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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네크로맨서
작가 :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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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작은 보답
작성일 : 16-06-08     조회 : 842     추천 : 0     분량 : 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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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작은 보답

 

 

 

 “허, 우진이 살아 있었구나.”

 귀신이라도 본 듯이 놀라는 고3 시절 담임선생님을 보며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던전쇼크 때 죽은 사람은 수없이 많았고 우진도 그중 하나라 여긴 모양이었다.

 우진은 실제 20년이 넘는 시간 후에 재회하는지라 별다른 감회가 없었다.

 우진은 선생님과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찾아보았다.

 “아, 여기 전화번호가 있구나.”

 띠리리.

 선생님은 곧장 전화를 걸어보았다. 번호가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릴까? 번호가 바뀌었을까?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는 우진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여보세요?]

 힘없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에 담임선생은 그 특유의 학부모 접대 톤의 목소리를 뱉었다.

 “네, 안녕하세요. 미도 고등학교 교사 이상우입니다.”

 [예에? 미도 고등학교요?]

 떨리는 목소리가 아스라이 파묻혀 있던 어머니의 목소리와 닮았다. 우진의 심장이 빨라지며 숨이 가빠지는 기분이었다.

 “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이수경님 맞으십니까?”

 [예. 맞는데 무슨 일이죠? 미도 고등학교면 우리 큰애가 다녔던 데인데…….]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우진은 심장이 멈추는 기분이었다. 발록의 채찍에 정통으로 맞았을 때도 이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선생님의 휴대폰을 뺏듯이 집어 든 우진이 떨리는 음성을 뱉었다.

 “엄마.”

 […….]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떨고 있는지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엄마, 저 우진이에요. 강우진.”

 9서클의 마법 주문보다 엄마라는 한마디 뱉기가 더 힘들었다. 목이 메어 겨우 눈물을 참으며 한 그 말에 수화기 너머엔 말소리 대신 흐느끼는 소리만이 들렸다.

 [우, 우진이냐? 우리 우진이냐? 정말 우리 우진이냐?]

 울부짖는 그 소리에 얼마큼의 한이 서렸는지 우진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 슬픔이, 기쁨이 전해져 울컥 눈물이 흘렀다.

 “저 돌아왔어요.”

 [어어, 어응. 우진아.]

 이 순간을 위해 20년을 버티며 살았다.

 “어디로 이사 간 거예요? 제가 갈게요.”

 [아니다. 내가 가마. 지금 당장 갈 테니 꼼짝 말고 있어라.]

 우다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우진은 선생님에게 전화를 넘겨주었다.

 “후우.”

 괜히 울음을 삼키며 긴 숨을 토해냈다.

 선생님은 전화를 건네받고 어머니를 진정시키며 한참 통화를 한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 그 모습을 보며 얼른 전화기부터 한 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두 시간 정도 걸리신다는구나.”

 “후, 감사합니다. 선생님.”

 “어휴,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살아 있어서 오히려 내가 다 고맙구나.”

 “학교 좀 둘러봐도 될까요?”

 “뭐, 그러려무나.”

 우진은 가만히 앉아 있자니 두 시간 내내 초조할 것 같아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후우. 재민이나 보러 가야겠다.”

 

 어머니가 오면 일단 급한 대로 돈을 받아 재민이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겠다.

 스물네 살이나 되어 부모님께 돈을 받는다는 게 머쓱하긴 했지만 이제 평생 효도하며 보답할 작정이다.

 마침 쉬는 시간인지라 복도로 우르르 몰려나오는 아이들 틈을 비집고 걸었다.

 잘 때나 입는 흰 티에 반바지를 입고 교정을 당당하게 돌아다니는 우진을 보며 학생들이 저마다 한 번씩 눈길을 주었다.

 ‘와, 대박 잘생겼어.’

 ‘키도 커. 아까 들으니 우리 학교 선배라던데.’

 교복 입은 학생들만 아니면 다 자신의 이상형으로 삼으려 드는 여고생들은 수군거리며 저들끼리 좋다고 손뼉을 쳤다.

 ‘와, 촌스럽게 패션 뭐야.’

 ‘시발, 겁나 띠껍네. 뭐하던 백수 새끼지?’

 남자아이들은 남몰래 우진을 야렸다.

 우진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재민의 반을 찾았다. 재민은 쉬는 시간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어이, 재민아.”

 우진이 반갑게 다가서자 재민을 둘러싸고 있던 일진들이 깜짝 놀랐다.

 수혁을 비롯해 어제 우진에게 당했던 아이들은 눈이라도 마주칠까 피하는데 다른 아이들은 우진을 야려보며 이죽거렸다.

 “뭐야 저 새낀?”

 “와, 나. 겁나 왕따 될 거 같으니까 형이라도 불러왔냐?”

 못해도 일곱 명은 넘을 듯한 그들을 보며 우진은 씩 웃었다. 불안한 얼굴의 재민과 눈이 마주쳤다.

 재민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젓는데 우진이 소리쳤다.

 “일진 놀이하는 새끼들 전부 옥상으로 따라와.”

 우진은 난감한 얼굴로 풀 죽은 재민을 데리고 먼저 옥상으로 향했다. 일진들이 어이없다는 얼굴이 되어 그 뒤를 따랐다.

 “와, 시발 패기에 지리겄소. 야, 다른 반 애들도 다 불러.”

 수혁은 아이들이 나서서 옥상으로 향하자 슬쩍 함께 따라 나섰다. 뒤따르는 아이들이 스무 명을 넘어가자 어제의 일은 기억에서 미화되었다.

 ‘그래, 방심하다 급소에 잘못 처맞은 거야. 제 놈도 쪽수에 별거 있어?’

 수혁을 위시한 일진 스무 명이 옥상의 문턱을 밟았다.

 

 ***

 

 “하나.”

 우진의 입에서 잔뜩 거만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쭉 늘어선 일진들은 동시에 팔을 굽히고 상체를 바닥에 밀착시키며 푸시업 1번 자세를 취했다.

 “둘.”

 “재민이 똘마니다.”

 일진 스물다섯 명이 늘어선 채 동시에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을 보고 있는 당사자 도재민은 당황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지리산에서 뭘 배운 거야?’

 틀림없이 무술을 배웠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홀로 덩치 좋은 일진 스물다섯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울 수 있단 말인가?

 정말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벌써 푸시업을 50번은 시킨 것 같은데 쉬는 시간이 끝나지도 않았다. 아이들의 팔이 부들부들 떨릴 때쯤 우진은 그들을 한데 모았다.

 “자, 다 여기 와봐.”

 잔뜩 상기된 얼굴의 일진들을 보며 우진이 피식 웃었다. 지구였으니 망정이지, 이곳이 아르펜 행성이었다면 놈들은 저렇게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육체는 언데드가 되어 그의 수족이 되었을 것이고 영혼은 타락하여 한 줌 마력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이게 뭐로 보여?”

 “쇠, 쇠파이프입니다.”

 “그래. 어떤 새끼가 가져왔는지 참 싹수 보인다.”

 우진은 자신을 패기 위해 어떤 놈이 가져온 쇠파이프를 쥐고는 너무나 간단히 구부러뜨렸다. 거기서 모자랐는지 구부러진 쇠파이프를 양손으로 잡더니 서로 당겼다.

 쯔쯧.

 쇠파이프가 엿가락처럼 늘어지더니 어느 순간 장력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져 버렸다. 넋을 놓고 보고 있는 일진들을 보며 우진이 찢어진 쇠파이프를 바닥에 버렸다.

 까앙.

 우진이 옆에 있는 재민의 어깨를 둘렀다.

 “우리 재민이 건드리면 안 되겠지?”

 “안 건드립니다.”

 “절대 안 건드립니다!”

 앞다투어 소리치는 그들을 보며 우진이 만족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괜히 왕따니 뭐니 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 알겠지?”

 “네, 넵!”

 “그럼 수업 들어가 봐.”

 우진의 말에 일진들이 살았다는 안도감에 앞다투어 옥상을 내려갔다. 재민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우진을 보았다.

 “혀엉, 이제 저 학교 어떻게 다녀요…….”

 이 정도 대사건이 학교에 소문나지 않을 리 만무했다. 울상인 그를 보며 우진이 환하게 웃었다.

 “어차피 공부할 거 아녀? 앞으로 누가 괴롭히는 새끼 없으면 됐지 뭐.”

 어라? 뭐지. 왜 설득력 있지.

 공부만 할 건데 친구 좀 없으면 어때.

 당황한 얼굴의 재민을 보며 우진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참. 어머니랑 연락됐다. 빌린 돈은 조금 있다가 갚아주마.”

 “아, 아니에요. 형.”

 “그래도 그게 아니지.”

 우진은 어머니를 만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재민은 수업종이 언제 칠까 초조한 마음이었고, 어서 빨리 우진의 이야기가 끝나길 바랐다.

 “아, 신세는 꼭 갚으마. 낯선 사람 하룻밤 재워주는 게 어디 쉬우냐.”

 “하하, 아니에요. 형이 먼저 도와주셨잖아요. 오늘도 그렇고. 언제든 편하실 때 오세요. 재워드릴게요.”

 

 당분간 학교 다니는 게 조금 쪽팔리겠지만 어쨌든 나쁘진 않았다. 일진 녀석들이 앞으로 건들 것 같지는 않았다. 치졸하고 찌질한 방법으로 괴롭히려 들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다. 휴대폰 사면 연락하마. 녀석들이 또 괴롭히면 전화해.”

 우진이 주머니의 쪽지를 흔들었다.

 ‘하, 잃어버리지도 않았네.’

 아무렇게나 적은 가짜 번호다. 괜히 찔끔하여 재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네, 형. 어머니 만나신 거 축하해요.”

 “하하, 오냐. 너도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좋은 데 취직해라.”

 수업종이 치자 재민은 이때다 싶어 꾸벅 인사하고 교실로 뛰어갔고 우진은 그저 피식 웃으며 옥상에 남았다.

 “날씨 참 좋다.”

 자동차가 많이 줄어서 그런가. 유난히 서울 하늘이 맑게만 보였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교문 앞에 택시가 멈춰 서고 급한 걸음으로 교정을 뛰어오는 여인을 보고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엄마…….”

 우진은 마음을 가다듬고 교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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