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자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가 던진 농담에 붉게 달아오른 뺨을 감추려는 듯 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심스럽게 몸을 돌렸다.
여자는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좁고 어두운 복도를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는 이유 없이 목이 바싹 말라서 가벼운 기침을 했다. 뒷모습만 보이는 그녀의 회색빛 모직 롱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가느다란 종아리가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났다.
어쩐지 사타구니가 가려워져 그는 애먼 자신의 허벅지를 찰싹 두드렸다......>
‘꿀꺽’
완벽한 방음을 자랑하는 고급 호텔의 실내에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이불로 대충 몸을 가리고 침대 위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남자는 자신의 침 삼키는 소리에 지레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혼자였다.
그의 파트너는 일찌감치 줄행랑을 친 후다.
하지만 그에 손에는 간밤의 신데렐라가 떨어트리고 간 물건이 들려있다. 유리 구두는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훨씬 더 가치 있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그는 그녀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한 이십년 만인가?”
그는 과거 속으로 기억이 되돌아가기 전에 얼른 몸을 일으켰다.
이불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촘촘한 근육들이 자리 잡힌 단단한 몸매가 여과 없이 불빛 아래 드러났다.
그는 기지개를 길게 킨 후 재빨리 옷을 찾아 입고 가방 속에 그녀가 떨어트리고 간 물건을 조심스럽게 집어넣은 후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은 오후 근무라 출근까지는 아직 시간이 넉넉했다.
그는 일단 집으로 돌아가 그녀의 것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오늘도 올까? 오면 좋겠는데. 이것도 돌려줘야 하고.......”
호텔 방을 나서기 전 그는 방 안을 돌아보았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그녀와 몸을 부대끼던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장소였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룸 넘버를 찍은 다음, 집으로 향했다.
“에이씨!”
은동명은 핸드폰을 집어 던지듯 소파에 팽개쳤다.
하지만 곧바로 핸드폰을 주워서 어디 까진 곳은 없는지 요모조모 살피기 시작했다.
아직 할부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자칫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이다.
“애꿎은 핸드폰에 화풀이해서 뭐해? 그나저나 어디 가서 잡지. 어휴.......”
익히 예상했던 대로 백장미의 종적은 묘연했다.
장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어딘가로 토껴버리고만 것이다. 장 감독은 백장미를 찾아오라고 길길이 날뛰며 그녀를 몰아세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린고비인 장 감독이 보너스라고 챙겨준 돈을 좋아라고 냉큼 챙기는 게 아니었는데.......
후회막심이었다.
하지만 돈 앞에서는 무한정 착해지는 은동명은 같은 상황 하에서 분명 똑같은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 놈의 돈이 웬수지. 어디 하늘에서 눈 먼 돈 떨어질 일 없나? 장미 언니 말대로 어디 가서 돈 많은 홀아비라도 하나 꼬실까? 그러지 않고서야 이 지옥을 벗어날 길은 없을 테지.”
은동명은 걸레를 다시 집어 들었다.
청소가 끝나면 장을 보러 가야했고, 장을 보고 온 후에는 빨래와 다림질이 대기 중이다. 또 그 후에는 저녁 준비, 그 다음에는.......
그냥 로봇 청소기라도 하나 돌리면 좋을 텐데 까다로운 그녀의 고용주는 첨단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돼지털로 만든 고전적인 빗자루로 이 넓은 집을 쓸고 손 걸레질하도록 시켰다.
뿐만 아니라 더욱 사악한 일은 그는 종종 그녀에게 거실 마룻바닥에 직접 왁스 칠을 해서 광택을 내도록 시키기까지 했다.
거실 마룻바닥에 왁스를 먹이고 광을 내는 일은 정말이지 뼈 빠지는 노동의 집약체였다.
거짓말하나 보태지 않고 지난 달 그 일을 하루 종일 한 후 동명은 단 하루 만에 몸무게가 2킬로나 빠진 일도 있었다.
남자가 정한 시간 내에 마룻바닥에 광내는 일을 마치기 위해서는 점심식사는커녕 다리 한 번 펼 시간조차 빠듯했었다.
물론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했다면 좀 더 시간을 주었을 지도 모른다. 과연 그랬을까? 싶긴 하지만.
하지만 그녀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걸레질을 했다. 나중에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고, 물을 한 모금 마시자마자 그대로 토할 뻔했다.
아무튼 그녀는 그가 정한 시한인 오후 8시까지 100평 가까운 집의 마룻바닥에 왁스를 칠하고 손 걸레질로 광을 내는 데 성공했다.
그 사실이 그녀는 다소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그가 퇴근하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가 지정한 시간 안에 일을 마친 것을 칭찬해주기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그녀가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대견하게 보아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입구에 한 발을 들여 놓자마자 남자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
“냄새! 문도 열지 않고 왁스를 칠 한 거냐? 도대체 얼마나 왁스를 써댔으면 이렇게 냄새가 심해!”
“어... 사, 사장님이 먼지가 많이 들어오니까 창문 열지 말고 공기 정화기만 돌리라고 말씀하셔서.......”
“그만! 넌 항상 변명이 먼저군.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수긍하는 법이 없어.”
“아니, 전.......”
“그만 하라는 소리 안 들려?”
얼음처럼 차가운 분노를 담은 음성이었다.
은동명은 즉각 입을 다물었다.
남자는 땀에 젖어 후줄근해진 운동복을 입은 그녀의 몰골을 별 감흥 없는 눈으로 훑더니 내뱉듯 말했다.
“꼬락서니하고는! 땀 냄새가 여기까지 풍겨오는 것 같군. 오늘은 그냥 호텔에서 자야겠어. 마룻바닥에 땀이나 떨어트리지 마.”
남자는 현관 입구에서 그대로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렸다.
남자가 사라지고 한참이 지난 후에도 동명은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구깃구깃한 바지 자락을 꼭 움켜지고 눈에 힘을 주었다.
울고 싶지 않았다. 아니, 죽는 한이 있어도 남자의 집에는 절대 자신의 눈물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리라.
은동명은 머리를 흔들었다.
이미 지나간 그런 꿀꿀한 기억 따위에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 남자가 그런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었고 한두 번도 아니지 않은가!
더러운 성격에 고약한 고용주이긴 하지만 페이만큼은 최고인 직장이었다.
은동명이 한숨을 내쉬며 걸레를 빨려고 세탁실로 가려는데 문자가 왔다. 입이 거칠고 옷차림은 더욱 거친 그녀의 담당편집자였다.
“큰일이네. 원고 마감이 이번 주까지 였나? 다음 주 까지라고 생각했는데... 착각했나봐. 어쩌지? 아직 다 못썼는데.”
설상가상 목숨이 간당간당하던 노트북까지 운명하시는 바람에 원고조차 종이 공책에다가 써야했다. 그녀는 생각난 김에 노트에 쓴 원고를 확인하기 위해 가방을 꺼냈다.
“어? 어디 갔지? 분명 이 안에 넣어뒀었는데......”
아무리 뒤져도 원고가 있는 공책이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가방을 뒤집어 탈탈 털었다.
“이게 도대체 어디로 갔지? 미치겠네. 그것도 겨우겨우 분량 채운 건데. 백업 해놓은 것도 없고. 난 이제 망했어! 편집자 놈이 날 회쳐 먹으려 들 거 아냐. 아니, 그보다 이참에 밀린 원고료도 계약 위반 어쩌고 하면서 떼먹으려 들게 뻔하고. 돌겠네!”
은동명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난리를 쳐도 원고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모르겠다. 동명은 평상심을 되찾기 위해 심호흡을 반복했다.
백장미는 어딘가로 도망갔고, 정체불명의 남자와 원 나이트을 하지 않나, 힘들게 번 일당은 숙박비로 날렸다. 그 탓에 지각을 하고 아침부터 남자에게 욕을 진탕 먹은 데다 결국은 한 주 내내 잠을 아껴가며 힘들게 끝낸 원고를 홀라당 잃어버린 것이다.
“아이고! 내 팔자야. 나한테 무슨 볕들 날이 있을 거라고......”
자조적인 말도 생각도 질색이었지만 끝내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는 이런 패배자다운 푸념뿐이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원고를 제 때에 넘기고 밀린 원고료까지 받아야만 집세와 병원비는 고사하고 이번 달 변제액도 겨우겨우 맞출 수 있는 형편이었다.
“어떻게 하지? 죽었다 깨도 내일까지 5만자는 무린데.”
게다가 오늘도 또 내일도 해야만 하는 일이 줄을 서 있는 실정이다.
은동명은 일단 걸레와 청소도구를 치우고 지갑을 들고 집을 나섰다. 장을 보고 저녁식사 준비를 최대한 빨리 끝마친 후 방법을 강구해 볼 작정이었다.
백장미가 촬영을 펑크 내고 도망치는 바람에 오늘 밤부터 새벽까지 있을 촬영 스케줄은 딜레이 됐고, 그녀의 스케줄도 비워졌다.
만에 하나 까다로운 남자에게 내일 하루 휴가를 얻어 낼 수만 있다면 어떻게라도 해 볼 수 있을텐데.......
노순정은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남자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한 지도 벌써 3년째였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그녀가 그만두고 싶다고 마음대로 그만 둘 수도 없는 일이다.
남자는 혹독한 고용주였다.
그는 한 달에 단 하루의 휴일만을 그녀에게 허락해 주었는데 그나마 있는 단 하루의 휴일은 이미 지난주에 사용되어 버렸다.
“전화로 사정해 볼까? 아니야. 괜히 욕이나 안먹으면 다행이지. 차라리 이따가 저녁 식사 할 때 슬쩍 운을 떼볼까? 그래. 그게 좋겠어.”
고심 끝에 은동명은 남자의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일 수 있는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서 서둘러 메뉴를 정하고 사야할 재료들을 메모했다.
시계바늘이 정확히 저녁 여덟 시 정각을 가리키는 순간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 전부터 거실 창으로 바깥을 살피고 있던 동명은 황급히 부엌으로 되돌아가서 상 차릴 준비를 하는 척했다.
현관문이 열렸다.
그제야 그녀는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가 남자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다녀오셨어요.”
“오 분 안에 식사 준비해.”
“네.”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방으로 걸어가는 남자의 말에 다소곳이 대답한 후 그녀는 부리나케 부엌으로 되돌아갔다.
식탁에는 이미 저녁상이 완벽하게 차려져있었다. 국과 밥만 푸면 되는지라 그녀는 남자가 방에서 나오는 시간에 맞춰서 준비를 끝냈다.
식탁 위에 나열된 요리들을 둘러 본 남자가 그녀를 힐끗 보더니 수저를 들었다.
남자는 우선 전골냄비에서 팔팔 끓고 있는 해물 전골의 국물을 한 모금 맛보더니 밥을 크게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는 묵묵히 밥그릇을 비워나갔다.
동명은 속으로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숟가락을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고약한 성미를 가진 남자의 식성은 그의 더러운 성격처럼 까다롭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한 그릇 더.”
“네.”
남자가 밥공기를 내밀었다.
그녀는 재빨리 밥을 한가득 퍼서 다시 그의 앞에 가져다주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맑은 해물 전골과 새콤달콤한 회 무침, 오징어 통구이와 전복조림까지 준비하느라 아등바등했던 보람이 있었다.
식탁 위에 그릇들이 하나 둘 비어가는 것을 부엌 한 구석에서 지켜보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 사장님......”
“말해.”
“죄송하지만 내일 하루만 쉬었으면 하는데요. 다음 달 휴일을 당겨 쓸게요. 아침 준비는 오늘 다 해놓고 가겠습니다. 내일 저녁 식사도 차질 없이 준비해 놓을 거구요. 허락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져 마지막에는 거의 개미소리 만큼 작아져 버렸다.
안 그래도 살벌한 남자의 표정이 그녀가 말을 이어감에 따라 무서울 정도로 싸늘해져 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말했다.
“전일 휴무가 힘들면 오후 출근만이라도 허락해주시면.......”
남자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공중으로 접시가 날아올랐다.
“꺅!”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얼굴을 스치고 벽에 부닥친 식기들이 값비싼 수입 원목 마룻바닥으로 낙하했다.
국그릇과 밥그릇이, 유명한 독일산 도자기 브랜드의 유백색 접시들이 포물선을 그렸다.
해물전골을 담았던 돌 냄비 역시.
동명은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감싼 팔 사이로 실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산산조각 난 그릇조각들과 엉망으로 쏟아진 음식들이 벽과 바닥에 엉망으로 흩뿌려져 있었다.
“은동명!”
남자의 음성에는 날이 바짝 서 있었다.
그녀는 무심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감히 남자의 얼굴을 쳐다 볼 수가 없어서 그녀는 눈을 아래로 떨어트린 채 그가 할 다음 말을 기다렸다.
“네가 여기서 일한 삼 년 동안 내가 네 월급을 하루라도 늦게 준 적이 있던가?”
“어..없습니다.”
“그럼, 월급을 덜 준적은?”
“어어..없습니다.”
“고용 계약서 아직 가지고 있겠지?”
“...계약서요?”
“나는! 그 계약서에 쓰인 대로 네가 출근과 퇴근시간을 지키며 거기 쓰여 있는 일만 하면 만족해. 그 시간 외 단 1분이라도 더 네가 내 집에 있는 것도 바라지 않고, 나를 위해 다른 어떤 일을 하라고 요구한 적도 없어.”
“......?”
“넌 월급을 받고 내가 지시하는 일만 하면 돼.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야. 그리고 넌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고 우리는 고용 계약서를 작성했어.
그런데 지금 네게 그 계약서에 쓰인 대로 이행해 줄 것을 요구한다면 내가 너무 무리한 요청을 하는 건가? 응?”
“아닙니다. 절대 아니.......”
“그래? 나와 의견이 같다니 다행이군. 자, 그럼 이제 이 지저분한 식당이나 치워.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소독 액을 뿌려서 빡빡 닦아내. 정리 끝나면 퇴근해.”
남자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여유롭게 거실을 지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는 것을 동명은 입을 벌리고 쳐다보았다.
이윽고 정신을 가다듬은 그녀는 아수라장이 된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야 말로 본전도 못 찾을 일을 벌인 결과를 눈앞에서 생생이 보게 된 것이다.
갑자기 속이 쓰렸다.
점심도 대충대충 때우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하며 부산을 떨었더니 뱃가죽이 등 뒤에 달아 붙을 정도의 허기가 갑자기 몰려들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가 이곳에서 식사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뭐, 점심식사는 어쩔 수 없었지만 아침과 저녁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동명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다용도실에서 가져와 그릇 파편들을 쓸어 담고 음식물들을 휴지로 닦아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다 내팽개치고 집으로 돌아가 라면이나 끓여먹고 잠이나 푹 잤으면 싶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그녀의 몸과 마음에 각인된 포기와 체념이라는 익숙한 습관은 그저 묵묵히 시킨 일이나 하도록 그녀를 조정하고 있었다.
“그 놈의 돈이 원수지.”
배는 고프고 몸은 지쳤고 마음도 너덜너덜했다.
도망간 백장미를 찾아서 현장으로 복귀시킬 능력도, 성질이 지랄 맞은 편집장을 구워삶아서 새로운 원고를 쓸 시간을 벌 요령도 없었다.
사납고 악랄한 남자에게 감히 속에 맺혀있는 말들을 모조리 쏟아내 속풀이를 할 담력은 더욱이나.......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라더니. 어쩌자고 그 인간이랑 계약 따위를 해서는. 휴... 그땐 그거라도 하지 않았으면 한강물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긴 했지만.”
동명은 소독 스프레이를 뿌린 벽을 걸레로 빡빡 문질렀다.
다행이 움켜 쥔 걸레를 남자의 머리카락이라고 상상하자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