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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등학생의 청춘
작가 : 신수
작품등록일 : 201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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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上(1)
작성일 : 16-10-15     조회 : 573     추천 : 1     분량 : 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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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나중에 커서 뭘 하고 싶어~?”

 “음~ 전...”

 어머니의 따뜻한 물음에 소년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내,

 “......이 되고 싶어요!!”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미소를 머금었다.

 “정말? 엄마도 아들이 ......해서 꼭 ......가 되면 좋겠구나.”

 “네!!”

 

 함께 까르르 웃던 두 모자는 빠르게 모래바람처럼 사라져갔다.

 

 

 

 따르르르-릉

 

 탁!

 

 시끄럽게 울리던 알람시계를 껐다.

 시간을 확인하니 7시 40분.

 지각이다.

 

 “......”

 

 사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것 같을 때나 늦잠 잤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거다.

 지금처럼 지각이 확정된 상황이라면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게 좋다.

 편안한 마음으로 이 나른한 기분을 즐겨본다.

 늦을 듯 말 듯 일어나는 것들은 결코 느끼지 못할 이 기분을.

 오늘 할 일을 생각해보거나, 혹시 간밤에 꿨던 꿈이 기억난다면 떠올려보며.

 

 “...”

 

 또 이 꿈이냐...

 꿈.

 하고 싶은 일.

 장래희망.

 꿈을 응원합니다.

 꿈을 향한 당신이 흘린 땀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등의 숱한 광고들이 판을 치지만, 정작 응원 받을 꿈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꿈은 필요 없다.

 누구나 어려서는 꿈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게 얼마나 허황됐던지 간에, 어려서부터 난 회사원이 될 거야! 하는 애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세상물정 모르는 꼬마 시절에는 정하기 쉽다.

 의사, 연예인, 판검사, 회사 사장. 그냥 XX가 하고 싶어! 라고 외치는 순간 그게 꿈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커가면서 알게 되는 현실과 주변에서의 압박이, 그 꿈을 계속 가지고 살아갈 수 없게 한다.

 정신을 차려보면 순진무구하게 부모님에게 터무니없는 것들을 말하던 어린 나는 온데간데없고, 본인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뭘 잘하고 못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그저, 입시열에 휩싸여 어른이 되어 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내가 싫지 않다.

 꿈 따위 없어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은 널렸고, 괜히 하고 싶은 일 찾겠다고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다간 서둘러 갈길 가는 내 옆 사람들로부터 뒤쳐지게 될 게 뻔하므로.

 그러니까, 꿈은 필요 없다.

 

 

 

 7교시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3월 말의 월요일.

 어색하던 학기 초의 분위기가 조금씩 날아가는 때이다.

  처음엔 서로 머뭇대던 짝꿍과도 간단한 안부 정도는 하게 되고, 원래 친했던 애들과 피씨방이라도 갈 때면 나도 모르게 패거리가 한두 명씩 점점 불어나곤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교무실에서 벌점 단속을 더 엄격히 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벌점 10점 이상인 학생들이 계속 벌점을 늘려가는 경우, 엄벌에 처하기로 했으니 다들 행동을 신경 쓰도록 합시다. 그리고 그저께 나눠드렸던 진로상담서 오늘 안 낸 학생들은 내일까지 가져오세요. 그럼.”

 

 담임의 종례가 끝남과 동시에 나를 포함한 아이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난 청소당번이라 남아 있어야하지만.

 

 “너 어떡하냐?”

 “뭐가?”

 

 짝꿍 전재호가 말을 걸어왔다.

 

 “너 벌점 14점인가 아니냐? 잘 모른다고? 몇 점인지 봐줄게.”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더니 그대로 벌점표를 확인하러 반 게시판에 간다.

 잠시 표를 보더니 나를 향해 양 손바닥을 쫙 한 번 피고 접은 뒤 다시 한쪽 손바닥만 펴 보였다.

 15점이라는 걸 친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끼야.

 가운데 손가락을 답례로 펴주고 청소도구를 꺼내러 도구함으로 이동했다.

 같은 반이었던 작년도 지금도 여전히 남 놀리는 맛으로 사는 놈이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내 분단으로 가니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게 지각 좀 덜하지 그랬냐.”

 “응~”

 

 이런 타입은 대충 넘기는 게 최고다.

 

 “지각으로만 벌점 15점인 건 너무 심하잖아. 큭큭.”

 

 낄낄대는 놈의 얼굴에 다시 한 번 가운데 손가락을 들이댔다.

 

 “꺼져.”

 “아 네~”

 

 하면서 가는 시늉을 하다가,

 

 “맞다, 너 진로상담서엔 뭐라고 쓸 거야?”

 “몰라. 회사원이라고 써야지 뭐.”

 

 그러자 전재호는 막 문을 나가려고 하던 이은범을 불렀다.

 

 “쟨 왜?”

 “쟤가 회사원이라고 냈었는데 담임이랑 상담했대. 그렇게 쓰면 안 될 듯?”

 “그래?”

 

 이은범이 합류했다.

 

 “왜 불러?”

 “너 진로상담서에 회사원이라 썼다 하지 않았냐.”

 “어. X될 뻔했어. 그거 땜에.”

 “담임이 뭐랬는데?”

 “아니, 회사원이라고 적어서 내니까 어제 나 남아서 상담했잖아.”

 

 전재호는 이미 다 들었는지 킬킬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어느 회사의 어느 부서에 갈 건지 대학은 어느 곳 어느 과 갈 건지 다 적어서 내라는 거야. 그것도 내 지금 점수에 맞춰서! 말이 되냐 이게?”

 

 이은범은 분노를 참을 수가 없는지 “X발.” 하는 욕설을 끝으로 말을 맺었다.

 대단한데...? 그냥 깐깐하기만 해보이던 담임이 그 정도였다니...

 

 “그렇게 심하다고...? 딴 애들은 상담한 애 없어?”

 “딴 애들은-”

 “딴 애들도.”

 

 이은범이 말을 꺼내는데 전재호가 가로챘다.

 

 “딴 애들도 상담한 애 많을 걸? 그리고 꼭 회사원이라고 잡는 게 아니라 무슨 직업을 쓰든 다 상담하는 거 같던데?”

 “그래?”

 "으ㅡ"

 

 둘이 콩트라도 하는지 이번엔 이은범이 가로챘다.

 

 “응. 파일럿 하고 싶다는 애한테도 얘처럼 다 물어보고 그랬대. 그리고 김한은 의사하고 싶다고 적었는데 니들도 알다시피 걔가 의대 갈 실력은 아니잖아. 평균 2등급쯤 되니까.”

 “으...응.”

 

 응? 우리 반에 그런 애가 있었나...?

 

 전재호는 김한을 알고 있었는지 놀란 소리를 냈다.

 

 “걔가 의대를 가고 싶어 해? 몰랐네.”

 “어. 근데 담임이 뭐라 그랬는지 알아?”

 “뭐라 했는데?”

 

 ‘어서 빨리 대답해줘.’ 표정을 짓고 있는 전재호.

 

 역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답다.

 

 “걔한테 맨날 숙제 내준대. 점수 올리라고. 거의 개인 과외래 과외.”

 “소름이네...”

 “......”

 

 김한이라는 애를 잘 모르지만 불쌍하긴 하군. 학원숙제하기도 바쁠 텐데.

 끔찍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은범이 갑자기 미친놈마냥 웃어댔다.

 

 “응. 근데...”

 “니들 아직 안 냈지? 난 간다~ 수고~”

 

 불쾌한 미소를 지으며 가버렸다.

 

 “야야, 같이 가! 수고해라 청소당번~”

 

 쫄래쫄래 따라가는 땅꼬마 전재호.

 

 “야, 기다-”

 

 나름 쫓아가봤지만 어찌나 빠른 속도로 교실을 벗어나는지 벌써 둘 다 문을 벗어났다.

 의리도 없는 것들.

 꼴랑 10분 기다려주기가 그렇게 어렵나?

 명색이 작년부터 같은 반인 놈들이 말이야.

 

 쓱쓱.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와서 바닥을 쓸어 쓰레기를 담았다.

 품위가 단정치 못하거나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학생에게 우리 학교는 벌점을 부과한다.

 그리고 벌점을 받은 학생에게 청소를 시키는 벽산고의 교칙 덕분에, 지각단골인 나는 작년부터 청소를 엄청나게 많이 해왔다.

 그나마 위안 삼을 점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와서인지 이젠 능숙한 걸 넘어서 달인의 경지 수준이라는 거다.

 덕분에 청소 속도가 아주 빨라졌다.

 예전에 개그맨 김병만이 했던 개그 코너 ‘달인’에 김병만을 대신해서 청소의 달인으로 나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이런 점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군대 가서도 이 청소스킬로 만족스러운 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이니.

 단점은, 청소가 하기 싫다.

 너무 하기 싫다.

 ‘길어봐야 15분 더 교실에 남아 있는 건데 왜 이렇게 하기 싫을까’라는 생각을 청소시간마다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답은 못 얻었고, 그냥 하기 싫다.

 다른 애들 집 갈 때 나만 못 간다는 소외감일까?

 뭐든지 빨리하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특성?

 아니면 아무리 짧다 해도 뇌에서 육체노동이라고 인식한 이상 내 무의식에서 거부하는 걸까?

 혹은 뭘 하든 간에 경쟁으로 여기는 우리 세대의 문제점일까, 하다 보니 어느새 청소를 끝마쳤다.

 화장실에서 빤 걸레를 창문에 잘 마르도록 걸어놓았다.

 이제 집에 가서 좀 쉬다가 학원 갔다 오면 오늘의 일과는 끝이다.

 지키지 못할 말인 걸 알면서도 오늘도 어김없이 내뱉는 그 말.

 내일은 웬만하면 지각하지 말아야지.

 

 

 

 “이럴 수가...”

 

 소름이 돋았다.

 의지 약한 현대의 고등학생답게 어제 한 다짐을 역시 실행하지 못했고, 결국 평소처럼 난 1교시 시작 5분 전인 8시 25분에 교실에 들어섰는데, 여느 때와는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

 지각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각생은 수업 직전까지 교탁 옆에 세워놓는데, 평소 나와 함께 청소 단골손님들이었던 애들이 짜기라도 한 듯 자리에 착석해 있었다.

 가서 물어보니 어제 담임의 종례가 영향을 끼친 듯했다.

 자리에 앉으려는데, 이름 모를 반장이 어제 진로상담서 안 낸 사람은 내라고 하기에 가서 냈다.

 아무것도 안 썼는데 괜찮겠지...

 그때, 내 옆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야, 뭐라 적었냐?”

 

 전재호다.

 

 “그냥 냈어. 넌?”

 “회사원. 꿈도 없는데 대충 써야지 뭐.”

 “나도 없는데?”

 “에휴. 똑같네. 잠이나 잘랜다.”

 

 전재호는 잠을 청하려는지 책상에 엎드렸다.

 

 “나도.”

 

 질세라 머리를 박았다.

 어제 2시까지 게임하다가 자서 그런지 피곤이 느껴졌다.

 

 

 “그럼, 내일 봅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 일과의 마침을 알리는 담임의 종례가 끝났다.

 휴... 오늘도 청소를 해볼까. 나 혼자 하는 게 좀 걸리지만.

 청소도구함으로 가려고 일어나려는데 담임의 호출이 들려왔다.

 

 “서리한은 나 좀 보고 가고.”

 “아... 예.”

 

 옆, 뒤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지 않아도 전재호와 이은범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풉. 수고해라.”

 

 특히 전재호가 얄밉다.

 

 “넌 왜 안 부르지? 너도 오늘 냈잖아.”

 “난 아까 점심시간에 했지. 너 퍼잘 때.”

 “...”

 

 이런 젠장. 깨어있을걸.

 그랬으면 청소만 하고 갔어도 됐을 텐데.

 

 젠장!

 

 “수고해라~”

 

 오늘도 날 비웃으면서 홀라당 둘은 가버렸다.

 하아... 가서 뭔 말 하지...

 

 청소를 마치고 교무실 앞에 서자 이유모를 긴장감이 내 몸을 감도는 게 느껴졌다.

 담임이 푸근한 이미지였으면 좀 덜 긴장됐으려나...

 

 똑똑

 

 두 번의 노크 후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젖혔다.

 슬쩍 둘러보니 앉아서 노트북을 쳐다보는 담임의 모습이 보였다.

 

 “저 왔는데요...”

 “아, 왔니?”

 

 살짝 웃으며 내 쪽으로 돌려 앉는 담임.

 자기 앞의 조그만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렴.”

 “넵.”

 “잠깐만 기다려줄래? 뭐 좀 할 게 있어서.”

 “아, 네.”

 

 다시 몸을 노트북 쪽으로 돌리고 담임은 키보드를 열심히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 옆모습을 멍하니 쳐다본다.

 가만~히 쳐다보면 옆 반에 훈남으로 소문이 날만하게 생기긴 했다.

 선하게 잘생긴 강아지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달걀형 얼굴 안에 박힌 크고 맑은 눈과 짙은 눈썹, 높은 코.

 거기에 젊고 키도 크고 비율도 좋다.

 몸도 좋고.

 하지만 사람이 딱딱하고 원칙주의자라, 우리 2학년 11반은 썩 담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애들 말로는 이렇게 단 둘이 이야기할 땐 친절하다고 하긴 하는데...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담임의 태도는 그의 인상에 좋은 영향을 심어주진 못했다.

 학생과 담임 사이를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우리가 마음에 드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종례를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선생들보다 빨리 끝내준다는 것.

 대부분의 상황에서 5분 내로 끝내준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외유내강인 담임의 말이 듣는 이들로 하여금 집중하게 하는 뭔가가 있어서 종례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잡소리 안 하고 조용히 있어주기 때문에 담임의 말이 부드러우면서 강인하게 들리는 건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종례 일찍 끝나는 건 참 좋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벌써 작업이 끝났는지 다시 몸을 내 쪽으로 돌렸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요즘 좀 바빠서.”

 “아뇨.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쓸데없는 소리를 할 시간이 없는지 담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황금연성 16-10-16 02:57
 
내청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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