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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시티 유동인구
작가 : 윤단원
작품등록일 : 201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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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 돼지고기 등외
작성일 : 16-11-04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3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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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두목의 2초 동생 이두나 가라사대, 나는 씨발 엄마 자궁에 나란히 앉아 착상 됐을 때 부터 니가 마음에 안 들었어.

 

 이두나와 이두목은 전혀 다르다. 그나마 닮은 구석이라 볼 수 있는 생김새도 와, 남매끼리 엄청 닮았다, 싶을 정도이고 다른 쌍둥이들처럼 만우절날 몸을 바꿔치기 할 만큼 똑닮지는 못했다. 심지어는 생일도 다르다. 12월 31일 아슬아슬 태어난 남자아이와 2초 밀려서 1월 1일 태어난 여자아이. 이두목은 에이미 와인하우스나 아델을 최소 볼륨으로 듣고, 이두나는 힙합이나 덥스텝을 청력 건강을 우려하는 휴대폰 경고창이 뜰 때 까지 볼륨을 올려 듣는다. 이두나는 고장난 컴퓨터를 고치고 이두목은 설거지를 했다. 둘은 그냥 그렇게 태어났다.

 

  그래서 두 사람은 정말이지 오랫만에 너희 닮았구나,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둘 다 입 안에 치킨을 잔뜩 우겨넣고, 우리가 닮았다거여? 하고 외친다. 두 사람의 아버지 되는 남자는 그게 뭐 어쨌다고, 하는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못마땅한 시선이 두목과 두나간에 오간다.

 

  아버지랑은 어색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어린이날마다 꾸준히 선물과 편지를 받았고, 소식도 자주 전해 들었으며 영상통화도 가끔 했다. 실물을 보는 건 거의 처음이다만. 그는 뜬끔 없이 물티슈로 닭 양념이 묻은 손을 닦고 있는 두나와 두목에게 드라이브를 제안해서 두사람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다.

 

  "자고로 사람은 자기가 사는 도시랑 친숙해져야 해."

 

  "지금 별로 가고 싶진 않은데요."

 

  "..."

 

  그는 시무룩한 표정에 도가 텄다. 뭐냐, 그, 거의 십여 년 만에 만난 자식들인데 이렇게 매몰차다니.~라는 표정. 그는 쌍둥이 중 하나가 못 이기는 척 저희가 다닐 학교 쪽으로 드라이브 한 번만 해요, 하고 말 해주자 그제야 조금 밝아진 안색으로, 늦었으니까 간단하게 너희가 다닐 학교 근처만 한 바퀴 돌고 오자, 한다. 이거 정말 두 마리 맞아, 싶을 정도로 많던 치킨은 세 사람이 먹고도 네 조각이 남았다.

 

 

 

  도산시는 오후에 차가 거의 안 막힌다. 정착인구들의 평균 퇴근시간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기도 하고, 유동인구도 적은 데다가(두목이나 두나가 이전에 살던 도시에 비하여 교육열이 높지 않은 도시이기도 하고) 시의 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했다. 차 안에서는 가죽 시트 냄새와 약간의 고기 비린내가 난다. 아, 방향제 좀 달아요!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콧노래만 흥얼거릴 뿐이다. 앞좌석에 위치한 무거운 플라스틱 박스들을 치우기가 곤란해서 뒷좌석에 쌍둥이 두 사람이 싫은 티를 한껏 내면서 구겨져 들어갔다. 거리는 여전히 붉다.

 

  "예쁘지 않아? 이렇게 드라이브하다 보면 딱 그런 기분이야. 그..."

 

  "화덕 속의 피자?"

 

  "오븐 속의 치킨?"

 

  "너네는 EQ가 없니?"

 

  그런데 진짜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조금 불안한 기분이거든요, 이런 눈 아픈 색을 오래 보고 있으면.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처음 도산시 소속증 받고 왔을 때 그런 생각 했던 것 같네. 빛이야 그렇다 치고, 중앙 육류창고에 딸려있는 도축기계장에 처음 갔을 때 말이야. 하루 안에 다 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넓은데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죽은 가축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지. 약간 오버하자면 좀 지옥도 같은 느낌?

 

  아아, 하고 깨닫는 표정이 된다. 도산시는 육류가공 및 판매자들 정착 시市였지. 치킨이 유난히 많이 왔던 것도 이해가 된다. 그 이유만으로 정부에 가깝다는 것도 납득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이두나와 이두목은 유동인구 연령을 딱 1년 가량 남겨 두고 있고, 1년 정도 이런 곳에서 살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기야. 너네가 다닐 학교."

 

  학교는 지금은 망한 어떤 종교 재단에서 처음 건축했다고 하는데, 흔치 않게도 국가 개편 전에 지어졌던 건물을 허물지 않고 놔 둔 것이라 했다. 서양식으로 지어진 외곽에는 잎이 하나 둘 씩 떨어지고 있는 덩굴이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모양을 그리며 기어올라 있었고, 나름대로 신경 쓴 듯한 화단이며 전교생이 동시에 발을 구르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허술한 모양새가 눈에 띄었다.

 

  "내려서 봐도 돼요?"

 

  "그렇게 해."

 

  두나가 차에서 제일 처음 내리자 마자 확인했던 것은 운동장 바닥으로, 약간 축축한 것이 꼭 화단의 흙 같았다. 전에 다녔던 학교는 고무 운동장이었는데, 이건 그나마 조금 괜찮네. 이전에는 비 오는 날마다 꼭 뛰어서 등교하는 두어명씩은 미끄러지고는 했는데(물론 삼선 쓰레빠를 끌고 등교하던 이두나 포함이다) 이번에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발자국이 푹푹 패인 운동장이 사막처럼 솟았다 꺼졌다 하는 규칙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보니 주변에 정육점이 없어 붉은 빛역시 없다. 조금 산뜻한 기분이 된다.

 

  한편 살짝 야맹증이 있는 이두목은 가만히 눈을 찌푸리고 학교 건물을 뜯어보고 있었는데, 눈을 찌푸렸기 때문에 살벌해지는 표정은 둘째치고 건물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이렇게 덩쿨이 올라 와 있는 학교는 사실 순정만화 안에서나 봤지, 개편 후 벽돌로 된 건물을 모두 밀어버린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헉. 완전 좋아. <캔디>에나 나올 법한 건물이다.

 

  "너 지금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학교라고 좋아하고 있었지?"

 

  "어떻게 알았냐?"

 

  "뭘 어떻게 알아. 오타쿠 생각이 거기서 거기지."

 

  두목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뭐라고 대꾸하려던 찰나 한동안 아무 말 없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보니 너네가 온 도시가, 그 만화책 파는 도시라고 그랬나?

 

  "출판 도시요. 작가도 살고 만화가도 살고, 번역가도 살고, 기타 등등. 엄마는 순정만화 번역 했었고."

 

  "니네 엄마가 순정만화를 번역했다고?"

 

  "안 어울리는거 본인도 알 걸요."

 

  "아, 그래서..."

 

  남자는 두 사람이 이사올 때 들여오던 순정만화 한 캐리어를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그거 다 너네 엄마가 번역한건가? 아뇨. 그건 그냥 이두목이 모으는 건데요. 엄마가 울겠다. 안 울어요. 그런데 두목이는 양아치 처럼 생겼는데 순정만화 좋아하냐? 아니, 너무한거 아니에요? 저 완전 아빠 젊었을 때 판박이거든요. 누가 그러디? 엄마가요. 남자는 할 말이 없는 듯 쩝, 입을 다시더니 이제 집에 가자, 하고 딴 소리를 했다.

 

 

 

  학교에서 차가 덜덜, 하는 수상한 엔진 소리를 내며 멀어진다. 밤 늦게 학교 근처를 운동복 차림으로 돌던 학생 하나가 가만히 떠나는 차를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켰다.

 

 

 

 야. 전학생 온다는 말 진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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