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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우스 - 이능사건전담반
작가 : 예늘
작품등록일 :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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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슬라임? 메타몽? 아메바?!
작성일 : 16-10-17     조회 : 685     추천 : 2     분량 : 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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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척 현실적이다.

 

 귀신? 살아가는데 하등 도움 되지 않는 허무맹랑한 망상은 손톱만큼도 관심 없다. 외계인? 그따위 허구의 무언가가 존재하느냐, 마느냐로 시간을 쓰레기통에 처박는 사람들이 신기해. 돈도 안 되는데 그걸 왜 믿어?

 

 다르게 말하자면 돈만 준다면 귀신과 외계인, 천사나 악마, 초능력의 존재까지 얼마든지 믿어줄 수 있는 아주 속물적인 인간이라는 뜻이었다.

 

 22세, 백 민. 장래희망은 돈 많이 벌어서 가족들과 잘 먹고 잘 살기입니다.

 

 

 * 1화

 

 “과제 산에 깔려 죽어라 이건가? 하아.”

 

 백민은 이렇게까지 학교를 다녀야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과외 다녀와서 녹초가 된 몸으로 과제를 하려고 스탠드를 켠지도 어느덧 3시간. 자정을 넘긴 야심한 시각이건만 길고 긴 과제는 꼬리를 보이지 않았다. 아침까지 한 숨 자지 못하고 집중해도 끝낼 수 있을까 말까.

 

 “전공이라 드롭 시킬 수도 없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지런히 과제를 했다면 자정에는 잠들 수 있겠지만, 백민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녀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해진 아버지의 병원비와 동생들 학원비를 벌어야했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대학교 등록금도 마련해야 했다. 입학할 때만 제외하면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을 탔지만, 앞으로도 계속 장학금을 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스펙이 밥 먹여주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다들 눈에 핏줄 세워가면서 공부한다. 과외나 아르바이트로 미래에 투자할 시간을 깎아먹는 그녀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오래.

 

 “다음에 이 교수님 강의 듣나 봐라.”

 

 조금이라도 빨리 과제를 끝내고 한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했지만,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릴수록 더 하기 싫어졌다. 집중되지도 않았다. 공부만 아니라면 뭐라도 재밌을 것 같았다. 동기들과의 교류도 가뿐히 내려놓고 독하게 공부하는 백민이었지만 그녀라고 공부가 즐거워서 하지는 않는다.

 

 백민은 잠깐 기분전환 한다 치고 인쇄실에서 들고 온 이면지 한 장을 뒤집어 샤프로 의미 없는 그림을 싸질렀다. ‘그림그리기’라기보다 행위예술에 가까운 행위랄까. 스트레스를 담아 손을 전위적으로 움직이니 본능에 매우 충실한, 추상작품이 서서히 형태를 갖추어갔다.

 

 “얼마 만에 그리는 그림이지? 낙서할 틈도 없이 바빴구나, 나……,”

 

 그림이라면 초등학교 때부터 쭉 젬병이었다. 하지만 이런 온 몸이 뒤틀리는 순간엔 이면지에 하는 낙서조차 재밌었다. 시험기간에 보는 뉴스까지 스펙타클하고 스릴 넘치는 것처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종이 위에 정체불명의 끄적거림을 잇던 백민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지금부터 이 악물고 과제에 집중해도 시간이 빠듯한데. 미쳤지.’

 

 잠든 동생들과 아버지가 들을까 나지막하게 혀를 찼다. 그리고는 다시 전공서를 뒤적거려가며 답을 적어갔다. 그때.

 

 스믈스물-

 

 정신없이 움직이던 눈동자와 샤프 끝이 한순간에 멈췄다. 백민 혼자 쓰는 좁은 방 안에 수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머리카락이 쭈뼛 솟았다.

 

 가족들은 모두 자고 있다. 안방에서 자고 있는 아버지와 동생들이 자다 깨서 그녀의 방을 화장실로 착각하고 들어왔을 리도 없다. 캄캄한 밤이라 인기척이 들리면 도둑을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묵직한 기척은 아니었다.

 

 “……벌레?”

 

 커다란 나방이라도 돌아다니나 싶었다. 서울 한복판에 살인진드기가 출몰했을 리도 없으니 별 위기감도 없었다. 벌레가 있어봤자 물기밖에 더하겠나. 기어 올라오면 잡아 죽이면 되지. 그런 가벼운 생각이었다. 백민은 무심하게 다시 펼쳐진 중급회계 책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참 종이를 펄럭거리다 계산기를 찾으려고 가방을 드는데 발가락이 간지러웠다. 거미가 맨발을 타고 다리로 기어 올라오나? 그녀는 얼른 얇은 공책을 돌돌 말았다. 벌레를 압살할 준비를 완료하고 백민은 의자 아래를 쳐다봤다.

 

 “……???”

 

 깜빡깜빡깜빡…….

 

 아무리 눈을 깜빡여도 눈앞의 ‘무언가’가 사라지지 않았다. 40시간째 잠을 못자서 헛것이라도 보는 걸까? 공책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눈을 비볐다. 그래도 시야에 잡히는 ‘그것’은 여전했다. 환각이라고 치부하기엔 생동감이 넘쳤다.

 

 백민은 벌떡 일어나서 뒷걸음질로 벽에 등을 찰싹 붙었다. 그녀가 앉아있던 의자가 장판에 밀려 흔들거렸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을 쏟을 정신적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뭐야. 저게?”

 

 책상 밑에 있던 형체가 불분명한 질척한 덩어리가 자신 쪽으로 꿈틀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동생 영이가 하던 게임에서 저 비슷한 게 나왔던 것 같다. 슬라임이라던가? 포켓몬스터에 나왔던 메타몽의 징그러운 버전 같기도 했다. 색깔이 하얗지 않았더라면 오물덩어리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응고현상을 일으킨 상한 우유 같은 그것의 속도는 기어가는 달팽이 정도로 느려서 위협적이진 않았다.

 

 ‘다리에 닿았었지?’

 

 바지를 걷어보니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래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문 쪽으로 몸을 옮겼다. 그 후 행거에서 빈 옷걸이를 하나 꺼내서 손에 들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것에게 휘둘렀다. 그것은 주변을 배회하는 옷걸이를 감지할 감각기관이 없는지 움찔거리지도 않고 열심히 기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몸을 최대한 멀리하고 옷걸이 모서리로 그 덩어리를 툭툭 건드렸다. 주욱 들어가는 끈적거리는 질감이 불쾌했다. 재빨리 옷걸이를 잡아당겼다. 그것의 내부를 뒤적거린 옷걸이는 말끔했다.

 

 ‘환각? 나 미쳤나? 조현병이라도 걸린 건?’

 

 뇌가 이상 현상을 일으켰다고 하기엔 분명한 촉감이 전해진다. 촉각조차 뇌에 지배된다면 인지 밖의 영역이라 어쩔 수 없지만…….

 

 시사상식을 쌓는다고 뉴스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그녀지만 저런 것에 대해서는 듣도 보도 못했다. 식물은 아니다. 기어 다니니까. 그럼 동물일까? 절대 긍정할 수 없었다. 생명체가 맞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걸쭉한 괴생명체. 그나마 단세포생물과 유사했다. 대략 25cm정도로 보이니, 500마이크로미터 아메바를 500배정도 확대한 사이즈.

 

 “과제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별 이상한 게…….”

 

 저 아메바프로메테우스 비슷한 무엇이 겁나기보단 시간을 빼앗겨서 짜증이 치솟았다. 꽉 쥐었던 손을 펼쳤다. 손에 잡혀있던 옷걸이가 바닥으로 떨어져 소리를 냈다.

 

 해를 끼칠 능력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어쩐지 저것이 백민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하리라는 막연한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무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원래부터 없는 호기심까지 쥐어짜서 관찰했으니 인간다운 반응은 충분할 만큼 보였다고 판단했다.

 

 백민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일로 복귀하는 태도가 특이하다는 걸 몰랐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엔 묻어가는 편이라서 그녀의 마이페이스적 면모를 발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병원에 가봐야 하나.’

 

 미간에 주름을 짓고 중얼거렸다. 백민의 방은 협소했다. 그것이 금방 다시 기어서 쫓아올 수 있었다. 그녀는 벽과 책장 사이에 납작하게 접힌 채 박혀있던 상자를 꺼내 울타리처럼 그것의 주위를 막았다. 위가 뻥 뚫린 상자가 이리저리 움찔거렸다.

 

 ‘……좀 귀여운가?’

 

 백민은 보통 사람이 들었다면 기겁할 생각을 하고는 자리에 돌아가 앉으려 했다. 그때 그것이 변화를 일으켰다. 끝에서부터 파도에서 부딪친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면서 먼지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금세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제야 집중할 수 있겠네.”

 

 백민은 요상한 무언가가 없어졌다는 안도감보다 이제야 다행히 과제에 정신을 올인할 수 있다는 후련함을 크게 느꼈다.

 

 어디서 그 아메바 비슷한 괴생명체가 나타났는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궁금해 하기엔 남아있는 과제 프린트 장수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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