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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에 베이다
작가 : 셰리프a
작품등록일 : 20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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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0-31     조회 : 441     추천 : 0     분량 : 6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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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오케이!”

 “수고 하셨습니다.”

 

 동명은 상체를 완전히 드러낸 채 침대 위에 앉아있는 백장미의 어깨에 가운을 걸쳐주며 백장미와 그녀의 촬영 파트너였던 남자배우를 향해 말했다.

 장 감독이 오케이를 외치자마자 촬영기사와 조수는 물론 현장 스탭들은 일사분란하게 주변을 정리하며 부산을 떨었다.

 다행스런 일이다.

 별 다른 문제없이 촬영이 종료되었으니 망정이지 재촬영이라도 갔다면 오늘까지 빌리기로 한 이 펜션의 사용기간을 늘려야만 했을 테고, 안 그래도 백장미의 사보타주로 인해 펜션 임대기간을 연장하느라 추가 비용이 발생한 탓에 속을 끓이고 있던 장 감독에게 스탭들만 죽어나갔을 테니.

 장 감독은 정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백장미 앞에서는 선량한 양 같은 얼굴로 연기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인데 푹 쉬었느냐면서 걱정하는 흉내까지 냈다.

 그러면서 뒤로는 만만한 스탭들과 연기자들만 달달 볶아대 촬영장 분위기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 탓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다름 아닌 신인이나 다름없는 남자주인공 역할을 맡은 양군이었다.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같은 베테랑 여배우인 백장미를 상대하려면 촬영에 들어가기 전, 미리 우황청심환이라도 최소 2개 정도 먹어두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상황인데 현장 분위기마저 이 모양 이 꼴이니.

 촬영 책임자인 강 팀장이 이래서는 설 것도 안서겠다, 라며 농조의 푸념을 할만하다.

 결국 수차례 NG를 낸 양군은 급기야 얼굴색마저 푸르스름해 지고 말았다. 그게 참 안 되어 보여 동명은 일부러 양군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며 그를 격려해 주었다.

 

 “수고는 개뿔. 양군이 뭐 한 게 있어야 수고라도 하지. 그저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어 있느라 고생했다는 의미라면 또 모르지만.”

 “언니!”

 

 동명은 백장미의 입을 틀어막을 듯이 손을 들어 올리며 양군을 힐끔 곁눈질했다. 양군은 풀이 잔뜩 죽은 얼굴로 발밑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내가 뭐? 내가 없는 소리 지어냈니? 양군아, 니가 직접 말해봐. 정말이지! 더치와이프도 너보단 낫겠다.”

 

 동명은 안절부절 양군과 백장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백장미가 본격적으로 양군을 갈구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 몸무게 몇 이야? 얘가 아주 매너가 없어. 위에서 그렇게 뻣뻣하게 누르고만 있으면 어떻게 해? 내가 아주 숨이 막혀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 상위 자세에서는 상대에게 체중을 싣지 않도록 두 팔로 네 몸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기본적인 기술도 못 배웠니? 설마 너 체리보이?”

 

 양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보다 못한 동명이 끼어들었다.

 

 “언니, 쫌! 아직 신인이시잖아요. 언니가 잘 리드하면 되는 걸 오늘따라 왜 이렇게 유난스럽게.......”

 

 백장미가 그렇게 상대 배우에게 면박을 주며 난리를 치는 데도 나서서 말리려는 사람은 동명 하나밖에는 없었다. 괜히 나섰다가 이번엔 자신이 백장미의 타깃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백장미가 한 쪽 눈썹을 치켜뜨며 의심스럽다는 듯 동명에게 말했다.

 

 “어머, 어머, 얘! 이 언니 맘 상하게 왜 이렇게 양군 편을 들고 나서니? 혹시... 울 동명이 양군한테 마음 있어?”

 “네에!?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펄쩍 뛰기는. 네가 그렇게 나오면 점점 더 의심이 간단 말이야.”

 “그만하세요. 또 누굴 잡으려 이래요? 솔직히 오늘 현장 분위기가 좀 그랬던 건 사실이잖아요. 그게 다 언니 때문 아니에요? 다른 배우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언니 일정에 맞춰줬으면 설사 다소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선배인 언니가 다 감싸주는 게 맞잖아요.”

 

 발끈한 동명이 백장미의 얼굴에 침이 튈만큼 가까이 얼굴을 마주하고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백장미의 입가가 실룩거렸다. 급기야 장비를 챙겨 먼저 나갔던 장 감독까지 되돌아왔다가 동명이 백장미에게 거침없이 쏟아내는 솔직한 말을 듣고는 멈칫했다.

 실내는 갑자기 싸늘한 정적에 휩싸였다.

 모두가 속으로만 생각했던 말을 암사자처럼 거친 백장미의 면전에다 대고 거침없이 말해버린 동명의 담력에 깜짝 놀란 것이다.

 

 “동명씨.......”

 “동명아.......”

 

 양군이 조금 감격한 듯 벅찬 음성으로 동명을 불렀다. 동명을 부른 장 감독이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백장미가 뾰쪽한 턱을 오만하게 치켜들고 동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 말인즉슨 이게 다 나 때문이라는 거지? 응? 내가 성질 사납고 못돼먹은 년이라서 그렇다는 의미야?”

 “...... 대답하기 싫어요.”

 

 ‘귀찮게 됐네.’

 동명은 난감했다. 섣불리 다른 사람을 편들었다가 자신만 피를 보게 생겼으니 말이다. 감히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동명을 동정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대답하기 싫다는 거야? 못 한다는 거야?”

 “둘 다요.”

 “왜 내가 화 낼 것 같아서 그래? 흐음... 그럼 한 번 맞춰 볼래? 지금 내가 화난 것 같아, 안 난 것 같아? 맞추면 네 말대로 이제부터는 좋은 선배 노릇 해줄게.”

 “대답 안 할래요.”

 “울 동명이가 왜 이리 고집을 피울까? 맞출 확률이 무려 50퍼센트인 질문인데 뭘 망설여.”

 “제가 뭐라고 답하던지 간에 언니가 마음을 바꿀 확률은 무려 100퍼센트니까 그렇죠.”

 

 내가 하루 이틀 당했었어야지, 동명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백장미의 미간이 살짝 구겨지는가 싶더니 곧 펴졌다. 그리고는 새빨간 장미 같은 붉은 입술을 활짝 벌리고 화사하게 웃었다.

 

 “많이 컸네. 울 동명이.”

 “그렇게 좀 부르지 말아요. 사람들이 뭐라 그러는 줄 아세요?”

 “뭐라는데?”

 “울 동명이, 울 동명이 그래서 언니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 동명이인 줄 알았데요.”

 

 백장미가 폭소를 터트렸다.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도 백장미의 인신공격이 중지된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고 동명의 억울하다는 말투가 왠지 우스워서 백장미를 따라 웃음을 터트렸다.

 동명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백장미를 흘겨보았다. 간신히 웃음을 멈춘 백장미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좋아. 이제부터 울 동명이 바람대로 착한 선배가 되어주지. 대신 울 동명이도 이 언니한테 솔직해져야겠어.”

 “무슨 소리에요? 제가 언제 언니를 속인 적이 있다고요.”

 “너 줄리앙과 무슨 관계야?”

 “네에?”

 “은근 바람둥이야 너. 오매불망 잊지 못하고 찾는다던 오빠에다가 말도 안 되는 사람을 짝사랑 하지 않나. 급기야는 줄리앙 왕자님까지.”

 “언니!”

 

 동명은 급히 백장미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키가 무려 175센티에 이르는데다 꾸준한 트레이닝으로 몸을 단련한 백장미에게 젓가락 같은 몸매의 은동명은 그저 장미꽃에 달아 붙으려는 진딧물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백장미는 아주 가벼운 동작 하나로 동명을 달랑 들다시피 해서 옆으로 밀어냈다.

 백장미는 사람들이 듣는 것에 아랑곳 않고 다시 입을 열려 했다. 다급해진 동명은 백기를 들고 말았다. 어쨌거나 여기는 동명의 직장이었고 자신의 사생활이 직장동료들에게 까발려 지는 것은 질색이니까.

 

 “알았어요. 다 말할 게요.”

 

 백장미가 상냥하게 웃으며 동명의 머리를 다독거리면서 말했다.

 

 “아유, 울 착한 동명이. 그럼 우리 오래 간만에 ‘프린스’에 가서 밥 먹을까? 거기 가는 길에 자세하게 얘기해줘.”

 

 

 줄리앙이 누구인가?

 두 달 전, 홀연히 나타나 ‘도시락 전문점 프린스’의 고객들을 들뜨게 만들었던 초특급 왕자님이 아닌가.

 그를 본 사람들은 왜 저런 축복받은 외모로 이런 곳에서 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185는 족히 될 법한 훤칠한 키와 황갈색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어울리는 개암 빛의 길고 깊은 눈매, 가지런한 이가 드러나는 조심스러운 그의 미소는 괜히 보는 이들의 가슴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동명도 두어 번인가 그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마다 속으로만 그저 ‘잘 생겼네.’라고 생각하고 지나갔었다.

 그런데 그가 바로 그 문제의 상대라니.......

 

 “뭐? 줄리앙이랑 잤다고?”

 “언니! 좀 작게 말해요.”

 “어때서? 어차피 우리 둘 밖엔 없는데.”

 

 백장미의 노란색 포르쉐 안에는 동명과 운전을 하고 있는 백장미 두 사람 뿐이지만, 동명은 왠지 큰소리로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도시락 전문점 프린스’의 촌스런 뿔테 안경을 낀 남자직원, 자칭 화랑이라는 남자가 백장미를 찾아준 보답으로 그녀는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다음 날 백장미와 함께 프린스에 갔었다.

 그가 준비한 무료 도시락을 받기 위해서다. 찜찜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일단 약속은 약속이니까. 게다가 ‘기다릴게요’ 라는 그의 말은 주문처럼 그녀를 끌어당겼다.

 

 주문을 하러 가자 마침 카운터에는 줄리앙이 있었다.

 동명과 백장미를 본 그가 아주 근사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동명은 그 미소가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았다.

 백장미와 함께 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의 시선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백장미에 이어 동명의 주문 차례가 오자 그녀는 머뭇거렸다.

 다행이 줄리앙은 동명과 화랑 사이의 약속을 알고 있는지 그녀가 운을 떼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그녀의 도시락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곧 가져다주겠다고 말했다.

 

 소고기 불고기와 생선 조림, 수제 요구르트 드레싱을 곁들인 새우 아보카도 샐러드에 명란을 넣어 말은 두툼한 계란말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한 향을 풍기는 산나물, 간장에 살짝 졸인 죽순과 연근을 넣어 지은 채소밥까지 호화스럽기 그지없는 도시락의 내용물에 동명은 물론이고 백장미까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시락은 화려한 외양만큼 맛도 최고였고 양도 푸짐해서 대식가인 백장미와 함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다 먹고 나자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잘 얻어먹었으니 화랑에게 고맙다는 말을 직접 전해야겠다고 동명은 생각했다.

 하지만 가게 안을 아무리 기웃거려도 화랑은 보이지 않고, 줄리앙이 그녀의 행동을 빤히 주시하고 있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생긋생긋 웃는 게 아닌가.

 

 ‘이상한데. 저 미남은 왜 자꾸 날보고 웃는 거야? 괜한 오해하게시리?’

 

 줄리앙에게 달리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잘생긴 남자가 자꾸 눈웃음을 보내자 마음이 싱숭생숭 해졌다.

 보기 드문 미남의 의미심장한 미소 공격을 반복해서 받으니 없던 마음도 절로 생길 것 같아서 동명은 방글방글 웃고 있는 줄리앙을 애써 외면했다.

 줄리앙의 입가에 떠돌던 환한 미소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한참동안 문가에서 서성거렸지만 화랑이 보이지 않자 동명은 하는 수 없이 카운터에 서 있는 줄리앙에게 다가갔다.

 

 “저기... 죄송한데요. 아까 저한테 도시락을 준 직원 분 좀 불러주시겠어요?”

 “네?”

 “그 키 크고 구닥다리, 아니, 복고풍 뿔테 안경을 쓴 직원 말이에요. 이름이 화랑이라던데..., 아무튼 제가 지금 빨리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그런데 그 분 좀 불러주시겠어요. 부탁드려요.”

 “.......”

 

 줄리앙의 얼굴이 무어라 형용할 수 없으리만치 오묘하게 바뀌었다.

 순간 동명은 자신이 무언가 잘못 말했나 싶어졌다. 그 정도로 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스태프 온리 라고 쓰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던 그가 곧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루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알바생을 대동하고 있었다. 루이는 동명을 보더니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 여기 터가 잘못 됐나? 왜 다들 나를 보고 싱글거려? 내가 만만한가? 얼굴에 밥풀이라도 묻은 거 아냐? 헉! 혹시 바지 지퍼라도 열린 거 아냐?’

 

 하도 같은 옷만 입다보니 낡아버린 청바지의 지퍼가 며칠 전부터 매끄럽지 못하던 것을 기억해 낸 동명은 커다란 가방으로 얼른 허리 아래를 가렸다.

 그녀가 줄리앙과 루이를 쳐다보고 있으려니 카운터를 루이에게 맡긴 줄리앙이 카운터를 돌아 나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가 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리로 오세요.”

 “왜요?”

 “왜냐니... 그 직원 분을 찾으셨잖아요.”

 “아! 맞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네.”

 

 줄리앙이 그녀를 안내한 곳은 무려 근처에 있는 멋진 노천카페였다. 줄리앙의 등장에 술렁거리는 분위기를 애써 무시하며 동명이 따지듯 물었다.

 

 “저기 제가 지금 오버하고 있는 거라면 참 면목이 없는데요. 이런 곳으로 안내하신 의미가 뭐에요? 그 직원 분이 근무 시간에 이 카페에 계실 리 없잖아요.”

 “일단 앉으세요. 저기 창 가 자리가 좋을 것 같은데.”

 “아니, 이보세요. 질문에 답이나 먼저 하시고.......”

 “저를 못 알아보셔서 놀랐어요. 내가 그렇게나 인상이 흐린 놈이었나 싶어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

 “무슨 말인지 저는 도통.......”

 

 줄리앙이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아까 스태프 실에서 가지고 나온 쇼핑백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동명은 받지 않고 되물었다.

 

 “이게 뭔데요?”

 “이제 보니까 저를 못 알아보시는 게 벌써 세 번째네요. 뭐 첫 번째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너무 심하신데요.”

 “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저는 잘.......”

 “어떤 걸 먼저 밝히는 게 좋을까 망설여지지만 일단은 임팩트가 더 큰 것부터 알려드리는 게 옳은 것 같아서요. 열어 보세요. 그러면 제 말이 이해되실 겁니다.”

 

 쇼핑백은 가벼웠다.

 딱 얇은 책 한 권 정도의 무게감. 예상대로 안에는 책이, 아니 노트가 한 권 들어있었다. 건성으로 노트를 훑어보던 동명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가 잃어버렸던 원고가 있는 공책이 아닌가!

 

 ‘아니. 이게 왜.......’

 

 화랑이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여전히 상황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는 은동명 때문이다.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뭘...요?”

 “혹시 시력이 극단적으로 나쁘시거나 안면인식 장애 같은 거 있으세요?”

 “네? 아뇨. 시력은 양쪽 다 좋은데요. 그리고 안면인식 장애라니... 지금 절 은근히 디스하시는 건가요?”

 “......, 정말이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 않으면 절대로 모르실 것 같군요. 이러면 좀 알아보시겠어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줄리앙이 주머니에서 뿔테 안경을 꺼내 쓰더니 손바닥으로 눈 아래부터 턱 끝까지 가렸다. 동명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며 입 안으로 중얼거렸다.

 “어? 어?”

 “이제 좀 알아보시네요. 화랑입니다. 줄리앙이자 화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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