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두 부류의 청소년들, 그 나이에 맞게 활발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이들과 자의든 타의든 빈약한 대인관계와 방에서 도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성격마저 내성적인 이들.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경혜는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속할 것이다.
어린시절의 가슴아픈 기억이 비수로 남아 그녀의 가슴에 늘 꽃혀있었고 드센 성격의 어머니는 그런 경혜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기에는 너무나도 서툴럿다.
그런 경혜는 매일밤 특별한 꿈을 꾼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만날 수 있고 현실세계에는 없는 자신만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꿈. 그런 꿈을 꾸는 순간이 그녀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어느날 밤에도 마찬가지로 경혜는 꿈을 꾸게된다. 허나 이번엔 지금까지 꾸어왔던 꿈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다 해져버린 코트를 입은 소녀, 그리고 그 소녀가 하는 이해할 수 없는 말.
"이렇게 빨리 널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 이후 이어지는 소녀의 사탕발린 말들.
"네 스스로도 후회하는 지금 네 모습을 바꿀 의지가 있다면 앞으로의 네 모습을 조금이라도 바꿀 의지가 있다면 날 따라와. 너무 걱정하지마 언제든지 넌 다시 깨어날 수 있어. 네 생각대로 이건 네 꿈의 일부에 불과하니까."
경혜역시 히키코모리 같은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깊이 파여버린 상처로 인해 그 모습을 고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
어차피 꿈이고 눈만 세게 감았다가 뜨면 이 꿈에서도 언제든지 깰 수 있기때문에 경혜는 서스럼없이 소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소녀의 손짓에 따라 벽면에 그려지는 문, 그 문이 열리는 순간 경혜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통틀어 가장 기이한 모험의 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