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도살시티 유동인구
작가 : 윤단원
작품등록일 : 201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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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도산시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작성일 : 16-11-03     조회 : 497     추천 : 0     분량 : 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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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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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두목 거기 어떠냐? 물 좋냐? 고기 많이 먹겠네.]

 

 

 

  문자를 받고 제일 처음 답장으로 보내야겠다, 하고 생각난 문구는 [아니] 였고, 두 번째로 생각난 문구 역시 [아니] 였고, 세 번째로 생각난 문구 역시 [아니] 였기 때문에 두목은 [아니] 라고 답장했다. 베란다로 곰돌이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가서 뿌옇게 변한 창문을 옷 소매로 벅벅 닦는다. 소매가 검게 변한 것을 보고 금방 후회했지만 적어도 시야는 조금이나마 시원해졌다. 창문에 바싹 붙어서 거리를 뜯어보았다. 보다 보니 예쁜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무서운 위화감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 메세지 수신음이 울렸다. [왜?] 아, 이 새끼. 왜긴 왜야. 두목은 가만히 머뭇머뭇 글자를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다 종내에는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을 찍어 보내기로 했다. 붉-은 거리. 조금 눈이 아픈. 그 풍경은 예전에 한 번 누군가 갓 뱉어놓은 껌 위로 떨어트리는 바람에 지저분해진 휴대폰 카메라 렌즈로 촬영했더니 더욱 기괴해졌다. 등 뒤로 똑똑, 베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야 이두목. 반반 치킨 시킬건데 뭐 먹으실?"

 

  "간장."

 

 

 

  자연스럽게 내밀어지는 손에 퍽 어이 없는 표정을 했다. 아니, 내가 계산하냐? 그 말에 두나는 퍽 사나운 표정을 하는데, 그 표정이 꼭 저희 어머니를 닮아 두목은 저도 모르게 조금 쫄아서는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내들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아니, 화 낼 것 까지는... 얼만데? / 만 이천 원. 이윽고 돈을 받아든 두나가 거실에 있는 전화기를 향해 걸어가자마자 친구로부터 답장이 오는 알림음이 났다.

 

 

 

 [도살시티가 도살시티인 이유가 있네.]

 

 

 

 내 말이.

 

 

 

 

 

  일이 어떻게 이렇게 되었나 돌아보자. 사건의 발단은 지난주 월요일, 두목이 하교한 직후에 발생하게 된다. 보통 방과 후 해가 지느라 금빛 주황색이 된 거실에서 줄담배를 뻑뻑 펴대며 갱단이라도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은 표정으로 타자를 두들기는 어머니의 모습은 두목에게 있어서 그다지 낯선 것이 아니었지만, 그 날처럼 마감이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분명히 기분이 좋아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험악한 표정을 짓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퍽 낯설기도 하고 풍기는 오오라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공포감을 안겨 주는 것이라 두목은 잠시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다 말고 숨을 죽여야 했다. 뭐 잘못했나? 아닌데.

 

 

 

  "두나는?"

 

  "나 쪽팔린다고 시간차로 걸어온대."

 

 

 

  너네는 사이 좀 좋게 지내면 어디가 덧나니, 나는 너네보다 빨리 죽고 그렇게 된 후에 너희는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서로밖에 없니 뭐니. 이런 류의 잔소리는 대개 두목이나 두나의 잘못이 원흉이 된다기 보다도 어머니의 히스테리가 폭발하며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된다. 어머니와 두나가 대충 내팽개쳐놓은 신발을 쪼그려 앉아 정리하고서는 무슨 일 있었어? 하고 물었더니 대답 대신 긴 한숨이 돌아왔다. 너랑 두나, 옮겨야 된대. 시청에서 쪽지 날아왔다.

 

 

 

  아주 천천히, 세계가 통합되기 시작한다고 했다. 두목이 태어나기 4년 전의 일이다. 전쟁 및 기아 방지 개발도상국 방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모든 국가가 전산에 의한 운영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시작한지는 꼭 30년이 조금 덜 되었고, 데이터 통계를 내야 한다는 구실으로 시와 도를 몽땅 개편하여 같은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끼리 같은 도시에 몰아넣는 무식한 방법이 시행되기 시작된 것도 역시 딱 그 때의 일이다. 결혼과 혈육으로 이루어진 맞벌이 가정의 경우 조금 더 수익을 많이 내는 사람의 도시로 가서 살게 되어 있었는데, 그런 케이스는 타 직업 도시로 이주를 하더라도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직업을 유지 할 수 있었다. 그 이외의 직업군 외 도시 거주 경우는 직접 이주를 하는 케이스였는데, 서류 해결 절차에만 6년 가량이 걸려서 이주하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거의 없다고 보아야 했다. 이런 불편함도 다 한국이 어중간하게 작아서 문제가 된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직업 인구를 부분 부분 떼어서 둘러 배치한다는데, 한국은 어디든 7시간 내에 갈 수 있으니 경찰서와 병원, 대형마트, 공공시설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어 버렸다.

 

  뭐, 저기까지가 '정착인구'의 이야기이고, 두목의 어머니가 전달받은 쪽지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려면 떠돌이 인구인 '유동인구'에 주목해야 한다. '유동인구'라는 이름이 거창한데, 실상은 거창할 것 없이 직업이 없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직업을 구해 그 도시를 떠나게 되는 미성년자와 취업하지 못한 청년층을 아우르는 말이다. 요즘 같은 전산 관리 시스템 시대에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란 거의 없기 때문에 요즘은 그냥 미성년자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이 되었다. '유동인구'는 말 그대로 유동인구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트집이 잡히면 인구가 적은 도시로 비율을 맞춰 주기 위해 이리 저리 옮겨다니게 되고는 했는데, 그 영장이 쪽지 모양으로 접혀 왔기 때문에 쪽지라고 불렸다.

 

 

 

  "엥? 우리 옮길 데가 어딨다고 쪽지야?"

 

  "..."

 

  "뭐, 숨기는 거 있어?"

 

  "사실 너희 아버지랑 이혼 소송 덜 돼서..."

 

  "어?"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추궁하듯 눈을 들여다 보았더니 괜히 시선을 피한다. 마침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는 이두나. 무슨 일이야, 하는 감기 때문에 끝이 조금 갈라진 목소리와 어리둥절한 눈이 두 사람을 흩자마자 공기는 조금 어색해졌다. 보스의 등장이다.

 

 아니, 부부가 두 도시로 갈라졌을 때 정부에서 보내 주는 복지금 같은 게 있거든. 그거 받는다고 이혼 소송 안 했지. 그 말만 들었는데도 이두나는 상황 파악이 된 모양이다. 껌을 짝짝 씹으면서, 그래서 이사가야된다고?! 하고 언성을 높였다. 네 살 이후로 이주 정책 때문에 화면 너머로 본 적도 없는 아빠네 가서 살란 이야기잖아. 어머니는 시선을 돌리다가,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하는 씨도 안 먹히는 소리를 해서 두나의 눈이 뒤집히게 만들었다.

 

 

 

  "아니, 그래서, 아부지 어디 사는데?"

 

  "도산시."

 

  "도산시?"

 

 

 

  시가 몇 갠데. 이두목과 이두나 남매는 지리 공부에 힘을 쏟는 편이 전혀 아니고, 도산시, 라고 해 봐야 뭐 하는 도시인지 알 길이 없었다. 두목이 눈을 멍청하게 뜨고 거기가 뭐 하는 덴데? 하고 물으려는 찰나, 두나가 안 그래도 허스키한 목소리를 반음 낮춰서 도산시? 그 도살시티? 하고 되묻는 바람에 입을 다물었다.

 

 

 

 "도살시티? 간지다. 친아빠 킬러야?"

 

 "아, 좀 닥쳐봐."

 

 

 

  결국 어머니와의 말싸움은 이두나가 자처하고, 두목은 방으로 쫓겨나 다마고치나 키워야 했다. 싸움의 패턴은 뻔하다. 이두나는 맞는 말만 하고 있고 어머니는 미안함에서 우러나온 화를 내다가 점점 시선을 회피하면서 합의점을 찾는 것. 두 사람은 목소리가 비슷해서(원래 조금 달랐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어머니가 골초가 되면서 두 사람이 비슷비슷하게 괄괄한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방 안에서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는 것을 듣고 있자면 누가 화를 내고 있는지, 누가 받아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주머니에서 삑삑, 수신음이 났다. 잠잠하던 반 단체 메세지방이다. 야, 너네 나와서 농구할래? 질문을 읽은 건지 아닌 건지, 두목은 다마고치를 잠시 옆에 밀어놓고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답장을 보냈다.

 

 

 

 - 도산시 뭐하는덴지 아냐?

 

  [낸들. 들어본 것 같은데?]

 

  - 나 쪽지 왔음.

 

 

 

  쪽지, 그 말을 했더니 방 안에 있었는지도 몰랐던 급우들이 오타 가득한 메세지들을 보내며 안부를 물었다. 즐거워 하는 사람도 있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서운해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처음 농구 이야기를 꺼냈던 A는 삐진 모션을 잠시 취하나 싶더니 이내 도산시 이야기를 꺼냈다. 거기 그거잖아. 도살시티.

 

  - 안 그래도 이두나가 도살시티 어쩌구 하던데. 살인범 수감하는 곳이냐?

 

  아니. 그냥 육류 가공하는 도축업체들이랑 정육점이랑.. 그런 거 모인 곳일걸. 근데 가공업인데 정부 시스템 도시랑 가깝고 시 중간에 중앙 육류창고라고 졸라 큰 생고기 쌓아두는 공간 같은 게 있어서 소문 같은 게 되게 흉흉하잖냐. 애초에 가공업 하는 도시를 정부 근처에 둔 게 웃기지 않냐고. 육류창고가 워낙 커서 사람 고기 몇 개쯤 섞어 놔도 아무도 모를 거라는데. 그래서 거기 요즘 인터넷에서 핫플레이스야. 그리고 분위기가 워낙 무서우니까. 거기 도살시티라는 별명 붙은 게 밤거리 때문에 그럴 걸? 밤만 되면 정육점들 불 때문에 온 도시가 빨갛게 변한대. 위성사진으로 보면 딱 그 도시 모양으로 빨갛게 빛난다고 그러더라. 인터넷에서 뜨고 난 다음에는 약간 관광스팟처럼 되고 있는 모양이지만.

 

  헐. 졸라 무섭. 경악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팔을 뻗어 충전기를 연결시키려는 찰나 방 문이 열리는 바람에 두목은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두나가 한심한 표정으로 두목을 내려다보았다.

 

 

 

 "니 다마고치 똥싼다."

 

 "앗. 칭찬해줘야지."

 

 "전자밥 축내는 전자괴물 주제에 무슨 지 똥 싸는 것도 칭찬해 줘야되냐?"

 

 "오. 이거 봐. 똥스킬 획득했다."

 

 "아, 옘병. 좀 치워 봐."

 

 

 

  방문을 찰칵, 하고 잠그더니 찌그러진 표정을 한 두나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더니, 짐 싸라, 하고 말했다. 긴 다리를 휘적이다 말고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두목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화룡점정.

 

 "방에서 엄마랑 나랑 이야기하는 거 안들렸냐? 한 달 전에 왔던 쪽지 이제 발견한 거래잖아. 벌금 안 물려면 오늘 안에 가야 돼, 도산시."

 

 

 

 

 

 뭐, 그렇게 됐다. 이두나 말을 듣자마자 기억이 나지 않는 1학년 때의 하루 결석으로 6년 개근상을 놓친 초등학생의 절박한 표정으로 휘적휘적 걸어 나갔더니 어머니는 곧바로 눈을 피했다. 도산시 가면 신선한 고기 먹기는 좋겠다, 얘. / 아, 장난하냐고요!

 

 아버지는 두목과 두나가 기차를 타고 도착했을 때 집에 없었고, 급하게 치운 듯한 집의 내부에 두 사람 방의 위치나 보일러 장소, 수도를 사용하는 방법 등을 적어 놓은(굉장한 악필이라 알아보는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쪽지 하나를 문 안쪽에 치킨집 자석으로 덩그러니 붙여 놓았다.

 

 "전학 수속은 됐대?"

 

 "정부에서 주관하는 거니까 주말 안으로 공지 오겠지."

 

 "내일 무슨 요일인데?"

 

 "토요일."

 

 

 

 베란다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쌀쌀한 바깥 공기에 비해 온도가 조금 따뜻하게 느껴졌다. 치킨 언제 온대냐? / 15분 내에. / 우리 학교 가서 왕따 당하는 거 아니냐? / 너나 그렇겠지.

 

 

 

 

 

 통로 베란다 창문 너머의 붉은 빛들 사이, 잠시 어떤 초록색 빛이 깜박였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작고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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