파리가.”

 팟, 파앙!

 은근슬쩍 허공에 날리는 그의 주먹이 권투선수의 그것처럼, 아니, 각성자의 그것처럼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를 냈다.

 재민이 울상이 되어 집으로 향했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후회가 밀려온다.

 재민은 집 문 앞 비밀번호를 누르면서도 후회했다.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니겠지? 진짜 오늘 상경해서 묵을 곳이 없는 거겠지?’

 우진은 재민에게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

 5년 전 던전쇼크 때 기억을 잃고 흘러 흘러 지리산에 들어갔다고 했다. 지리산에서 이상한 도사를 스승으로 모시며 지냈다고 했다.

 괴팍한 도사를 모시고 살다가 어느 순간 기억이 돌아와 서울로 상경해 자신이 기억을 잃었던 고등학교로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삼류 드라마에서도 요즘은 안 쓸 소재를 늘어놓는 우진을 보며 재민은 긴가민가했다.

 ‘사정이 그러면 경찰서를 가야지.’

 재민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경찰의 경 자 소리만 나와도 허공에다가 잽을 날리며 파리를 잡았으니까.

 한 대만 맞아도 기절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죽을지도…….

 ‘에라. 모르겠다. 나쁜 짓 하려고 했으면 진즉 했겠지.’

 띠딕, 띠로리.

 문이 열리며 재민을 따라 들어온 우진이 환하게 웃었다.

 “이야, 집 좋구나.”

 집은 평범한 빌라의 원룸이었다. 서울의 땅값이 싸지며 빈집들이 늘어나 임대료는 싸졌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전기세, 가스세 같은 비용은 상승해 여전히 서민 살기는 퍽퍽했다.

 몬스터들이 허구한 날 제반시설을 부수니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당연했다.

 원룸은 꽤 넓어 침대와 책상을 두고도 꽤 큰 공간이 남았다.

 “하하, 하루 신세 좀 지자. 나 먼저 씻어도 되냐?”

 우진은 넉살 좋게 말하며 욕실로 가 거적때기를 훌렁훌렁 벗고는 샤워를 했다. ‘어흠, 허, 좋다’ 같은 이상한 소리를 들으며 재민은 한숨을 쉬었다.

 “하……. 이래도 되나.”

 오면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보니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감.

 우진은 나빠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어찌 우진의 페이스에 말린다 싶다가 정신 차려보니 이렇게 같이 집에 와 있었다.

 재민은 편의점에서 사온 삼각김밥을 뜯어먹었다. 이것이 오늘 그의 저녁이다. 저녁을 사 먹을 돈을 우진에게 삥 뜯겼기에 별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후, 시원하다. 뭐, 버리려던 옷 없냐?”

 “……잠시만요.”

 아주 친한 사촌 집에라도 온 듯 우진은 친근했고 재민은 불편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저 기본으로 입는 흰 티와 검은 반바지를 내어주었다.

 “팬티는 있어요?”

 “신세 지는데 팬티까지 뺏어 입기는 좀 그렇잖아.”

 우진은 넉살 좋게 웃으며 노팬티에 옷을 챙겨 입고는 냉장고를 열어 생수를 꺼내 벌컥 들이켰다. 그 자연스러운 모습에 재민은 이제 놀랄 힘도 없었다.

 “후, 저 이제 공부해야 돼요.”

 “그래그래. 난 방해 안 할게. 어서 공부해. 근데 컴퓨터 좀 쓸 수 있냐?”

 ‘가지가지 하는구나.’

 “……쓰세요.”

 재민은 책상의 컴퓨터를 양보하고는 밥상을 펴고 책을 펼쳤다. 재민이 무섭게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자신에게 유일한 가족이라면 누나뿐이다. 이 원룸도, 자신이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도 모두 누나의 희생 덕분이다.

 지금도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을 누나에 대한 보답이라면 열심히 공부하는 것뿐이었다.

 재민이 치열하게 공부하느라 우진은 감히 말을 걸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어후, 잘생긴 놈이 공부도 엄청 열심히 하는구나.’

 우진은 컴퓨터를 켜고는 익숙한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여 던전에 대해 검색했다. 지난 5년간 지구의 변화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인터넷만큼 좋은 수단은 없었다.

 ‘어디 보자. 던전쇼크. 8월 5일. 어라? 내가 소환된 게 이쯤이었던 거 같은데.’

 시기상으로 공교롭게도 자신이 아르펜 행성에 소환된 것과 지구의 지하철역이 던전화된 것이 비슷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의 촉이 같은 날이라 말하고 있었다.

 ‘연관이 있다는 말인데.’

 던전쇼크가 일어나며 자신이 그쪽으로 소환된 것일까?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저 살아남고자 발악했고, 돌아오고자 열망했으니까.

 어째 영 찜찜한 기분이었다.

 ‘각성자. 뭐야? 이것들 초능력자들이네.’

 각성자를 검색해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이동에 발화 능력, 가속 등등 여러 가지 특기를 쓸 수 있는 각성자들이 즐비했다.

 각성자들은 그들이 가진 특기도 중요했지만 보다 가치 있는 것은 던전에서 구한 마법 아티팩트를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란 것이다.

 마법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니 이들도 마력을 지닌 존재들. 마법사라 봐도 무방했다.

 ‘현실에 마법사가 있다니.’

 궁극의 네크로맨서였다가 전승하여 엄청난 보너스 스탯까지 받은 우진이었지만 순수하게 놀랐다.

 지하라는 특성상 던전에서 대형화기를 사용할 수 없는 지금 각성자는 서울의, 나아가 전 지구의 히어로였다.

 던전은 그대로 놔두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던전은 변한다.

 그 분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공략 유무에 따라 달랐다.

 

 던전 – 말 그대로 공략 기간의 던전이었다. 최초 생성되거나 갱신된 지하철역은 던전으로 변하며 한 달 동안의 시간을 카운트한다.

 카운트가 끝나기 전에 던전을 클리어하면 광산, 실패하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다.

 

 광산 – 처음 은유적 비유로 쓰였으나 이제는 거의 굳어버려 정부에서도 그렇게 불렀다. 공략된 던전은 기본 몬스터만을 소환한다.

 이때부터 탐사가 이루어진다. 던전 출입 시마다 소환되는 기본 몬스터들이 재료로써 가치 있는 곳도 있었고, 간혹 아티팩트가 발견되는 곳도 있었다.

 

 이런 광산은 시간이 지나면 리셋되는데 짧으면 며칠에서 길면 몇 달을 넘어가는 것들도 있었다. 언제 던전이 리셋 될지 모르기에 그것을 관리하는 공무원을 파견하고 있었다.

 유용한 특정 아이템이나 특정 몬스터가 등장하는 던전을 금광 또는 스팟이라 부르기도 했다.

 

 던전 브레이크 – 끔찍한 일이지만 던전 공략에 실패한 채로 한 달의 공략 기간이 지나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다. 말 그대로 던전이 터진다.

 결계가 무너지며 내부의 몬스터들이 외부로 탈출한다.

 

 우진이 들어갔던 [과천역 1번 출구]는 광산이었다.

 그것도 기본 몬스터의 급이 낮아 혈석도 나오지 않고, 드레빗 자체도 딱히 쓰임새 있는 몬스터가 아닌지라 가치 없음 판정을 받은 폐광이었다.

 간혹 이런 휴식기의 던전에 초보 각성자들이 수련 삼아 오기도 했으나 그런 일은 드물었다.

 

 우진은 해머길드를 검색해 보았다.

 자신의 집이 있던 곳에 우람하게 세워진 빌딩의 정체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공부하다 뻐근한 목을 펴던 재민이 무심코 모니터를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아저씨 해머길드 아세요?”

 “응? 야, 형이라 불러. 너 여기 뭐하는 덴지 아냐?”

 “왜 몰라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3대길드 중에 하난데.”

 재민은 눈을 반짝이며 설명했다. 해머, 화랑, KH. 세 곳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길드였다.

 “그러니까 회사란 말이야?”

 “어, 음. 조금 다른데 각성자들 모임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거의 회사라고 봐도 무방해요. 아니, 조금 더 큰 각성자들끼리의 조합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횡설수설하던 재민은 곧 말을 정리했다.

 “각성자들한테는 조합이겠고, 저 같은 일반인에게는 회사죠. 그것도 꿈의 회사. 엔간한 스펙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해요.”

 대한민국 3대길드는 재민이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이자 목표였다. 직원복지도 엄청나고 연봉도 후했다. 입사하기만 하면 고생하는 누나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을 것이다.

 

 “허, 그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며 열망 가득한 음성을 내뱉는 재민의 모습이 낯설어 대충 대꾸하던 우진이 물었다.

 “그보다 낮에 걔들이 내일 해코지하는 거 아니냐?”

 재민은 집요한 성격의 이수혁을 떠올리자 낯빛이 어두워졌다. 오늘이야 우진이 나타나며 얼떨결에 지나갔다지만 내일부터 학교생활이 괴로워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우진이 시원하게 말했다.

 “야, 어차피 나도 학교에 볼일 있는데 내일 같이 가자. 내가 다 해결해 줄게.”

 “가, 같이요?”

 자신만만해 하는 우진을 보며 재민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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