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고귀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날에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신에게 따른다.

　특정 생명의 존재를 예고해주는 고귀한 모래시계, 그리고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의 모래. 이 모든것이 완벽하게 구비된 그 순간, 지상에는 신의 축복이 이루어진다.

　이런 고귀한 모래시계는 어떻게 만들어 지냐구? 복잡하지 않다. 너무나도 간단하다. 문제는 너무나도 간단한 만큼 너무나도 크나 큰 고통이 신에게 따른다.

　신은 자신의 피와 살을 도려내어 청량한 자태의 유리와 그 어떠한 모래와도 비교가 불가능한 부드러운 모래를 만들어낸다. 즉, 생명의 탄생은 곧 신의 피와 살의 희생을 의미한다.

　하나의 특정한 생명에게 주어지는 모래시계는 총 6개, 중앙에 거대한 모래시계를 기점으로 나머지 5개가 빙 둘러쌓고 있다. 모래시계는 그 생명의 삶을 의미하는 것인데 모래시계가 6개이면 그 생명의 목숨이 여섯 개라는 말인가 하고 묻는 이들을 위해 대답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불사신의 생명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각자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는 도플갱어같은 존재들이다.

　즉, 하나의 차원에서 해당 생명체가 생을 다한다 해도 이 6개의 목숨들을 서로 다른차원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다시 되살아 난다든가 하는 초월적인 힘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한번 죽으면 끝이다. 지금 우리의 삶이 그렇듯이.

　하지만 중앙의 커다란 모래시계로 보자면 아예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커다란 모래시계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 지고 어떻게 끝을 맺는지에 따라 남은 5개의 작은 모래시계의 삶도 그 커다란 모래시계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가 정한다는 말이 어쩌면 지금 이 곳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렇듯 신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운명은 신의 규칙에 따라 스스로가 가꾸어 나가고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한다. 1세대의 시계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다면 어쩔수 없다. 나머지 2,3,4,5,6세대의 시계의 삶도 같은 운명을 맞이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선의든 악의든 정해진 규율을 파기하려는 이들이 있듯이 지금까지 서술된 규율을 어기려는 한 소녀가 있다.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는 소녀와 이 삶의 규율, 그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이고 과연 누가 승자가 되어야 마땅할 것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