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명문대 장학생 백민은 고3 남학생 셋을 과외해주고 있었다. 수업은 주 2일이었는데 중요한 모의고사가 일주일 남아서 전체적으로 정리해주느라 이번 주엔 목이 혹사당했다.
가녀린 체구의 그녀는 엄한 선생님이었다. 학생들에게는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이는 첫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사람이었다.
농담 한 점 없이 수업시간을 빡빡하게 채워도 절대로 놀자고 조를 수 없는 무형의 기세를 지니고 있었다. 첫사랑 얘기라도 물어봤다가는 냉랭한 눈빛으로 쏘는 레이저빔을 맞으면서 숨 막히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녀는 눈짓 하나로도 날뛰는 망아지 같은 남고생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능력자였다. 한창 스트레스에 제정신이 아닐 고3 남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과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백민은 학생들에게 생기를 쪽쪽 빨린 상태였다. 눈이 반쯤 감겼음에도 바른 길을 찾아가는 게 신통했다. 그건 만취한 취객이 집을 용케 찾아간다거나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는 귀소본능 비슷한 종류였다.
“진이 영어학원비가 모자라나…….”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백민이 중얼거렸다. 자신의 생각이 말이 되어 튀어나온다는 것을 모르는 채.
그녀는 통장에 남은 돈을 가늠하며 스케줄이 빠듯하더라도 과외를 하나 더 잡아야하나 고민했다. 시간 당 페이가 과외만큼 쏠쏠하고 편한 아르바이트는 없었다. 과외가 잡히지 않을 때는 별의별 알바를 다 했다. 최근에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서빙도 하고, 하루씩 웨딩홀에 가서 알바를 하기도 했지만 그런 종류의 일들은 몸을 혹사시켜서 학업과 병행하기 어려웠다.
버스정류장에 털썩 주저앉은 그녀는 뒤의 광고판에 머리를 기댔다. 많은 사람들의 손이 스쳐지나가서 세균이 득실거리겠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피곤했다. 버스는 20분 후에나 도착한다고 하니 잠깐 눈이라도 붙이고 싶었다. 하지만 버스를 놓칠까 싶어 긴장을 풀 수도 없었다. 가늘어지는 정신줄을 잡을 당근이 필요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정류장 바로 옆의 광고판에는 커다란 게임 캐릭터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외모의 남자가 부리부리한 눈을 하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한 갑옷을 입고 거대한 대검으로 몸을 지탱한 자세였다. 상처를 입었는지 전신 여기저기에 붉은 빛이 비쳤다.
“아저씨도 고생이 많네요. 나도 아저씨에 비하면 평화롭게 사는 거네요.”
누가 들으면 사차원에 사는 인간으로 오인 받을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전사 캐릭터의 윤곽을 검지로 따라 그렸다. 이렇게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미미한 존경심을 가지면서. 그녀는 백만 년을 줘도 이런 멋있는 일러스트를 그릴 수 없었다.
‘대학 들어와서 미술 전공인 친구들을 사귄 데에는 보상 심리가 깔려있었나…….’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지탱하느라 안간힘을 쓰는데, 보자기에 싼 짐을 인 할머니가 정류장 안으로 들어왔다. 백민은 나른해진 몸을 일으켜 자연스럽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고는 선 채로 손끝으로 덧그리기를 계속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번 시작했으니 그만두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캐릭터 그림의 가장자리를 한 바퀴 빙 덧그린 후에, 눈을 감으면서 정류장 기둥에 머리를 기댔다.
10분만 기다리면 버스가 도착할 터다. 백민은 냉장고에 어떤 반찬이 남아있는지, 전기세와 가스비는 냈는지 떠올렸다. 집에 가서 만들어야할 발표 자료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이 생활이 취직하면 달라질까? 아니겠지…….’
그녀는 쉽게 기대를 가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고등학교 생활에 들떴던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도, 캠퍼스커플로 벚꽃구경을 다닐 거라 다들 설레 하던 대학 합격자 발표날에도, 그녀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차이라고는 공부할 내용과 등록금 금액뿐임을 알았으니까.
혼자만의 사고에 깊이 침잠한 채로 몸을 이완시켰다. 그런데 그녀의 주위에서부터 사람들의 탄성이 퍼졌다.
“야, 야, 저기 저 남자 진짜 잘생겼어!”
“코스프레 중인가 봐! 무슨 이벤트 하나?”
“카메라, 카메라! 찍어두자! 저 사람 분명 배우 지망생일 걸? 저 얼굴로 연예인 안 되면 사기지!”
“와, 장난 아니다! 저런 외모가 그냥 나올 리가 없어. 성형했겠지? 어느 병원에서 했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어어? 저 남자 저러다가 차에 치이는 거 아냐?”
빵빵! 빵빵!
미켈란젤로 조각 뺨치는 사내가 있든 말든. 나체로 도로를 활보한다고 해도 별로 관심 없었다. 하지만 사고가 난다면 버스가 옴짝달싹 못할 수도 있다. 어서 집에 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쉬려면 불상사가 발생해선 안 된다.
짜증스럽게 눈을 뜨니 여자들의 호들갑스런 말대로 정말 잘생긴 남자가 보였다.
빠아앙-!
“……?”
백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억에 남아있는 외모였다. 어디서 본 생김새.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대략 1분 전 유심히 관찰한 그 캐릭터를 잊을 순 없었다.
신기한 우연. 방금 본 게임캐릭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코스프레를 하고 앞에 서있다니. 아까 그 캐릭터,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해서 만들었구나!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일치율 100%였다.
“고생하시네……. 불공평한 외모를 가졌으니 저 정돈 감수해야 할지도? 그래도 차도 한가운데 서있는 건 좀 아니지.”
신기한 건 신기한 거고, 민폐는 민폐. 아무리 잘생겨봤자 오늘 처음 보는 저 남자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니다.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그를 봐줄 이유는 없었다. 타인의 일에 개입하기는 싫었지만 저 남자를 인도로 끌고 오기로 했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 저라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저 남자가 저기 서있으면 버스 오는 시간이 늦어지니까.
클랙슨 소리로 요란한 도로를 가로질렀다. 퇴근시간이라 길이 조금 막혀있던 터라 위험하지는 않았다. 주변이 시끄러워서 저절로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저기요!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
그는 목소리에 반응해 쳐다보더니 대검을 한 바퀴 크게 돌려 아스팔트에 꽂았다. 푸욱! 날이 새파랗게 선 검이 케이크에 박히는 포크처럼 부드럽게 도로 위를 파고들었다.
‘아스팔트 도로일 텐데?’
마치 중세시대의 기사 같은 남자는 백민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숙였다.
‘이 사람 업무스트레스가 심해서 살짝 정신이 가출했구나.’
“저기요! 폼 잡을 타이밍 아니거든요? 저 차들 안 보여요? 이러다가 교통방해죄로 잡혀가요! 아저씨! 내 말 듣고 있어요?”
외국인인가? 아니면 지능이 살짝 모자란 사람? 눈에서 이해의 빛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 진짜 큰일 날 것 같아 전사 캐릭터 코스튬을 한 남자 팔을 잡고 끌어 당겼다. 얼마나 단련해야 이런 딱딱한 근육질의 팔이 완성되는지 궁금했지만 우선 차도에서 빼내 오는 게 급했다.
‘……체온이 좀 많이 낮은데?’
옷이 쿨토시 재질인지, 봄이 다 지나간 이 날씨에 저체온증이라도 왔는지 손에 닿은 옷감이 차가웠다. 어쨌든 백민은 그를 인도로 데려왔다. 운동선수 체형의 성인 남성이었지만 순순히 끌려와준 덕에 금세 인도 위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남자의 발이 차도와 인도의 낮은 턱을 넘는 순간.
세상이 화석처럼 굳었다. 인지할 수 없는 찰나에 얼어붙은 것처럼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들, 자동차는 물론 신호등까지. 귀를 자극하던 소음도 멎었다.
정적이 내려앉은 길에 백민과 게임 속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남자만이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중간고사 때문에 잠을 못자긴 했지만, 증세가 심각한데. 서서 꿈을 꾸다니. 병원 가야겠다.’
어째 증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백민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야!”
“당장 가야겠어. 우리 가족 먹여 살리려면 역시 건강이 제일이지.”
병원에 가는 이유는 아파서 혹은 걱정돼서가 아니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녀의 동생들은 각각 열다섯 살, 열세 살이었다. 진이와 영이가 제 손으로 돈을 벌어오려면 최소한 5년 이상 필요했다. 아버지는 다리가 아프셔서 하루 외출하는데도 큰 결심을 하셔야 했다. 이따금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시긴 했지만 수입은 변변찮았다. 가계를 책임질 사람은 백민밖에 없었다. 현재로선.
백민은 관심사를 세상의 평지풍파에 시달리는 남자에게 돌렸다. 이미 판타지적인 주변 상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모든 소음이 사라져서 귀가 시원했고 사람들이 마네킹처럼 굳어 있었지만, 그건 모두 뇌의 농간으로 벌어진 허구로 믿어버렸다.
“아저씨, 인도로 다니면서 홍보하세요. 성과도 중요하지만 아무렴 목숨보다 중요하겠어요.”
게임에 이 정도 비주얼의 캐릭터가 나오면 웬만하면 중박은 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캐릭터 모델이 된 이 남자가 목숨 걸고 홍보할 지경이라면, 쫄딱 망하기 직전인 걸까. 그를 안쓰럽게 동정의 눈길로 쳐다보는데 옆에서 손이 확 튀어나왔다.
“야! 너!”
그 손은 그녀의 어깨를 잡아서 몸을 확 돌려세웠다. 강한 악력에 오른쪽 어깨가 아파왔다. 백민이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네?”
“몇 번 불렀는지 알아? 능력까지 쓰게 만들고! 귀 먹었어?”
“아. 죄송합니다. 정신이 없어서 부르시는 줄 몰랐어요. 그런데 누구세요?”
“누구긴. 시간 멈춘 사람이지.”
“……저기요? 여보세요? 제정신이세요?”
목이 다 늘어난 칙칙한 카키색 티셔츠, 마시다 흘린 커피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베이지색 반바지. 온전한 정신의 소유자라면 부끄러워서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 저걸 입고 나오진 못했을 것이다. 이 후줄근한 남자는 무슨 용건일까.
“시간, 내가 멈췄다고.”
“네?”
“못 믿는 건 이해하지만 보고도 이상한 점 못 느끼나?”
“같이 병원 가실래요? 저도 가려던 참인데.”
“사고 친 사람이 누군데 누굴 정신병자 취급하는지. 하! 어이가 없어서.”
“사고……? 아, 저 중세기사 코스프레한 아저씨요? 사고 날 것 같아서 제가 모셔오긴 했는데 저 아저씨 동료분이세요?”
아무리 망해가는 게임회사에 다니는 직원이라지만, 남자는 참으로 봐주기 힘든 꼴이었다. 잘생긴 게임 캐릭터 옆에 있으니 비교 되서 더욱 초라했다. 손가락으로 대강 빗은 듯한 더벅머리에 까쓸까쓸하게 올라온 수염, 퀭한 눈 주위가 얼마나 업무가 쌓여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게임 회사는 가지 말자.’
시선을 내렸더니 발가락이 보였다. 맨발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왔구나. 회사가 여기서 가까운가? 하긴 제정신이면 게임 속 전사 차림새로 멀리 나오긴 힘들겠지. 백민은 쓸데없는 잡생각으로 현실도피를 했다.
“너 내 말 듣고 있냐? 나는 네가 사고를 쳤다고 했지, 저게 쳤다고 하지 않았다!”
“저요? 제가 뭘……. 저는 그쪽도 모르는데요.”
“당연히 모르겠지. 처음 보는 사이니까!”
“……?”
남자는 커다란 손으로 머리를 자신의 쑤석거렸다.
“왜 하필……. 진짜 골치 아픈 녀석이 걸렸네. 이걸 팀원으로 받아야 된다는 말이지? 오늘 귀인을 만난다더니. 하. 내 팔자가 그럼 그렇지. 일복이 터졌다니까.”
그는 바지 앞뒤의 주머니를 더듬거리더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갑을 보니 독한 말보로 레드였다. 라이터를 꺼낼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이 금연구역이라는 상식 때문인지, 여러 사람에게 간접흡연을 하지 않으려는 예의인지는 몰라도.
“느. 이상하지 않나? 눈이 제대로 박혀있다면 말이다.”
그는 담배 한 개비를 질근거리며 오류를 지적했다.
“눈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가 아닐까요? 환각이 보이는데요.”
“이 모든 상황이 모두 환각이다? 환시고 환청이다?”
“그보다 납득 가는 설명이 있나요?”
“이거 골 때리네……. 그럼 저건 도대체 뭔데?”
“저거요? 뭘 말씀하시는 건지.”
“저거 말이다, 저거!”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당장이라도 몬스터들을 토벌하러 가야할 듯한 전사 한 명밖에 없었다. 기사 복장을 한 과묵한 남자는 백민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 멀뚱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중세 시대가 아니라 현대의 도로 한복판에 서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겉보기엔 완벽 그 자체였다.
“저 분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물건처럼 이거저거 하시는 건 무례하신 것 같은데요. 아무리 친한 동료여도요.”
“동료? 넌 저게 사람으로 보여?”
“사람이 아니면요? 보통사람보다 우월한 외모긴 하지만 팔 있고 다리 있고 눈, 코, 입 붙어있고. 사람 맞는데요?”
“팔다리 있고 눈코입 있으면 다 인간이냐?”
“아, 혹시 저 분이 움직이는 조각이나 뭐 그런 걸로 보이시나요?”
“너. 내가 미친놈으로 보이지?”
“저는, 저 분이랑 같은 회사 다니시나 했는데. 직장 동료 아니세요?”
직장동료는 무슨! 인간조차 아닌데! 남자는 이제 기가 막히다 못해 억울하기까지 했다. 10년을 넘게 이능 각성자들을 안내해왔지만 이번처럼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능력자는 처음이었다.
곧바로 못 믿는 거야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녀는 눈앞에서 실제로 시간이 멈추는 이능을 목격하고도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못 믿는다기보다 믿고 싶지 않아서 현실도피를 하고 있었다.
“여자애라 친절하게 대해줄까 했더니. 성질나서 못 해먹겠네. 야! 한글자도 놓치지 말고 똑똑히 들어! 나는 이능사건전담반, 통칭 이능반의 도은강이다. 저건 네가 실체로 구현한 환상이고, 따라서 너는 일반인 앞에 이능력을 보이면 안 된다는 알리우스의 규칙을 위반했다. 이능 각성하고 얼마 안 된 것 같으니 정상참작은 될 테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무튼 우선 저것 좀 무효화시켜!”
“……네에?”
“하긴, 무효화 요령을 알 리가 없지. 그냥 저거 보면서 사라지라고 빌어!”
“저기, 아무리 그래도 사람한테…….”
“사람 아니라니까! 당장 해!”
백민은 강압에 못 이겨 얼떨떨하게 사라져라 하고 되뇌었다. 곧 백민의 키만 한 대검의 끝부터 잘게 부서져 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통째로 가루가 되어 화악 날아갔다.
“봤지? 사람 아니라니까.”
실감나는 자각몽을 꾸는 중이구나. 비로소 이해가는 전후사정에 백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꿈에서 나갈 방법을 찾았다. 의도하고 꾼 자각몽이 아니라 깨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자각몽을 꾸고 싶어도 못 꾼다는데.
그녀는 현재의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일방적인 호통에 성질도 나고 답답하기도 했다. 이능반 팀장이라는 도은강은 시간의 흐름이 멈춘 세상 가운데 삐딱하게 서서 말했다.
“나랑 얘기 좀 해야겠지? 백 민.”
“저기요. 말 걸지 마세요. 저한테 화내지도 마시구요. 꿈에서까지 기분 나쁘기 싫거든요?”
“후우. 꿈 아니다.”
도은강은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엄지손가락 관절로 꾹꾹 눌렀다. 그동안 백민은 걸어서라도 집에 가려는지 도은강을 뒤로하고 꾸역꾸역 다리를 옮겼다. 그는 성큼성큼 쫓아가서 백민의 어깨를 잡아 멈춰 세웠다. 그리고 능력을 풀어 세상의 시간이 흐르도록 만들었다. 한순간 시끌벅적한 소음과 북적거리는 움직임들이 되돌아왔다.
“꿈 아니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