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더보기
작가연재 > 현대물
서울역 네크로맨서
작가 :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6.6.8
  첫회보기 작품더보기
 
10화 - 적군보다 무서운 아군 (1)
작성일 : 16-06-08     조회 : 725     추천 : 0     분량 : 5744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0. 적군보다 무서운 아군(1)

 

 

 

 여덟 명씩 뭉텅이로 입장한 덕에 대기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각성자라곤 하지만 모두 등급이 낮은 자들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은지 앞선 파티들은 모두 40~50분 사이에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왔다.

 자신을 배도수라 소개한 남자는 E급의 능력자로 이미 동료 다섯 명과 팀을 이루고 전문적으로 광산들을 돌아 수익을 남기는 전문 광부였다.

 평소 1성의 광산을 돌다가 이번에 2성의 광산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첫 도전이니 그도 입장 인원인 여덟 명을 모두 채우고 들어가길 원했다.

 여섯 명보다는 여덟 명이 나았으니까.

 

 홀로 던전을 찾은 강우진과 홍성구라는 각성자가 배도수의 팀에 합류했다. 홍성구도 우진과 마찬가지로 초짜인 F급의 각성자였다.

 “자, 저 빼고 다들 F급이시니 제가 2몫 나머지 분들이 1 몫씩입니다. 나오는 혈석 다 모아 시세대로 계산해 9등분 해 나눌 겁니다.”

 배도수의 말에 우진은 별말 없이 수긍했다. 어차피 처음 경험 삼아 도전하는 광산이다.

 “후, 떨리네요. 그죠?”

 홍성구는 본래부터 팀인 배도수 무리와 어울리기 힘든지 줄을 서는 내내 우진에게 친근히 굴었다. 우진은 적당히 대꾸하며 대화했다.

 홍성구는 F급의 초짜이지만 던전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아, 알고 있는 지식이 다양했다. 우진으로서도 그와의 대화가 꽤 유익했다.

 

 스물한 살인 홍성구는 겨우 두 달 전 능력을 각성해,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각성자 활동을 시작했다. 두 달 동안 1성 광산을 다녔는데 제법 익숙하다 생각되어 이번에 처음으로 2성 광산에 도전하는 것이다.

 돈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그 자체의 각성 능력의 강화와 단련이 목적인 그였다. 꿈은 미공략 던전에 도전하는 레인저들의 팀. 공격대에 드는 것이다.

 

 “남자는 쫄려도 쪼는 척하는 거 아니야.”

 “하하, 형은 자신만만하시네요.”

 대기시간만 몇 시간이다 보니 그새 수다 떨다 형, 동생 하게 된 둘이었다.

 “자자, 우리도 슬슬 입장 준비합시다.”

 던전의 결계가 초록빛을 발하며 스르르 사라졌다. 앞선 팀이 나오는 모습을 보던 배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사고 났나 보네.”

 경험 많은 배도수의 예상대로 앞선 팀에서 사망자가 넷 발생한 것이다. 던전 관리국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과 관계자들이 달려들어 조사했다.

 바로 뒤에 대기하고 있었던 탓에 우진의 귀에도 생생히 들렸다.

 “홉고블린이 출현했어요! 이게 말이 돼요?”

 따지는 각성자를 향해 파견 공무원이 출입일지를 보여주었다.

 “이거 안 읽어보셨어요? 여기 사인도 하셨잖아요.”

 

 - 던전 내에서 생성되는 기본 몬스터는 임의적이며 정보와 다를 수 있다.

 -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각성자 본인이 진다.

 - 던전 내에 획득한….

 

 팀을 잃고 살아남은 네 명의 각성자는 잔뜩 흥분한 기색이었으나 보상받을 길은 없었다. 광부라 하여 언제나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쯧쯧, 저렇게 따져 봐야 별수 없는데. 저분들 괜히 힘 빼시네.”

 동료 시체도 그대로 두고 온 것을 보면 귀환석만 챙겨 겨우 도망친 듯 보였다. 혈석도 못 챙긴 것을 보니 이번 던전에서는 손해만 입은 모습이었다.

 나름 광부로서의 베테랑답게 배도수는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 봤었다. 실랑이하는 그들을 제쳐 놓고 배도수는 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홉고블린은 2성 몬스터입니다. 대처만 잘하면 상대 못할 것도 없어요. 아니, 오히려 확정적으로 혈석 드랍하는 놈이니 오히려 좋아요.”

 그리 말하는 배도수도 홉고블린을 직접적으로 사냥한 적은 없지만 1성 던전은 200회가 넘는 클리어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여덟 명의 파티원은 던전 출입기록일지에 간략히 본인들의 이름과 사인을 마치고는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자, 진입합시다.”

 배도수의 파이팅과 함께 계단을 내려가 통로에 접어들자 왔던 길에 흰 결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림역 7번 출구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이미 공략된 던전입니다. 기본 몬스터들이 소환됩니다.>

 

 우진은 성구에게 슬쩍 물었다.

 “야, 너도 이 소리 들리냐?”

 “예? 무슨 소리요? 바람 소리?”

 “그래. 바람이 꽤 부네.”

 나한테만 들리는군.

 우진은 던전과 아르펜 행성이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그것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자, 포지션 잡읍시다.”

 배도수의 말에 팀원 넷이 앞으로 나섰다. 넷 모두 근접 공격수들로 제법 튼튼한 방패를 앞세웠다. 그리고 그 뒤를 배도수와 다른 팀원 둘이 섰다.

 배도수는 발화 능력을 가진 각성자였고, 다른 한 명은 활을 들고 있었다. 근접 공격수 넷에 원거리 공격수 둘의 조합이었다.

 “자, 두 분은 처음이시니 일단 뒤에서 포지션 잡으시고 차차 손발 맞춰봅시다. 이 앞 코너 돌아가면 평상 고블린 넷 소환되어 있습니다.”

 2성 던전은 처음 도전이지만 배도수는 이미 이곳에 대해 빠삭하게 공부했는지 매뉴얼에 대해 꿰고 있었다.

 킥?

 던전을 돌아가자 고블린 넷이 일행을 발견하고는 달려들었다. 괴물같이 생긴 난쟁이 몬스터 고블린은 짧은 곤봉 같은 것을 휘둘러댔다.

 탕, 탕.

 방패에 막혀 별 효과를 못 보는 사이 배도수의 발화 능력이 빛을 발했다.

 화르륵.

 갑작스럽게 얼굴에 불이 붙자 시야를 잃은 고블린들이 우왕좌왕했다. 그사이 근접 공격수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들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스컥, 퍽!

 쓰러진 고블린들을 무기들을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때려잡았다. 그중 한 마리가 멀찍이 멀어지려는 것을 화살 하나가 귀신같이 날아가 머리통에 처박혔다.

 쐐애액.

 양궁 선수가 쏘아내는 화살이 아니었다. F급이지만 각성자는 각성자. 충분히 몬스터에게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그들은 피떡이 되어 쓰러진 고블린의 머리를 갈랐고 헤집었다. 그 곁에 우진은 물론, 성구도 가만히 지켜보았다.

 우진이야 더 참혹한 광경도 많이 봐와서 아무렇지도 않았고, 홍성구도 1성 던전에서의 경험이 있던지라 인상을 찌푸리기만 할 뿐 헛구역질 같은 꼴불견은 보이지 않았다.

 “운이 좋네. 혈석 두 개야. 이 정도 크기면 못해도 20씩은 받겠어.”

 배도수의 말에 우진은 깜짝 놀랐다. 손가락보다 작은 크기의 혈석이다. 그게 하나에 20씩이나 한다니, 괜히 목숨 걸고 던전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만 원이 그리 비싼 것도 아니네.’

 우진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담스러웠던 그 돈이 우습게 보였다.

 “자, 다음 코너부터 같이 해보지. 능력이 다들 뭐라 그랬었지?”

 “전 화염구 생성이에요. 하나 던지고 나면 3초는 있어야 또 던질 수 있어요. 연달아 던질 수 있는 수가 여섯 개고요.”

 “좋아. 그쪽은?”

 배도수의 시선이 우진에게 닿았다. 우진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고블린 시체 하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퍼억.

 키키킥.

 한 마리의 해골병사가 등장하자 깜짝 놀랐던 사람들이 다시 우진을 보았다.

 “허허, 소환계열이구먼. 뭐, 다른 능력은?”

 우진은 바닥에 고블린이 흘린 곤봉 하나를 주워 허공에 대고 붕붕 휘둘렀다.

 “뭐, 제 몸 하나 지킬 정도 무력은 있죠.”

 사람들이 해골병사를 구경하기 바빴다.

 “네크로맨서는 또 처음 보네.”

 “히야, 이거 신기하네.”

 “탐색이나 정찰용으로 괜찮겠는데요?”

 저마다의 감상평이 난무하는 가운데 배도수가 포지션을 정리했다.

 “기존 포지션에서 우진 씨 소환수가 앞에서 정찰병 역할 하고, 홍구 씨는 제가 신호하면 화염구 날리세요.”

 우진은 조심히 코너를 돌아 걸으며 서둘러 스킬창을 열어 해골병사 소환 스킬을 올렸다.

 

 

 몬스터의 시체를 제물 삼아 [힘 14, 민첩 17, 체력 14]의 해골병사를 소환한다.

 소모 마력 : 1, 필요 지배력 : 1

 

 여덟 개의 포인트를 소모해 스킬 레벨을 올렸다. 단번에 능력치가 향상된 해골병사는 개체 하나가 일반 성인남성보다 더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했다.

 스킬 레벨이 10에 이르면 해골병사의 외형이 변하기에 9레벨까지만 올렸다. 괜히 외형이 변해 그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게 귀찮아서였다.

 ‘이 정도면 밥값은 하겠지.’

 첫 던전이니 우진은 그저 적당히 묻어가기로 했다. 입장료가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 돈을 벌면 혼자서 던전에 도전할 작정이었다.

 “이번 코너에 돌아가면 고블린 여섯 마리!”

 배도수의 지휘에 따라 해골병사가 앞서가며 시선을 끌었고 근접 공격수들이 튼튼한 방벽을 쌓았다. 성구의 화염구는 의외로 위력을 발휘했다.

 

 화르륵, 쾅.

 머리통만 한 화염구가 날아들자 고블린들의 진형이 단번에 무너졌다. 배도수의 발화 능력은 직접적 피해는 미비했지만 전술적 효과는 좋았다.

 얼굴에 불꽃이 갑자기 일어난 고블린들은 당황해 허우적거렸고 그때를 노려 근접 공격수들이 달려들어 고블린들을 두들겨 팼다.

 그사이 가담해 우진도 해골병사를 부려 고블린을 때려잡았다.

 “뼉다구가 생각보다 재빠르구먼.”

 “힘도 있어. 엥간한 F급보다도 나은데?”

 배도수의 팀은 우진과 성구를 인정했다. 거듭 전투가 계속될수록 손발이 맞아갔고 사냥속도는 빨라졌다.

 애초에 목표는 던전의 클리어가 아니라 기본 소환되는 몬스터를 모두 잡고 혈석을 캐는 것이다.

 귀환석이 있는 하층까지의 최단 루트가 아니라 위층부터 샅샅이 훑듯이 사냥하며 내려갔다.

 제법 많은 몬스터를 잡아 우진은 레벨업을 한 번 겪고 5레벨이 되었다. 드레빗보다 업적 포인트도 더 많아 마리당 2씩의 포인트가 쌓였다.

 우진은 해골병사를 부리기만 할뿐 별달리 할일도 없었다. 1성 던전에서 잔뼈가 굵은 팀답게 서로 간의 호흡이 좋았다.

 2성 던전이 처음인지라 신중했던 배도수는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혈석의 드랍률도 1성 던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벌써 얻은 혈석만 17개. 크고 작은 혈석들을 대충 돈으로 환산하자면 못해도 400은 받을 것이다. 인원수대로 나눠도 100 이상의 돈이 수중에 떨어졌다.

 그것도 여태 번 혈석만 따졌을 때였고 아직 남은 몬스터를 모두 정리하면 더 많은 돈을 벌 터였다.

 ‘2성 던전은 대박이다.’

 물론 기존의 그의 팀의 활약도 있었지만 해골병사를 이용해 대신 몸빵하면서 위험수위를 줄여주는 우진과 성구의 화염구 덕이기도 했다.

 쏠쏠한 전력인지라 팀원으로 받고 싶을 정도로 욕심이 나는 인재들이었다. 던전 공략이 끝나고 한번 진지하게 제안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배도수였다.

 

 “이제 마지막 층입니다. 다들 힘냅시다.”

 한 시간의 제한 시간 안에 던전을 클리어하고 돌아가야 하기에 휴식시간은 짧았다. 파티가 복도를 거닐어 마지막 층 계단에 섰을 때였다.

 그 입구에 고블린 무리 다섯과 홉고블린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다른 놈들보다 덩치가 하나는 더 커 보이는 그놈은 거대한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기본 진형으로 갑시다.”

 배도수의 자신만만한 말에 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르펜 행성에서 마왕의 군대와 싸웠던 그다. 수없이 많은 몬스터를 만났고, 그중엔 홉고블린도 있었다.

 놈이 까다로운 건 보통의 고블린보다 큰 덩치가 아니었다. 놈은 고블린 중에서도 지능이 높은 고블린 마법사였다. 그리고….

 ‘안 될 텐데.’

 우진은 천천히 전진하는 일행을 보며 혀를 찼다.

 “조금 신중히 가죠?”

 우진의 말에 배도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거듭된 승리로 처음 2성 던전에 도전한다는 사실을 잊었다.

 “매뉴얼 숙지했어. 저놈 주공격이 마법이야. 종철이 능력이 방어막이니 한 번 막고 딜레이 때 들이닥치면 필승이야.”

 방패부대 중의 하나가 방어막을 능력으로 가지고 있었다. 우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그들의 의견대로 따랐다. 팀의 리더는 배도수였고 자신은 객식구일 뿐이다.

 

 물론 책임도 리더인 그의 것이다.

 
 

맨위로맨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