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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황제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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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위청룡의 심계.
작성일 : 16-12-06     조회 : 510     추천 : 0     분량 : 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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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는 궁녀들의 대화가 낯 뜨겁다.

 “동굴에 유배되어 지낸 황자라던데……. 예상과는 너무 다르다. 그치?”

 “스님이라기에 서생마냥 비실비실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하아~ 그 튼실한 허벅지 하며, 부리부리한 눈매. 우뚝한 콧날. 그 얼굴로 정색을 해도 좋지만, 웃으면…….오금이 저려서 주체를 못 할 거야.”

 “의외로 보기 드문 미남자였어. 의복도 폭이 좁진 않던데……. 그 위로 도드라진 다부진 굴곡은 어지간한 무인들 뺨을 치고도 남겠더라.”

 “붉고 윤기 도는 입술은 또 어떻고.”

 “난 정말, 사내의 색기가 그렇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니까?”

 “황군에 가로막혀 있지만 않았으면, 어떻게든 수를 써서 한 번 자빠져 보는 건데.”

 키득거리며 음담패설을 내뱉는 궁녀들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을 듯이 흥겹다.

 “어허! 아무리 애태워봤자, 위 황자님은 네년 것이 되지 않을 것이야!”

 “왜? 너, 나를 너무 띄엄띄엄 보는데…….내가 이 미색으로 황자님의 승은을 받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해?”

 “누가 봐도 위황자님보다 네년 미색이 한참 딸리는데……. 그런 양심 없는 말이 나오니?”

 “내가 모자란 게 뭔데? 그리고 여인은 얼굴이 다가 아니야.”

 “얼굴이 다가 아니면? 몸? 퍽이나!”

 “내 몸이 어때서! 내 몸이 어디가 어때서?”

 “좀…….짧고, 편편하지.”

 “너…….너…….야…….ㄱ!”

 궁녀들은 한참을 키득거리다 말고 이제 위왕을 두고 서로의 인신공격을 하고 있었다.

 ‘쯧. 남자 하나를 갖고 저렇게 볼썽사나운 꼴이라니.’

 들리는 소문으로는 황태후가 분연한 말들에도 위왕을 인정하지 않아서 그동안 황궁 근처엔 얼씬도 못했다던데. 대체 이번엔 무슨 이유로 그를 불러들인 것인지 불안함이 밀려왔다.

 분명 좋은 일로 입궁을 강제한 것은 아닐 터.

 황태후는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로 그를 불러들인 것인지, 그 의중이 의심스럽고 의아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황제가 타는 어가에 황군의 호위까지 붙이다니. 이건 작정하고 도발 하는 거라고밖에 생각 할 수가 없잖아.’

 평상시였다면 나 역시 저들과 마찬가지로 시시덕거릴 텐데,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는 전혀 저들과 섞일 수 없는 긴장감을 가져다 줬다. 폭풍의 눈.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스민다.

 머리론 자꾸만 심란한 생각이 떠다녔다.

 ‘청룡이 이곳에 올까? 그가 앞으로 어떤 행동을 보일까.’

 나는 적잖이 그의 행보를 신경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위 황자님도 참 대담하시지. 어떻게 어가에 올라서 백성들에게 웃어주실 생각을 다 하셨을까? 나라면 오금이 저려서라도 더 숨어들었을 텐데.”

 “그러니, 위 황자님이 범인과는 다르다는 거겠지.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겠니?”

 나는 궁녀들의 말에서 청룡이 이미 행동을 보였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시작 되었어. 이미.’

 궁녀들은 이제 목소리를 낮추고 은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그 소문이 사실인 건가?”

 “무슨 소문?”

 “이런 망태기 같으니라고. 넌, 저잣거리에 떠도는 그 소문도 모르는 거니?”

 “아, 무슨 소문!”

 “황태후가 위 황자에게 어가를 내준 것이 사실은 미덥지 않은 황제를 밀어내고 다음 황제로 삼으려는 신호라고 하더라.”

 그럴 듯하지만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궁녀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황태후의 행동은 경고의 의미가 다분했다. 그리고 어가에 청룡이 앉게 함으로 인하여 황제와 어긋났던 모자 관계를 다시 되돌리고 그를 더 확실하게 감시하려는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한 꺼풀 들춰 볼 수 있는 뚜렷한 맥락.

 공공의 적을 두면 그동안 적이었던 사람들은 친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황태후는 청룡을 황궁에 던져 넣는 것으로 골칫거리를 해치우기도 하고, 황제를 좀 더 쉽게 자신의 손으로 주무를 패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기분이 한 없이 가라앉을 때쯤, 궁녀들 틈에서 간만에 핵심을 찌르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황궁에 곧 엄청난 피바람이 불겠는데?”

 ‘그렇지. 어쩌면 내일 당장이라도.’

 나는 속으로 궁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생각했다.

 ‘그가 먼저 들르게 될 곳은 어딜까. 본궁? 아니면…….별궁? 그것도 아니라면……. 별궁 서고?’

 “어험험!”

 “헉, 상궁!”

 “오셨습니까.”

 “그래. 지금, 뭣들 하고 있는 것이냐?”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상궁.”

 한참 대화를 나누던 궁녀들은 그러나 엄한 표정의 상궁이 들어서자마자 꽁지가 빠져라 도망쳐 버렸다. 도망가는 궁녀들을 잠시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던 상궁은 이내 짙은 한숨을 내쉬며

 누구에겐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입조심들 해라. 황궁엔 낮이고 밤이고 듣는 귀가 많으니. 입을 닫을수록 가늘고 길게 살 수 있을 것이야.”

 궁녀들이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자신들의 처소로 들어간다.

 ‘뒷이야기를 더 들었어야 했는데. 아쉽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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