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양생록(陽生錄)
작가 : 백린
작품등록일 :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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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백지초(白芝草) (2)
작성일 : 17-07-21     조회 : 552     추천 : 0     분량 : 6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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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백지초(白芝草) (2)

 

 

 갈색 무복의 사내, 왕필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환원문의 무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감히 이 임읍현에서 환원문의 무사인 자신을 저리 당당하게 욕할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귀는 더없이 멀쩡했다. 설령 나이가 들어 가는 귀가 살짝 먹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렇더라도 저렇게 큰 소리로 내지르는 욕설을 못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떤 새끼야!”

 왕필영은 소리가 난 방향을 노려보았다.

 “나다, 이 개새끼야.”

 곧이어 욕설을 내뱉은 사람이 나타났다. 장연우였다.

 왕필영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며 물러났다. 덩치도 덩치지만 분노에 찬 표정이 그를 물러나게 했던 것이다.

 “뭐, 뭐야 넌!”

 장연우는 대답 대신 이를 갈았다. ‘저 새끼들이 명예로운 복상사를 당해놓고도 행패를 부리는 놈들이란 말이지.’

 왕필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검을 뽑았다. 그 바람에 살짝 흘러내린 바지를 다시 추스른 그는 자신을 쳐다보는 수하를 불렀다.

 “야! 저 새끼 죽여!”

 “예, 예?”

 “나 바지 끈 찾을 동안 처리하라고!”

 왕필영은 버럭 고함을 내지르곤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약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끊어진 바지 끈을 대신할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였다.

 장연우는 굳이 그를 잡지 않았다. 저런 놈을 패다 잘못해서 흉측한 물건을 보기라도 하면 어쩐단 말인가.

 그 생각을 떠올리자, 장연우는 또 한 번 서글퍼졌다.

 ‘저 새끼도 제대로 서겠지.’

 장연우는 문득 우울해졌다. 그리고 그 우울은 이내 분노로 변했다. 저놈들만 아니었으면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됐을 게 아닌가.

 “이 새끼들, 니들 다 죽었어.”

 장연우는 손가락 마디를 꺾으며 말했다.

 왕필영에게 지목당했던 환원문 무사는 그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검을 뽑아 겨누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고작해야 힘없는 상인들의 등이나 치며 살아왔던 환원문 무사들이었기에, 장연우처럼 흉흉한 기세를 풍기는 사람을 상대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조상구!”

 그에게 다가가던 장연우는 크게 외쳤다.

 그때까지 도망칠까 말까 고민하던 조상구는 화들짝 놀라며 앞으로 나섰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하루 종일 저 지독한 놈에게 쫓기던 기억이 떠오른 탓에 도망치겠다는 생각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간 후였다.

 “옛!”

 “백지초 있는지 좀 찾아라.”

 장연우는 그렇게 말하곤 몸을 날렸다. 검을 든 환원문 무사를 향해서였다.

 곧이어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되었다. 장연우를 응원하던 주민들마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려버릴 정도였다.

 사 대 일이라는 상황이 무색할 만큼, 환원문 무사들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만신창이가 되어 바닥을 굴렀다.

 새끼줄로 바지를 추스른 왕필영이 밖으로 나왔을 땐, 그의 수하 모두가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채였다.

 “이게 뭐야!”

 왕필영은 바닥을 뒹구는 수하들의 몰골을 보며 숨을 삼켰다.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은 당연히 저 흉악한 놈이 내지르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는 이 상황에 당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고, 고수…….”

 왕필영은 덜덜 떨며 검을 들었다. 맨손으로 꺾인 검날을 들고 있는 장연우를 보고서였다.

 자신의 부하 넷을 쓰러뜨리는 건 굳이 고수가 아니라도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맨손으로 검날을 꺾는 건 이야기가 달랐다. 그건 환원문의 문주인 조중연은 물론이고, 그보다 무공이 뛰어났던 전 문주 조준기도 할 수 없을 일이기 때문이었다.

 “나왔냐?”

 장연우는 들고 있던 검날을 팽개치며 물었다.

 왕필영은 말했다.

 “대, 대협. 뭔가 오해가…….”

 “오해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오해야, 새꺄!”

 장연우는 왕필영을 걷어찼다. 겁에 질려있던 왕필영으로서는 제대로 반응할 수도 없는 발길질이었다.

 “으악!”

 왕필영은 허공을 날았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약방 안으로 날아간 그는 신음을 끙끙 흘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곤 고개를 사방으로 두리번거렸다. 뒷문을 찾아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약방엔 뒷문이 없었다.

 왕필영은 절망했다. 더불어 약방의 추 노인을 향한 분노가 일었다. 왜 이 약방에 쪽문을 만들어 놓지 않았단 말인가.

 “나와, 이 새끼야!”

 “대, 대협! 대협! 잠시 이야기 좀…….”

 장연우는 주먹을 날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피한 왕필영은 무언가가 자신의 눈앞으로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피하려 했지만, 그보다 그것이 날아드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크억!”

 무릎에 찍힌 코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동시에 왕필영의 몸은 허공으로 솟구쳤다.

 장연우는 허공으로 치솟은 왕필영의 목을 잡아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치고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소리 질렀다.

 “이 새끼들아! 문주가 복상사로 죽었으면 축하할 일이거늘! 감히 그런 명예로운 죽음을 맞게 해 준 약방에 행패를 부려? 그러고도 네놈들이 사람 새끼냐!”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우아악!”

 왕필영의 항변은 장연우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장연우는 왕필영을 지근지근 밟았다. 몸에 있는 뼈의 숫자를 두 배로 늘려주고 말겠다는 의지가 담긴 정성스런 구타였다.

 그 와중에 왕필영은 몇 번이나 기절하고 깨기를 반복했지만, 그럼에도 장연우의 분노는 풀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자, 장연우는 왕필영을 한손으로 들고 밖으로 나와 구경하는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 새끼들 어디 사는지 아쇼?”

 시선이 마주친 남자는 히엑 하는 고함을 내지르며 한참이나 물러났다. 핏발 선 장연우의 눈과, 연체동물마냥 사지가 흐물흐물 늘어진 왕필영의 모습이 엄청난 공포를 주었던 것이다.

 “모르쇼?”

 “아, 압니다.”

 남자는 말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탓에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답이 나왔던 것이다.

 “어디요?”

 그는 곧바로 몸을 돌리며 손을 들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원하는 장소를 알아낼 수 없던 장연우는 똑바로 말하라며 윽박질렀고, 그 그르렁대는 듯한 소리에 더욱 더 겁먹은 남자는 반쯤 울먹이는 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저쪽으로 가면 태극 문양을 그린 붉은색 문을 단 건물이 있습니다. 거기가…….”

 장연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날렸다. 들고 있던 왕필영은 내던진 후였다.

 왕필영은 기절한 와중에도 꿈틀거렸고, 그 모습에 기겁한 남자는 장연우의 일행으로 보이는 조상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 저 사람 뭡니까?”

 조상구는 말했다.

 “지독한 새끼요.”

 

 ***

 

 “으아아악!”

 마루에 누워 바람을 즐기던 조중연은 갑작스런 비명에 인상을 썼다. 감히 이 환원문 문주의 청정을 깨는 게 누구란 말인가.

 “무슨 일이냐.”

 조중연은 나름 문주로서의 위엄을 갖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임읍이라는 작은 현에서나 세력을 떨치는 문파라지만, 그래도 한 문파의 주인이 됐으니 예전의 자신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열심히 연습한 한마디였다.

 ‘음. 괜찮아.’

 조중연은 자신의 목소리에 감탄했다. 마치 오랜 강호 경륜을 가진 대가의 것과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니, 근데 이 새끼들이 왜 대답이 없어?”

 아무리 연습을 해도 본성을 감추기는 어려운 법이다. 하물며 겨우 며칠의 노력으로 삼십 년의 습관을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아아악!”

 그때 다시 비명이 울렸다. 이번엔 그가 있는 곳 인근이었다.

 조중연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 검을 들고 나왔다. 이 임읍엔 환원문을 위협할 만한 문파가 없지만, 강 건너 우가촌(牛家村)에 있는 추월문은 호시탐탐 임읍으로의 진출을 노려왔던 터였다.

 전 문주가 죽은 지금, 혼란을 틈타 기습을 해 올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크억!”

 긴장한 조중연은 비명을 내지르며 나동그라지는 문도를 발견하곤 입술을 깨물었다. 추월문 이 빌어먹을 것들이 작정을 한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있었다.

 그때, 흉흉한 기세를 풍기는 사내가 그가 있는 곳으로 발을 들였다.

 “추월문이냐!”

 “그게 뭔데?”

 조중연은 잠시 눈을 깜박거렸다.

 아니, 추월문도 아닌 놈이 왜 대낮부터 쳐들어와 이 지랄인가.

 “그, 그럼 뭐냐!”

 당황한 조중연은 말까지 더듬었다.

 장연우는 말했다.

 “추씨 약방.”

 “추 노인 친척이냐?”

 조중연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곳까지 온 걸 보면 한가락 하는 무공을 가진 놈 같지만, 그래봐야 약방이나 하는 노인네의 친척이라면 별 볼일 없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아니.”

 “그럼?”

 조중연은 물었고, 장연우는 분개해 외쳤다.

 “이 개 같은 새끼야! 전 문주가 복상사를 당하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은 못할지언정 그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 들어? 너 같은 새끼는 그냥…….”

 조중연은 말했다.

 “미친 새끼.”

 조중연은 그가 아닌 누구라도 당연히 할 법한 말을 입에 담았다. 문주가 복상사를 당했는데 고마워하라니, 그게 어디 말이나 될 법한 소린가.

 “아무래도 광증(狂症)에 걸린 놈 같으니 목숨은 붙여 주마! 썩 꺼져라!”

 “아니 이 새끼가 진짜…….”

 장연우는 분노에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저 배은망덕한 놈이 이젠 멀쩡한 사람을 광증으로 몰아?

 그 분노는 주먹에 실려 조중연을 향했다.

 기습을 예상하던 조중연은 빠르게 검을 뽑아 날아드는 주먹을 자르려 했다. 발검(拔劍)만은 자신 있던 그였던지라, 그는 이번 한 수로 장연우의 주먹을 잘라 버릴 것을 의심치 않았다.

 카앙!

 ‘응?’

 조중연은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검으로 주먹을 자르는데 왜 금속성(聲)이 들린단 말인가.

 더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어째서인지 자파(自派)의 건물들이 반쯤 누운 채 하늘을 날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은 이내 풀렸다. 날아가고 있는 건 건물이 아닌 자신인 것이다.

 “크악!”

 벽에 부딪친 조중연은 비명을 내질렀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뜨거운 무언가가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것이 아무래도 뒤통수가 깨져 버린 모양이었다.

 “이, 이 빌어먹을 새…….”

 조중연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검을 들었다. 날아가는 동안에도 검을 놓치지 않은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조중연은 힘차게 검을 세우다 굳어 버렸다. 반 토막 난 검날의 모습을 보고서였다.

 ‘어째서?’

 조중연은 생각했다. 자신은 분명 검으로 저 정신 나간 침입자의 주먹을 베었다. 그러니 반토막 나야 할 것은 이 검이 아니라 저 침입자의 주먹이었다.

 그런데 왜 검날이 반 토막 나 버린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하던 그는 조금 전 들었던 카앙! 하는 소리를 떠올렸다.

 “이 비겁한 새끼! 무기를 감추고…….”

 조중연은 말을 멈췄다. 장연우의 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음을 확인한 탓이었다.

 당황한 조중연은 장연우의 손을 유심히 살폈다. 무기가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내 검을 이 꼴로 만들었단 말인가.

 그 대답은 오래지 않아 모습을 보였다. 장연우의 손에 그어진 희미한 붉은 선이 그것이었다.

 ‘설마!’

 조중연은 경악했다. 그로서는 맨손으로 검을 부숴버린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그건 저 구파일방의 고수들이나, 마교에서 유람 나온 희대의 마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기고 있던 터였다.

 설마 저 흉악한 새끼가 정파의 고수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마, 마교?”

 조중연은 그제야 조금 전 들었던 미친 소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마기가 골수에 들어차 미쳐 버렸을 테니, 복상사가 고마운 일이라는 개소리를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죽여라.”

 조중연은 검을 떨어뜨리며 눈을 감았다. 저 흉악한 놈이 마교도라면 반항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나았다. 어차피 상대도 안 될 것이 뻔한 데다가, 반항하면 할수록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뭐라는 거야?”

 장연우는 손가락을 들어 귀 주변을 빙빙 돌렸다.

 눈을 감고 있던 조중연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 결연한 태도를 보이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공포를 지우지는 못했던 탓에, 그는 온몸을 덜덜 떨며 죽어가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비, 비록 이류 문파의 주인이라 하나, 그래도 난 일파의 주인인 자다! 시체만이라도 온전히 남겨 주기 바란다!”

 막 조중연을 패려던 장연우는 움찔했다.

 ‘저 새끼 미쳤나…….’

 장연우는 조심스레 조중연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누렇게 뜨고 눈 밑이 검게 변한 것이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듯했다. 게다가 입술이 비틀리고 침까지 슬쩍 흘러내릴 듯 말 듯 하고 있는 게, 아무래도 미친놈인 모양이었다.

 ‘……미친놈을 때려서 좋을 건 없지.’

 장연우는 생각했다. 광증이 옮기라도 하면 큰일이 아닌가.

 “새끼. 운 좋은 줄 알아라.”

 조중연은 질끈 눈을 감았다. 저 흉악한 마교도가 그래도 양심은 있어 깨끗이 죽여줄 모양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통증은 오지 않았고, 때문에 자신이 벌써 죽었나 싶었던 조중연은 실눈을 뜨고 앞을 보았다.

 ‘사, 살았어?’

 조중연은 멀어지는 장연우를 보곤 황급히 자신의 몸을 만져보았다. 어디 한 군데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려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이미 목과 몸이 분리됐는데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그런 것은 나오지 않았다. 놀랍게도 저 흉악한 마교도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것이다.

 조중연은 감격에 젖어 크게 외쳤다.

 “고, 고맙소! 내 다시는 추씨 약방에 손대지 않겠소!”

 장연우는 중얼댔다.

 “미친 새끼 맞네.”

 미치지 않고서야 혼자서 저 지랄을 떨 리 없었다.

 장연우는 고개를 저으며 발을 옮겼다. 그래도 어느 정도 분풀이를 했으니, 추씨 약방으로 돌아가 백지초가 있는지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가 추씨 약방에 도착했을 때였다.

 “아이고 대협!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뭐, 뭐요?”

 장연우는 연거푸 큰 절을 올리는 추씨 노인을 보고는 당황해 물었다. 이 동네는 광인 천지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있었다.

 그 의문은 이내 풀렸다. 추씨 노인이 꺼낸 말 덕분이었다.

 “제 걱정이 되어 환원문을 염탐하러 갔던 조카놈이 대협의 협의를 보았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협의는 개뿔…….”

 장연우는 말했다. 협의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협의란 말인가.

 ”아이고. 아닙니다, 대협.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대협이 아니었다면 전 이미…….”

 “아, 됐다니까!”

 귀찮아진 장연우는 거칠게 말했으나, 그것마저도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태도라 생각한 추씨 노인은 사람의 도리를 입에 담으며 열변을 토했다.

 “물론 대가를 바라고 하신 일이 아님은 압니다. 하지만 은혜를 입은 입장에서 어떻게 입을 딱 씻고 모른 척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배운 바 없는 무지렁이 촌것이라고 해도 은혜는 아는 법이니, 이 은혜를 갚을 길이 있다면 개의치 말고 말해 주십쇼.”

 그 말을 듣고, 장연우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혹시 백지초 있으면 두 근만 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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